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세태> 신개념 ‘성인 소셜데이팅’ 충격실태

  • 최용환 cyh@ilyosisa.co.kr
  • 등록 2014.01.21 11:3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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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굶주린 남녀에 하루 한명씩 섹파 소개

[일요시사=사회팀] 섹스파트너를 구하는 사이트가 성행하고 있다. ‘섹파’를 원하는 남녀를 이어준다는 것. 이 사이트를 운영하는 ‘마담뚜’는 중매인 역할을 한다. 적극적으로 만남을 성사시켜 주겠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곳 회원들은 각자 상대방의 프로필을 확인한 뒤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에 대해 알아간다. 그리고 번호를 공유해 오프라인 만남을 시도한다. 과연 이 사이트에서 섹파를 만날 수 있을까.




‘하루에 한 명씩 섹스파트너를 소개시켜 드립니다.’ 성인들을 위한 신개념 사이트가 등장했다. 이 사이트는 섹스에 굶주린 남녀들을 대상으로 섹스파트너를 소개시켜준다. 다소 자극적인 일러스트의 메인 화면이 이곳의 정체성을 말해준다. 은밀하게 ‘성인 소셜데이팅’을 연결시켜주는 섹파사이트는 100% 무료라는 점을 강조하며 많은 성인들을 회원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 신개념 사이트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일요시사>가 직접 회원 가입해 섹파사이트의 실상을 알아봤다.

아담한 그곳
C컵 분홍가슴

성적 욕구는 화산처럼 타오르지만 주변에 이성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 섹스는 하고 싶은데 상대는 없고, 업소를 가자니 쪽팔리고, 이런 사람들을 위해 태어난 성인사이트가 있다. 일명 ‘마담뚜’. 이 사이트는 자극적인 문구와 친절한 안내로 성인 회원들을 모집하고 있다. 회원에게는 매일 무료로 섹파를 소개시켜준다는 것. 믿기 힘들었다. 정말 섹파를 만날 수 있을까. 궁금증을 풀고자 해당 사이트에 접속해 상단에 있는 회원가입 버튼을 눌렀다.

섹파사이트는 우선 닉네임, 휴대폰 번호, 이메일 주소를 요구했다. 휴대폰으로 인증번호를 받고 나머지 정보를 정확히 입력한 뒤 다음으로 넘어갔다. 두번째는 키워드 작성. 성격, 외모, 선호하는 섹스 체위 등을 입력하는 단계였다. 성격과 외모의 경우 빈칸이 있었다. 성격의 예제로 ‘얌전한 섹마’ ‘화끈한 강쇠’ ‘충성스러운 펫’ ‘누님들의 완소남’ ‘쿨한 마인드’ ‘속시원한 솔직함’ ‘내성적인 섹스머신’ 등이 있었다. 외모의 경우 ‘20cm 똘똘이’ ‘C컵 분홍 가슴’ ‘진정한 식스팩’ ‘아담한 그곳’ ‘섹시한 발가락’ ‘피부미인’ ‘20대 몸매’ ‘거기에 털이 안 나요’ 등 다소 선정적인 문구가 안내되어 있었다.

마담뚜는 분석 결과, 키워드 및 소개를 성의 있고 매력적으로 입력하면 ‘뚜 성공률(섹파 성공률)’이 5.8배 증가한다고 강조했다. 기자는 예제를 참고한 뒤 비슷한 성격의 문구들로 빈칸을 채웠다. 빈칸을 채우고 나니 ‘선호하는 섹스 체위’가 기다리고 있었다. 본인이 선호하는 체위 2가지 이상을 선택하라는 것이었다. 14개의 체위 자세는 매우 노골적으로 표현돼 있었다. 남녀가 관계하는 장면을 체위별로 정리한 것. 이중 2개를 선택했다.


다음 질문은 직업과 차량이었다. 다소 엉뚱했지만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었다. 직업 및 차량을 솔직히 적고 다음 페이지로 이동했다.

다음 단계는 프로필 사진등록. 아마 가장 중요한 단계일 것이다. 마담뚜는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확실한 사진이 필요하다며 얼굴을 제외한 부위를 자신 있게 노출해야만 섹파로 선택될 확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명함, 이름표, 메일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들어간 사진을 등록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고 알리기도 했다. 프로필 사진을 인증하는 여성회원에게는 특혜가 있었다. 여성회원의 경우 사진 인증을 하면 5만원을 준다는 것. 단, 얼굴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가슴이 노출된 사진을 찍어야만 한다. A4용지에 회원임을 증명할 수 있는 키워드를 적는 것도 필수다.

‘사이버 마담뚜’다년간 숙련된 중매인 역할
‘잠자리 커플’연결해주는 성인사이트 기승

사진은 최대 5장까지 올릴 수 있었다. 사진의 안 좋은 예로는 ‘매력없는 증명사진’ ‘성기노출사진’ ‘개인정보가 포함된 사진’ 등이었고, 좋은 예로는 ‘섹시한 독사진’ ‘과감한 노출샷’ ‘마담 뚜 인증사진’ 등이었다. 기자는 무난한 사진 한 장을 업로드 했다.

이로써 회원가입 절차는 모두 끝났다. 그리고 안내창이 떴다. 안내창의 내용은, 회원가입이 바로 승인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남녀 성비에 맞게 회원을 받는다는 설명이었다. 기재한 내용이 불성실하다고 판단되면 회원으로 승인해주지 않는다고. 최소 하루에서 이틀 정도가 걸린다고 알렸지만 이게 웬걸, 회원가입 후 5분이 지났을까. 바로 가입이 됐다. 사이트에 로그인하니 마담뚜의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축하드려요. 프로필이 승인됐어요. 매일 하루에 한 명, 섹스파트너를 만날 그날까지 마담뚜가 도와 드릴게요’. 개인정보 창에는 ‘뻐꾸기 메시지’ ‘OK권’ 등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이메일이 도착했다. ‘프로필이 승인되었습니다. 지금 오늘의 뚜를 만나보세요. [뚜]’. 얼마 후 문자도 왔다. ‘오늘의 인연이 도착했어요. 지금 바로 뚜를 확인해 보세요.

부위 어필로
파트너 골라


회원가입 후 여러 장의 초대쪽지가 날라 왔다. 그리고 한 여성회원이 이용권을 선물해줬다. 대화의 시작이었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먼저 말을 걸었다. 이 사이트 내 ‘섹파카페’에서 이루어진 대화다.

“안녕하세요. 섹파 찾는 애로스(닉네임)에요” “네. 안녕하세요. 어디 사시죠?” “구리 살아요. 그쪽은 어디?” “저는 서울 사는데요. 어떤 일 하시나요?” “자영업해요.” “아, 그러시구나. 우리 이러지 말고 톡으로 대화하는 게 어떨까요?”

따로 연락하자고 제안하자 그녀는 조금 경계하는 듯했다. “그쪽이 사기일 수도 있잖아요. 일단 서로에 대해 더 알고 나서 따로 연락하죠.”




이렇게 대화를 하다 보니 어느새 선물 받은 이용권이 바닥났다. 대화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는 이용권을 구매해야 하는 상황. ‘사기’를 떠나서 이러다간 돈이 탈탈 털릴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대화를 중단하고 사이트를 조사했다.

사실 섹파사이트는 사기였다. 이 사이트에서 돈을 날린 피해자들이 수두룩했다. 알고 보니 이 사이트는 사업자 번호를 가상으로 개설해 온라인으로 사기를 치고 있었다. 주소 역시 검색해보면 없는 주소로 나온다. 핵심은 IP주소다. 이 사이트의 IP주소는 한국에서 운영되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존재하지 않는 사업장이 온라인상에서 어떻게 대놓고 영업을 할 수 있었던 걸까. 바로 가상 IP를 통했기 때문이다.

이 사이트 IP는 한국이 아닌 미국에 있었다. 어떻게 우회가 가능할까. 바로 중국의 개별 서버를 사업장으로 싸게 빌려 사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실제로 주소를 추적해 보니 운영 서버의 위치는 중국의 텐진이나 잘 알려지지 않은 산간지방에 있었다. 이것이 바로 섹파사이트의 민낯이다.

이 사이트는 100% 무료라는 점을 강조해 성인 회원들을 모집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가입하면 ‘아이템’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유료결제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유료결제는 소 일일 단위가 아닌 월단위 혹은 연단위로 큼직하게 묶여 있다. 이용권인 ‘OK권’은 30일에 3만5000원, 60일에 5만5000원, 90일에 7만원이다. 메시지는 10개 이상 사용 시 새로운 이용권을 추가로 구매해야한다. 가격은 무려 5통에 9만9000원, 10통에 6만9000원, 500통에 9만9000원.

수상한 점이라 볼 수 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아이템 결제 후 이용권이 늦게 들어오거나 이용권에 대한 시간제한이 있었다. 이용 중 한도권이 빠르게 소진되는 경향도 공통된 의견이었다. 그리고 상대가 대화 자체를 질질 끈다는 점도 사기성을 알아챌 수 있는 부분이다.

메시지 보냈더니…
이용권 요금 폭탄

이러한 점을 미루어 보면, 가입 후 오는 여러 장의 초대쪽지는 일종의 유도형 쪽지로 자동진행되는 타입의 데이터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용권 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장치라는 것이다. 그리고 사이트 내 Q&A 등 게시판 내용들도 사기성이 다분하다. 이 사이트 운영자인 마담뚜는 사기성을 감추기 위해 여러 형태의 증거들을 눈에 띄게 남긴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오늘의 뚜 성공’으로 많은 섹파커플이 탄생했다고 대문짝만하게 알리는 것이다. 또한 허위로 작성된 이용 후기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이들은 알바로 고용된 몇몇 가상의 인물이 일부러 미끼로 채팅 이용권을 소량으로 보내주고 그 뒤에는 이용권을 구매하도록 유인하는 수법을 쓰는 것이다.

선호하는 체위 등 입력
프로필 확인한 뒤 만남


한 피해자의 대화내용 일부를 보면 이 사이트의 진실을 알 수 있다.

피해자 “메시지는 돈이 드니까 톡으로 대화해요.” 여성 “그러지 말고 자기소개부터 자세히 해주세요.” 피해자 “…소개 드렸으니 개인적으로 연락하죠.” 여성 “지금 휴대폰을 잃어버려서…” 이렇게 대화가 늘어지면서 피해자의 이용권은 계속 바닥났다.

피해자 “천천히 찾으세요.” 여성 “찾았어요! 제 사진부터 보내드릴게요. 번호 알려주세요.”피해자 “네! 01X-XXXX-XXXX” 여성 “사진과 함께 제가 이용하는 어플 초대 드렸으니, 다운받아서 깔고 그걸로 대화해요.”

이후 여성은 자신의 어플 닉네임을 알려준 뒤 대화방을 나갔다. 상대를 찾기 위해 어플로 들어가 닉네임을 검색해봤자 아이디 및 정보가 없다고 뜬다. 그리고 피해자가 자동소액결제로 이 사이트에서 날린 금액 50만원. 이런 식의 대화가 계속되면 상상을 초월할 금액이 증발된다. 1대1 상담을 해도 소용없다. 사이트 측은 전혀 사기가 아니라며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뻔뻔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욕구불만족인 순진남들은 이러한 사기에 넘어가며 이들을 배불리고 있다.




이 사이트에 가입하면 매일 아침 9시에 ‘오늘의 뚜’를 확인하라는 메시지를 받을 수 있다. ‘매일 동시간대 오는 메시지’ 이 자체를 수상히 여겨야 한다. 이것은 무작위 자동 발송일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사기 당하고 싶은 사람은 오늘의 뚜를 클릭하라는 것이다.

또 놀라운 사실이 있다. 이 사이트는 사기 후 증거소멸을 위해 주기적으로 데이터를 삭제하고 덮어씌우기를 반복한다. 실제로 가입 후 다음 날 이 사이트는 유령사이트가 돼 있었다. 검색해보니 다른 도메인으로 사기를 치고 있었다. 도메인은 무려 130여개로 알려진다. 사이트 공지 글을 확인한 결과 2012년 2월부터 서비스가 시작되어 현재까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루에 10∼20명이 10만원씩 결제했다고 한다면, 100만∼200만원이다. 현재까지 대략 6억에서 12억 정도의 매출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악질 사이트 운영자는 어떻게 처벌할까. 안타깝게도 이들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대포 통장 등을 사용하기 때문에 사이버 수사대의 수사에도 한계가 있다. 몇몇 피해자들은 유해사이트 차단 신고를 하지만 그 처리 기간도 오래 걸릴 뿐더러 다양한 도메인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들의 움직임을 막을 뚜렷한 방법이 없다.

행여 가입한 뒤 불안에 걱정하는 이들에게 가장 좋은 방법을 제시한다면, 이용권 결제 후 사기성이 의심돼 어찌할 바 모르는 상황이라면 해당 계좌의 출금정지를 요청하는 것이 좋다. 본인에게는 결제완료가 확인될지 모르나 계좌이체의 경우 금융사에서는 실제사항을 조사하기 위해 10∼30분 정도의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금액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해당 은행에 찾아가 요청하면 된다.

또한 따로 탈퇴하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난감할 것이다. 가입시 정보란에 기재한 휴대폰 번호가 본인 명의의 것이 분명하다면 소액결제를 일시 차단하고 유해 사이트 및 어플로 자동 연결되는 메시지의 내용은 확인 즉시 바로 삭제하는 것이 좋다. 스미싱의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 서버 둔
사기성 사이트

넘치는 성욕에 이성을 잃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성인 사이트에 접속하는 사람들. 이렇게 순진한 사람들이 많기에 이러한 악질 사이트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표적이 되지 않기 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채팅 어플’ 성매매 실태

“하룻밤 엔조이 OK?”

일부 채팅 어플들이 성매매 창구로 이용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채팅 어플을 통해 성매매를 한 여중생 3명이 입건되는 사건이 있었다. A어플은 ‘남친, 여친, 친구, 애인을 만드는 채팅, 미팅 어플’이라 소개하면서 영화친구, 영어친구, 쇼핑친구, 친구대행 등 다양한 알바도 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와 유사한 B어플의 경우 연령대별 토크방과 미팅, 채팅, 피플, 갤러리의 카테고리로 나뉘어져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글을 남길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문제는 ‘미팅’ 게시판이었다. 이 게시판에는 성적 만남을 원하는 각종 글들이 가득했다. ‘보일 듯 말 듯’ ‘찢어진 스타킹’ ‘귀여운 교복녀’ 등 자극적인 제목이 즐비했다.

한 어플 담당자는 단순히 만나자는 글까지 제재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사전에 이를 제재하기는 어려웠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에 따르면 사전 심의는 검열로 간주되므로, 어플은 사후심의만 이루어진다. 방통심의위는 자체 모니터링과 신고접수를 통해 유해 어플에 대한 조치를 취한다고는 하지만 90만개에 육박하는 전체 어플 앞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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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