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세태> 신개념 ‘성인 소셜데이팅’ 충격실태

  • 최용환 cyh@ilyosisa.co.kr
  • 등록 2014.01.21 11:3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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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굶주린 남녀에 하루 한명씩 섹파 소개

[일요시사=사회팀] 섹스파트너를 구하는 사이트가 성행하고 있다. ‘섹파’를 원하는 남녀를 이어준다는 것. 이 사이트를 운영하는 ‘마담뚜’는 중매인 역할을 한다. 적극적으로 만남을 성사시켜 주겠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곳 회원들은 각자 상대방의 프로필을 확인한 뒤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에 대해 알아간다. 그리고 번호를 공유해 오프라인 만남을 시도한다. 과연 이 사이트에서 섹파를 만날 수 있을까.




‘하루에 한 명씩 섹스파트너를 소개시켜 드립니다.’ 성인들을 위한 신개념 사이트가 등장했다. 이 사이트는 섹스에 굶주린 남녀들을 대상으로 섹스파트너를 소개시켜준다. 다소 자극적인 일러스트의 메인 화면이 이곳의 정체성을 말해준다. 은밀하게 ‘성인 소셜데이팅’을 연결시켜주는 섹파사이트는 100% 무료라는 점을 강조하며 많은 성인들을 회원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 신개념 사이트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일요시사>가 직접 회원 가입해 섹파사이트의 실상을 알아봤다.

아담한 그곳
C컵 분홍가슴

성적 욕구는 화산처럼 타오르지만 주변에 이성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 섹스는 하고 싶은데 상대는 없고, 업소를 가자니 쪽팔리고, 이런 사람들을 위해 태어난 성인사이트가 있다. 일명 ‘마담뚜’. 이 사이트는 자극적인 문구와 친절한 안내로 성인 회원들을 모집하고 있다. 회원에게는 매일 무료로 섹파를 소개시켜준다는 것. 믿기 힘들었다. 정말 섹파를 만날 수 있을까. 궁금증을 풀고자 해당 사이트에 접속해 상단에 있는 회원가입 버튼을 눌렀다.

섹파사이트는 우선 닉네임, 휴대폰 번호, 이메일 주소를 요구했다. 휴대폰으로 인증번호를 받고 나머지 정보를 정확히 입력한 뒤 다음으로 넘어갔다. 두번째는 키워드 작성. 성격, 외모, 선호하는 섹스 체위 등을 입력하는 단계였다. 성격과 외모의 경우 빈칸이 있었다. 성격의 예제로 ‘얌전한 섹마’ ‘화끈한 강쇠’ ‘충성스러운 펫’ ‘누님들의 완소남’ ‘쿨한 마인드’ ‘속시원한 솔직함’ ‘내성적인 섹스머신’ 등이 있었다. 외모의 경우 ‘20cm 똘똘이’ ‘C컵 분홍 가슴’ ‘진정한 식스팩’ ‘아담한 그곳’ ‘섹시한 발가락’ ‘피부미인’ ‘20대 몸매’ ‘거기에 털이 안 나요’ 등 다소 선정적인 문구가 안내되어 있었다.

마담뚜는 분석 결과, 키워드 및 소개를 성의 있고 매력적으로 입력하면 ‘뚜 성공률(섹파 성공률)’이 5.8배 증가한다고 강조했다. 기자는 예제를 참고한 뒤 비슷한 성격의 문구들로 빈칸을 채웠다. 빈칸을 채우고 나니 ‘선호하는 섹스 체위’가 기다리고 있었다. 본인이 선호하는 체위 2가지 이상을 선택하라는 것이었다. 14개의 체위 자세는 매우 노골적으로 표현돼 있었다. 남녀가 관계하는 장면을 체위별로 정리한 것. 이중 2개를 선택했다.


다음 질문은 직업과 차량이었다. 다소 엉뚱했지만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었다. 직업 및 차량을 솔직히 적고 다음 페이지로 이동했다.

다음 단계는 프로필 사진등록. 아마 가장 중요한 단계일 것이다. 마담뚜는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확실한 사진이 필요하다며 얼굴을 제외한 부위를 자신 있게 노출해야만 섹파로 선택될 확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명함, 이름표, 메일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들어간 사진을 등록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고 알리기도 했다. 프로필 사진을 인증하는 여성회원에게는 특혜가 있었다. 여성회원의 경우 사진 인증을 하면 5만원을 준다는 것. 단, 얼굴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가슴이 노출된 사진을 찍어야만 한다. A4용지에 회원임을 증명할 수 있는 키워드를 적는 것도 필수다.

‘사이버 마담뚜’다년간 숙련된 중매인 역할
‘잠자리 커플’연결해주는 성인사이트 기승

사진은 최대 5장까지 올릴 수 있었다. 사진의 안 좋은 예로는 ‘매력없는 증명사진’ ‘성기노출사진’ ‘개인정보가 포함된 사진’ 등이었고, 좋은 예로는 ‘섹시한 독사진’ ‘과감한 노출샷’ ‘마담 뚜 인증사진’ 등이었다. 기자는 무난한 사진 한 장을 업로드 했다.

이로써 회원가입 절차는 모두 끝났다. 그리고 안내창이 떴다. 안내창의 내용은, 회원가입이 바로 승인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남녀 성비에 맞게 회원을 받는다는 설명이었다. 기재한 내용이 불성실하다고 판단되면 회원으로 승인해주지 않는다고. 최소 하루에서 이틀 정도가 걸린다고 알렸지만 이게 웬걸, 회원가입 후 5분이 지났을까. 바로 가입이 됐다. 사이트에 로그인하니 마담뚜의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축하드려요. 프로필이 승인됐어요. 매일 하루에 한 명, 섹스파트너를 만날 그날까지 마담뚜가 도와 드릴게요’. 개인정보 창에는 ‘뻐꾸기 메시지’ ‘OK권’ 등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이메일이 도착했다. ‘프로필이 승인되었습니다. 지금 오늘의 뚜를 만나보세요. [뚜]’. 얼마 후 문자도 왔다. ‘오늘의 인연이 도착했어요. 지금 바로 뚜를 확인해 보세요.

부위 어필로
파트너 골라


회원가입 후 여러 장의 초대쪽지가 날라 왔다. 그리고 한 여성회원이 이용권을 선물해줬다. 대화의 시작이었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먼저 말을 걸었다. 이 사이트 내 ‘섹파카페’에서 이루어진 대화다.

“안녕하세요. 섹파 찾는 애로스(닉네임)에요” “네. 안녕하세요. 어디 사시죠?” “구리 살아요. 그쪽은 어디?” “저는 서울 사는데요. 어떤 일 하시나요?” “자영업해요.” “아, 그러시구나. 우리 이러지 말고 톡으로 대화하는 게 어떨까요?”

따로 연락하자고 제안하자 그녀는 조금 경계하는 듯했다. “그쪽이 사기일 수도 있잖아요. 일단 서로에 대해 더 알고 나서 따로 연락하죠.”




이렇게 대화를 하다 보니 어느새 선물 받은 이용권이 바닥났다. 대화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는 이용권을 구매해야 하는 상황. ‘사기’를 떠나서 이러다간 돈이 탈탈 털릴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대화를 중단하고 사이트를 조사했다.

사실 섹파사이트는 사기였다. 이 사이트에서 돈을 날린 피해자들이 수두룩했다. 알고 보니 이 사이트는 사업자 번호를 가상으로 개설해 온라인으로 사기를 치고 있었다. 주소 역시 검색해보면 없는 주소로 나온다. 핵심은 IP주소다. 이 사이트의 IP주소는 한국에서 운영되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존재하지 않는 사업장이 온라인상에서 어떻게 대놓고 영업을 할 수 있었던 걸까. 바로 가상 IP를 통했기 때문이다.

이 사이트 IP는 한국이 아닌 미국에 있었다. 어떻게 우회가 가능할까. 바로 중국의 개별 서버를 사업장으로 싸게 빌려 사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실제로 주소를 추적해 보니 운영 서버의 위치는 중국의 텐진이나 잘 알려지지 않은 산간지방에 있었다. 이것이 바로 섹파사이트의 민낯이다.

이 사이트는 100% 무료라는 점을 강조해 성인 회원들을 모집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가입하면 ‘아이템’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유료결제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유료결제는 소 일일 단위가 아닌 월단위 혹은 연단위로 큼직하게 묶여 있다. 이용권인 ‘OK권’은 30일에 3만5000원, 60일에 5만5000원, 90일에 7만원이다. 메시지는 10개 이상 사용 시 새로운 이용권을 추가로 구매해야한다. 가격은 무려 5통에 9만9000원, 10통에 6만9000원, 500통에 9만9000원.

수상한 점이라 볼 수 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아이템 결제 후 이용권이 늦게 들어오거나 이용권에 대한 시간제한이 있었다. 이용 중 한도권이 빠르게 소진되는 경향도 공통된 의견이었다. 그리고 상대가 대화 자체를 질질 끈다는 점도 사기성을 알아챌 수 있는 부분이다.

메시지 보냈더니…
이용권 요금 폭탄

이러한 점을 미루어 보면, 가입 후 오는 여러 장의 초대쪽지는 일종의 유도형 쪽지로 자동진행되는 타입의 데이터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용권 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장치라는 것이다. 그리고 사이트 내 Q&A 등 게시판 내용들도 사기성이 다분하다. 이 사이트 운영자인 마담뚜는 사기성을 감추기 위해 여러 형태의 증거들을 눈에 띄게 남긴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오늘의 뚜 성공’으로 많은 섹파커플이 탄생했다고 대문짝만하게 알리는 것이다. 또한 허위로 작성된 이용 후기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이들은 알바로 고용된 몇몇 가상의 인물이 일부러 미끼로 채팅 이용권을 소량으로 보내주고 그 뒤에는 이용권을 구매하도록 유인하는 수법을 쓰는 것이다.

선호하는 체위 등 입력
프로필 확인한 뒤 만남


한 피해자의 대화내용 일부를 보면 이 사이트의 진실을 알 수 있다.

피해자 “메시지는 돈이 드니까 톡으로 대화해요.” 여성 “그러지 말고 자기소개부터 자세히 해주세요.” 피해자 “…소개 드렸으니 개인적으로 연락하죠.” 여성 “지금 휴대폰을 잃어버려서…” 이렇게 대화가 늘어지면서 피해자의 이용권은 계속 바닥났다.

피해자 “천천히 찾으세요.” 여성 “찾았어요! 제 사진부터 보내드릴게요. 번호 알려주세요.”피해자 “네! 01X-XXXX-XXXX” 여성 “사진과 함께 제가 이용하는 어플 초대 드렸으니, 다운받아서 깔고 그걸로 대화해요.”

이후 여성은 자신의 어플 닉네임을 알려준 뒤 대화방을 나갔다. 상대를 찾기 위해 어플로 들어가 닉네임을 검색해봤자 아이디 및 정보가 없다고 뜬다. 그리고 피해자가 자동소액결제로 이 사이트에서 날린 금액 50만원. 이런 식의 대화가 계속되면 상상을 초월할 금액이 증발된다. 1대1 상담을 해도 소용없다. 사이트 측은 전혀 사기가 아니라며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뻔뻔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욕구불만족인 순진남들은 이러한 사기에 넘어가며 이들을 배불리고 있다.




이 사이트에 가입하면 매일 아침 9시에 ‘오늘의 뚜’를 확인하라는 메시지를 받을 수 있다. ‘매일 동시간대 오는 메시지’ 이 자체를 수상히 여겨야 한다. 이것은 무작위 자동 발송일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사기 당하고 싶은 사람은 오늘의 뚜를 클릭하라는 것이다.

또 놀라운 사실이 있다. 이 사이트는 사기 후 증거소멸을 위해 주기적으로 데이터를 삭제하고 덮어씌우기를 반복한다. 실제로 가입 후 다음 날 이 사이트는 유령사이트가 돼 있었다. 검색해보니 다른 도메인으로 사기를 치고 있었다. 도메인은 무려 130여개로 알려진다. 사이트 공지 글을 확인한 결과 2012년 2월부터 서비스가 시작되어 현재까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루에 10∼20명이 10만원씩 결제했다고 한다면, 100만∼200만원이다. 현재까지 대략 6억에서 12억 정도의 매출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악질 사이트 운영자는 어떻게 처벌할까. 안타깝게도 이들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대포 통장 등을 사용하기 때문에 사이버 수사대의 수사에도 한계가 있다. 몇몇 피해자들은 유해사이트 차단 신고를 하지만 그 처리 기간도 오래 걸릴 뿐더러 다양한 도메인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들의 움직임을 막을 뚜렷한 방법이 없다.

행여 가입한 뒤 불안에 걱정하는 이들에게 가장 좋은 방법을 제시한다면, 이용권 결제 후 사기성이 의심돼 어찌할 바 모르는 상황이라면 해당 계좌의 출금정지를 요청하는 것이 좋다. 본인에게는 결제완료가 확인될지 모르나 계좌이체의 경우 금융사에서는 실제사항을 조사하기 위해 10∼30분 정도의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금액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해당 은행에 찾아가 요청하면 된다.

또한 따로 탈퇴하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난감할 것이다. 가입시 정보란에 기재한 휴대폰 번호가 본인 명의의 것이 분명하다면 소액결제를 일시 차단하고 유해 사이트 및 어플로 자동 연결되는 메시지의 내용은 확인 즉시 바로 삭제하는 것이 좋다. 스미싱의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 서버 둔
사기성 사이트

넘치는 성욕에 이성을 잃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성인 사이트에 접속하는 사람들. 이렇게 순진한 사람들이 많기에 이러한 악질 사이트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표적이 되지 않기 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채팅 어플’ 성매매 실태

“하룻밤 엔조이 OK?”

일부 채팅 어플들이 성매매 창구로 이용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채팅 어플을 통해 성매매를 한 여중생 3명이 입건되는 사건이 있었다. A어플은 ‘남친, 여친, 친구, 애인을 만드는 채팅, 미팅 어플’이라 소개하면서 영화친구, 영어친구, 쇼핑친구, 친구대행 등 다양한 알바도 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와 유사한 B어플의 경우 연령대별 토크방과 미팅, 채팅, 피플, 갤러리의 카테고리로 나뉘어져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글을 남길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문제는 ‘미팅’ 게시판이었다. 이 게시판에는 성적 만남을 원하는 각종 글들이 가득했다. ‘보일 듯 말 듯’ ‘찢어진 스타킹’ ‘귀여운 교복녀’ 등 자극적인 제목이 즐비했다.

한 어플 담당자는 단순히 만나자는 글까지 제재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사전에 이를 제재하기는 어려웠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에 따르면 사전 심의는 검열로 간주되므로, 어플은 사후심의만 이루어진다. 방통심의위는 자체 모니터링과 신고접수를 통해 유해 어플에 대한 조치를 취한다고는 하지만 90만개에 육박하는 전체 어플 앞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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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개> 검찰 수사 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②윤통의 영구 집권 큰 그림

[단독 공개] 검찰 수사 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②윤통의 영구 집권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12·3 비상계엄이 해제된 지도 5개월이 지났다. 위헌이자 위법이었기에 내란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 전 대통령은 반국가 세력과 간첩을 여러 차례 언급하면서 과거와는 다른 유형의 계엄을 선포했다. 결과적으로 실패했으나 전두환보다 위험했고 무모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의 내란 수사 기록에는 그가 영구 집권을 꿈꾼 정황이 확인됐다. “규모로만 봤을 때는 성공할 수밖에 없었다.” 군 전문가들과 법조인들이 바라본 12·3 내란 사태에 대한 평가다. 재판에 넘겨진 군 장성들의 진술조서에도 이들의 규모와 체계가 구체적으로 적시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려 영구 집권을 계획했던 걸까? 경고성이자 평화적 계엄이었다는 주장은 무색하게만 들린다. 경고성 계엄? 대규모 준비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사태는 1979년 12·12 군사 반란과 흡사하면서도 다르다. 전두환씨는 당시 반란을 통해 1980년 5·17 비상계엄의 발판을 마련했다. 국회의원들을 협박하기 위해 군대를 파견했으나 장교 3명, 병사 95명에 불과했다. 윤 전 대통령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등에 투입한 경찰과 군인 수는 각각 3144명, 1605명이다. 군 1605명을 부대별로 나눠보면 육군 특수전사령부 1109명, 수도방위사령부 282명, 국군방첩사령부 164명, 국군정보사령부 약 40명, 국방부 조사본부 10명이다. 전씨의 반란과 비교하면 약 16배가 더 투입됐다. 군사력에 의존해 기존의 사회 시스템을 무너뜨린 행위는 같으나 규모로 보면 국회의원들을 겁박하는 수준을 넘어 국회를 점령하거나 통제하려 했다고 볼 수 있다. 사실상 목적이 뚜렷한 친위 쿠데타였다는 평가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내란 수사 기록을 보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계엄 열흘 전 (윤 전 대통령이) ‘10명이 넘는 관료들을 탄핵하는데 어떻게 나라를 이끌어갈 수 있냐’고 말씀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외에도 김 전 장관에게 ▲명태균씨 공천 개입 의혹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 재판·수사 관련 판·검사 탄핵 가능성 등을 언급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도 “윤 전 대통령이 항상 헌법상 비상조치를 해야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씀했고 평소에도 이런 말씀을 많이 하셨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른바 ‘충암파’로 불리던 최측근들에게 자신의 의견에 대해 반대하거나 정책에 태클을 거는 이들을 ‘반국가 세력’이자 ‘간첩’이라고 규정했다. 여 전 사령관은 검찰 조사에서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 조해주, 조국, 양정철, 이학영, 김민석, 김민웅, 김명수, 김어준, 박찬대, 권순일 등이 체포 명단에 있다. 윤 전 대통령이 평소에도 부정적으로 말했던 사람들이다.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정치 활동 금지 포고령 위반자들에 대해 전시 합동수사본부서 체포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1년 전부터 “특단의 대책” 사실상 계엄 언급 군 장성 대부분 우려 “성공 가능성 낮다” 판단 국회에 투입된 군이 위에 언급된 이들을 체포했다면 비상계엄 해제는 불가능했다. 윤 전 대통령이 국회 장악에 성공했다면 건설적 논의 없이 “반국가 세력을 척결해야 한다”며 자신의 불법적 행위를 합리화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통령실 출신 한 여권 인사는 “임기 초부터 여소야대 형국이다 보니 온갖 정책에 브레이크가 걸려 윤 전 대통령이 ‘격노’를 자주 했다. 술도 자주 마셨고 날이 갈수록 자신에게 직언하는 참모를 멀리했다. 항상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정치권 관계자도 “합법적 수단을 통해 권력을 소유하던 국가 지도자가 입법부를 해체하거나 헌법을 무효화하려 했다면 쿠데타다. 체제 전복 행위로 이어지고 대부분 전체주의적 독재자가 된다. 윤 전 대통령도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여 전 사령관은 계엄 성공 가능성을 낮게 봤다. 여 전 사령관은 검찰에 “계엄 당일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연락해서 ‘오늘 뭔 일 있는 거 아니냐’고 물었고 국무위원, 안보실장 등의 안전장치가 있는데 설마 하겠냐”고 했다. 또 여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정치적 문제를 왜 군사적인 계엄령으로 하느냐. 장병들이 초기에는 따를 수 있지만, 오래 갈 수 있겠느냐. 지금 대한민국 군대는 예전과 같지 않다. 휴대폰, SNS 등이 있어서 안 된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군 간부들은 윤 전 대통령의 국회 무력화에 대해 여러 차례 증언했다. 국회 무력화 시도 수차례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 수사보고서에는 특전사령부 소속 김형기 1특전대대장이 이상현 여단장으로부터 “‘담을 넘어가 국회 본관으로 들어가서 (국회)의원들을 끄집어내라. 걔들이(국회의원들이) 문 잠그고, 의결(계엄 해제 의결)을 하려고 한다’ 대통령님이 ‘(본회의장) 문짝 부숴서라도 다 끄집어내라고 한다’고 했다”고 적시됐다. 군인들이 국회의원을 체포하려 한 정황도 확인된다. 곽종근 전 사령관의 지시로 국회로 이동한 김현태 특전사령부 대령은 “케이블타이는 어떤 목적으로 갖고 간 것이냐”는 특수본 검사의 질문에 “특전사의 경우 테러 진압 시 적을 포박하기 위한 용도로 케이블타이를 쓴다. 곽 전 사령관이 ‘들어가서 끌어낼 수 있겠느냐. 진입이 안 되냐. 150명이 안 되는데’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김창학 수방사 군사경찰단장도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이 ‘국회 담을 넘어 들어가 게이트를 차단한 후 불응하는 사람들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김대우 전 방첩사 수사단장은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우리 부대 수사관 5명, 군사경찰 5명, 경찰 5명 등 타 인원과 25명으로 팀을 꾸려라. 이송 및 구금 명단은 14명이고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 조해주, 조국, 양경수, 양정철, 이학영, 김민석, 김민웅, 김명수, 김어준, 박찬대, 정청래 등에 대해서는 인수받아 호송 후 구금시설로 이동한다”고 지시받았다. 김 전 수사단장은 “여 전 사령관이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에게 집중하고 위치추적과 구금까지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국회가 내란 사태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 계엄을 해제하는 데 성공했으나 윤 전 대통령은 이 전 사령관에게 “아직도 못 들어갔어?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고 해” “아직도 못 갔냐, 뭐 하고 있냐, 문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라고 지시했다. 사실상 ‘발포 명령’까지 내린 것이다. 이후 “국회의원이 190명 들어왔다는데 실제로 190명이 들어왔다는 건 확인도 안 되는 거고” “그러니까 내가 계엄 선포되기 전에 병력을 움직여야 한다고 했는데 다들 반대해서” “해제됐다고 하더라도 내가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 거니까 계속 진행해”라고 다그쳤다. 음모론 배포 국민적 의혹 이 전 사령관의 얘기를 전해 들은 군 간부는 “‘대통령이 진짜 갈 데까지 갔구나. 돌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이 극우 유튜브에 심취했다는 건 검찰 수사 기록서도 확인된다. 자신의 참모들에게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해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의 얘기를 가장 귀 기울여 들은 건 김 전 장관이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조사에서 “매해 선거 때마다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됐고, 증거자료들이 제출되거나 부정선거에 대한 명확한 스모킹건이 될 수 있는 자료도 나왔음에도 조사도 안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국민적 의혹이 있던 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특수본 검사가 “부정선거에 대한 증거자료가 무엇이고 의혹의 출처는 어디냐”고 묻자 그는 “선거인보다 투표인이 더 많은 선거구도 있었고 직인이 안 된 투표용지, 투표함 바꿔치기, 해킹, 전산 조작 등의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고 부방대(부정선거방지대책본부)에 많이 나와 있다. 대통령께서 가장 우려하셨던 건 국정원의 보고였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이 진짜 서버도 아닌 모형 서버임에도 보안시스템이 취약해 아무나 해킹해 선거 조작을 할 수 있다는 수준이라고 보고했고 실제 해커들을 투입해 서버에 들어가 투·개표 용지 바꿔치기, 개표 과정 개입 등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다 성공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국회 입법권 무력화 노린 후 개헌 계획? ‘노상원 수첩’ 검찰 수사 진척 오리무중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검찰 조사에서 “2021년 3월부터 2년간 선관위에 대한 북한의 해킹 시도가 8회 있었고 국정원 3차장 산하서 보완 조치를 해달라고 선관위에 통보한 바 있다. 2023년 6월에는 선관위 요청으로 국정원과 한국인터넷진흥원, 선관위 등이 합동 점검을 실시했는데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장관과 윤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 음모론의 실체를 확인하는 과정을 적극적으로 도운 인물이 있다. 내란 기획자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다. 노 전 사령관에 대한 검찰 수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의 수첩에는 극단적 표현이 담겨있다. ‘1차 수집’이라는 제목으로 국회가 있는 여의도서 30~50명, 언론 쪽은 100~200 민노총, 전교조, 민변, 어용 판사와 함께 ‘500여명 수집’이라고 적시됐다. 노 전 사령관은 ‘수거 대상 처리 방법 연구’와 ‘수거 후 호송 시 대책’을 구체적으로 적었다. 인물마다 등급을 매겨 ‘특별 수사와 재판소로 사형, 무기형을 받게 한다’고 적고, ‘수거 A급 처리 방안’으로 ‘연평도 이송’이라고 적었다. 특히 A급으로 분류한 인물들을 가스·폭파·침몰·격침 등을 통해 사살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단어를 강조했다. 그의 수첩에 적힌 ‘백령도 작전’ 내용과 국지전 유도 등 외환죄로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은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 이후의 계획을 적기도 했다. 헌법 개정을 통해 ‘재선’을 넘어 ‘3선’이라고 적었다. 중국과 러시아의 선거제도를 연구해야 한다고도 썼다. 검찰은 백령도 작전이 수거 대상을 체포한 뒤 배에 태워 백령도로 보내는 과정서 사살한다는 취지의 내용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수첩은 김 전 장관과 논의했던 것들”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노상원과 김용현이 논의한 내용은 윤 전 대통령에게도 보고됐다. 보통 김용현이 질문하고 노상원이 답하는 식”이라며 “대화를 나눈 내용 중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수첩에 적는 습관이 있다”고 주장했다. 재선, 3선… 독재자 발상 군 출신의 한 야권 의원은 “수년 전부터 반국가 세력이라고 규정하면서 대화를 배제하고 협치를 실종시켰다”며 “민주당을 몰아낸 이후 개헌을 주도해 임기 연장을 구상했다면 영구적으로 대통령을 하겠다는 독재자와 같은 발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검찰 특수본은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으로부터 노 전 사령관의 수첩을 넘겨받았으나 여전히 외환죄와 관련된 수사에는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노 전 사령관의 재판에도, 검찰의 공소장에도 그의 수첩과 관련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정치권의 ‘내란 특검’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