‘살얼음판’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 이중고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4.02.03 10: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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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릿고개 넘자마자 ‘산 넘어 산’

[일요시사=경제1팀]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이 겹겹 악재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주사 전환 실패로 녹십자에 발목이 잡혔다. 설상가상으로 자산승계 문제도 남아 있어 진땀을 빼고 있다. 올해 76세로 나이까지 고령인 윤 회장은 전열을 가다듬는 중이다. 평소와 다름없이 경영에 주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앞으로 행보는 역대 최악의 가시밭길로 예상되고 있다.




일동제약의 지주사 전환이 무산되면서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은 허일섭 녹십자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줄 수도 있는 심각한 위기에 내몰렸다. 여기에 자산승계문제까지 남아있어 보유한 지분을 상당부분 처분해야 할 수도 있다.

지키냐 뺏기냐

일동제약은 지난 24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소집, 투자사업부문(일동홀딩스)과 의약품사업부문(일동제약)을 분리하는 내용의 지주사 전환 안건을 상정했다. 하지만 2대 주주인 녹십자 등의 반대로 부결됐다.

녹십자 대리인은 임시주총에 참석해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해 일동제약과 다르게 생각 한다”며 녹십자의 경영참여 뜻을 전달했다.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지분매입 의도를 달리 하면서 일동제약 인수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제약업계에서는 녹십자가 일동제약 경영에 본격 참여를 선언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녹십자는 지난 16일 일동제약 지분을 기존 15.35%에서 29.37%로 2배 가량 끌어올리면서 윤 회장 등 최대주주 지분율 턱밑까지 추격한 상태다.


특히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영향력 행사’로 변경해 사실상 경영 참여 의사를 우회적으로 밝혔다. 윤 회장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34.16%로, 녹십자와의 격차는 단 4.79%다. 일동제약은 녹십자로부터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지주사 전환을 시도했지만 주총에서 안건이 부결되면서 궁지에 몰리게 됐다.

만약 녹십자가 일동제약을 인수하게 된다면 제약산업 판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녹십자가 일동제약을 인수할 경우 녹십자는 단숨에 매출 1조원이 넘는 업계 1위 제약사로 올라선다. 2012년을 기준으로 녹십자 연매출은 8118억원, 일동제약은 3628억원이다.

그간 약점으로 지적된 ‘일반의약품 사업’도 확장할 수 있다. 녹십자는 백신·혈액제제 부문에서는 국내 최고이나 일반약 부문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전체 매출 가운데 일반약이 차지하는 비율은 10%가 되지 않는다. 반면 일동제약은 ‘아로나민’ 등 인지도가 높은 일반약은 물론 매출이 꾸준한 전문의약품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동제약이 보유한 600만돌턴(Da) 이상의 초고분자 히알루론산(HA) 생산기술은 엄청난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통해 녹십자는 식품, 화장품, 미용, 슬관절치료제, 안과수술보조제, 유착방지제 등 다양한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이런 이점 탓에 녹십자의 적대적인 M&A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지주사 좌절’녹십자와 경영권 다툼 본격화
승계 문제도 골치…지분 상당부분 처분해야

앞으로 윤 회장은 경영권을 둘러싼 지분확보를 놓고 녹십자와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지만, 업계에서는 내부 리스크로 윤 회장 일가의 미래를 낙관할 수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올해 76세로 고령인 윤 회장이 나이에 비해 자산 승계를 더디게 진행해 온 탓이다. 이는 또 다른 걸림돌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윤 회장부부와 1남 2녀의 자녀들이 보유하고 있는 일동제약 지분 20.68% 중 자녀들이 보유한 주식은 1.94%에 불과하다. 오너 일가가 보유한 주식자산 가운데 자녀들에게 승계된 물량은 10분의 1도 채 되지 않는 셈이다.

나머지 지분 17.74%는 윤 회장 부부가 갖고 있다. 윤 회장이 지분 전부를 소유한 컨설팅회사 씨엠제이씨가 8.34%, 윤 회장이 6.42%, 부인 임경자 여사가 2.67%를 나눠 갖고 있다.

장남인 윤웅섭 일동제약 부사장은 3세 경영을 이끌 차기 후계자로 일찌감치 낙점됐지만, 보유 지분이 1.63%에 불과하다. 장녀인 혜진씨는 0.22%, 차녀인 영실씨는 0.09%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윤 회장 부부가 갖고 있는 주식자산의 가치는 약 400억원 대로 추정된다. 이 자산이 자녀들 손에 쥐어지려면 증여세만 어림잡아도 100억원 대에 이른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한 주가 아쉬운 상황에서 윤 회장 일가가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윤 회장 일가는 이미 적대적 M&A에 노출돼 있어 증여세로 인한 출혈은 곧 경영권 상실로 이어질 공산이 높다. 현재 지분 9.99%를 보유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일동제약 3대주주인 펀드회사인 피델리티와 녹십자의 지분을 합하면 39.36%에 달해 윤 회장 일가의 지분율을 넘어선다.

일동제약은 과거에도 오너 일가의 낮은 지분율 탓에 지속적으로 경영권 위협을 받아왔다. 지난 2009년 일동제약의 자회사 일동후디스의 지분 보유 문제를 두고 안준찬 일동제약 전 감사의 아들 안희태씨와 충돌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안씨는 2003년 24억원으로 일동제약 지분 7.65%를 사들였고 이후에도 지분을 꾸준히 매입해 2대 주주에까지 오른바 있다. 이후 안씨는 세 차례에 걸쳐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며 오너 일가를 위협했다.

그러던 중 2012년 말 또 다른 주요 주주였던 녹십자가 일동제약을 적대적 M&A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설이 퍼지면서 윤 회장의 마음이 급해졌다. 위기의식을 느낀 윤 회장은 안씨가 보유한 지분확보에 나섰다. 지난해 5월 시세에 20% 가량을 더 얹어서 안씨 지분 일부를 인수했다.

경영권 트라우마

우여곡절 끝에 1차적 경영권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오는 5월이면 일동제약 창립 73주년을 맞는 윤 회장은 ‘녹십자’라는 또 다른 산에 부닥쳤다.

일동제약의 안방을 윤씨 일가가 지키게 될지 아니면 녹십자의 허씨 일가가 새롭게 꿰차게 될지. ‘실타래처럼 꼬인 경영권과 승계 문제’를 둘러싼 살얼음판 레이스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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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