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 르포> 설 앞두고 집창촌 메카 ‘용주골’ 가 보니…

  • 최용환 cyh@ilyosisa.co.kr
  • 등록 2014.01.27 11:4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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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손님들’ 받느라 명절이 더 바빠요”

[일요시사=사회팀] 파주 용주골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성매매 집결지다. 군대 갔다온 남성들이라면 용주골을 모를 리 없다. 그만큼 잘 알려진 홍등가다. 이곳은 과거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사그라드는 듯 보였지만 결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눈 내리는 날, <일요시사>가 용주골을 찾아갔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경기북부의 대표적 성매매 집결지인 용주골. 알게 모르게 많은 남성들이 이곳을 찾는다. 아마 용주골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모르면 간첩일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이름난 성매매의 메카다. 사실 용주골의 ‘리즈 시절’은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주골을 찾은 이유는 아직 살아있기 때문이다. 하향세의 모습 속 용주골의 오늘은 어떤 모습일까.

꺼지지 않는
붉은 조명…

지난 20일, 눈보라를 헤치고 경기도 파주시 파주읍 연풍리에 위치한 집장촌 ‘용주골’을 찾았다. 연풍삼거리에서 서울방향 연풍교를 건너 오른편을 바라보니 용주골 홍등가를 마주할 수 있었다. 초행길이었지만 어렵지 않게 용주골을 찾았다. 날씨 탓인지 용주골에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움추린 몸을 펴고 홍등가로 향했다.

주변 골목에 들어서자 ‘청소년 동행금지구역’이라는 간판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차량통행’이라는 노란 표지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표지판에는 화살표와 함께 ‘주차도 해드립니다’라는 친절한 문구도 안내되어 있었다. 표지판을 따라 걸어가 보니 골목길 좌우는 온통 쇼윈도로 도배된 상태였다. 그런데 문을 닫은 곳도 꽤 있었다. 천천히 둘러보니 4분의 1정도의 쇼윈도가 폐허로 변해 있었다.

기자는 폐허가 된 쇼윈도를 뒤로하고 불이 켜진 쇼윈도를 찾기 위해 열심히 걸었다. 이른 오후였기 때문이었을까. 불 꺼진 쇼윈도만 덩그러니 있었다. 어두운 쇼윈도 내부를 바라보니 TV, 의자, 난로, 담요, 세면도구, 커피 등 웬만한 건 다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쇼윈도 앞에는 연탄재를 담은 커다란 봉지가 있었다. 용주골은 여전히 연탄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주변을 둘러보던 찰나, 한 트럭을 발견했다. 이 트럭에는 연탄이 가득 실려 있었다. 그리고 한 남성이 새 연탄을 트럭에서 쇼윈도로 계속 옮기고 있었다. 그에게 다가가 호기심 가득한 말투로 ‘요즘 용주골은 어떻냐’고 물었다. 그는 퉁명한 말투로 “확실히 예전 같지는 않다. 그래도 꾸준히 찾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건물은 2층에서 3층으로 볼품없는 외관이었다. 원룸빌딩 같은 건물이 마치 소규모 연립주택처럼 들어서 있었다. 주택가를 연상시키는 그곳은 똑같은 모양과 똑같은 페인트를 바르고 서 있다. 1층 쇼윈도 통유리문만 없다면 성매매 업소란 걸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

예전 같지 않지만…24시간 돌아가는 홍등가
연휴도 풀 영업 “성매매 여성들 전원 투입”

쇼윈도 조명 위에 있는 빨간 천막은 다소 촌스러웠다. 이렇게 건물을 유심히 살피다 보니 어느새 큰 길에 들어서게 됐다. 그리고 붉게 켜진 조명 여러 개를 발견했다. 그 앞에는 차량 몇 대가 주차돼 있었다. 여기서 재밌는 점을 발견했다. 이 차량들은 눈이 쌓이지 않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차에서 내리고 들어간 지 얼마 안됐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보아하니 1층에서 고객을 유혹하고 2층에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었다. 계단 밑 낡은 갈색 작업화와 흰색 킬힐이 그 증거였다. 그리고 신발의 주인을 확인하기 위해 무작정 기다렸다. 15분 정도 지났을까. 좁은 계단 사이로 한 남성과 여성이 손을 잡고 내려왔다. 빨간색 원피스로 섹시한 몸매를 드러낸 여성은 남성의 등을 쓰다듬으며 나가는 길을 배웅했다.

남성의 모습을 보니 외국인 노동자였다. 그에게 다가가 자연스럽게 말을 건넸다. “여기 얼마예요?” 그는 파주 인근에서 3D업종에 종사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맞았다. 그는 능숙한 한국말로 “술값이 들지 않아 자주 온다”며 “우리 같은 외국인들에겐 이만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인근 공장 외국인 노동자들은 용주골을 자주 찾는다. 오로지 섹스만 파는 게 이곳의 장점이라고. 그리고 그녀는 “여기는 술 먹고 쇼하면서 지저분하게 노는 데가 아니고 깨끗하게 섹스만 하는 곳”이라며 “미성년자도 없고 임금착취도 없다”고 덧붙였다. 술 없이 깔끔하게 섹스만 하기 때문에 돈이 적게 들어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용주골의 단골손님으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그래서일까. 용주골 여성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친절하다고 전해진다. 왜냐하면 가장 큰 ‘수입원’이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면 고객의 발이 끊길 수도 있기에, 서비스에 적극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어쩌면 지금의 용주골은 ‘현대판 기지촌’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수요가 내국인 남성들을 압도한다고.
기자는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차량들이 주차돼 있는 홍등가 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멀리서 유혹의 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여기서 놀다가요. 잘 해줄게.”

무시하고 지나치자 나와서 붙잡았다.

“에이∼오빠 어디가∼여기 다 비슷하니까 그냥 여기서 놀아.”

그래서 물었다.

“얼만데?”

“30분에 10만원. 처음 왔어? 여기 다 똑같아. 일단 들어와서 커피한잔 해.”

딱 달라붙는 트레이닝복과 풍만한 가슴은 남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용주골 아가씨들의 나이대는 보통 20대 중반으로 전해진다. 30분에 10만원, 1시간에 18만원. 웬만한 서비스는 다 가능했다. 그리고 낮에는 한 여성만 쇼윈도를 지키고 있었다. 마치 ‘당직근무’를 서는 것처럼 보였다. 본격적인 영업은 밤 9시부터 시작된다.

설 연휴는? ‘피크’
아가씨 전원투입

1층 쇼윈도를 지나 2층으로 올라가면 가정집 같은 구조의 작은 방들이 있다. 3∼4평 크기인 방에는 침대와 TV, 작은 옷장 그리고 샤워 꼭지만 있는 욕실이 있다. 아가씨들의 개인 방이자 영업장이다. 아가씨들은 쇼윈도에 나와 있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엔 주로 이 방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단골’미군→외국인 노동자
‘현대판 기지촌’명맥 이어가

그렇다고 방에만 있는 건 아니다. 용주골은 다른 집장촌과 달리 자유로운 편이다. 근처 상점에 나가 쇼핑도 하고 PC방도 드나든다. 이들에게 매매춘은 단지 직업일 뿐 20대 여성들이 즐기는 문화를 그대로 누리고 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용주골 아가씨들에게 명절은 없다. 이번 설연휴는 그녀들에게 ‘피크’이기 때문. 성매매 성수기라 총원 근무한다. 의아하겠지만 명절에 이곳을 찾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있어 설 연휴는 명절이 아닌 그저 ‘빨간 날’에 불과하기 때문에 더 그렇다. 그래서 명절만큼은 모든 여성들이 ‘전원투입’된다. 설날이라고 해서 돈을 더 받지는 않는다. 기존에 받던 금액 그대로 고객들을 상대한다.

적어도 용주골은 치사한 짓은 하지 않는다. 정직하게(?) 돈을 벌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당당하다. 쇼윈도 앞에 걸린 ‘6.29 성노동자의 날 8주년 기념’ 현수막이 이를 말해준다. 여성으로서 관리도 나름 철저해 보인다. ‘여성전용 피부관리실’ 등과 같은 현수막이 걸려 있는 이유다.

파주읍 연풍리 300번지 일대는 하루 24시간 내내 청소년의 출입이 금지돼 있는 곳이다. 매매춘 지역으로 소문난 용주골의 원래 이름은 ‘용지골’이었다. 파주공고 옆에 있는 연못에서 용이 승천했다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다. 정확한 옛이름은 ‘대추벌’이다. 1960년대 초반까지 이곳엔 대추나무숲이 울창했고, 마을사람들은 가을이 되면 대추 수확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기도 했다고.

연풍리에 용주골 매매춘 지대가 형성된 것은 6·25전쟁 직후인 1953년부터다. 주한미군 2사가 파주읍에 자리잡고 1개 사단병력의 미군들이 이곳에서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자연스레 미군들을 대상으로 한 상점과 클럽들이 우후죽순 들어섰고, 당시 미군들을 상대로 한 기지촌이 형성됐다.

대추벌에 모여든 수천명의 매춘 여성들은 미군들과 살을 섞어가며 외화를 벌어들였다. 그러나 1970년대 초반미군이 점차 파주를 떠나면서 기지촌은 쇠락했다. 매춘의 현장은 치킨집이나 호프집 등으로 바뀌었다. 미군의 자리에 한국군이 주둔하면서부터, 용주골은 한국군 대상 매매춘 지역이 됐다.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수도권의 신흥 윤락 명소로 등극했다.

그러나 2004년 성매매특별법 이후 위기 속에 영업을 계속해 왔으나 경찰의 강력한 단속에 백기를 들고 50여년 만에 처음으로 문을 닫았다. 당시 파주시와 경찰은 기동대 등 15∼18명의 경찰관을 투입해 오후부터 새벽까지 집중 단속을 벌여 성매매 업주와 종업원 6명을 성매매 알선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의 단속이 계속되자 150여명의 성매매 여성이 일하고 있는 용주골 70개 업소는 일제히 문을 닫고 영업을 중단했다. 성매매특별법 제정 때도 아랑곳하지 않고 영업을 계속해온 용주골이 문을 닫았다. 당시 파주 경찰은 “용주골에 불이 꺼진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성매매가 근절될 때까지 더욱 강력한 단속을 실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후 용주골의 규모는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그리고 용주골을 젠더파크로 개발해 다양한 성교육장으로 탈바꿈 시키는 등 지역특화상품화해야 한다는 이색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간편한 섹스에…
단골 된 외노자들

한때 용주골은 무려 250여곳 업소에서 1400여명의 성매매 여성들이 일하던 ‘리즈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엔 엄청난 성업을 누리며 대표적인 성매매 집결지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지금의 모습은 왠지 초라하다. 간신히 명맥만 이어가는 수준이다.

용주골 외에도 집장촌은 곳곳에 숨어 있다. 청량리역 광장을 빠져나와 롯데백화점을 끼고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양쪽으로 펼쳐진 쇼윈도를 볼 수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이곳은 ‘메카’였다. 바로 ‘청량리588’이다. 단속 탓일까. 홍등을 밝혀놓은 집은 단 한 곳도 없다. 드문드문 보이는 ‘청소년 보호구역’이라는 표지판과 ‘철거’라고 적혀진 업소 출입문만이 남아 있을 뿐.

30분 10만 1시간 18만
발렛파킹 서비스 눈길

그러나 청량리는 아직 죽지 않았다. 죽은 척하고 있다. 화류계 한 관계자에 따르면 청량리588은 음성적으로 여전히 성을 주고 판다는 것. 밖에서 봤을 때는 모두 철거되거나 문을 닫은 듯 보이지만 숨겨진 사실이 있었다. 포주들이 근처 포장마차나 불 꺼진 업소에 몰래 대기하고 있다가 손님으로 보이는 남성에게 접근해 아가씨들이 있는 곳으로 안내한다. 근처 PC방이나 미용실 등에 대기 중이던 아가씨와 연결시켜줘 함께 모텔이나 여관으로 이동해 성매매를 한다. 경찰이 와도 속수무책이다. 연인이라고 발뺌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거대 집장촌이었던 ‘미아리 텍사스촌’ 자리에는 뉴타운이 들어선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었다.
지난 2009년 1월 ‘도시환경정비사업 신월곡 1구역’으로 지정된 미아리 텍사스 일대는 최고 39층 높이의 주상복합건물 9개동(1192 가구)이 들어설 계획이다. 그런데 이게 벌써 몇 년째다.

성매매업소가 대거 강제철퇴되면 지역 땅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뉴타운 계획은 무기한으로 연기됐고 집장촌 업주들과 종사자들은 살 떨리는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기약 없는 뉴타운 설계에 진저리가 난 주민들. 뉴타운이 지역 토박이를 위한 게 아닌 일부 부유층들을 위해 계획된 것이라는 소문도 떠돌았다.

점점 작아지는
성매매 지도

또한 영등포역 집장촌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04년 실시된 성매매특별법. 성매매를 원천적으로 근절시키겠다는 본래 취지대로 집장촌 업소의 수가 대폭 줄어든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일부 업소는 아직 영업 중이다.

영등포역을 나와 횡단보도를 두 번 건너면 어두컴컴한 골목을 마주할 수 있다. 이 길을 걸어가면 양 옆으로 총 18개의 업소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가격은 15분에 7만원으로 다소 비싼 편이다. 놀라운 건 쇼윈도 조명이 아주 환하게 켜져 있다는 것. 쇼윈도를 가로질러 가기 민망할 정도로 많은 아가씨들이 남자들을 유혹하는 손길을 뻗는다. 그렇지만 쇼윈도 조명은 그리 오래가지 않을 전망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 성매매 집장촌과 종사자는 2010년 935곳(2282명)에서 2011년 845곳(1867명), 2012년 760곳(1669명)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최용환 기자 <cyh@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부산 집창촌의 변신

성매매 완월동이 갤러리로?

한때 부산의 대표적인 성매매 집창촌이었던 부산 서구 충무동 2가 완월동 일대가 재생을 거쳐 ‘문화예술마을’로 탈바꿈 된다.

부산시는 집창촌이었던 서구 충무동2가 완월동 재생계획 용역을 부산발전연구원에 의뢰했다. 부산시는 용역 결과를 토대로 올해 중 시범사업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재생 거쳐 문화예술마을로 탈바꿈

이번에 부산시가 추진하는 완월동의 모델은 일본 요코하마가 250여곳이 밀집한 성매매 집창촌을 갤러리·서점·창작공간으로 바꾼 ‘고가네초’다. 요코하마시가 재개발을 거쳐 임대한 건물 70여곳은 현재 예술가의 아지트나 연구소로 변신했다. 부산시는 성과에 따라 해운대 집창촌으로 사업을 확대 실시할 계획이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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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