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 회장님 재혼의 법칙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4.01.13 11:4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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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아비는 되고 과부는 안 된다

[일요시사=경제1팀] 재계 인사들의 재혼이 잇따르고 있다. 구학서 신세계 회장,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이들은 부인을 잃고 외롭게 지내다 새 아내를 맞았다. 눈에 띄는 점은 모두 남자란 사실. '홀아비 회장님'들과 달리 '과부 회장님'들의 재혼 소식은 전혀 들리지 않아 대조를 이룬다.




"저희 회장님 이름은 빼주세요."

'회장님의 재혼 비화'(937호 참조)란 제목의 본지 기사가 나가자 한 기업 관계자는 발끈했다. 그는 "회장님이 새장가 간 것은 맞지만 사모님이 돌아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아 꼭 여자에 환장한 것처럼 비춰진다"며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웬만하면 이름만 빼주면 안되겠냐"고 항의했다.

기사에서 언급된 여성 오너를 모시고 있는 또 다른 기업 관계자도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일요시사>에 전화를 걸어 "회장님이 사망한 남편 대신 경영을 맡아 얼마나 바쁘게 지내고 있는 줄 아느냐"며 "이 판국에 무슨 재혼이냐. 전혀 가능성 없는 얘기다. 회장님이 재혼하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고 장담했다.

나이 어린 새 신부

재계엔 이혼이나 사별로 홀로 지내는 로열패밀리가 한둘이 아니다. 그래서 재혼 소식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최근 재계 인사들의 재혼이 잇따르고 있다. 몰래 '도둑 새장가'를 간 사실이 뒤늦게 확인된 경우도 있다.


구학서 신세계 회장은 지난달 25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14세 연하의 김은경씨와 재혼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씨는 초혼이다. 연세대 동문으로 지인 소개로 만난 이들은 가족들과 몇몇 지인들만 초대해 조촐하게 결혼식을 치렀다.

구 회장은 2년 전 부인 고 양명숙씨와 사별했다. 양씨는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 당시 배수작업을 하기 위해 지하실로 내려갔다가 갑자기 물이 차면서 숨졌다. 구 회장과 양씨는 재계에서 금실이 좋은 '잉꼬부부'로 유명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지난해 11월 40대 초반 여성과 재혼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 회장이 62세인 점을 감안하면 두 사람의 나이는 20세 가까이 차이가 나는 셈이다. 둘도 지인 소개를 통해 만났다. 초혼인 부인은 이화여대를 나와 모교 기획예산처 교직원으로 일하다 신 회장과 결혼하면서 퇴직했다.

신 회장은 지난해 말 열린 임원진 송년회에서 직접 결혼 사실을 공개했다. 신 회장은 4년 전 부인 고 정혜원씨와 사별했다.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봄빛여성재단 이사장을 맡던 정씨는 2010년 지병으로 별세했다.

79세인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은 지난해 4월 60대 여성과 재혼했다. 만난 지 6개월 만에 결혼했다는 후문이다. 김 회장도 부인과 사별했다. 동원그룹 장학회를 꾸리던 고 조덕희씨는 2012년 3월 숙환으로 별세했다.

박용현 전 두산그룹 회장도 새장가를 갔다. 박 전 회장은 1968년 고 엄명자씨와 결혼했다. 서울대병원장 시절인 2003년 지병을 앓고 있던 엄씨가 사망한 뒤 혼자 지내다 2009년 동문 후배인 여의사 윤보영씨와 비밀리에 결혼했다. 20살 차이의 이들은 서울대 의대 동창회에서 처음 알게 된 이후 본격적으로 교제를 시작해 서울 근교에서 가족과 친지들만 모인 가운데 조촐히 결혼식을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 먼저 떠나보내고…오너들 새장가 
남편 대신 경영하는 여성들은 독수공방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은 1998년 17세 연하의 차경숙씨와 재혼했다. 전 부인 고 강영혜씨는 1996년 구 회장이 그룹 회장에 오른 직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둘 사이에 태어난 자녀가 바로 'LG 황태자' 구광모 LG전자 부장이다. 구 부장과 차씨는 불과 13세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사별이 아닌 이혼 후 재혼한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1995년 톱스타 고현정씨와 결혼했지만 2003년 갈라섰다. 이후 경영에만 몰두하다 음악회를 다니는 모임을 통해 알게 된 플루티스트 한지희씨와 2011년 재혼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은 2004년 정의정씨와 이혼하고 2007년 '천재소녀' 윤송이씨와 극비리에 재혼했다.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과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도 결혼에 실패한 뒤 새 안주인을 맞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남자란 사실이다. '홀아비 회장님'들과 달리 '과부 회장님'들의 재혼 소식은 전혀 들리지 않아 대조를 이룬다. 실제 사망한 남편 대신 경영에 나선 여성 회장들은 여전히 독수공방 중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남편 고 정몽헌 회장이 자살한 2003년까지 그랬다. 현 회장은 졸지에 남편을 잃고 서울 적선동 사옥으로 출근해 지금까지 '지휘봉'을 놓지 않고 있다. 살림만 해오던 주부가 그룹의 총수로서 제몫을 할 수 있겠냐는 부정적인 시각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빨을 드러내고 달려든 시댁 식구들과의 경영권 전쟁도 이겨냈다.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과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이어룡 대신금융그룹 회장, 양귀애 대한전선 명예회장 등도 재계의 '며느리 전성시대'를 이끄는 대표적인 여장부들이다. 이들 역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남편 대신 그룹 지휘봉을 잡은 공통점이 있다.

최 회장은 2006년 남편 고 조수호 전 회장이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경영인으로 변신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대학 졸업 후 바로 결혼해 가정에만 신경을 쓴 전업주부였다. 장 회장은 1970년 고 채몽인 창업주가, 이어룡 회장은 2004년 고 양회문 회장이, 양 회장은 2004년 고 설원량 회장이 각각 세상을 뜨면서 회사 경영을 맡게 됐다. 이들도 모두 남편이 작고하기 전까지 집안일밖에 모르던 안주인이었다.

죽은 사람만 불쌍

장오식 전 선학알미늄 회장과 이혼한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과 이혼한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등도 혼자 살고 있다. 이들은 결혼에 실패해 현재 독신으로 지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여성의 경영 진출은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재벌가에선 금기시되던 규율과 같았다"며 "남편 대신 경영 중인 재벌가 며느리들은 원래 회사가 남편(시댁) 거라 재혼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자는 되고 여자는 안 되는 보수적 분위기도 '과부'들의 새 출발을 막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회장-재혼녀 나이 보니…

보통 10∼20세 연하


재계 인사들의 재혼 사례를 보면 하나같이 나이 차이가 크게 난다.

68세인 구학서 신세계 회장은 14세 연하의 김은경씨와 재혼했다. 전 부인 고 양명숙씨는 3세 연하였다. 62세인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40대 초반 여성과 재혼했다. 두 사람은 20세 가까이 차이가 나는 셈이다. 전 부인 고 정혜원씨와는 4세 차이가 났었다. 79세인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은 60대 여성과 재혼했다. 본처인 고 조덕희씨는 김 회장보다 2세 적었다.

박용현 전 두산그룹 회장은 20살 연하의 윤보영씨와 새출발했다. 박 전 회장은 전 부인 고 엄명자씨와 2세 터울이었다.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현 부인은 17세 연하의 차경숙씨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한지희씨는 나이 차가 12세 나는 띠동갑. 재혼한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과 윤송이씨는 10세 차이가 난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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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 상병 특검법)이 야당 주도로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7월19일 사건 발생 10여개월 만이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서 ‘이태원참사특별법’을 합의 처리된 뒤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하며 채 상병 특검법 상정을 요구했다. 채 상병 특검법은 해병대 채수근 상병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순직한 사건을 초동 조사하고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서 대통령실·국방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특검이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경찰 이첩 개입 의혹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를 수용해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졌고, 재석 168명 전원 찬성표로 가결됐다. 표결에는 야당만 참여했고, 국민의힘은 반발해 사실상 표결에 불참했다. 민주당은 원래 본회의 안건에 없었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기 위해 의사일정 변경을 우선 시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은 이번 본회의에 합의되지 않은 법안이 올라가는 것 자체를 반대해 왔다. 당초 김진표 의장도 여야가 합의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양당 원내대표를 의장석으로 불러서 마지막으로 중재를 시도했지만 5분 뒤 김 의장은 여러 가지로 고려한 끝에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양당의 마지막 협상도 결렬됐고, 국민의힘에서는 유일하게 자리에 남았던 김웅 의원만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방청 중이었던 해병대 예비역연대 법률 자문, 김규현 변호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노년의 해병대 예비역들도 연신 눈물을 흘렸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야당이 강행 처리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로텐더홀서 규탄대회를 열고 “그간 우리 당은 이태원참사특별법에 합의 처리하는 조건으로 의사일정에 동의했다. (민주당과 김 의장이)채 상병 특검법을 애초에 처리하겠다고 했으면 저희는 오늘 본회의 의사일정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모처럼 이태원법 합의 처리를 통해 협치 분위기가 조성되고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있는데 오늘 의사일정 변경까지 해서 채상병법을 처리하겠다는 것은 정치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채 상병 특검법 표결 시 본회의장을 퇴장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채 상병이 의사일정으로 상정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규탄대회 뒤 거부권 행사 건의와 관련한 질문에 “입법 과정과 법안 내용을 볼 때 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국힘 퇴장 속 야당 전원 찬성 조각난 협치···대통령 또 거부?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 의사일정 변경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날 본회의는 이태원특별법 처리를 위해 여야 합의로 잡은 일정인 반면, 여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상황서 입법을 강행하기 위해 의사일정을 변경해 본회의 부의를 시도하겠다는 의도였다. 대통령실은 이날 야당의 강행 처리 예고를 예의주시하면서도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서 “민주당이 오늘 국회 본회의서 채 상병 특검법을 의사일정까지 바꿔가면서 일방 강행 처리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 표명은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실장은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서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며 “공수처와 경찰이 이미 본격 수사 중인 사건인데도 야당 측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특검을 강행하려고 하는 것은 진상규명보다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여권에선 채 상병 특검법 자체의 법리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이미 수사 중인 사안에 특검을 도입하는 배경에 정쟁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바라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서 진행 중인 수사가 끝난 다음, 그 과정이나 결과를 토대로 특검 도입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순리라는 것이다. 야당이 특검을 당장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대통령실은 무엇보다 2021년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해병대수사단에 수사권이 없어졌기 때문에 야권이 주장하는 ‘수사외압’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병대수사단이 기초 조사는 할 수 있겠지만, 관계자 수십명을 소환하고 연루자가 몇 명이고 하는 것은 법에 규정된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당시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의 ‘월권’ 가능성을 지적한 셈이다. “정치적 의도” 대통령실 발끈 또 과거 공수처 설치와 군사법원법 개정을 주도했던 민주당이 특검을 추진하는 모순을 거론하며, ‘참사의 정쟁화’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분위기다. 이날 정 실장은 “현재 공수처와 경찰서 철저한 수사를 진행 중이므로 수사 당국의 결과를 지켜보고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공수처와 경찰이 우선 수사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특검 도입 등의 절차가 논의되고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공수처는 민주당이 패스트트랙까지 동원해 설치한 기구다. 당연히 수사 결과를 기다려보는 것이 상식이고 정도”라며 “지금까지 13차례 특검이 도입됐지만 여야 합의 없이 이뤄진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야당이 단독으로 주도한 이유도 있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과정서 윤 대통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수사를 왜곡하고 은폐하려 했다는 관련 정황은 이미 상당 부분 나왔다. 국방부는 사단장 등 고위 지휘관들의 혐의를 축소하려 했고, 경찰에 넘긴 수사기록도 매끄럽지 않은 과정을 통해 회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조율한 흔적도 엿보였다. 국민의힘은 특검법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서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공수처 수사가 1년 가까이 진척을 보이지 않으면서 야권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과거 대통령실이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조그마한 사고’라고 언급한 사건도 국민적 분노를 유발했다. 지난 3월22일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 매체와 인터뷰서 ‘조그마한 사고’로 표현하고 “전 지휘관이 법적인 문책을 받는 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실언한 바 있다. 더구나 공수처는 지난해 8월 고발장을 접수한 이후 인력 부족, 수사 의지 등을 핑계로 현재까지 ‘수사 진행 중’이라는 변명만 되풀이했다. 해병대를 비롯한 국민 여론도 특검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눈물 흘린 해병들 왜? 해병대예비역연대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채 상병 특검법 상정과 통과를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해병대를 상징하는 붉은 옷을 입은 이들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 모여 “채 상병 특검법 통과, 박정훈 대령 탄압 중지”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같은)이런 세력들이 우리나라의 집권여당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이 나라의 안보를 생각하는 사람들인가. 국민의힘과 대통령은 민심을 외면하지 말고 채 상병 특검법을 수용하길 바란다”고 외쳤다. 해병대예비역연대에 법률자문을 하고 있는 해병대 출신 김규현 변호사는 “(국민의힘은)처음엔 ‘독소 조항이 있다’고, 지금은 ‘공수처와 경찰이 수사 중이니 그 수사가 끝난 다음에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과거 특검 때에는 (앞서)경찰·검찰이 수사를 안 했는가”라고 되물었다. 사실상 가장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할 방법은 법정 수사 기간을 최대 3개월로 정해놓고 있는 특검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병대 측은 이날 “3개월이 지나면 우리 군은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 안보에 전념할 수 있고, 정치권도 채 상병 문제를 일단락하고 지금 산적한 안보, 민생 정책을 논의할 수 있게 된다”며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수사를 기다리며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채 상병 문제로 정쟁을 계속하겠다는 것인가. 지금이라도 국민의힘은 오후 2시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전원 참석해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집회를 마친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 45명은 채 상병 특검법의 상정·통과 여부를 보기 위해 곧장 국회 본회의장으로 이동했다. 앞서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10월 민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후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지난달 3일 본회의 자동 부의 요건을 충족했다. 여야는 지난 1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에는 합의했지만, 채 상병 특검법과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안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민주당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통한 것이다. 1년 가까이 진척 없는 수사 역풍 뻔한데···용산 선택은? 특검법 통과에 대해 대통령실은 야당을 향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수세에 몰린 대통령실이 야당을 지적할수록 부정 여론만 키우는 분위기다. 더구나 대통령실은 스스로가 수사 대상이 되는 사안서 ‘협치’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으나, 이로 인해 역풍을 맞게 되는 형국이다. 당장 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용산의 뜻을 따를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이 어렵사리 여당 의원들을 단속하더라도 다음 달에 시작하는 22대 국회에서는 궁지에 내몰릴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신중한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거부권을 행사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김진표 국회의장은 합의 정신을 존중하는 분”이라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여야 합의 없이 거대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법안들에 대해선 ‘과도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젊은 병사의 죽음’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인 데다 야권과 언론이 국가안보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 등 대통령실 연루 의혹을 잇달아 제기한 상황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당의 총선 참패 한 달여 만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다. 국회 재표결 시 여당 이탈표도 우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회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채 상병 특검법의 적극적인 수용을 요구한 데 대해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것도 복잡한 상황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공수처는 특검 출범 여부와 별개로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외압 의혹’과 관련된 핵심 인물들을 불러 조사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방부가 채 상병 사건을 회수하고 재조사하는 과정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대통령실 등 ‘윗선’으로부터 외압이 있었는지 의혹을 풀어줄 핵심 인물들을 중심으로 소환조사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수사는 진행 중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지난 2일 오전 9시25분쯤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 공수처는 박 전 직무대리를 상대로 국방부 조사본부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재조사한 후 혐의자를 축소해 경찰로 넘기는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