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지방선거 개입 의혹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4.01.13 11: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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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요원들 야당 정치인 뒤 캔다"

[일요시사=사회팀] 국정원이 이재명 성남시장을 사찰하고 지방선거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일부 여당 인사들과 국정원 조정관(IO)간의 유착 의혹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이번 이 시장의 폭로를 기점으로 야당 지방자치단체장을 겨냥한 첩보 수집의 배후가 드러날지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7일 성남시청 3층에 있는 한누리실에는 이른 시간부터 기자들이 모였다. 앞서 이재명 성남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국정원이 지방선거에 개입한 정황을 포착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리고 이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정원을 조준한 첫 발을 당겼다.

이 시장의 발언과 기자회견문 등을 종합하면 국정원 직원 김모씨 등 복수의 인사는 이 시장을 상대로 불법적인 정보 수집을 한 것으로 의심됐다. 하지만 국정원은 '사실무근'이란 입장이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현 상황으로서는 공세를 취한 이 시장의 말에 아무래도 힘이 실린다. 하지만 뜻밖의 경우에는 이 시장이 '종북몰이'란 역풍에 휘말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른바 '반(反)이재명' 세력은 외곽에서 이 시장을 상대로 끝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국정원을 상대로 칼을 빼든 이 시장이지만 반대 세력의 정치 공세가 본격화된다면 단순한 흠집내기라도 이 시장이 입을 타격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때문에 이번 국정원 선거 개입 폭로는 다가올 지방선거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이 시장의 노림수로 보는 시각이 있다. 먼저 이 시장이 주장한 쟁점을 정리한 후 관련한 내막을 살펴보기로 하자.

"일거수일투족 감시"

첫째, 이 시장은 지난 2013년 5월부터 12월까지 성남시를 담당했던 국정원 조정관(IO) 김씨가 자신을 상대로 정치사찰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자신의 석사논문표절 시비를 예로 들었다.

 이 시장은 새누리당 성남시장 출마예정자 3명과 지역 언론인 1명을 주축으로 하는 '성남시민단체협의회'가 자신의 석사논문표절 시비를 문제 삼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시비는 "지방선거를 앞둔 새누리당 후보 등이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핵심 쟁점으로 만들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는 사안"이라고 이 시장은 덧붙였다.

그런데 여기서 의외의 인물이 등장한다. 앞서 말한 국정원 직원 김씨다. 이 시장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013년 12월30일 가천대 부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이 시장의 논문표절 시비를 언급하며 논문 제출을 요구했다. 앞서 이 시장은 가천대의 전신인 경원대 야간특수대학원에서 지난 2006년 석사 과정을 밟았다.

하지만 부총장은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논문 제출을 보류했다. 그리고 관련한 사실을 이 시장에게 직접 알렸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가천대와 같은 재단인 길병원의 비리 문제로 운을 떼며, 이 시장의 학위와 관련한 모종의 조처를 취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의심됐다.

이 시장의 논문표절 시비는 지난 2013년 9월13일 보수 논객 변희재씨가 처음 제기한 뒤 성남시민단체협의회가 논란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단체는 12월11일 성남시, 12월13일 가천대, 12월24일 민주당에 해명과 조치를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국정원은 "김씨가 친분이 있는 가천대 관계자와 한담하는 과정에서 언론에 나온 얘기를 나눴을 뿐 관련한 자료를 요청하거나 입수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JTBC>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가천대 관계자는 국정원 직원이 논문 자료를 요청한 사실이 있는 것으로 진술했다. 파장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둘째, 이 시장은 김씨가 공무원 인사정보 수집 및 과도한 시정자료 요구로 일상적인 정치사찰을 벌여왔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11월 성남시 자치행정과 주무관을 찾아와 5급 사무관으로 승진한 김모 팀장의 진급시점, 현 근무처 등 인사정보를 요구했다. 공교롭게도 김 팀장은 호남 출신이다. 또 이 시장은 김씨가 같은 시기 자치행정과에서 성남시가 발주한 모든 수의계약 현황자료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김씨의 이 같은 행위가 국정원법 19조인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이재명 성남시장 “조정관이 정치사찰”폭로
여당 인사와 유착?…첩보수집 배후 드러날까

아울러 이 시장은 "같은 해 9월 김씨가 일자리창출과를 여러 차례 방문해 사회적 기업 및 시민주주 버스기업과 관련한 자료 일체를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이 절차에 따른 공문을 요구하며 자료 제출을 거부하자 김씨는 결국 통계자료만 넘겨받은 것은 것으로 이 시장은 전했다. 더불어 해당 사업들은 이 시장의 주요 공약과 밀접히 연관돼 있는 것으로 소개됐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연루된 RO의 내란예비음모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수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필요한 적법한 업무 활동이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 시장은 "자료 요구 당시 검찰 수사를 받은 상황이었다"며 "당시 불리한 환경을 이용해 직·간접적인 선거개입이 이뤄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고 일갈했다.

그렇다면 김씨는 무슨 연유로 이 시장의 일거수일투족을 들여다봤던 것일까. 그 실마리는 거꾸로 이 시장의 '정치적 성향'에 있다는 분석이다.

이 시장은 자신의 형인 이모씨와 오랜 갈등을 겪고 있다. 이 시장에 따르면 이씨는 자신의 동생(이 시장)에 대해 '진보당과 연계된 간첩'이란 비난을 퍼붓고 있다. 특히 이씨는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이 시장 주변의 간첩 50명을 수사 중인데 이 시장도 곧 구속될 것'이란 얘기를 들었다"고 수차례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북몰이 의혹

때문에 이 시장은 불상의 세력(혹은 국가기관)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자신의 가족사를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역에서 이씨는 다가올 지방선거를 맞아 이 시장에 대한 대대적인 낙선 운동을 벌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장은 성남에서 모두 4차례에 걸쳐 진행된 종북척결대회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불상의 세력이 미확인된 정보와 자금을 배후에서 제공해 판을 키우고 있다는 의혹이다. 즉 이 시장에 대한 종북몰이를 통해 이득을 얻는 단체(혹은 기관)가 어디인지 지켜보면 몸통이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어느 기관이든 정보관의 역할은 비슷한데 특정 정치세력에 편중된 첩보를 수집하는 것이 문제"라며 "지방자치단체장과 고위 공직자들의 동향은 늘 관심의 대상이다. 언론도 똑같지 않냐"고 반문했다.

이번 이 시장의 폭로를 기점으로 국정원의 정치사찰 파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특정 정치세력을 노린 광범위한 정보수집의 은막이 벗겨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녹취록' 들어보니…

"XX야" 형수에 막말?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성남시민단체협의회' 공동대표인 M모 기자와 관련한 수사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날 이 시장은 "M기자가 자신을 비방하는 내용의 신문을 대량 제작·배포한 것은 물론 가족 간의 말다툼 녹음 파일을 불법 공개했음에도 검찰 수사가 답보 상태"라고 비판했다.

이 시장이 자신의 형수에게 막말을 한 것으로 알려진 통화 녹취록은 간단한 인터넷 검색만으로 다운받을 수 있는 상황. 앞서 법원은 해당 녹취록에 대해 유포금지 명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녹취록 내용은 편집이 가미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발언의 수위가 높다. M기자는 "(이 시장의) 욕설 발언이 사회적 통념을 넘는 발언이라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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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