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전야' 한예종 스캔들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4.02.03 10:40:59
  • 댓글 0개

'문화계 마당발' 정치인 딱 걸렸다

[일요시사=사회팀] 자신이 알고 있는 교수 인맥을 동원해 자녀를 특정 대학교에 입학시키거나 지인을 교수로 임용하게끔 압력을 행사한 '입시·임용 비리'가 검찰의 수사망에 걸렸다. 특히 검찰은 이 부당한 거래에 금품이 오갔거나 정·관계 유력인사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자칫하다가는 여러 사람 목 날아갈 '사학 스캔들'에 '문화계 마당발'이 떨고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김후곤)는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입시 비리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감사원으로부터 한예종 입시 비리 관련 수사를 의뢰받아 관련 자료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흉흉한 소문들

앞서 감사원은 지난해 특별감사에서 한예종 무용원 소속 교수가 신입생 선발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금품을 수수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으로부터 사건을 인계받은 검찰은 한예종 무용원 서초동 캠퍼스 교수 사무실과 행정 사무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으며, 조만간 관계자들을 불러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현재 검찰은 한예종 일부 교수들의 비리 여부에 대한 수사와 동시에 이번 입시청탁에 정·관계 유력인사가 연관됐다는 제보를 받아 사건을 특수1부로 배당했다. 지난해부터 소문이 흉흉했던 한예종 입시 비리가 '사학 스캔들'로 번질 가능성이 대두된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립특수대학인 한예종은 그간 여러 사학 비리와 연루되며 홍역을 앓아왔다. 지난해 12월23일 감사원은 한예종의 A교수가 불법을 저지른 정황을 포착했다.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A교수는 자신의 7가지 연구과제에 대한 연구비 9억1600만원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모두 6차례에 걸쳐 연구보조원의 인건비 5843만원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감사원은 한예종 총장에게 A교수의 파면을 권고하는 한편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후 한예종 측은 "학교가 검찰로부터 수사개시 통보를 받았다"고 확인했다.

교육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예종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는 이미 예견됐다는 평이다. 그간 입시는 물론이고 교수 임용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터라 이에 분노한 투서가 많았을 것이란 예측이다. 여기에 한예종 비리가 수년 동안 지속된 점을 비춰봤을 때 이를 눈감아준 고위층 인사 역시 자유롭지 않다는 의견이다.

지난 2012년 4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자신이 가르친 음대 입시생 학부모에게 수억원의 뇌물을 받고 입시생을 부정 입학시킨 한예종 음악원 소속 이모 전 교수 등 4명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전 교수는 2011년도 한예종 음악원 입학 실기시험 당시 콘트라베이스를 전공하는 22살 B씨를 부정입학 시켰다. 이후 이 전 교수는 B씨 학부모에게 B씨를 레슨하는 과정에서 빌려준 악기를 1억8000만원에 판매하는 등 합격 사례비 명목으로 모두 2억5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았다.

또 이 전 교수는 2010년 3월부터 10월까지 B씨를 상대로 시간당 15만원을 받고, 40여회 걸쳐 불법 과외를 하는 등 2006년부터 2011년까지 한예종 음악원 입시생 13명을 상대로 4000만원 상당의 교습비를 챙긴 혐의도 받았다.


이 전 교수는 2004년에도 입시생을 상대로 한 불법 레슨이 도마에 올라 학교 측으로부터 정직 3개월과 입시 평가 교수 1년 제외 등의 중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이 전 교수는 지난 2007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연습실을 부인 명의로 바꿔 불법 레슨을 계속한 것으로 파악됐다.

무용원 교수 입시비리 정황 포착
"정·관계 유력인사도 관련" 제보
특수부로 사건배당…수사 급물살

경찰 수사가 진행되자 이 전 교수는 B씨 학부모를 만나 "아들이 학교에서 퇴학당하지 않으려면 내가 살아야 한다"며 "악기는 악기사에서 구입한 것으로 허위 계약서를 작성하자"고 문서위조를 강요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 전 교수는 일부 제자들에게 자신이 지정한 특정 악기사에서 고가의 악기를 구입할 것을 강요한 뒤 제자들이 악기를 구입하면 악기사 사장으로부터 악기대금의 10%를 받아 1300만원 규모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그런데 이 전 교수는 경찰 수사과정에서 입시 비리를 다른 평가 교수들과 공모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예종의 뿌리 깊은 입시 비리가 이 전 교수만의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학교 측은 파문이 확산되자 수험생들과 5촌 이내 친인척 관계에 있거나 수험생들을 지도한 경력이 있는 교수들은 심사위원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등 입시비리 근절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한예종은 2012년 신입생 선발 중 '순수 정원 외 외국인 전형'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자격 미달인 학생을 적합자로 선발하는 등 또 다시 불법을 저질렀다. 여기에 이번 검찰 수사까지 맞으며 입시 비리의 온상이란 오명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예종과 관련한 비리는 입시뿐만이 아니다. 교수 임용 과정에서도 수차례 문제가 제기됐다.

새누리당 홍지만 의원이 감사원으로부터 넘겨받아 공개한 한예종 관련 문건에 따르면 2011년 1학기 무용원 한국무용 전임교수 공채는 특정인에게 특혜를 베푸는 등 합격자를 내정해 놓고 형식적인 공채행위를 치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2년 10월 홍 의원은 국정감사 자리에서 해당 의혹을 지피며 "공채 1차 기초심사에서 K원장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강요해 38명의 지원자 중 O·X로 33명을 탈락시킨 날림심사였다"고 폭로했다.

이어 홍 의원은 "K원장이 다른 위원들의 채점표를 확인하려고 하는 등 불공정한 심사가 진행돼 5명이 선발됐다"고 강조했다.

또 홍 의원은 "2차 전공심사는 지원자 1명에게만 특혜를 베푼 불공정한 심사였다"며 "특정인에게만 제한시간 20분을 3분 넘긴 23분을 사용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2012년에도 어김없이 교수 임용 비리 정황이 발견됐다. 2012년 현대무용 전임교수 공채 1차 기초심사는 전형적인 '밀실공채'였으며, 17명의 지원자 중 2차 심사 대상자로 단 1명이 선발되는 등 특혜 시비가 일었다.

당시 학교 측은 문화체육관광부로 투서가 접수되자 교수 공채를 없던 일로 하면서 논란을 비껴갔다. 하지만 이번 검찰 수사로 해묵은 입시 비리의 연결 고리가 드러날 전망이다.

K원장 주변 위험

교육계 안팎에서는 "다소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한예종이 정권 입장에선 눈엣가시로 보일 수 있다"며 "여러 차례 문제가 제기됐음에도 이를 수습하지 못한 책임이 학교에 있고, 문화계와 넓은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일부 야당 정치인이 수사망에 오를 수 있다"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김성민 기자 =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가 스스로 입국한 지 이틀 만에 구속됐다. 도주의 우려가 크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경찰은 약 2년간 황하나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해 왔다. 지난해에는 은거하던 장소를 특정했다. 일부러 검거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이유다. 정보기관 안팎에서는 그간 황하나가 경찰에 마약 관련 정보를 제공해 왔다고 보고 있다. 황하나는 지난해 초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가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경찰은 공식적인 입국 기록이 없었기에 국내로 데려오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결국 황하나가 어떤 범죄에 연루됐는지 행적만 추적할 수 있었다. 은신처 알고도… 경기 과천경찰서가 황하나를 추적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23년부터다. 같은 해 황하나가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지인 2명과 필로폰을 매수해 투약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과천경찰서는 그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압박감을 느낀 황하나는 2023년 12월 갑작스레 태국으로 출국했다. 황하나는 당시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인터폴 청색수배 대상이 된 황하나는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일요시사> 취재와 정보기관이 파악한 내용을 종합하면, 황하나는 망고·태자 단지 배트남계 보이스피싱 조직 간부 또는 자금 세탁범들과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캄보디아 카르텔에 20~30대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해 성접대를 강요한 원정 성매매 알선 의혹을 받는다. 지난 24일 오전 2시 황하나는 캄보디아 프놈펜 태초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대한항공 항공기에 탑승했다. 경찰은 캄보디아로 건너가 현지 영사와 협의를 거쳐 항공기 내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5시간 후 과천경찰서 수사관들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한 황하나를 압송했다. 황하나는 “해외로 수차례 한국 여성들을 불러들인 이유가 무엇이냐?” “마약 유통과 투약 혐의를 인정하느냐?” “자진해서 입국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일요시사>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을 들여다보지 않던 과천경찰서는 갑자기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본래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은 다른 청에서 내사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관련 의혹을 캐물을 방침이다. 태국·캄보디아 전전…갑자기 자진 입국 밀입국 이후 1년 넘게 고급 호텔서 생활 황하나는 이달 초 경찰 측에 자진 입국 의사를 밝혔다. 2년 가까이 해외 도피 생활을 하다 갑자기 말이다.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게 황하나의 입장이다.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제대로 책임지고 싶어 스스로 귀국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마약 투약 혐의도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없고 지인에게 투약해준 적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수원지법 안양지원 서효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황하나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며 수사를 피해 온 점과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보기관은 황하나가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주장에 대해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캄보디아에 밀입국한 정황이 있고 1년 넘게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갈 정도로 자본적 여유가 충분했다는 게 근거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최소한 아이를 키우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게 생활하진 않았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더 나은 환경일 순 있겠지만, 황하나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현재 아이의 아버지와 연락이 끊겼다거나 캄보디아에서 끼니를 굶을 정도로 생활력이 되지 않았어야 했는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황하나의 자진 입국이 과천경찰서와의 사전 조율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황하나가 이달 초 과천경찰서 측에 변호사를 통해 자진 입국 의견을 전달하긴 했으나 이전부터 그가 수사기관의 ‘야당’ 역할을 해왔다는 게 골자다. 정보기관 “아이 때문에? 신빙성 부족” 마약 정보 제공 ‘플리바기닝’ 노리나 실제 황하나는 경찰 측과 직접 연락하거나 측근을 통해 특정 인물들에 대해 ‘마약을 투약했다’ ‘한국으로 유통하는 것 같다’는 등의 정보를 전달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곧 황하나에 대한 ‘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플리바기닝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공범에 대해 증언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구형량을 낮춰주거나 불기소 처분하는 것을 일컫는다.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도 수사 과정에서 협상의 일종인 ‘플리바기닝’을 피의자에게 제안하기도 한다. 이미 검거한 마약사범을 통해 상위 공급책을 잡으려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검찰은 지난 10년간 플리바기닝 제도화를 추진했지만, 오·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막혀 추진하지 못했다. 추적이 어렵고, 증거 확보가 어려운 범죄가 늘고 있어 플리바기닝 공식 제도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 마약 전문 변호사는 “플리바기닝은 수사기관의 오랜 관행이다. 마약범을 더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허위 진술이 내재돼있을 가능성이 있어 간혹 마약범에게 억울한 혐의가 추가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황하나를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캄보디아 당국에 황하나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도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이유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가 밀입국했기 때문에 캄보디아 입국 기록이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캄보디아에 있으니 잡아달라고 할 수 없었고 거주지를 특정한 이후 협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며 “캄보디아 당국이 한국 경찰에 비협조하는 일이 빈번한 건 사실이지 않나”고 반문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 측과 연락했던 건 ‘한국으로 들어오라’는 설득의 과정이었다”며 “일부 마약 관련 정보를 들은 경찰도 있겠지만 황하나를 비호해 온 것처럼 보인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