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보험사 리베이트 실태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4.01.07 14: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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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지는 장사 없다 '은밀한 뒷거래'

[일요시사=경제1팀] 삼성·교보생명에 이어 한화생명 소속 설계사의 리베이트 정황이 포착됐다. 대형 보험 대리점들의 불법 영업 행위도 무더기로 적발됐다. 보험업계의 불법 관행 방지를 위해 당국의 조처가 강화되고 있지만 무용지물이다. 일선 보험설계사들도 불법영업 형태를 뿌리 뽑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할 정도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12월20일 '보험왕'에 대한 보험업계의 자체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최근 잇따라 벌어지고 있는 보험업계 리베이트 사건에 대한 조치다. 금융당국은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겠다고 나섰지만 해결은 쉽지 않다.

보험설계사의 꿈, '보험왕'은 매년 최고 실적을 올린 보험설계사에게 주어지는 타이틀이다.

현재 국내 보험설계사는 40여만명. 보험사에 소속된 설계사가 23만여명, 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가 16만여명이다. 이중 1억원 이상 고액 연봉 보험설계사는 1만여명 정도다. 이들 중 보험왕에는 회사당 1명 정도가 오른다. 전국 보험왕이 40여명 정도라는 얘기다.

걸어다니는 CEO
전국 보험왕 40명

이들의 평균연령은 50대 초반이며 여성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대부분 2회 연속 보험왕 타이틀을 갖고 있으며 매출은 평균 70억∼100억원대다.


한 번 보험왕에 오르면 뒤 따라오는 혜택은 어마어마하다. 사무실, 고급 자동차, 기사 등이 제공되며 한 해 평균 10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린다. 각종 매체와 강연에 초청을 받는 것은 물론 책까지 출간한다. 보험왕 타이틀을 영업에 활용, 전보다 높은 수입을 보장하기도 한다. 걸어 다니는 CEO라고 불릴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보험왕들은 많은 유혹에 노출된다. 실적을 유지하거나 높이기 위해 무리한 영업활동에 나서게 된다. 리베이트다. 최근 설계사와 보험 대리점들의 리베이트 혐의가 잇따라 적발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지난 12월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1월부터 약 3주간에 걸쳐 실시한 한화생명에 대한 종합검사 과정에서 일부 설계사의 리베이트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생명의 한 설계사는 계약자가 초회보험료를 내는 날 보험가입에 따른 감사의 표시로 같은 금액을 계약자에게 계좌 이체하는 등의 수법으로 금품을 제공했다. 이 설계사가 그동안 저지른 리베이트 규모는 모두 1000만원 수준이다.

앞서 금감원은 보험왕 출신인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소속 설계사 2명을 같은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이들 보험왕은 인쇄업체 대표 A씨의 자금세탁을 도왔다. 비자금을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각종 비과세 보험 상품에 분산, 은닉하고 만기가 도래하면 다른 보험 상품에 가입하는 식으로 자금을 관리하는 방법을 썼다. 비과세 보험 상품은 세무당국에 통보가 되지 않아 대규모 불법자금의 세탁경로로 악용되기도 한다.

이들은 거액 보험 가입 대가로 A씨의 부인에게 수억대의 리베이트를 건넸다. 특히 삼성생명 보험왕은 A씨의 해약보험금 60억원을 개인용도로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대형 생보 3사 잇단 불법영업 포착
대리점도 '거액수수료' 영업 발칵


금감원은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내부통제시스템을 집중 점검하고 경영 유의 조처를 내렸다.

같은 달 10일에는 청주에서 보험왕 출신 설계사가 고이자를 미끼로 투자를 권유해 수십명으로부터 수십억원을 모집해 잠적하는 일이 벌어져 금감원이 사실 관계 확인에 나섰다.

이 보험왕은 3년 전부터 보험에 가입한 고객에게 접근해 돈을 빌려주면 높은 이자를 주겠다고 속여 투자를 권유했다. 한 고객은 별다른 의심 없이 1000만원을 맡겼고 10일 간격으로 30만∼40만원의 높은 이자를 받았다. 이후 이 고객은 투자금액을 1억5000만원까지 늘렸으나 이 보험왕이 연락을 끊고 잠적해 이자는커녕 원금조차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꼼수로 당한 피해자만 수십 명, 피해액은 35억원에 달한다.

앞서 2011년엔 알리안츠생명 보험왕이 고수익을 미끼로 60억원 상당의 투자금을 모집한 뒤 잠적했다. 그는 투자받은 돈을 이익금조로 나눠주며 고객들을 안심시키다가 돌연 종적을 감췄다.

2009년에는 동양생명 보험왕이 출시되지 않은 상품을 고객들에게 권유해 가짜 서류에 서명을 받아내고 고객들의 돈은 15년짜리 장기 보험 여러 개에 나눠 투입하는 '돌려막기' 방법을 썼다.

손해보험사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동부화재의 모 직원은 2009년 1월부터 2011년 8월까지 보험대리점에 지급한 모집 수수료 4200만원 중 4100만원을 본인 계좌로 돌려받아 보험 계약자에게 리베이트로 제공했다가 적발됐다.

메리츠화재 모 직원은 2010년부터 2011년에 모 회사와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3100만원을 리베이트로 건넸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LIG손해보험의 보험왕 출신 설계사는 고객 동의서를 위조해 명의를 변경한 다음 보험을 해약하고 보험금을 빼내다 덜미를 잡혔다. 이 설계사는 투자금 명목으로 고객에게 돈을 빌렸고 고객 이름으로 대출받는 등의 방식으로 총 24억원을 횡령하기도 했다.

리베이트 규모
생보사>손보사

회사 차원의 불법 영업도 이뤄졌다. 지난 10월 KB생명이 당국의 철퇴를 맞았다. 금감원은 지난 2012년 9월26일부터 10월26일 기간 중 KB생명에 대한 부문검사를 실시한 결과 '보험모집에 관한 수수료 지급 금지의무 위반' 및 '보험계약 체결 또는 모집에 관한 금지행위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 이와 관련해 KB생명에 대해 기관주의 조치와 함께 과징금 5500만원을 부과했으며 임직원 3명(퇴직자 2명 포함)에 대해 '감봉' 등 문책 조치했다.


B카드는 KB생명이 보험영업에 활용할 신규 회원 발굴 등을 위해 공동프로모션을 실시해 보험가입 가능성이 높은 회원들의 주요 정보를 KB생명에 제공했다. KB생명의 보험 상품 중 어린이보험, 상해보험 등 특정 보험 상품의 보험 모집이 용이하도록 B카드사 상품 중 특화고객 대상카드의 회원정보를 발굴·제공한 것이다.

당국 칼 빼들어
뿌리 뽑긴 어렵다


KB생명은 B카드사로부터 제공받은 고객정보를 활동해 2011년 7월1일부터 2012년 8월31일 기간 중 총 6만592건의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그 실적과 연동해 발생한 모집수수료 94억7400만원을 보험모집에 대한 대가로 B카드에 지급했다.

신한생명은 은행들에 현금성 리베이트를 지급하고 방카슈랑스 영업을 한 점 때문에 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금감원은 신한생명에 대한 종합검사 결과 보험대리점 관련 사업비 집행 업무가 철저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기관주의 조치를 내렸다. 전직 부사장 등 일부 임직원 13명에 대해서는 감봉, 견책, 주의(상당) 조치를 내렸다.

금감원에 따르면 신한생명은 2011년 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특정 쇼핑업체에서 11억8100만원 상당의 물품 구입비를 불투명하게 처리했다. 9억9600만원은 증빙서류를 보관하지 않았고 1억8500만원은 거래처 대표에게 상품권을 되돌려 받아 12개 금융회사 보험대리점에 영업성 경비로 쓴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대리점들의 불법 영업도 잇따랐다. 보험설계사가 아닌 일반인으로부터 고객을 소개받고 거액의 수수료를 지급한 대리점들도 당국에 무더기로 적발되면서 보험업계의 불법 영업으로 인한 논란이 신년 벽두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엠에이치라이프, 아이앤에스포, 메가, 에프엠피파트너즈, 비비본부 보험대리점에 대해 보험 모집 수수료를 부당 지급한 혐의 등으로 최대 5000만원의 과태료에 생명보험 모집 업무 60일 정지 등 중징계를 내렸다.

엠에이치라이프는 2011년 8월∼2012년 1월에 모 생명보험사의 저축보험에 가입하려는 고객을 소개받는 대가로 일반인에게 2400만원의 수수료를 건넸으며 아이앤스포? 2011년 3월∼8월에 역시 일반인 8명에게 저축보험 가입 희망 고객을 소개받고 2500만원을 제공했다. 비비본부 또한 일반인 5명에게 저축보험 고객을 소개받은 대가로 8100만원을 지급했다.


메가 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는 2011년 10월∼2012년 1월에 276건의 보험계약을 모집하면서 이를 타 대리점 소속 보험설계사가 모집한 것으로 처리하고 모집 수수료 8300만원을 챙겼다가 적발됐다. 에프엠피파트너즈도 2011년 3월∼10월에 47건의 보험계약을 모집하면서 다름 보험대리점 설계사들이 모집한 것처럼 꾸며 1800만원의 모집 수수료를 받았다. 에이치엠엘 소속 보험설계사도 유사한 행위로 모집수수료 4100만원을 수수했다.

지난해 말에도 5000명 이상의 설계사를 거느린 대형 보험대리점들의 불법 영업 행위가 적발됐다. 뉴중앙과 에프앤스타즈는 모집 규정 위반으로 각각 기관경고에 과태료 1000만원,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 받았다. 뉴중앙은 2011년 10월31일부터 2012년 5월31일까지 대표이사가 모집한 무배당 연금 보험 총 31건을 타인의 명의를 이용해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15억5300만원의 모집수수료를 부당하게 수수했다.

"돈 줄게 보험 들어 주오" 설계사의 양면성
스스로 가입하고 돌려막기도…결국엔 파산

에프앤스타즈는 설계사 8명에 대해 소속 설계사로 등록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 중 일시적 무등록 상태로 인해 모집인 명의 사용이 불가하자 2011년 6월2일부터 12월21일까지 모집한 37건의 보험계약을 에프앤스타즈 소속 다른 설계사의 명의를 이용토록 하여 체결하고 총 1647만원의 수수료를 수취했다.

피플라이트 보험대리점은 설계사로 등록되지 않은 22명에게 보험가입 가능고객을 발굴해 소속 설계사와 면담을 주선케 하는 등 섭외업무를 전담시키고 2011년 4월1일부터 2012년 3월31일 기간 중 이들의 주선을 통해 실제 보험계약이 체결된 연금보험 등 총 303건에 대한 모집의 대가로 3억1500만원을 지급했다.

보험업법(제98조)은 보험계약 체결 때부터 최초 1년간 납입된 보험료의 10%와 3만원 중 적은 금액 이외에는 리베이트 제공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월 100만원짜리 보험계약을 체결했다고 가정하면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리베이트는 1200만원의 10%인 120만원이 최대라는 얘기다. 월 1만원짜리 보험계약일 경우에는 1년 납입 보험료의 10%가 3만원에 이르지 못하기 때문에 고객에게 3만원까지의 금액만 지급할 수 있다. 이를 어기는 설계사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하고, 해당 보험사는 연간수입보험료의 50%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 받는다.

그런데도 설계사와 대리점, 보험사들의 불법 행위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뭘까.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 간 지나친 경쟁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계약을 따낸 보험료에 따라 설계사들의 추가 수입이 발생하는 구조인 만큼 리베이트를 이용한 무리한 영업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알고도 모른 척하는 보험사에도 문제가 있다. 보험 유치를 위해 고객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건 업계에 관행처럼 치부돼 왔다. 하지만 보험사는 이를 제지하지 않는다. 설계사들이 따낸 보험 계약이 회사의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보험회사는 설계사에게 최초 정착지원금 100여만원을 3개월간 지급한 후 성과급만으로 운영한다. 현재 보험설계사는 독립사업자 신분으로 보험사와 위촉계약을 맺는다. 보험사와 설계사는 근로계약이 아닌 위임계약이 작성되는 것. 개인사업자로 취급되기 때문에 4대 보험 의무적용 대상자에서도 제외된다. 3개월이 지나면 잘 버는 설계사와 못 버는 설계사로 나뉜다. 심할 경우에는 월급통장에 '0원'이 찍히는 경우도 있다.

영업을 못하는 설계사 중에는 성과급을 위해 스스로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를 통해 받은 성과급으로 다른 보험의 보험료를 내고 돈이 부족하면 또 다른 보험을 들어 보험료를 메꾼다. 돌려막기다.

반면 영업 실적이 좋은 설계사의 경우 실적 유지 혹은 향상을 위해 설계사 본인의 성과급을 줄여 더 많은 리베이트를 고객들에게 제공한다. 한 달분에서 세 달분의 보험료를 납부해주기도 한다. 일종의 마케팅 비용이다. 성과급 대부분을 리베이트로 준다고 해도 손해는 그리 크지 않다. 일단 보험계약 실적이 향상되면 각각의 보험계약에 따른 성과급 말도고 월별 실적에 따른 추가 성과급이 발생되기 때문이다.

잘하면 억대 연봉
못하면 '쪽빡'

이와 관련해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의 리베이트 관행은 보험업계 전반에 퍼져 있다"며 "이런 행위에 대해 각 사에서 대대적인 내부 단속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뿌리 뽑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보험계약 체결 고객은 보험료를 절약하거나 현금을 받고, 설계사는 높아진 실적에 따른 성과급을 지급받는 이른바 '누이 좋고 매부 좋고'의 구조인데다가 개인 간의 거래로 이뤄져 직접적인 증거도 잡기 어렵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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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