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보험사 리베이트 실태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4.01.07 14: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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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지는 장사 없다 '은밀한 뒷거래'

[일요시사=경제1팀] 삼성·교보생명에 이어 한화생명 소속 설계사의 리베이트 정황이 포착됐다. 대형 보험 대리점들의 불법 영업 행위도 무더기로 적발됐다. 보험업계의 불법 관행 방지를 위해 당국의 조처가 강화되고 있지만 무용지물이다. 일선 보험설계사들도 불법영업 형태를 뿌리 뽑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할 정도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12월20일 '보험왕'에 대한 보험업계의 자체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최근 잇따라 벌어지고 있는 보험업계 리베이트 사건에 대한 조치다. 금융당국은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겠다고 나섰지만 해결은 쉽지 않다.

보험설계사의 꿈, '보험왕'은 매년 최고 실적을 올린 보험설계사에게 주어지는 타이틀이다.

현재 국내 보험설계사는 40여만명. 보험사에 소속된 설계사가 23만여명, 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가 16만여명이다. 이중 1억원 이상 고액 연봉 보험설계사는 1만여명 정도다. 이들 중 보험왕에는 회사당 1명 정도가 오른다. 전국 보험왕이 40여명 정도라는 얘기다.

걸어다니는 CEO
전국 보험왕 40명

이들의 평균연령은 50대 초반이며 여성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대부분 2회 연속 보험왕 타이틀을 갖고 있으며 매출은 평균 70억∼100억원대다.


한 번 보험왕에 오르면 뒤 따라오는 혜택은 어마어마하다. 사무실, 고급 자동차, 기사 등이 제공되며 한 해 평균 10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린다. 각종 매체와 강연에 초청을 받는 것은 물론 책까지 출간한다. 보험왕 타이틀을 영업에 활용, 전보다 높은 수입을 보장하기도 한다. 걸어 다니는 CEO라고 불릴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보험왕들은 많은 유혹에 노출된다. 실적을 유지하거나 높이기 위해 무리한 영업활동에 나서게 된다. 리베이트다. 최근 설계사와 보험 대리점들의 리베이트 혐의가 잇따라 적발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지난 12월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1월부터 약 3주간에 걸쳐 실시한 한화생명에 대한 종합검사 과정에서 일부 설계사의 리베이트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생명의 한 설계사는 계약자가 초회보험료를 내는 날 보험가입에 따른 감사의 표시로 같은 금액을 계약자에게 계좌 이체하는 등의 수법으로 금품을 제공했다. 이 설계사가 그동안 저지른 리베이트 규모는 모두 1000만원 수준이다.

앞서 금감원은 보험왕 출신인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소속 설계사 2명을 같은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이들 보험왕은 인쇄업체 대표 A씨의 자금세탁을 도왔다. 비자금을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각종 비과세 보험 상품에 분산, 은닉하고 만기가 도래하면 다른 보험 상품에 가입하는 식으로 자금을 관리하는 방법을 썼다. 비과세 보험 상품은 세무당국에 통보가 되지 않아 대규모 불법자금의 세탁경로로 악용되기도 한다.

이들은 거액 보험 가입 대가로 A씨의 부인에게 수억대의 리베이트를 건넸다. 특히 삼성생명 보험왕은 A씨의 해약보험금 60억원을 개인용도로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대형 생보 3사 잇단 불법영업 포착
대리점도 '거액수수료' 영업 발칵


금감원은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내부통제시스템을 집중 점검하고 경영 유의 조처를 내렸다.

같은 달 10일에는 청주에서 보험왕 출신 설계사가 고이자를 미끼로 투자를 권유해 수십명으로부터 수십억원을 모집해 잠적하는 일이 벌어져 금감원이 사실 관계 확인에 나섰다.

이 보험왕은 3년 전부터 보험에 가입한 고객에게 접근해 돈을 빌려주면 높은 이자를 주겠다고 속여 투자를 권유했다. 한 고객은 별다른 의심 없이 1000만원을 맡겼고 10일 간격으로 30만∼40만원의 높은 이자를 받았다. 이후 이 고객은 투자금액을 1억5000만원까지 늘렸으나 이 보험왕이 연락을 끊고 잠적해 이자는커녕 원금조차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꼼수로 당한 피해자만 수십 명, 피해액은 35억원에 달한다.

앞서 2011년엔 알리안츠생명 보험왕이 고수익을 미끼로 60억원 상당의 투자금을 모집한 뒤 잠적했다. 그는 투자받은 돈을 이익금조로 나눠주며 고객들을 안심시키다가 돌연 종적을 감췄다.

2009년에는 동양생명 보험왕이 출시되지 않은 상품을 고객들에게 권유해 가짜 서류에 서명을 받아내고 고객들의 돈은 15년짜리 장기 보험 여러 개에 나눠 투입하는 '돌려막기' 방법을 썼다.

손해보험사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동부화재의 모 직원은 2009년 1월부터 2011년 8월까지 보험대리점에 지급한 모집 수수료 4200만원 중 4100만원을 본인 계좌로 돌려받아 보험 계약자에게 리베이트로 제공했다가 적발됐다.

메리츠화재 모 직원은 2010년부터 2011년에 모 회사와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3100만원을 리베이트로 건넸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LIG손해보험의 보험왕 출신 설계사는 고객 동의서를 위조해 명의를 변경한 다음 보험을 해약하고 보험금을 빼내다 덜미를 잡혔다. 이 설계사는 투자금 명목으로 고객에게 돈을 빌렸고 고객 이름으로 대출받는 등의 방식으로 총 24억원을 횡령하기도 했다.

리베이트 규모
생보사>손보사

회사 차원의 불법 영업도 이뤄졌다. 지난 10월 KB생명이 당국의 철퇴를 맞았다. 금감원은 지난 2012년 9월26일부터 10월26일 기간 중 KB생명에 대한 부문검사를 실시한 결과 '보험모집에 관한 수수료 지급 금지의무 위반' 및 '보험계약 체결 또는 모집에 관한 금지행위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 이와 관련해 KB생명에 대해 기관주의 조치와 함께 과징금 5500만원을 부과했으며 임직원 3명(퇴직자 2명 포함)에 대해 '감봉' 등 문책 조치했다.


B카드는 KB생명이 보험영업에 활용할 신규 회원 발굴 등을 위해 공동프로모션을 실시해 보험가입 가능성이 높은 회원들의 주요 정보를 KB생명에 제공했다. KB생명의 보험 상품 중 어린이보험, 상해보험 등 특정 보험 상품의 보험 모집이 용이하도록 B카드사 상품 중 특화고객 대상카드의 회원정보를 발굴·제공한 것이다.

당국 칼 빼들어
뿌리 뽑긴 어렵다


KB생명은 B카드사로부터 제공받은 고객정보를 활동해 2011년 7월1일부터 2012년 8월31일 기간 중 총 6만592건의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그 실적과 연동해 발생한 모집수수료 94억7400만원을 보험모집에 대한 대가로 B카드에 지급했다.

신한생명은 은행들에 현금성 리베이트를 지급하고 방카슈랑스 영업을 한 점 때문에 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금감원은 신한생명에 대한 종합검사 결과 보험대리점 관련 사업비 집행 업무가 철저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기관주의 조치를 내렸다. 전직 부사장 등 일부 임직원 13명에 대해서는 감봉, 견책, 주의(상당) 조치를 내렸다.

금감원에 따르면 신한생명은 2011년 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특정 쇼핑업체에서 11억8100만원 상당의 물품 구입비를 불투명하게 처리했다. 9억9600만원은 증빙서류를 보관하지 않았고 1억8500만원은 거래처 대표에게 상품권을 되돌려 받아 12개 금융회사 보험대리점에 영업성 경비로 쓴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대리점들의 불법 영업도 잇따랐다. 보험설계사가 아닌 일반인으로부터 고객을 소개받고 거액의 수수료를 지급한 대리점들도 당국에 무더기로 적발되면서 보험업계의 불법 영업으로 인한 논란이 신년 벽두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엠에이치라이프, 아이앤에스포, 메가, 에프엠피파트너즈, 비비본부 보험대리점에 대해 보험 모집 수수료를 부당 지급한 혐의 등으로 최대 5000만원의 과태료에 생명보험 모집 업무 60일 정지 등 중징계를 내렸다.

엠에이치라이프는 2011년 8월∼2012년 1월에 모 생명보험사의 저축보험에 가입하려는 고객을 소개받는 대가로 일반인에게 2400만원의 수수료를 건넸으며 아이앤스포? 2011년 3월∼8월에 역시 일반인 8명에게 저축보험 가입 희망 고객을 소개받고 2500만원을 제공했다. 비비본부 또한 일반인 5명에게 저축보험 고객을 소개받은 대가로 8100만원을 지급했다.


메가 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는 2011년 10월∼2012년 1월에 276건의 보험계약을 모집하면서 이를 타 대리점 소속 보험설계사가 모집한 것으로 처리하고 모집 수수료 8300만원을 챙겼다가 적발됐다. 에프엠피파트너즈도 2011년 3월∼10월에 47건의 보험계약을 모집하면서 다름 보험대리점 설계사들이 모집한 것처럼 꾸며 1800만원의 모집 수수료를 받았다. 에이치엠엘 소속 보험설계사도 유사한 행위로 모집수수료 4100만원을 수수했다.

지난해 말에도 5000명 이상의 설계사를 거느린 대형 보험대리점들의 불법 영업 행위가 적발됐다. 뉴중앙과 에프앤스타즈는 모집 규정 위반으로 각각 기관경고에 과태료 1000만원,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 받았다. 뉴중앙은 2011년 10월31일부터 2012년 5월31일까지 대표이사가 모집한 무배당 연금 보험 총 31건을 타인의 명의를 이용해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15억5300만원의 모집수수료를 부당하게 수수했다.

"돈 줄게 보험 들어 주오" 설계사의 양면성
스스로 가입하고 돌려막기도…결국엔 파산

에프앤스타즈는 설계사 8명에 대해 소속 설계사로 등록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 중 일시적 무등록 상태로 인해 모집인 명의 사용이 불가하자 2011년 6월2일부터 12월21일까지 모집한 37건의 보험계약을 에프앤스타즈 소속 다른 설계사의 명의를 이용토록 하여 체결하고 총 1647만원의 수수료를 수취했다.

피플라이트 보험대리점은 설계사로 등록되지 않은 22명에게 보험가입 가능고객을 발굴해 소속 설계사와 면담을 주선케 하는 등 섭외업무를 전담시키고 2011년 4월1일부터 2012년 3월31일 기간 중 이들의 주선을 통해 실제 보험계약이 체결된 연금보험 등 총 303건에 대한 모집의 대가로 3억1500만원을 지급했다.

보험업법(제98조)은 보험계약 체결 때부터 최초 1년간 납입된 보험료의 10%와 3만원 중 적은 금액 이외에는 리베이트 제공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월 100만원짜리 보험계약을 체결했다고 가정하면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리베이트는 1200만원의 10%인 120만원이 최대라는 얘기다. 월 1만원짜리 보험계약일 경우에는 1년 납입 보험료의 10%가 3만원에 이르지 못하기 때문에 고객에게 3만원까지의 금액만 지급할 수 있다. 이를 어기는 설계사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하고, 해당 보험사는 연간수입보험료의 50%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 받는다.

그런데도 설계사와 대리점, 보험사들의 불법 행위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뭘까.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 간 지나친 경쟁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계약을 따낸 보험료에 따라 설계사들의 추가 수입이 발생하는 구조인 만큼 리베이트를 이용한 무리한 영업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알고도 모른 척하는 보험사에도 문제가 있다. 보험 유치를 위해 고객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건 업계에 관행처럼 치부돼 왔다. 하지만 보험사는 이를 제지하지 않는다. 설계사들이 따낸 보험 계약이 회사의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보험회사는 설계사에게 최초 정착지원금 100여만원을 3개월간 지급한 후 성과급만으로 운영한다. 현재 보험설계사는 독립사업자 신분으로 보험사와 위촉계약을 맺는다. 보험사와 설계사는 근로계약이 아닌 위임계약이 작성되는 것. 개인사업자로 취급되기 때문에 4대 보험 의무적용 대상자에서도 제외된다. 3개월이 지나면 잘 버는 설계사와 못 버는 설계사로 나뉜다. 심할 경우에는 월급통장에 '0원'이 찍히는 경우도 있다.

영업을 못하는 설계사 중에는 성과급을 위해 스스로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를 통해 받은 성과급으로 다른 보험의 보험료를 내고 돈이 부족하면 또 다른 보험을 들어 보험료를 메꾼다. 돌려막기다.

반면 영업 실적이 좋은 설계사의 경우 실적 유지 혹은 향상을 위해 설계사 본인의 성과급을 줄여 더 많은 리베이트를 고객들에게 제공한다. 한 달분에서 세 달분의 보험료를 납부해주기도 한다. 일종의 마케팅 비용이다. 성과급 대부분을 리베이트로 준다고 해도 손해는 그리 크지 않다. 일단 보험계약 실적이 향상되면 각각의 보험계약에 따른 성과급 말도고 월별 실적에 따른 추가 성과급이 발생되기 때문이다.

잘하면 억대 연봉
못하면 '쪽빡'

이와 관련해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의 리베이트 관행은 보험업계 전반에 퍼져 있다"며 "이런 행위에 대해 각 사에서 대대적인 내부 단속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뿌리 뽑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보험계약 체결 고객은 보험료를 절약하거나 현금을 받고, 설계사는 높아진 실적에 따른 성과급을 지급받는 이른바 '누이 좋고 매부 좋고'의 구조인데다가 개인 간의 거래로 이뤄져 직접적인 증거도 잡기 어렵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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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런데 양자 구도에선 낙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지부진해서 홀로 싸워야 할 오 시장에겐 부동산 대책과 한강버스라는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오 시장의 5선은 성공할 수 있을까? <주간조선>이 여론조사 전문업체 케이스냇에 의뢰해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서울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결과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25%를 얻어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지지율은 높은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주자들은 ▲박주민 의원(12%) ▲김민석 총리(9%)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8%)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4%)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2%)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국민의힘 주자 중엔 나경원 의원(11%)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적합한 인물이 없다”고 한 응답자도 14%로 확인된 만큼 선거 결과를 벌써 장담하긴 이르다. 온라인 매체 <뉴스토마토>도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만 18세 이상 서울 거주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주자들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오 시장은 여기서도 23.2%의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범보수 주자들은 ▲나 의원(11.8%)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7.5%)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6.1%)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4.8%)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박 의원은 12.8%의 지지를 얻어 범여권 서울시장 후보 중 1위를 기록했다. 조 비대위원장은 12.6%를 얻으며 오 시장 턱밑까지 치고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김 총리(9.8%) ▲민주당 서영교 의원(6.6%) ▲강 실장(4.3%) ▲박 의원(1.6%)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양자구도가 되면, 오차 범위 내 혼전이 진행될 수도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 시장이 강 실장·조 비대위원장과 대결하면 각각 1.7%·1.5% 차이로 앞설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김 총리를 상대할 땐 3.6% 차이로 질 수도 있단 결과도 나왔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확정되면, 여당 프리미엄과 중·장년층의 지지를 얻어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1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한 사실을 스스로 공개해 당내 일각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았다. 장 대표는 ‘윤 어게인’을 추종하는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함으로써 여전히 과거와 절연하지 못하는 당의 현실을 보여줬다. ‘지지부진’ 국힘, 방해꾼 안 되면 다행 오 신통기획 방해할 10·15 부동산 대책 국민의힘은 국정감사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국정감사에서 주목받는 구도는 민주당과 사법부의 알력이다. 친여 성향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다수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13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조요토미 희대요시’로 희화화한 사진을 제시하는 등 튀는 모습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놓고 보면, 오 시장은 선거에서 당의 지원은 차라리 없는 게 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나 의원이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해 오 시장에게 도전하면, 오 시장으로선 당이 오히려 방해꾼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오 시장은 결국 혼자 싸워야 한다. 이미 오 시장은 혼자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새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 전역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인다. 서울 소재의 모든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 정부가 이 조치를 하는 명분은 ‘수도권 집값 안정’이다. 반면 오 시장은 ▲인·허가 절차 간소화 ▲용적률 인센티브 제공 ▲사업성 개선 등 재건축·재개발을 촉진해 공급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서울 내 일부 아파트 단지에 혼재된 연립·다세대 주택이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것도 오 시장의 재건축·재개발 촉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열어둔다. 정부의 새 대책은 주택 매매 물량 감소 때문에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전세 공급도 줄어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의 부동산 대책은 전반적으로 “공급이 줄면 가격이 높아지고, 공급이 늘면 가격이 낮아진다”는 기본적인 수요·공급 원리와 정면으로 반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을 빚는다. 민주당으로선 가계 부채 문제를 부동산 대책의 주된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에선 보유세를 인상하면서 거래세까지 올렸다. 이번 대책엔 ▲주택담보대출 시가별 차등화 ▲주택담보대출 한정 스트레스 금리 상향 조정 ▲전세대출 이자 상환분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반영 등 가계부채 문제를 겨냥한 조치까지 포함돼 수요·공급을 모두 줄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엔 주택 자체가 고급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오 시장으로선 자신이 유지하는 신속통합기획이 퇴색될 가능성이 있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오 시장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은 기본적으로 공급을 늘리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정부와 민주당이 정책적으로 이를 방해해 이번 대책이 과거처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면, 반대로 정치적 호재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한강버스 어디로? 그런데 오 시장에겐 특유의 집착이 있다. 오 시장은 “한강에 대중교통 역할을 할 배를 띄운다”는 취지의 한강버스 사업을 추진했다. 오 시장은 시정 1기 시절부터 한강에 배를 띄우는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지난 2023년 12월 사업 추진 당시에도 ▲적자 가능성 ▲폭염·혹한·폭우·폭설 등 악천후 시 대책 ▲환경 문제 등이 지적됐다. 한강버스가 사업 추진 후 약 1년9개월여가 지난 지난달 개통한 이유는 ▲투자 심사 회피를 위한 사업 쪼개기 ▲사업비 증가 ▲배차 간격 조정 등 각종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개통 첫날 탑승객은 4361명이었고, 평균 좌석 점유율은 80.3%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정도로는 서울 특유의 대중교통 대란이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일찌감치 제기됐던 문제들이 연이어 이어졌다. 개통 전날 시승식 행사도 악천후로 취소됐다. 불과 개통 3일째 되는 날엔 팔당댐 방류로 인해 운행이 중단됐다. 또 고장으로 인해 승객이 뚝섬에서 승객 모두가 하차했고, 운행이 중단되는 등 사태가 이어졌다. 결국 한강버스는 지난달 29일부터 약 한 달간 승객을 태우지 않는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하기로 했다. 또 한강버스는 “오 시장이 실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의 애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을 열어둔다. 대중교통 이용 시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차지하는 부분은 환승 저항(Transfer Resistance)이다. 교통수단 환승 시 느끼는 육체적·심리적·시간적 손해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소요 시간 증가 ▲물리적 피로 ▲정보 부담 ▲일부 역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고통 등을 거론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서울 지하철 2·4·5호선을 갈아탈 수 있고, 다수의 쇼핑몰·기업이 몰려 있는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예를 거론할 수 있다. 해당 역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이용객이 약 7만여명으로 집계됐고, 2호선 출입구와 4·5호선이 매우 멀어 긴 거리를 걸어야 한다. 이 같은 요소 때문에 상당수의 시민은 차라리 소요 시간이 길어지는 쪽을 택해 환승을 피하려고 한다. 오 시장의 구상대로 한강버스를 이용하면, 지하철·버스 등 기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하지 않아도 될 환승을 2회나 더 해야 한다. 한강버스는 환승 저항 때문에라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편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조합)은 지난달 22일 “환승 할인 재정 지원을 확대하지 않으면, 내년 1월부터 환승 제도에서 공식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조합에 따르면, 마을버스 회사는 환승 제도로 인해 승객이 지불한 요금의 일부만 가져간다. 그런데 서울시는 손실액을 100% 보전하지 않아서 환승객이 많을수록 손해가 커진다. 조합은 2004년 이후 손실액은 매년 1000억원이고, 서울시로부터 보전받지 못한 금액은 1조원 이상 누적됐다고 주장한다. 특유의 물 집착 올해 서울시가 마을버스 회사에 지급한 손실 보조금은 412억원이다. 2022년에 495억원을 지원한 이후 2년 연속 줄이다가 올해 늘린 것으로 확인된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노선을 조사한 결과, 배차 간격 등을 지키지 않는 임의 운영 사례가 다수 있었다”며 “실제 운행 차량 대수가 아닌 등록 대수로 보조금을 신청하는 등 회계 서류 부실·업무 외 비용 과다 지출도 다수 적발됐다”고 반박했다. 서울시와 조합은 지난 2일 ▲재정 지원 기준액 인상 ▲내년도 기준 수립 시 업계 의견 적극 반영 ▲보조금 추가 지원 ▲배차 간격 개선 ▲회계 투명성 상승 등을 합의했다. 하지만 조합은 여전히 환승제 탈퇴 가능성을 거론한다. 조합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조건은 1000억원대 손실 전액 보전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한강 집착’은 지난 20일 서울시를 상대로 진행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서도 확인됐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이날 “주식회사 한강버스가 은행에서 빌린 대출 500억원을 갚지 못하면, SH공사(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다”며 “오 시장의 서울시가 시민 세금으로 민간회사의 빚을 보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이날 한강버스가 은행서 500억원을 빌릴 당시 은행에 제출한 컴포트레터(회사의 재정·외부 지원 여부를 확인해 주는 문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SH공사는 한강버스가 빚을 갚지 못하면 선박·도선장을 잔존가치 가격으로 매입하거나, 대출금을 출자금으로 전환해 운영을 맡기로 했다. 같은 당 천준호 의원도 “시범 운항 TF 운영 당시 발전기 방전 관련 지적이 있었는데도 고쳐지지 않아서 정식 운항 때도 고장 났다”며 “시는 민간사업자 추진 사항이라서 자료가 없다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다음 날 “한강버스에 투입된 자금 중 약 69%는 서울시가 조달했고, 민간 투자 금액은 2.8%에 불과하다”면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졸속 추진된 한강버스 관련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세이돈 별명 붙었는데 ‘한강버스’ 집착 민주당 김건희 특검에 “오세훈 수사” 촉구 반면 오 시장은 “한강버스 운항 후 2~3년이 지나면 충분히 흑자가 날 것”이라며 “운항 수입은 극히 일부고, 선착장 부대시설에서 얻는 수익과 광고 수익 등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에겐 ‘오세이돈’이란 별명이 붙었다. 한강 등 물과 관련된 사업을 다수 진행했기 때문이고, 폭우 관련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작용했다. 실제로 그는 시정 1~2기 당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한강 수상택시 ▲마곡 워터프론트 사업 ▲노들섬 한강예술섬 계획 ▲뚝섬 레포츠 시설 사업 ▲당인리발전소 수변 개발 계획 등을 진행했다. 3~4기엔 ▲한강 대관람차 건설 계획 ▲서울아레나 수변 개발 계획 ▲한강버스 사업 등을 기획했다. 그런데 시정의 기본인 수해 방지에 대해선 강한 비판을 받았다. 오 시장 재임 중인 2011년과 2022년엔 폭우로 서울시 일부가 잠기는 큰 피해를 봤다. 환경단체들은 “오래된 배수로만으로는 폭우·폭설에 대처할 수 없는데도, 오 시장이 수해 방지 예산을 매년 줄였다”고 비판했다. 서울 환경연합의 주장에 따르면, 오 시장 취임 1년 전 서울시의 수해 방지 예산은 641억원이었다가 매년 줄었고, 2010년엔 66억원이었다. 이후 오 시장은 ▲지하 하수도 용량 확대 ▲대심도 빗물 터널 설치 등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2022년에도 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2021년도 수방 치수 예산은 5189억원이었지만, 2022년엔 4202억원이었다. 오 시장과 민주당이 주도하는 서울시의회가 삭감에 가담했고, 오 시장은 재취임 직후 추경을 통해 292억원을 긴급 증액했다. 오 시장이 심혈을 기울인 세빛섬에서도 물과 관련된 물의를 빚었다. 세빛섬은 와이어로만 묶여 물 위에 떠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지난 2011년엔 폭우로 인해 물에 잠겨 한동안 출입이 금지되는 홍역을 치렀다. 지난 2020년엔 부채가 1195억원이라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 시장은 ‘오세이돈’ 별명에 이어 “오 시장의 사주를 풀어보면, 물은 많은데 나무가 없어서 물난리가 난다”는 조롱도 듣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중 청계천 복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후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것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듣고 있다. 조롱 섞인 별명에도 굴하지 않고, 오 시장은 한강에 대한 집념을 유지하고 있다. 한강버스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은 이제 시작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방선거까지 약 7개월여가 남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부터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돼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어 수사 기한을 다음달 28일로 연장하면서 특검보 2명 등을 보강하려고 한다. 시작되는 명 공세 민주당 3대 특검 대응 특별위원회는 지난 10일 “명태균 게이트 주요 의혹 대상자인 오 시장 관련 수사는 검찰에서 진행됐다가 멈췄다”면서 김건희 특검에 오 시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따라서 수사 기간 연장과 명태균 게이트 수사가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당으로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특히 서울시장 자리를 탈환해야 한다. 오 시장에 대한 공격을 당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내우외환 속에서 오 시장은 홀로 싸워야 한다. 그의 5선 도전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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