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방사능 공포' 소문과 진실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4.02.05 10:3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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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수산물 안전? 위험?…생선요리 먹을 때마다 '찜찜'

[일요시사=사회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방사능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됐다. 일본 발 방사능 오염수가 태평양으로 흐르면서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위기로 인식하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유통 수산물을 두고 말이 많았다. 여전히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안전하다’ ‘안전하지 않다’ 도대체 뭐가 맞는 걸까. 방사능 오염 실태 및 정보를 정부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음식물에 의한 ‘내부피폭’의 위험성에 대해 알아봤다.




이따금씩 구내식당에서 생선튀김과 동태찌개가 나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심하지 않고 맛있게 먹는다. 노량진 수산시장도 마찬가지다. 한때 손님이 급감했지만 요즘엔 다시 되살아난 분위기다. 술집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일본산 맥주는 여전히 뜨거운 인기다. 방사능 위험성이 알려졌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식습관을 유지하고 있다.

근데 왠지 찜찜한 기분이 든다. 방사능 내부 피폭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방사능 위험성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방사능 피폭에 대해 자세히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러나 방사능 피폭은 매우 치명적이다. 특히 외부 피폭과 달리 내부 피폭은 더 위험하다고 알려진다.


‘먹거나 말거나’
정부 미온적 태도


방사능 외부 피폭은 사람의 신체 외부에 있는 방사선원으로부터 방출된 방사선에 의한 피폭을 말한다. 이 경우 투과력이 강한 엑스선, 감마선 등은 신체조직 전체에 영향을 주지만, 베타선은 투과력이 약해 피부 및 안구에 영향을 준다.

일반적인 성인 기준으로 연간 피폭한도는 1000시버트다. 1000시버트는 1밀리시버트 정도 수준이다. 그리고 방사선 종사자의 연평균 허용선량은 직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20밀리시버트다. 자연 상태에서 쬐는 방사능은 2.4밀리시버트 정도다. 유럽을 비행기로 여행한다고 해도 0.07밀리시버트의 방사능밖에 쬐지 않는다.


병원에서 흉부 엑스선을 촬영할 때의 피폭량은 0.1∼0.3밀리시버트고 CT 촬영을 할 때는 이 수치가 늘어나 8∼10밀리시버트의 방사능을 쬐게 된다. 방사능 피폭으로 인체에 올 수 있는 영향은 확률적 영향(지발성)과 결정적 영향(급성)이 있다.




확률적 영향은 저선량을 장시간 피폭당했을 때 있을 수 있는 영향으로 선량에 발생확률이 비례한다. 증상은 악성종양(암)과 더불어 백혈병, 수명단축, 겉늙음현상(가령현상), 유전적 결함으로 인한 돌연변이나 염색체 이상이 올 수 있다.

0부터 250밀리시버트까지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 하지만 250밀리시버트부터는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해 500밀리시버트 정도가 되면 백혈구가 감소하기 시작한다. 이때는 외적인 증상은 없다. 1000밀리시버트 부터는 위험수준이다. 특히 1500밀리시버트부터는 방사선숙취 현상이 일어난다.

이 수치가 4000밀리시버트를 넘어가면 생명이 지장이 있다. 4000밀리시버트는 반치사선량으로, 전신조사 시 30일 이내에 50%가 사망하는 선량이다. 조혈기장해를 일으키는 선량으로 볼 수 있다.

7000밀리시버트의 방사능을 쬐게 되면 최소 2∼3주 내 100% 사망이라는 충격적 결과가 나타난다. 1만밀리시버트를 넘는 경우는 위장관사가, 10만밀리시버트부터는 중추신경사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으로 알려진다. 방사선을 쬐는 도중 세포손상으로 사망하는 것이다.

이러한 외부피폭보다 위험한 게 내부피폭이다. 방사선피폭 가운데 체내에 흡수된, 혹은 체내에서 생성된 방사성물질에 의한 피폭을 말한다. 알파선, 베타선 등 입자선에 의한 선량이 감마선 등 전자파에 비해서 크게 되는 점이 외부피폭의 경우와 다르다. 한마디로 체내에 유입되는 방사성 핵종으로부터의 피폭이다.

일본 아이돌 토키오의 리더 야마구치 타츠야는 후쿠시마를 응원하는 캠페인으로 ‘후쿠시마 사랑해’라는 광고를 촬영하고 ‘동일본을 먹어서 응원하자’며 1년 동안 그 지역 농산물을 먹었다. 그러나 지난 2012년 방송 도중 받은 전신 스캔에서 ‘세슘 137에 내부 피폭 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내부피폭은 괴담이 아니었던 것.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불안감 고조
피폭 실태·정보 제대로 파악 못해 우왕좌왕


전문가들은 방사능에 오염된 음식이 체내로 흡수되면, 갖가지 방사성 원소가 각기 다른 곳을 공격한다고 말한다. 세슘은 우리 몸의 혈액과 근육으로 이동해 DNA 구조를 변형시킨다. 요오드와 스트론튬은 각각 갑상선과 뼈에 모여 장애를 일으키고, 플루토늄은 폐를 집중적으로 손상시킨다. 음식물을 통한 내부 피폭이 직접 방사능을 쬐는 외부 피폭보다 위험한 건 자명한 사실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외부 피폭과 내부 피폭이 같은 양이라고 하면 내부 피폭의 노출이 장기적이다. 외부 피폭은 피난과 특수복 등을 통해 어느 정도 방어가 가능하지만 내부 피폭은 방법이 없다. 몸 속의 방사능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도 문제다. 요오드는 반감기가 1주일 정도지만 플루토늄은 수백년이 걸린다. 사실상 체외 배출은 불가능하다. 특히나 노약자는 매우 위험하다. 세포의 손상이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전문가들은 엇갈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각각인 것. 대개 원자력 전문가들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안심시키는 반면에 의학계에서는 내부 피폭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그러나 피폭이 위험하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원전사고 이후
계속되는 후폭풍


호흡기를 통한 외부 피폭보다 음식물을 통한 내부 피폭이 훨씬 심각하다. 우크라이나 보건 당국의 조사 결과 2006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인한 방사선 피폭 경로의 90% 정도가 우유, 육류, 버섯, 과일, 채소 등 식품으로 인한 내부 피폭이었다. 외부 피폭은 방사성 물질의 농도와 피폭자의 거리에 따라 그 정도가 달라지지만, 내부 피폭은 다양한 경로로 고스란히 체내에 축적된다.




체르노빌 원전사고 복구비용은 우리 돈으로 약 265조에 이른다. 문제는 이 상황이 아직도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방사성 물질의 해양 누출과 수산물 오염에 대해 모른 체했다. 현재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오염수는 계속 유출되고 있다고 알려진다. 일본 당국은 방사능 오염수 유출에 대한 사고등급을 ‘일탈’에 해당하는 1등급에서 ‘중대한 이상 현상’에 해당하는 3등급으로 올렸다.

<주간 아사히>는 이바라키와 지바현 등 일본 간토 지방에 속한 15개 기초 지자체의 어린이 및 청소년 10명 가운데 7명꼴로 소변에서 세슘이 검출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후쿠시마 인근 지역 사람들의 체내 세슘 비율의 민낯이 드러났다.

당시 검출된 세슘은 134, 137이다. 세슘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로 알려진다. 따라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유출된 방사성 물질이 음식물 섭취 등을 거쳐 아이들의 체내로 들어온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소변 검사를 진행한 이바라키현 모리야시에 있는 조소생활협동조합 관계자는 <주간 아사히> 인터뷰에서 “8살 된 아이의 소변에서 세슘 1베크럴이 검출됐다고 한다면, 이 아이는 하루 몇 시간씩 세슘을 흡수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내부 피폭에는 허용 한계가 없기 때문에 장기간에 걸친 건강 체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방사선 직접 노출보다 
체내 흡수가 더 문제


내부 피폭이 외부 피폭보다 위험한 것은 방사선의 영향을 장기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 있다. 야가시키 가쓰마 류큐대학 명예교수는 “후쿠시마와 간토 지방의 아이들에게서 코피나 하혈 등이 발견되고 갑상선암이 증가하는 원인도 내부 피폭”이라며 “파괴된 유전자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유전자 조직이 잘못 연결되면 암으로 발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히로시마 원폭 현장에서 환자들을 진료한 의사 히다 순타로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내부 피폭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히다는 “원자폭탄에서 나온 방사능이 인체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미국은 군가 기밀로 숨겨왔고, 의사와 피폭자에게 침묵을 강요했다”고 말했다. 히다는 “미국에서 내부 피폭을 연구한 이들도 정부의 탄압을 받았지만 양심을 지키며 연구하고 있었다”며 “그 뒤 미국과 독일에서 동료들과 방사능 피폭에 대해 공부했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해 그는 “지금도 후쿠시마 폭발 뒤 피폭은 계속되고 있다. 공기와 물 그리고 흙이 오염돼 여기에서 나온 각종 음식물은 몸 속으로 들어가 우리의 몸을 망가뜨리고 있다. 특히 아이들이 문제다. 점차 아무런 이유없이 설사가 계속되고, 코피가 멈추지 않고, 구강염이 계속 되는 일이 후쿠시마부터 시작해 일본 전체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말없이 다가오는
공포의 그림자


이러한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언론들은 입을 닫고 있다. 마치 방사능 함구령이 떨어진 것처럼 조용하다. 일부 언론은 ‘방사능 괴담’이라며 감싸기에 나서기도 했다.

일본의 살아있는 지식인이자 저명한 핵물리학자로 유명한 고이데 히로아키 교수는 <JTBC>에서 “일본 아베총리는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가 완전 통제되고 있다고 말했지만 거짓말로 밝혀졌다. 일본산 어류는 잡히는 곳과 출하되는 곳이 다르기 때문에 8개현에 대한 한국 정부의 수입금지 조치는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기준치를 강조한다. 기준치를 넘지 않으면 안전하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정부의 태도에 탈핵전문가 김익중 동국대 교수는 강연장에서 “‘의학적인’ 안전 기준치란 없다. 아무리 적은 양의 방사능도 암 발생 확률을 증가시킨다. 제로(0)가 가장 안전한 것이다. 식품에 허용되는 방사능 기준치란 원전의 이해 당사자들, 정부나 기업 등의 ‘관리’ 수치일 뿐이다. 일본만 하더라도 후쿠시마 이후 피폭량 기준치를 20배 올렸으면서 식품 기준치는 1/4로 줄였다. 우리나라도 종전에는 기준치를 370베크렐로 잡았다가 최근에 100베크렐로 낮춘 것이다”고 말했다.



그들이 말하는
기준치의 모호성


ICRP(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는 약 30개국, 250명 정도의 정부 관료 및 관계자들이 주축으로 이루어진 네트워크로 이 단체는 각국의 원자력 산업계의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관련 산업계의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일까. 방사능 영향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리스크를 제시하지 않는다고 알려진다. 반면 양심적인 과학자들이 만든 단체인 ECRR(유럽방사선위험위원회)는 ICRP에 대항하고 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공포의 ‘AI’


우리나라와 중국, 베트남에서 AI(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해 비상이 걸렸다. ‘AI’는 avian(새)과 influenza(유행병)의 합성어다. 주로 야생 조류 또는 가금류에 영향을 미치는 인플루엔자를 말하며, 드물게는 인체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중국에서 발생한 AI의 종류는 신종 H7N9형으로 며칠 전 상하이에선 30대 의사와 70대 환자가 감염돼 숨졌다. 베트남 사망자는 H5N1형에 의한 것이고 우리나라는 H5N8형인데 집오리, 가창오리는 물론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큰기러기조차 고병원성 AI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이번 AI 사태의 발병원인으로 야생 철새를 지목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조류단체에서는 철새가 오히려 농장오리로부터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어 주목된다.

WTO(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2003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중국,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이집트 등에서 고병원성 AI에 648명이 감염돼 384명이 사망했다. 중국 신종 AI(H7N9형)에 걸린 환자는 177명으로 이 가운데 47명이 숨졌다.

전국 확산 가능성
감염돼 숨지기도

이처럼 AI의 사망률은 비교적 높은 편이다. 위험을 막기 위한 적극적인 예방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AI에 감염되면 감기처럼 고열과 콧물 등이 있지만 정도가 더 심하고 전염성이 강하다. 고병원성 AI A형 H5N1 바이러스의 경우, 환자는 감염된 수일 이후 폐렴이 나타났다가 호흡부전으로 진행돼 사망할 위험성이 높다고 알려졌다.

감염 환자에게는 타미플루나 리렌자와 같은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해 치료한다. 이번 국내에서 살처분에 동원된 관계자 등에게 예방적으로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AI의 avian(조류의)은 1870년대 생겨난 말로, 새를 의미하는 라틴어 어근 avi에 형용사어미 -an이 덧붙은 것이다. 인플루엔자는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어 유럽에 유행성 감기가 창궐했던 1743년 ‘유행병’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influenza에서 차양된 말이다.

이 용어를 더 추적하면 influence(영향) 또는 influentia(영향을 미치는 것:중세라틴어)에 이른다. 19세기 중반 이래에는 종종 ‘독감’의 뜻으로 쓰였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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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