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국민배우 송강호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4.01.14 10:4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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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만 찍으면 대박 “비결은 진정성”

[일요시사=사회팀] 영화 <변호인>이 기대 이상의 돌풍을 일으키며 주연 배우 송강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변호인>에서 가방끈 짧은 세무 변호사 송우석 역을 진정성 있게 소화해냈다는 평가다. 그만큼 내공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송강호는 거침없는 작품 활동으로 점점 더 신뢰받는 배우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 영화가 관객 수 1000만을 동원한다는 건 매우 뜻 깊은 일이다. 지금 영화 <변호인>이 그럴 기세다. 극중 세무 변호사 송우석 역을 맡은 송강호는 지금 구름 위에 있다. 이 영화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대체적으로 ‘좋아요’를 누르고 있다. 곧 ‘좋아요’가 1000만을 넘어서 한국 영화계의 큰 족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의미 있는 기록을 세울 <변호인>. 지금 송강호는 떨리는 가슴을 붙잡고 조용히 쾌재를 부르고 있다.

송우석 변호사
그리고 송강호

<변호인>은 ‘부림 사건’의 변호를 통해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게 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배경은 1980년대 초 부산. 빽 없고, 돈 없고, 가방끈도 ?은 세무 변호사 송우석(송강호). 그는 부동산 등기부터 세금 자문까지 남들이 뭐라든 탁월한 사업수완으로 승승장구하며 부산에서 제일 잘나가는 변호사로 이름을 날린다.

대기업의 스카우트 제의까지 받으며 전국구 변호사 데뷔를 코 앞에 둔 송우석. 하지만 우연히 7년 전 밥값 신세를 지며 정을 쌓은 국밥집 아들 진우(임시완)가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려 재판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다. 국밥집 아줌마 순애(김영애)의 간절한 부탁을 외면할 수 없어 구치소 면회만이라도 도와주겠다고 나선 송우석. 하지만 그곳에서 마주한 진우의 믿지 못할 모습에 충격을 받은 송우석은 모두가 회피하던 사건의 변호를 맡기로 결심한다. “제가 하께요, 변호인 하겠습니더”. 진우의 변호를 맡고, 다섯 번의 공판을 통해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 이야기를 담았다. 송강호의 열연이 빛을 발했다.

현재 <변호인>은 꾸준히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그리고 주연 배우 송강호를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각이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집계 기준에 따르면 <변호인>은 정식개봉 후 2∼3일 간격으로 100만 관객씩 쌓아가고 있다. 예매율과 좌석점유율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로 봤을 때 <변호인>의 900만 관객 돌파는 확실시되고 1000만 돌파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이로써 송강호는 지난해 각각 943만, 913만 관객을 모은 <설국열차> <관상>에 이어 <변호인>으로 3연속 900만 관객 흥행작 출연 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물론 그 이상이 될 거라는 전망도 있다.

송강호의 이 기록은 불과 4개월여 만의 성취라 더욱 놀라움을 준다. 지난해 8월1일 개봉한 <설국열차>는 같은 달 31일 900만 관객수를 넘겼다. 송강호는 5개월도 채 안 된 기간 내에 자신의 영화로 2600만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은 셈이다. 전무후무한 기록임이 분명하다. 또 송강호는 개인 통산 출연작 8000만 관객 동원 기록을 세우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또한 <변호인>은 12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7번방의 선물> <광해, 광이 된 남자>는 물론 역대 국내 박스오피스 최고 흥행작 <아바타>보다도 빠른 속도로 관객을 모으고 있다. 이는 송강호의 기록과도 연결되는 부분이기에 <변호인>의 박스오피스 기록 달성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더불어 이번 작품이 송강호의 최고 흥행작이자 역대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1위인 <괴물>의 1300만 관객 기록을 넘어설지도 주목할 만하다. 뿐만 아니라 <변호인>이 1000만 관객만 넘는다 해도 송강호는 설경구에 이어 두 편의 1000만 관객 주연작 보유 기록을 갖게 되는 영광을 얻게 된다.

<변호인> 1000만 향해 순항 “기대 이상 돌풍”
충무로 거침없이 종횡무진…출연했다 하면 흥행

연기 인생 두 번째 1000만 관객 돌파작을 기다리는 송강호는 이번 작품에 대한 부담이 컸다. 실화를 토대로 한 데다 정치 색깔 논란 등의 이유였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차기작을 정하지 않은 송강호 씨는 당분간 쉴 것이다. 지난해 연거푸 대작 3편을 개봉했기에 휴식이 간절하게 필요하다. 1000만을 돌파하면 기념 무대 인사 정도만 진행할 것 같다”고 전했다.


개봉 전에 “관객이 진심을 알아주시는 게 급선무”라고 했던 송강호는 영화가 생각보다 빠른 흥행세를 보이자 “인제야 가슴 졸였던 마음이 놓인다”며 안도했다고 한다.

쉴 틈 없이 달려온
‘흥행 보증수표’

또한 소형 영화배급사인 NEW(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가 <변호인>으로 CJ, 롯데 등 대형 배급사물을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지난해 한국영화 전체 매출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연출한 것도 화젯거리다. 화제작 <변호인>은 이제 한국을 넘어 북미 지역 개봉이 확정됐다. 다음달 7일, 북미 LA를 포함해 15개 도시 30여개 이상 극장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한때 미국 LA 개봉이 보류됐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배급사 NEW 측이 “사실 무근”이라고 밝히며 북미 지역에서의 흥행을 기대하고 있다.

영화 흥행과 더불어 <변호인>의 실제 주인공인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기 <운명이다>가 베스트셀러에 재진입하기도 했다. 동시에, 영화 속 불온서적으로 등장하는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의 판매량도 크게 증가했다. 영화 한 편으로 인해 많은 것들이 변하고 있다. 이번 영화를 현 정국에 비춰보는 이들도 크게 늘었다. 적절한 시기에 개봉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다소 정치적인 내용으로 인해 송강호가 ‘외압’을 받았다는 논란도 있었다. 그 이유는 그가 <변호인> 출연 이후 섭외가 뚝 끊겼다며 내년 여름까지 휴식기를 가질 것이라는 복수매체의 보도 때문이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 같이 2013년 한 해 동안 <설국열차> <관상> <변호인> 등 무려 세 편의 영화로 쉴 틈 없이 달려온 그가 잠시 휴식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갖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보는 게 맞다.

그런데 한 가지 재밌는 이야기가 있다. 사실 송강호는 <변호인> 출연을 한 번 거절한 바 있다. 송강호는 “감히 제가 그 분(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열정과 치열한 삶을 잘 표현하거나 묘사할 수 있을까. ‘정말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글자 그대로 감히 제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때문이었지 외적인 부담감은 없었다”고 밝혔다.

<초록물고기> 데뷔
어떤 역할도 소화

송강호는 중학교 시절부터 배우를 꿈꿨다. 당시에는 전국에 연극영화과가 5개밖에 없었다. 그는 입시에 한 번 실패하고 방송연예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이내 영장이 나와 한 학기 만에 군인 신분이 된다. 군 복무를 무사히 마친 스물셋 청년은 복학생의 길을 접어두고 연극 무대로 향했다. ‘6월 민주화 항쟁’ 이후 사회적 격변기 속에서 부산 지역의 극단을 찾아 ‘민족극’에 참여한다.

민족극에서 연극을 시작한 그는 민족극의 경직된 방식 속에서 염증을 느꼈고, 1990년 12월 연우무대의 지방 공연인 ‘최선생’을 만났다. 전교조 문제를 다뤄 기존의 민족극 소재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연극의 ‘방식’에 끌렸다. 그 방식이라 함은, 구호와 주장에 호소하는 게 아닌, 현실적인 감동으로 다가가는 연극이었다. ‘연우30년’이라는 책에서 송강호는 “연우무대는 내가 지향하던 점을 정확히 추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공연은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확히 집어준 기회이자 새로운 용기와 목표를 가지게 한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1991년, 송강호는 무작정 상경해 연우소극장으로 향했다. 무려 네 번 상경하며 연락처를 남겼다. 이후 연우무대가 주최하던 행사에 부족한 일손을 도왔다. 그리고 연출가 이상우를 만났다. 이상우는 “연우무대가 네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연우무대는 너의 목적을 위해 몸을 담그는 곳이어야 한다”는 말과 함께 송강호를 단원으로 받아줬다. 그리고 이상우의 첫 영화인 <작은 연못>에 송강호도 참여하게 된다.

당시 송강호는 <동승>의 노인 역을 맡았고 <박첨지>에도 참여했다. 이후 <국물 있사옵니다> <지젤> <비언소> 등 10여 편의 연극 무대에 섰다. 그리고 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 출연 중이던 연극계 선배 김의성의 추천으로, 극 중 김의성의 동창 역을 맡았다.

본격적인 영화계 입문은 <초록 물고기>일 것이다. 이창동 감독은 <비언소>를 통해 송강호를 발견했다.
<넘버3>는 대중들에게 송강호를 각인시킨 작품이었다. 그리고 <조용한 가족>이 이어지며 그의 이미지는 코미디 쪽으로 기울어지는 듯 했지만 틀에서 벗어났다. <살인의 추억>에서는 형사 역할로 강인한 인상을 심어줬다.

믿고 보는 송강호 영화 
신뢰받는 최고의 배우


송강호는 시나리오를 정독한 후엔 다시 읽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시나리오를 보면 볼수록 생각이 많아지고, 연기자가 발휘할 창의성을 제한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최민식은 <조용한 가족> DVD 서플먼트에서 송강호에 대해 이렇게 평가한다. “감각이 있어도 배우는 일단 몸으로 표현해야 하잖아요. 설득력있게. 그런데 송강호는 그게 완벽하게 표현이 되죠.”

그래서 그는 극중 특정 역할을 맡았다고 해서 그들과 함께 지낸다거나 하지 않는다. 그는 <나쁜 영화>에서 행려 역할을 맡았는데, 정선우 감독은 행려 역을 맡은 배우들이 실제 행려 생활을 경험하기를 원했지만 송강호는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어떤 연기든 자기가 편안하고, 자기 안에서 나오는 연기를 해야 한다고 봐요. 그렇지 않으면 좋은 연기가 나올 수 없죠. 연극영화과 나오고 공부 많이 하면, 모두 훌륭한 감독, 훌륭한 배우가 되어야 하잖아요. 근데 그렇진 않죠. 그 논리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어요. 결국 다 자기가 해결해야 할 몫인 거죠.”

<쉬리>는 한국영화의 새 시대를 열었던 작품이었지만, 그에게는 조금 힘들었던 작품이었다. 잘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랄까. 이때 만난 <반칙왕>은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중 하나가 됐다. 영화를 시작한 지 3년 남짓된 배우에게 ‘원 톱 주연’이라는 타이틀은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김지운 감독은 “제작사에선 다른 배우들을 얘기했지만, 저에게 ‘반칙왕’은 오로지 송강호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송강호는 정말 ‘죽기를 각오하고’ 그 어려운 레슬링 테크닉들을 모두 소화해냈고요. 멋진 일이죠. 서른 살이 넘은 배우가, 그런 고도의 기술을 마스터한다는 건 믿기 힘든 일이었고요.” 그런 믿음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으로 이어졌고, 그들은 또 한 번의 멋진 만남을 이뤘다.

연극무대서 영화로
최고 배우 되기까지

<반칙왕> 이후 송강호는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박찬욱 감독과 만난다. ‘코미디 배우’가 아닌 그냥 ‘배우’로서 관객에게 다가선 것. <복수는 나의 것>에서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 작품 이후 그의 연기 스펙트럼은 넓어졌다. 

영화 속 모든 ‘얼굴’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로 성장한 것이다. <살인의 추억>은 결정적 계기로 평가된다. 호주의 커뮤니케이션&문화인류학 교수인 브라이언 예시즈는 2004년 쓴 글에서 이렇게 지적한다. “적어도 최근 3편의 영화, <반칙왕> <YMCA야구단> <살인의 추억>에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카메라를 들여다보는 송강호를 클로즈업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말하자면 송강호는 관객인 우리들을 들여다보고, 또 사회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송강호는 문자 그대로 현대 한국영화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페이스 중 하나인 셈이다.”

영화 평론가 김영진도 <살인의 추억>의 송강호 클로즈업을 “한 시대를 요약하는 표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송강호를 “어떤 역을 맡아도 자기화해서 송강호적 인간형을 만들어내고 그것으로 그 직업, 계층, 성격의 인물에 맞는 분위기를 절대적으로 창조한다는 점에서 아주 미세한 일상적인 결에서 감성을 창조하는 예술가”라고 평가했다. 보편의 존재를 흡수하고 밖으로 튕겨내는 단단한 탄력이 있다는 것.


이러한 송강호의 매력은 이창동, 김지운, 박찬욱, 봉준호 등의 감독들을 매료시켰다. 이동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송강호는 이렇게 말한다. “많은 것이 미리 규정된 장르 영화에 매력을 느끼지 못해요. 연기뿐 아니라 세상살이 역시 쉽게 규정 지을 수 없는 거잖아요. 배우로서 저는 한 번 연기를 반복하고 싶지 않은 쪽인 것 같아요. <넘버3>(이후에 조폭 배역이 쏟아져 들어왔고, <살인의 추억> 이후엔 형사 배역이 계속 들어왔지만 그런 이유로 거절했어요.”

이러한 그의 노력 덕분일까. 관객들은 언제나 새로운 송강호를 스크린을 통해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괴물> <우아한 세계> <밀양>은 국내외 영화제의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연이어 선사했다. 그는 시상식에서 “책임감을 느낀다” “갚아야 하는 빚을 지는 느낌이다” 등의 수상 소감을 이야기했다.

송강호는 어느새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로 우뚝 섰다. <변호인>은 그에게 있어 화룡점정이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송강호 출연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홍상수)

▲<초록 물고기>(이창동)
▲<넘버3>(송능한)
▲<조용한 가족>(김지운)
▲<쉬리>(강제규)
▲<반칙왕>(김지운)
▲<공동경비구역 JSA>(박찬욱)
▲<복수는 나의 것>(박찬욱)
▲<YMCA야구단>(김현석)
▲<살인의 추억>(봉준호)
▲<효자동 이발사>(임찬상)
▲<남극일기>(임필성)
▲<괴물>(봉준호)
▲<우아한 세계>(한재림)
▲<밀양>(이창동)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김지운)
▲<박쥐>(박찬욱)
▲<설국열차>(봉준호)
▲<관상>(한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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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