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보험사 리베이트 실태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4.01.07 14: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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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지는 장사 없다 '은밀한 뒷거래'

[일요시사=경제1팀] 삼성·교보생명에 이어 한화생명 소속 설계사의 리베이트 정황이 포착됐다. 대형 보험 대리점들의 불법 영업 행위도 무더기로 적발됐다. 보험업계의 불법 관행 방지를 위해 당국의 조처가 강화되고 있지만 무용지물이다. 일선 보험설계사들도 불법영업 형태를 뿌리 뽑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할 정도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12월20일 '보험왕'에 대한 보험업계의 자체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최근 잇따라 벌어지고 있는 보험업계 리베이트 사건에 대한 조치다. 금융당국은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겠다고 나섰지만 해결은 쉽지 않다.

보험설계사의 꿈, '보험왕'은 매년 최고 실적을 올린 보험설계사에게 주어지는 타이틀이다.

현재 국내 보험설계사는 40여만명. 보험사에 소속된 설계사가 23만여명, 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가 16만여명이다. 이중 1억원 이상 고액 연봉 보험설계사는 1만여명 정도다. 이들 중 보험왕에는 회사당 1명 정도가 오른다. 전국 보험왕이 40여명 정도라는 얘기다.

걸어다니는 CEO
전국 보험왕 40명

이들의 평균연령은 50대 초반이며 여성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대부분 2회 연속 보험왕 타이틀을 갖고 있으며 매출은 평균 70억∼100억원대다.

한 번 보험왕에 오르면 뒤 따라오는 혜택은 어마어마하다. 사무실, 고급 자동차, 기사 등이 제공되며 한 해 평균 10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린다. 각종 매체와 강연에 초청을 받는 것은 물론 책까지 출간한다. 보험왕 타이틀을 영업에 활용, 전보다 높은 수입을 보장하기도 한다. 걸어 다니는 CEO라고 불릴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보험왕들은 많은 유혹에 노출된다. 실적을 유지하거나 높이기 위해 무리한 영업활동에 나서게 된다. 리베이트다. 최근 설계사와 보험 대리점들의 리베이트 혐의가 잇따라 적발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지난 12월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1월부터 약 3주간에 걸쳐 실시한 한화생명에 대한 종합검사 과정에서 일부 설계사의 리베이트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생명의 한 설계사는 계약자가 초회보험료를 내는 날 보험가입에 따른 감사의 표시로 같은 금액을 계약자에게 계좌 이체하는 등의 수법으로 금품을 제공했다. 이 설계사가 그동안 저지른 리베이트 규모는 모두 1000만원 수준이다.

앞서 금감원은 보험왕 출신인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소속 설계사 2명을 같은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이들 보험왕은 인쇄업체 대표 A씨의 자금세탁을 도왔다. 비자금을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각종 비과세 보험 상품에 분산, 은닉하고 만기가 도래하면 다른 보험 상품에 가입하는 식으로 자금을 관리하는 방법을 썼다. 비과세 보험 상품은 세무당국에 통보가 되지 않아 대규모 불법자금의 세탁경로로 악용되기도 한다.

이들은 거액 보험 가입 대가로 A씨의 부인에게 수억대의 리베이트를 건넸다. 특히 삼성생명 보험왕은 A씨의 해약보험금 60억원을 개인용도로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대형 생보 3사 잇단 불법영업 포착
대리점도 '거액수수료' 영업 발칵

금감원은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내부통제시스템을 집중 점검하고 경영 유의 조처를 내렸다.

같은 달 10일에는 청주에서 보험왕 출신 설계사가 고이자를 미끼로 투자를 권유해 수십명으로부터 수십억원을 모집해 잠적하는 일이 벌어져 금감원이 사실 관계 확인에 나섰다.

이 보험왕은 3년 전부터 보험에 가입한 고객에게 접근해 돈을 빌려주면 높은 이자를 주겠다고 속여 투자를 권유했다. 한 고객은 별다른 의심 없이 1000만원을 맡겼고 10일 간격으로 30만∼40만원의 높은 이자를 받았다. 이후 이 고객은 투자금액을 1억5000만원까지 늘렸으나 이 보험왕이 연락을 끊고 잠적해 이자는커녕 원금조차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꼼수로 당한 피해자만 수십 명, 피해액은 35억원에 달한다.

앞서 2011년엔 알리안츠생명 보험왕이 고수익을 미끼로 60억원 상당의 투자금을 모집한 뒤 잠적했다. 그는 투자받은 돈을 이익금조로 나눠주며 고객들을 안심시키다가 돌연 종적을 감췄다.

2009년에는 동양생명 보험왕이 출시되지 않은 상품을 고객들에게 권유해 가짜 서류에 서명을 받아내고 고객들의 돈은 15년짜리 장기 보험 여러 개에 나눠 투입하는 '돌려막기' 방법을 썼다.

손해보험사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동부화재의 모 직원은 2009년 1월부터 2011년 8월까지 보험대리점에 지급한 모집 수수료 4200만원 중 4100만원을 본인 계좌로 돌려받아 보험 계약자에게 리베이트로 제공했다가 적발됐다.

메리츠화재 모 직원은 2010년부터 2011년에 모 회사와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3100만원을 리베이트로 건넸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LIG손해보험의 보험왕 출신 설계사는 고객 동의서를 위조해 명의를 변경한 다음 보험을 해약하고 보험금을 빼내다 덜미를 잡혔다. 이 설계사는 투자금 명목으로 고객에게 돈을 빌렸고 고객 이름으로 대출받는 등의 방식으로 총 24억원을 횡령하기도 했다.

리베이트 규모
생보사>손보사

회사 차원의 불법 영업도 이뤄졌다. 지난 10월 KB생명이 당국의 철퇴를 맞았다. 금감원은 지난 2012년 9월26일부터 10월26일 기간 중 KB생명에 대한 부문검사를 실시한 결과 '보험모집에 관한 수수료 지급 금지의무 위반' 및 '보험계약 체결 또는 모집에 관한 금지행위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 이와 관련해 KB생명에 대해 기관주의 조치와 함께 과징금 5500만원을 부과했으며 임직원 3명(퇴직자 2명 포함)에 대해 '감봉' 등 문책 조치했다.


B카드는 KB생명이 보험영업에 활용할 신규 회원 발굴 등을 위해 공동프로모션을 실시해 보험가입 가능성이 높은 회원들의 주요 정보를 KB생명에 제공했다. KB생명의 보험 상품 중 어린이보험, 상해보험 등 특정 보험 상품의 보험 모집이 용이하도록 B카드사 상품 중 특화고객 대상카드의 회원정보를 발굴·제공한 것이다.

당국 칼 빼들어
뿌리 뽑긴 어렵다

KB생명은 B카드사로부터 제공받은 고객정보를 활동해 2011년 7월1일부터 2012년 8월31일 기간 중 총 6만592건의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그 실적과 연동해 발생한 모집수수료 94억7400만원을 보험모집에 대한 대가로 B카드에 지급했다.

신한생명은 은행들에 현금성 리베이트를 지급하고 방카슈랑스 영업을 한 점 때문에 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금감원은 신한생명에 대한 종합검사 결과 보험대리점 관련 사업비 집행 업무가 철저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기관주의 조치를 내렸다. 전직 부사장 등 일부 임직원 13명에 대해서는 감봉, 견책, 주의(상당) 조치를 내렸다.

금감원에 따르면 신한생명은 2011년 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특정 쇼핑업체에서 11억8100만원 상당의 물품 구입비를 불투명하게 처리했다. 9억9600만원은 증빙서류를 보관하지 않았고 1억8500만원은 거래처 대표에게 상품권을 되돌려 받아 12개 금융회사 보험대리점에 영업성 경비로 쓴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대리점들의 불법 영업도 잇따랐다. 보험설계사가 아닌 일반인으로부터 고객을 소개받고 거액의 수수료를 지급한 대리점들도 당국에 무더기로 적발되면서 보험업계의 불법 영업으로 인한 논란이 신년 벽두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엠에이치라이프, 아이앤에스포, 메가, 에프엠피파트너즈, 비비본부 보험대리점에 대해 보험 모집 수수료를 부당 지급한 혐의 등으로 최대 5000만원의 과태료에 생명보험 모집 업무 60일 정지 등 중징계를 내렸다.

엠에이치라이프는 2011년 8월∼2012년 1월에 모 생명보험사의 저축보험에 가입하려는 고객을 소개받는 대가로 일반인에게 2400만원의 수수료를 건넸으며 아이앤스포? 2011년 3월∼8월에 역시 일반인 8명에게 저축보험 가입 희망 고객을 소개받고 2500만원을 제공했다. 비비본부 또한 일반인 5명에게 저축보험 고객을 소개받은 대가로 8100만원을 지급했다.

메가 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는 2011년 10월∼2012년 1월에 276건의 보험계약을 모집하면서 이를 타 대리점 소속 보험설계사가 모집한 것으로 처리하고 모집 수수료 8300만원을 챙겼다가 적발됐다. 에프엠피파트너즈도 2011년 3월∼10월에 47건의 보험계약을 모집하면서 다름 보험대리점 설계사들이 모집한 것처럼 꾸며 1800만원의 모집 수수료를 받았다. 에이치엠엘 소속 보험설계사도 유사한 행위로 모집수수료 4100만원을 수수했다.

지난해 말에도 5000명 이상의 설계사를 거느린 대형 보험대리점들의 불법 영업 행위가 적발됐다. 뉴중앙과 에프앤스타즈는 모집 규정 위반으로 각각 기관경고에 과태료 1000만원,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 받았다. 뉴중앙은 2011년 10월31일부터 2012년 5월31일까지 대표이사가 모집한 무배당 연금 보험 총 31건을 타인의 명의를 이용해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15억5300만원의 모집수수료를 부당하게 수수했다.

"돈 줄게 보험 들어 주오" 설계사의 양면성
스스로 가입하고 돌려막기도…결국엔 파산

에프앤스타즈는 설계사 8명에 대해 소속 설계사로 등록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 중 일시적 무등록 상태로 인해 모집인 명의 사용이 불가하자 2011년 6월2일부터 12월21일까지 모집한 37건의 보험계약을 에프앤스타즈 소속 다른 설계사의 명의를 이용토록 하여 체결하고 총 1647만원의 수수료를 수취했다.

피플라이트 보험대리점은 설계사로 등록되지 않은 22명에게 보험가입 가능고객을 발굴해 소속 설계사와 면담을 주선케 하는 등 섭외업무를 전담시키고 2011년 4월1일부터 2012년 3월31일 기간 중 이들의 주선을 통해 실제 보험계약이 체결된 연금보험 등 총 303건에 대한 모집의 대가로 3억1500만원을 지급했다.

보험업법(제98조)은 보험계약 체결 때부터 최초 1년간 납입된 보험료의 10%와 3만원 중 적은 금액 이외에는 리베이트 제공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월 100만원짜리 보험계약을 체결했다고 가정하면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리베이트는 1200만원의 10%인 120만원이 최대라는 얘기다. 월 1만원짜리 보험계약일 경우에는 1년 납입 보험료의 10%가 3만원에 이르지 못하기 때문에 고객에게 3만원까지의 금액만 지급할 수 있다. 이를 어기는 설계사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하고, 해당 보험사는 연간수입보험료의 50%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 받는다.

그런데도 설계사와 대리점, 보험사들의 불법 행위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뭘까.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 간 지나친 경쟁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계약을 따낸 보험료에 따라 설계사들의 추가 수입이 발생하는 구조인 만큼 리베이트를 이용한 무리한 영업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알고도 모른 척하는 보험사에도 문제가 있다. 보험 유치를 위해 고객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건 업계에 관행처럼 치부돼 왔다. 하지만 보험사는 이를 제지하지 않는다. 설계사들이 따낸 보험 계약이 회사의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보험회사는 설계사에게 최초 정착지원금 100여만원을 3개월간 지급한 후 성과급만으로 운영한다. 현재 보험설계사는 독립사업자 신분으로 보험사와 위촉계약을 맺는다. 보험사와 설계사는 근로계약이 아닌 위임계약이 작성되는 것. 개인사업자로 취급되기 때문에 4대 보험 의무적용 대상자에서도 제외된다. 3개월이 지나면 잘 버는 설계사와 못 버는 설계사로 나뉜다. 심할 경우에는 월급통장에 '0원'이 찍히는 경우도 있다.

영업을 못하는 설계사 중에는 성과급을 위해 스스로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를 통해 받은 성과급으로 다른 보험의 보험료를 내고 돈이 부족하면 또 다른 보험을 들어 보험료를 메꾼다. 돌려막기다.

반면 영업 실적이 좋은 설계사의 경우 실적 유지 혹은 향상을 위해 설계사 본인의 성과급을 줄여 더 많은 리베이트를 고객들에게 제공한다. 한 달분에서 세 달분의 보험료를 납부해주기도 한다. 일종의 마케팅 비용이다. 성과급 대부분을 리베이트로 준다고 해도 손해는 그리 크지 않다. 일단 보험계약 실적이 향상되면 각각의 보험계약에 따른 성과급 말도고 월별 실적에 따른 추가 성과급이 발생되기 때문이다.

잘하면 억대 연봉
못하면 '쪽빡'

이와 관련해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의 리베이트 관행은 보험업계 전반에 퍼져 있다"며 "이런 행위에 대해 각 사에서 대대적인 내부 단속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뿌리 뽑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보험계약 체결 고객은 보험료를 절약하거나 현금을 받고, 설계사는 높아진 실적에 따른 성과급을 지급받는 이른바 '누이 좋고 매부 좋고'의 구조인데다가 개인 간의 거래로 이뤄져 직접적인 증거도 잡기 어렵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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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