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 발언대> 탈북청년 백요셉 '외로운 명절나기'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4.01.27 13:5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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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생각에…통일전망대서 소주만 부었죠"

[일요시사=사회팀] 민족의 최대 명절인 설, 저마다 고향을 찾는 설이면 그 어느 때보다 외로움에 가슴을 치는 이들이 있다. 자의든 타의든 북을 떠나온 실향민들은 이번 설에도 고향 생각에 밤잠을 뒤척인다. 두고 온 가족을 그리며 남몰래 베갯잇을 적시는 실향민들. 남북이 갈라진 비극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전쟁의 포화를 피해 고향을 떠난 실향민 1세대가 있다면, 가난과 억압을 피해 고향을 떠난 실향민 2세대가 있다. 남한 사람들은 실향민 1세대와 2세대를 구분해 각각 '이산가족'과 '탈북자'란 호칭을 붙였다.

실향민 2세대

백요셉 남북대학생총연합 대표는 올해로 한국에 정착한지 5년째를 맞고 있다. 탈북자 출신 인권운동가로 알려진 백요셉은 "요즘은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잠도 실컷 자고, 연애도 하고, 이리저리 놀러 다닌다는 백요셉. "남조선을 즐기고 있다"는 그의 농담에서 한결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한국에 와서 얼마 동안은 공장에 들어가 생산직으로 돈을 벌었습니다. 그런데 1년이 지나고 나니까 '내가 이러려고 왔나'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남한으로 내려오면서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고, 북에 가족도 남기고 왔는데…. 고작 돈 몇 푼 때문에 내가 남한으로 온 건 아니거든요. 제3국에 있을 때는 한국 땅만 밟으면 무엇이든 될 것 같았는데 정작 대한민국에서 무엇을 할지 몰랐던 거죠. 그래서 오래 전부터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하자. 이렇게 마음먹고, 꿈에 그리던 대학을 가게 됐습니다."

한국외국어대학에 입학한 백요셉은 북한인권단체인 탈북청년연합과 인연을 맺은 뒤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문화콘텐츠 기획에 열을 올렸다. 백요셉은 "아프리카 아이들을 돕기 위한 운동은 있지만 북한 아이들을 돕기 위한 운동은 없었다"며 말을 이었다.


"북한이라는 나라는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심리적으로는 먼 나라죠. 그런데 전 북한을 직접 경험한 당사자고, 북한의 인권유린 실태를 잘 알고 있습니다. 이걸 외면한다는 게 마음 아팠어요. 그래서 영화든 연극이든 북한의 인권과 관련한 내용을 녹여보려 했는데 사람들은 다 정치적이라고 외면하더라고요."

이즈음 터진 게 그 유명한 '임수경 사건'이다. 백요셉은 당시를 회상하며 "임수경 의원도 처음에는 나를 허물없이 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곁에 있던 사람들이 핸드폰을 뺏는 등 과잉충성을 하면서 사건이 꼬였다는 설명이다.

"그 무렵에는 연극을 준비하면서 진보적인 사람들과 주로 만났고, 정치도 전혀 몰랐는데 사람들은 '특정한 의도를 갖고 접근했다'며 매도했어요. 또 우리는 북한정권의 피해자인데 변절자라는 모욕도 당했죠. 참을 수 없었어요. 남한 국회의원도 탈북자라는 이유로 손가락질을 하는데 이젠 난 어디에 기대야 하나. 그 일이 있고 인권운동에 환멸을 느꼈었죠."

백요셉은 "2000년대 초반까지 우리나라 진보진영이 북한의 인권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안타깝지만 이런 한국의 상황을 이해는 하고 있다"고 씁쓸해했다.

"저는요. 지금까지 북한 인권을 모른척 했던 민주당도 '개새끼'지만, 이거 가지고 정치적인 이슈로 계속 이용해먹는 한나라당(새누리당)은 더 '개새끼'라고 생각해요. 오늘도 북한에서 사람들이 굶어 죽고 있는데 왜 사람 죽는 걸로 장난을 치냐 이거예요. 어떤 사람들은 북한인권법 제정하면 한반도 평화가 깨진다고 하는데, 그럼 북한사람 다 죽어도 북한정권 눈치만 보면서 북한 인권은 외면해야 하나요? 원래 진보정당이 가져가야 할 가치가 인권인데 한국에선 거꾸로 보수정당이 북한 인권을 외쳐요. 만약 민주당이 북한 인권을 말하면 탈북자들은 분명 민주당을 지지할 거예요. 우리 얘기를 대변하는 정당을 찍을 수밖에 없잖아요?"

고향 생각에 밤새 '이리 뒤척 저리 뒤척'
다 잘될 줄 알았는데…방황하는 실향민들

백요셉은 남한의 뿌리 깊은 지역갈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그는 "탈북자들이 왜 지역갈등에 편승하겠냐"며 편견을 경계했다. 또 그는 "대부분의 탈북자는 남한에 정착하기 전에는 어떤 정치적 성향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왜 우리가 영호남 갈등에 개입해요. 이건 사실상 이념 갈등이죠. 홍어니, 보수꼴통이니 비하하는 것 말이에요. 그런데 이념 갈등이 아닌 사회 갈등은 나쁜 게 아니에요. 갈등을 통해 기득권을 견제할 수 있는 거고요. 그런데 제가 양보할 수 없는 건 북한이라는 괴물이 가운데 있는데 대한민국의 시스템 자체를 부정하고 이런 건 아니라는 거죠. 물론 한국사회도 부의 편중 등 여러가지 문제가 있어요. 그렇다고 붕괴시킬 나라는 아니에요. 대통령을 끌어내려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자유가 탈북자 입장에서는 놀라운 거죠. 무슨 부당한 일이 있으면 촛불을 들고,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사회, 이런 사회는 충분히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겁니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라는 우리 체제의 근간이 흔들리는 건 묵과할 수 없어요."

백요셉은 군부대의 초청을 받아 간간이 안보강사로 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윗세대처럼 '종북좌빨' '빨갱이 척결'과 같은 과격한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백요셉은 자신이 북에서 겪은 얘기를 가감 없이 들려준다고 했다. 본인이 직접 듣고 판단하라는 것이다.

"남한 사람들은 남한이 싫어서 자살도 하지만 북에 있는 사람들은 이런 남한에 오기 위해 지금도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나들고 있어요. 그리고 그들은 남한에 가면 우리 남녘 동포들이 따뜻하게 맞아 줄 거라 믿고 있어요. 그 믿음을 무너뜨리고 싶지 않아요. 그러려면 지금 남한에 있는 탈북자들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사회와 동화돼야 해요. 여기까지 와서 우리끼리 '미니 북한'을 만들면 안 된다는 거죠."

그러나 백요셉의 바람과는 다르게 아직까지 탈북자를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의 인식은 옹색하다. 일례로 그는 "이주노동자 광고는 있는데 탈북자 광고는 없다"고 강조했다.

"탈북자는 대한민국 국민이긴 한데 이 사회에서 아무 것도 아닌 거예요. 애매한 위치죠. 이걸 볼 때마다 너무 가슴 아파요. 그래서 탈남하는 사람도 적지 않고요. 심지어는 저도 캐나다에서 이민제의를 받은 적이 있어요. 하지만 거절했죠. 내가 택한 조국이니까 도망치고 싶지 않았어요. 제가 잘한 거겠죠?"

내가 택한 조국

백요셉은 "탈북자들에게 어떤 위로도 되지 않는 날이 1년에 3일 있다"면서 설날과 추석, 생일을 꼽았다. 특히 지난 설에는 사람들이 다 떠나고 남은 텅빈 도시를 바라보면서 자신의 마음도 텅 빈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날 통일전망대에 가서 북한하고 가장 가까운 소나무에 소주만 냅다 들이부었습니다. 그런데 옆에서 어떤 할아버지가 울고 계시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우리도 언젠가는 고향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런 날이 올까'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잊지 말아야 할 건 실향민이나 탈북자나 분단의 희생양이라는 거예요. 이런 불행은 우리 세대까지 유전됐지만 다음 세대로 넘겨주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남북 문제는 더 이상 우리가 외면할 수 없는 반드시 건너야 할 다리라고 생각합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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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트럼프발’ 통상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앞서 못 박은 시한은 끝났다. 우리나라는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날 타결했다. 이제 협상 결과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 <일요시사>가 세부 내용을 들여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을 상대로 돈을 번, 즉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둔 나라들이 표적이 됐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전 세계는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외칠 때마다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하루 전 극적 타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게 통상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지난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등 대형 정치 이슈가 거듭되면서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어도 테이블에 앉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실제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이 협상에 나섰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또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 최 전 부총리 탄핵안 상정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나라는 좀처럼 미국 실무진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산업별 관세와는 별도로 25%의 일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시한은 지난 1일로 못 박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체결로 사실상 무관세 수준이었기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에 붙는 관세 외에도 비관세 장벽(관세 이외의 수단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을 허물라는 압박도 가해졌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정밀 지도 반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상황과 맞물려 쉽게 내주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일·EU와 같은 15%로 막아 대미 투자는 3500억달러로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 통상 협상을 하루 앞두고 출국하려다 미국 측의 취소로 불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한미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차례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본의 협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가 최소한으로 맞춰야 할 기준이 생겨버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이 일부 겹치기에 일본보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출 경쟁력이 망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다. 기존 25%에서 10%포인트 줄어들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고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된다고도 했다. 동시에 자동차와 농산물을 일부 개방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지난달 27일에는 미국과 EU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 에너지 7500억달러(약 1030조원) 구매 및 대미 투자 6000억달러(약 820조원) 확대 방안을 담은 ‘무역협정 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EU의 협상 타결로 미국의 협상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무엇을, 얼마나 내놓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대미 투자액이었다. 애당초 통상 전쟁 자체가 타국이 얻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에 대미 투자라는 일종의 ‘청구서’를 요구한 셈이다. 일본이 5500억달러, EU가 6000억달러를 미국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 날아올 청구액에 관심이 쏠렸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3000억달러, 4000억달러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멋대로’ 외교에 우리나라 협상팀이 휘둘리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쌀 소고기 지켰다는데 우리나라는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협상을 타결했다. 일단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관세율은 15%,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50%)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부과 시 최혜국 대우도 약속받았다.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부분도 일본, EU와 같은 합의 내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됐던 쌀과 쇠고기 등의 개방은 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해 향후 변동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대미 투자액은 3500억달러(약 490조원)로 결정됐고 1000억달러(약 140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 상황은 지난해 기준 각각 660억달러 흑자, 685억달러 흑자로 규모가 유사한 상황에서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협상팀은 조선 협력을 내세운 게 협상 타결의 ‘키’였다고 자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온 표현이다. 자동차는 관철 못 해 아쉬운 부분으로는 자동차 관세를 꼽았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는 관세가 0%였다. 2.5%였던 일본과 비교해 근소하게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일본과 똑같은 15% 관세가 결정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우리나라 협상팀이 끝까지 자동차 관세 12.5%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협상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협상 타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유예 기간을 놓쳐 관세 25%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에 비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미국이 내민 청구서의 구체적인 부분을 더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일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 발표와 실제 합의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된 사항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등 외교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면모를 보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협상 기술을 사용한다는 평이다. 정밀 지도·국방비 등 안보 이슈 백악관서 만나 대통령끼리 담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와의 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정상회담이 ‘진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는 “한국이 투자 목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추가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투자액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청구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통상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도 반출 등 안보 사안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도 반출과 관련해) 우리가 계속 방어해왔다. 추가 양보는 없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한국과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군사기밀 유출을 우려해 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막아왔다. 정밀 지도에 해외 기업이 가진 위성사진을 결합하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지도 정보로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계와 IT업계는 정밀 지도를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을 국방비 예산으로 잡으라고 압박했다. 우리나라에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등 전방위로 요구한 바 있다. 추가 청구 나올까?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나토 회의에는 이 대통령 대신 위성락 안보실장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안보’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딜을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