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겨운 금천구 대형병원 유치전 막전막후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4.01.20 15:3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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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병원-부영 신경전에 속터지는 주민들

[일요시사=경제1팀] "병원을 지어주세요." 금천, 관악, 광명, 시흥, 안양 등 수도권 서남부 주민들이 똘똘 뭉쳤다. 금천구청 앞 대형부지에 종합대학병원 유치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다. 종합병원 건립은 서남권 주민들의 오랜 숙원이다. 이미 주민운동본부 주도로 15만 주민서명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서울시 금천구는 광역교통의 요충지다. 가산디지털단지와 구로디지털단지와 인접, 1960년대부터 수출 진흥과 국민경제발전 등 국가 산업기반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왔다.

하지만 금천구는 수도권 서남부의 대표적 의료사각지대로 꼽힌다. 서울 25개 구청 중 가장 소외된 지역으로 주변의 관악, 경기 광명, 시흥, 안양 등 수도권 서남부는 3차 종합병원이 없고 광역적 의료서비스가 취약하다.

제3차 의료급여기관으로 불리기도 하는 3차 종합병원은 모든 진료과목이 있고 1차와 2차에서 치료가 불가능할 경우 이동하는 곳으로 대학병원은 500병상 이상, 대학병원이 아닌 종합병원은 700병상 이상을 기준으로 한다. 최상위 의료기관인 셈이다.

수도권 서남부 지역 주민들은 3차 진료를 위해 인근 구로 고대병원이나 영등포구 가톨릭성모병원, 목동 이대병원 등 원정 진료를 받는 불편함을 겪고 있다. 시흥본동에 종합병원인 희명병원이 있지만 120병상으로 규모가 작다.

계획시설 청원 위해
대규모 서명운동


또한 금천구심에는 대규모 공장부지(대한전선, 기아자동차, 롯데알미늄 등)가 많아 공장·연구소·전시장·업무시설·지식산업센터 등 산업부지에 허용된 용도만으로는 개발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워 낙후된 지역의 이미지 쇄신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금천구가 나섰다. 금천구청 앞 대규모 나대지에 종합병원을 유치하기로 한 것. 금천구는 지난 3일부터 15일까지 13일간 금천구를 포함한 서남부의 중학생 이상 주민과 관내 기업·단체·기관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추진했다.

당시 금천구 측은 "종합대학병원 부지가 도시계획시설로 결정이 되면 안정적이고 최상의 의료서비스 혜택과 일자리 창출 등 지역 발전에 파급효과가 크다"며 "지역의 중심적 랜드마크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주민 모두가 하나 된 마음으로 서명운동에 참여해 숙원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도록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종합병원 유치는 금천구민의 숙원사업이다. 그런데도 금천구가 굳이 서명운동을 추진한 이유는 뭘까?

금천구는 지난해 7월 주민들의 의료복지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시흥동 113-121 일대 대한전선 부지를 종합의료시설 부지로 지정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대한전선 부지는 금천구심 지역 공장부지 중 규모가 가장 크고 대중교통 접근성이 용이한 곳이다. 그러나 2004년 공장 이전 후 10여 년간 나대지로 방치됐다.

금천구는 방치된 공장부지(8만3000m²)중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산업부지(약 3만3000m²)의 일부에 2만m²을 종합의료시설 부지로 지정해 도시관리계획안을 만들었으며 지난해 7월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 자문을 득했다.

현재 토지 소유주인 부영주택도 지난해 2월 대한전선 토지를 매입할 당시, 병원수요자가 있을 경우 병원부지로 계획하겠다는 의견을 금천구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영주택은 부영그룹 계열사로 임대주택 사업을 영위한다.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지난해 말 기준 31위다.


수도권 서남부 대표적 의료 사각지대
인근 광명·시흥도 3차 종합병원 전무

부영그룹의 재계 순위는 2004년 36위에서 작년 말 22위로 14계단 올라섰다. 기업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는 "부영보다 상위에 올라있는 한진, 동부, 현대 등 구조조정을 앞둔 그룹들이 예정대로 자산을 순조롭게 매각한다면 3계단이 상승해 19위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대한전선 부지는 2004년 공장 이전에 이어 2007년 철거된 후 지난해 2월 소유주가 대한전선이 주요 주주로 있는 시흥동복합시설개발피에프브이(주)에서 부영주택으로 변경됐다.

대한전선은 프로젝트파이낸싱 보증 채무 부담 해소 등 재무개선을 위해 8만3000m²에 이르는 대형 부지를 3.3m²당 약 520만원(총 1250억원)에 매각했다. 부영주택은 그간 전국 주요 알짜 토지를 매입하면서 부동산 업계 '큰 손'으로 떠올랐다. 2011년 무주리조트를 1360억원을 주고 사들였으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내놓은 화성향남택지지구·위례신도시·경북혁신도시·광주전남혁신도시·양산물금지구 등 총 9020억원 어치의 토지를 매입했다.

제주도에서는 제주 앵커호텔에 600억원, 삼화지구에 175억원, 서귀포시 혁신도시에 336억원을 들여 토지를 사들였다. 2012년에는 1721억원을 들여 삼환기업으로부터 중구 소공동 112-9번지 일대 토지와 건물을 매입했다. 

대한전선 부지가 부영주택에 매각된 후 해당 부지는 지난해 말까지 '한내텃밭'이라는 금천구 친환경 주말농장으로 사용됐다. 그러나 토지를 임대한 금천구가 부영으로부터 퇴거 요청을 받으면서 현재는 연장계약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금천구는 병원부지를 별도로 구획, 대한전선 부지 전체에 대한 개발계획수립 시기와 관계없이 토지 매입 후 종합의료시설 부지 개발을 우선 추진할 수 있도록 도시계획시설 입안을 추진했다. 부영주택이 구체적 개발추진 계획이 없어 토지가격 협의 완료 후에도 토지주의 세부개발추진계획이 불명확할 경우 계획수립이 지연됨으로써 종합병원 유치계획이 무산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시설결정 요청을 받아들이면 해당 부지는 대한전선 부지 전체 세부개발계획과 별도로 병원 부지로 개발이가능해 진다.

'땅부자' 부영
고액 요구했나

금천구는 이와 함께 전국의 500병상 이상 74개 종합병원과 300병상 이상 92개 종합병원을 상대로 병원부지 수요자를 찾아 마침내 지난해 11월 인제대학교 백병원과 1000병상 규모의 종합대학병원 건립 협약(MOU)을 체결한 후, 토지매입에 대해 백병원과 부영주택 간에 협의토록 했다.

김칫국부터 마신 구청
땅주인·병원은 나몰라라

서울 백병원 이전설은 오래 전부터 소문으로만 존재해왔다. 그러던 지난해 3월 백병원이 SH공사가 서울 송파구 문정동 일대에 조성하는 '문정동개발지구'에 이전을 위한 토지매입 의향을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구체적인 지역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어 지난해 4월에는 최석구 백병원 원장이 직접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울 백병원의 현 부지를 메디텔로 건립하자는 부동산투자신탁회사의 제안을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또 학교법인 인제학원이 지난 9월 서울 백병원의 수익성 악화 등의 이유로 재도약을 위해 서울지역 내 새 병원을 건립해 이전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외부환경과 진료권 분석 및 운영전략수립을 고려한 타당성 분석을 추진하고자 새병원건립 타당성 분석 용역을 발주하면서 서울 백병원 이전 추진이 기정사실화 됐다.

감정평가 전문가
"윈-윈 할 것"

금천구청과의 MOU 체결은 금천구청 측의 적극적인 구애 결과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금천구 측에 따르면 부영주택은 도시계획시설 결정에 대해 장기미집행시설 우려가 있고 토지의 이용제한과 가치하락 등 막대한 사유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도시계획시설 결정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서울시도 사유재산권 침해를 우려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백병원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금천구와 MOU를 체결한 것은 맞다"면서도 "아직까지 아무 것도 결정된 사항은 없다. 뭐라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며 언급을 피했다.


금천구 측만 의견이 다르다. 금천구와 서울시, 백병원, 부영주택 모두 실보다는 득이 많다는 것. 금천구 관계자는 "서울시는 준공업정책과 산업정책의 실현이 가능하고 금천구는 지역발전과 주민 숙원사업을 해소할 수 있으며 백병원은 병원부지 개발의 불확실성 해소로 투자의사 결정이 수월해지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부영주택 역시 투자금 조기회수와 잔여 토지의 가치 상승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부동산 감정평가 전문가도 "토지가격 평가에 큰 영향이 없어 우려하는 것만큼의 재산권 침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의 부동산 경기 침체로 개발 수요가 미약한 산업부지에 병원을 유치할 경우, 투자금의 조기회수와 나머지 부지에 개발호재로 작용해 부영주택에게도 불리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서명운동의 결과에 따라 서울시가 금천구의 청원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금천구가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백병원과 부영주택이 토지가격에 대한 의견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금천구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백병원은 해당 토지에 대해 감정평가를 실시, 그 결과에 따라  부영주택에 3.3m²당 약 900만원에 구입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그러나 부영주택은 3.3m²당 1480만원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과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토지가격을 3배 가까이 불렀다는 것. 부영주택은 고액 요구 근거로 지난 2010∼2011년 시흥대교 확장공사 당시 일부 부지가 편입돼 광명시에서 3.3m²당 1350만원에 구입했다는 점을 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 15만명 "지어주세요" 서명했는데…
[백병원] 병원유치 MOU 체결하고 모른 척
[부영] 당초 병원부지 계획 접고 반대

이에대해 금천구 관계자는 "2010년과 2011년은 우리나라 부동산 가치가 최고점을 찍었을 때"라며 "지금은 부동산 경기가 지속적으로 하향세인데 그 때와 같은 조건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부영주택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부영주택 관계자는 '너무 높은 금액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소유주가 매각 금액을 높게 부르는 게 무슨 문제가 있느냐"며 "부영주택이 해당 부지에 대해 구체적인 개발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임대주택 건설 등의 계획 수립을 위해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백병원과 금천구청이 병원 이전을 추진 중이라는 얘기를 언론을 통해 알게 됐다"며 "부영주택 내부 어떤 부서에서도 관련 내용을 알고 있지 않다. 확인해 주기 힘들다"고 전했다.

백병원 관계자도 "확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금천구청 앞 대한전선 사업부지는 병원 이전 지역 후보 중 한 곳일 뿐이다. 송파구 문정동도 유의 깊게 보고 있다"고 밝힌 뒤 "아직까지는 부영주택에 매입 의사를 전달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10년간 논 땅
더 놀아야 하나

결국 금천구청만 안달이 났다. 금천구청 고위 관계자는 "서울시, 백병원, 부영주택 모두 발을 빼고 있다. 백병원은 실속있는 토지 매입을 위해, 부영주택은 최대한의 금액을 위해, 서울시는 법적 분쟁을 피해가기 위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들의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종합병원 유치가 주민숙원사업임을 감안해 원만한 해결을 바란다"고 말했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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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