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특집> ①국가대표 골드타임 가이드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4.02.03 11:21:34
  • 댓글 0개

메달이 보인다…놓칠 수 없는 '빅4 게임'

[일요시사=사회팀] 러시아에서 열리는 첫 번째 '겨울축제' 소치동계올림픽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러시아로 날아간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은 스키, 빙상, 바이애슬론, 봅슬레이, 컬링, 루지 등 모두 6개 종목에 출전한다. 마음 같아선 모든 경기를 다 보고 싶지만 여건상 몇몇 경기를 추려봐야 할 독자들을 위해 놓쳐선 안 될 '골드타임'을 소개한다.





'눈과 얼음의 지구촌 대축제' 소치동계올림픽 개막이 다가왔다. 올해로 22번째를 맞는 동계올림픽은 2월8일 오전 1시14분(한국시간) 개막식을 시작으로 17일간의 열전에 돌입한다. 98개의 금메달을 놓고 전세계 80여개 나라, 2500여명의 선수가 열띤 경쟁을 벌일 이번 대회는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볼거리가 예고돼 있다.

3회 연속 톱10 목표 4개 종목에 달려
대부분 오후 시간대 시청…밤샐 일 없어

특히 우리나라는 6개 종목, 113명의 선수단(선수 64명, 임원 49명)을 파견해 금메달 4개 이상을 목표로 삼고 마지막 담금질에 여념이 없다. 선수단 규모만 놓고 보면 명실상부 역대 최대 규모다. 앞서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종합 7위)과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종합 5위)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던 우리나라는 3회 연속 톱10 진입을 통해 차기 동계올림픽(평창) 개최국으로서의 위상을 함께 드높일 계획이다.

 

[피겨여왕 김연아]
'전설로 남는다'
길이 남을 '금빛 연기' 도전

뭐니 뭐니 해도 이번 동계올림픽의 가장 큰 관심사는 '피겨여왕' 김연아의 대회 2연패 여부다. 김연아는 자신의 선수 생활 마지막이 될 이번 대회에서 전설이 될 채비를 마쳤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이목은 이미 김연아에게 집중되고 있다. 앞서 김연아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를 공언했기 때문에 김연아의 고별무대는 피겨 역사의 한 페이지로 장식될 가능성이 높다.

김연아는 자타가 공인하는 여자 피겨스케이팅의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무결점 연기를 선보인 김연아는 대회 최고점으로 우승하며 전 세계에 김연아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났지만 김연아는 여전히 녹슬지 않은 기량으로 금메달을 조준하고 있다. 김연아의 싱글프로그램은 20일 자정부터 시작하며 메달 색깔을 결정지을 프리스케이팅은 다음날(21일) 자정부터 진행된다.

만약 김연아가 이번 소치동계올림픽에서 또 한 차례 금메달을 목에 건다면 노르웨이의 소냐 헤니(1928·1932·1936)와 옛 동독의 카타리나 비트(1984·1988)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올림픽 여자싱글 2연패를 성공한 선수로 남게 된다.

또 김연아가 메달을 획득한다면 23일 오전 1시부터 시작하는 갈라쇼에 참석, 팬들과 작별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김연아의 선수 생활은 마무리된다.

김연아는 이번 동계올림픽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쇼트의 '어릿광대를 보내주오(Send in the Clowns)'와 프리의 '아디오스 노니노(Adios Nonino)'를 각각 골랐다. 기존에 선보였던 강렬한 느낌의 쇼트곡과 서정적인 프리에서 벗어나 감미로운 쇼트곡과 열정적인 탱고로 변화를 준 것이다.

원래 김연아는 지난 '2013∼201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새 프로그램을 공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오른발 중족골 부상을 입으며 계획을 일부 수정했다.

올림픽의 전초전으로 삼았던 그랑프리 시리즈를 불가피하게 건너뛴 김연아는 재활 후 첫 국제대회로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열린 '골드 스핀 오브 자그레브'를 택했다. 부상 회복 후 첫 대회인지라 쇼트와 프리에서 점프 실수도 있었지만 합계 204.49점으로 가볍게 우승을 차지, 올림픽을 향한 기대감을 부풀렸다.


또 김연아는 지난달 5일 끝난 '제68회 전국남녀종합피겨선수권대회'에서 쇼트 80.60점, 프리 147.26점을 기록, 합계 227.86점으로 우승하며 올림픽 최종 리허설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한때는 그의 라이벌이었던 아사다 마오를 비롯해 미국의 애슐리 와그너 등이 '피겨 여왕'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김연아의 기량과 연기력, 예술적인 표현력 등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김연아가 빠진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한 아사다 마오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금메달을 따겠다"고 공언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는 김연아의 판정승을 점치는 분위기다.

김연아는 그랑프리 외에도 세계선수권·올림픽 등 피겨 메이저 3대 대회를 모두 석권한 경력이 있다. 김연아가 이룩한 '그랜드슬램'은 지난 1998년 나가노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타라 리핀스키 말고는 아무도 이룩하지 못한 대업이다.

또 김연아는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전무후무한 228.56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9년과 2013년 열린 세계선수권 역시 207.71점과 218.31점이라는 높은 점수로 정상에 섰다. 이처럼 김연아는 늘 기복 없이 세계 최정상의 기량을 뽐냈다.

특히 김연아는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행운의 조편성을 만났다. 총 30명의 선수가 참가하는 여자 싱글 조편성에서 가장 수월한 4그룹에 포함된 것.

정상급 선수들이 모인 5·6그룹에서 제외돼 부담을 덜었고, 가장 먼저 빙판에 오를 수 있는 1·2그룹을 피했으며, 실력이 낮은 선수들과 묶여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3그룹도 비껴간 것이다.

자신의 말대로 그동안 모든 것을 이뤄왔던 김연아가 자신의 선수 인생 마지막을 '금빛'으로 수 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빙속여제 이상화]
'꿀벅지 레이스'금메달 넘어 세계신기록 쏜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서 가장 금메달에 가까운 한국 선수로는 '빙속여제' 이상화가 단연 첫 손에 꼽힌다. 최근 페이스가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상화는 지난해 주 종목인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무려 4차례나 세계기록을 갈아 치우는 괴력을 발휘했다. 먼저 이상화는 지난해 1월 있었던 '2012∼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월드컵 6차 대회'에서 36초80으로 500m 세계기록을 경신하더니 2013∼2014 월드컵 1·2차 대회에서는 무려 3차례나 세계기록을 다시 쓰는 경이로움을 뽐냈다.

이상화의 이 같은 신기록 행진의 비결은 그간 약점으로 지적됐던 초반 100m가 크게 빨라진 덕분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상화는 월드컵 6차 대회에서 세계신기록(36초80)을 달성했을 때 10초26의 초반 100m 기록을 세웠지만 같은 해 11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월드컵 2차 대회에서는 같은 거리를 10초09에 주파, 현재 여자 500m 세계신기록(36초36)을 세웠다. 이상화는 자신의 기록이 빨라진 비결로 체중 감량을 꼽는다. 또 그는 체중을 줄이면서도 허벅지 굵기는 3㎝ 이상 키우며 근력을 끌어올렸다.


가벼운 몸에 근력이 더해지면서 이상화는 선수 생활의 최전성기를 맞고 있다. 아울러 지난 2012년 9월부터 인연을 맺은 코치 케빈 크로켓(캐나다)도 이상화와 찰떡궁합을 과시하고 있다. 크로켓 코치는 "이상화가 압도적인 성적으로 우승할 것"이라고 단언하며, 지난 밴쿠버올림픽에 이어 2연패를 자신했다.

4년 전에는 '여자 500m의 강자' 예니 볼프(독일)에게 이상화가 도전하는 모양새였지만 소치동계올림픽은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2013년 열린 여자 500m 7차례 레이스에서 모두 세계 최정상에 오른 이상화는 자타공인 세계 최고의 선수로 손색없다.

특히 이상화는 지난해 12월 있었던 월드컵 4차 대회 이후 휴식을 하며 몸 상태를 체크해왔다. 한동안 실전경기가 없었음에도 지난달 7일 열린 회장배스피드스케이팅대회에선 38초11의 무난한 기록으로 올림픽 최종 리허설을 마쳤다.

"올림픽은 만족스럽게 준비하고 있다"며 여유를 보인 이상화, 그녀가 다가올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세계기록을 다시 쓰며, 또 다시 전 세계를 놀라게 할지 관심이 쏠린다.

 

[스피드 모태범]
'부활 날개 편 밴쿠버 스타'가파른 상승세 속 2연패 노려

지난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모태범은 깜짝 스타였다. 하지만 그는 4년 만에 대한민국 대표팀의 간판스타로 남자 500m 2연패라는 중책을 짊어지었다.


모태범은 잠실고 재학 중인 주니어 시절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상위권에 랭크되며 두각을 나타냈다. 2005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500m와 1500m 3위에 오른 그는 2006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500m 1위를 차지하는 등 실력을 보였다.

이어 모태범은 토리노동계유니버시아드(2007)에서 500m 동메달, 하얼빈동계유니버시아드(2009)에서 1000m와 1500m 금메달 수확에 각각 성공했다. 하지만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그를 주목하는 이는 없었다.

당시 모태범은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를 지배해 온 맏형 이규혁과 이강석의 그늘에 가려있었다. 하지만 모태범은 밴쿠버동계올림픽 남자 500m에서 1·2차 레이스 합계 69초82를 기록, 감격스러운 금메달을 따냈다.

쟁쟁한 '형님'들을 제치고 누구도 예상치 못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모태범은 일약 스타반열에 올랐다. 또 모태범은 남자 1000m에서도 은메달을 수확하며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그러나 모태범은 이후 아킬레스건을 다쳐 2010∼2011시즌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월드컵 대회에 단 한 차례도 나서지 못했다. 또 모태범은 2011년 1월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서 종합 2위에 올라 부상을 털어낸 모습을 보이더니 다시 2012∼2013시즌부터 극심한 침체기를 겪었다. 스스로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꼽는 시즌이 바로 이 때다. 기록에 대한 욕심으로 스케이트날을 바꾼 것이 화근이 된 것이다.

모태범은 스케이트날을 네덜란드 제품에서 캐나다산으로 바꿨다. 스피드스케이팅은 장비의 미세한 차이가 승부를 가를 수 있는 종목이다. 바뀐 날에 적응하지 못한 모태범의 성적은 바닥을 쳤다. 특히 2012∼2013시즌 월드컵 6차 대회 1차 레이스에서는 16위에 그쳐 한국 빙상계에 충격을 안겼다. 결국 모태범은 다시 스케이트날을 네덜란드산으로 바꾸었다. 예전의 장비로 돌아온 모태범은 극적으로 부활했다.

그는 지난해 3월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에서 남자 500m 우승을 차지, 대회 500m 2연패를 달성했다. 한국 선수가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 2연패를 달성한 것은 모태범과 이상화뿐이다. 모태범은 같은 대회 1000m에서는 은메달을 수확했다.

아울러 모태범은 올 시즌 월드컵 1~4차 대회에서 벌어진 8차례 500m 레이스에서 모두 527점의 포인트를 쌓아 당당히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또 그는 지난해 12월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2013∼2014 월드컵 4차 대회에서도 남자 500m 2차 레이스 금메달, 1000m 금메달을 따내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과시했다.

현재 모태범은 500m뿐 아니라 1000m에서도 메달 욕심을 내고 있다. 그는 이번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며 "500m보다 1000m에서 꼭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어느덧 한국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선수가 된 모태범의 '금빛질주'가 월드컵을 넘어 올림픽까지 이어질지 촉각이 모아진다.

 

[쇼트트랙팀]
동계 터줄대감밴쿠버 노골드 수모 씻을까

역대 동계올림픽마다 터줏대감 노릇을 톡톡히 해온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경기는 10일 오후 6시45분부터 시작된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우리 대표팀은 그야말로 '심기일전'의 자세로 '금빛 레이스'를 준비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우리 대표팀은 당초 목표치에 미달하는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를 기록했다. 전통적인 효자종목으로 동계올림픽에서 거둔 메달수 무려 37개(금메달 19, 은메달 11, 동메달 7)에 달했던 쇼트트랙 대표팀은 '메달밭'으로 통했던 여자 쇼트트랙에서 '노골드'의 수모를 당하며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이후 우리 대표팀은 17살인 심석희를 앞세워 세계 최강 자리를 탈환했다. 지난해 열린 월드컵 8개 대회 연속 금메달을 따낸 심석희는 명실상부한 여자대표팀의 에이스로 자리했다. 현재 심석희는 주 종목인 1500m는 물론 500m, 1000m에서 대회 3관왕을 노리고 있다.

남자부 전력은 다소 저조하다는 평가다. '무서운 신예' 신다운이 버티고 있지만 주축 선수였던 노진규가 훈련 중 팔꿈치 골절로 낙마했고, 러시아 귀화선수인 빅토르 안(안현수)이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는 등 여러 가지로 상황이 좋지 않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종목은 다르지만 지난 동계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1만m에 출전한 이승훈이 장거리 최강자인 스번 크라머(네덜란드)를 꺾은 것처럼 최선만 다한다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국민의 염원을 담은 대표팀의 메달 릴레이가 이들의 날 끝에서 이어지길 기대한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소치올림픽 골드타임>

[피겨스케이팅]
▲여자싱글 쇼트프로그램(20일 자정) 김연아
▲여자싱글 프리스케이팅(21일 자정) 김연아

[스피드스케이팅]
▲남 5000m(8일 오후 8시30분) 이승훈
▲남 500m(10일 오후 10시) 모태범
▲여 500m(11일 오후 9시45분) 이상화
▲남 1000m(12일 오후 11시) 모태범
▲여 1000m(13일 오후 11시) 이상화
▲남녀 팀 추월(21일 오후 10시30분, 22일 오후 10시30분)

[쇼트트랙]
▲남 1500m·여 500m·여 3000m 계주(10일 오후 6시45분)
▲여 500m·남 1000m·남 5000m 계주(13일 오후 7시)
▲여 1500m·남 1000m(15일 오후 7시)
▲여 1000m·남 500m·여 3000m 계주(18일 오후 6시30분)
▲여 1000m·남 5000m 계주(22일 오후 1시30분)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