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②갑오년 뒤흔들 정치권 핫이슈 & 관전포인트

"조용하면 이상하지∼" 365일 바람 잘날 없다

[일요시사=정치팀]2013년 정치권은 '다사다난' '정치실종' 등의 단어로 요약된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전 인수위 시절부터 불거진 인사 문제는 '참사'라는 표현까지 낳으며 1년 내내 지속됐고, 눈덩이처럼 커져만 가는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은 집권 1년도 채 안돼 종교·노동·시민계 등의 '정권 퇴진' 운동을 야기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여야 정치권은 정쟁에만 매몰돼 '정치 없는 정치를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새해에도 정치권을 뒤흔들 대형이슈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정치권은 또 한번 요동칠 전망이다. 2014년 눈여겨 볼 정치권 핫이슈를 짚어봤다.  




2014년 정치권의 가장 큰 이슈는 뭐니 뭐니 해도 오는 6월4일 열리는 전국동시지방선거다. 박근혜정부 출범 2년차에 열리는 만큼 중간 평가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심지어 박근혜정부의 운명이 지방선거 결과에 달렸다는 말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또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 2017년 19대 대통령 선거에 대한 민심의 잣대로서의 역할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달아오르는
지방선거 열기

당장 새누리당이 지방선거에서 낙승하지 못할 경우 여권내부에서부터 레임덕이 시작돼 남은 3년여의 임기를 암울하게 보낼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여야 관계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여야는 사활을 걸고 지방선거에 임할 태세다. 특히 청와대는 새누리당의 지방선거 압승을 위해 직접 후보군들을 챙길 것이라는 후문이다.
또한 지방선거에 이어 7월에 열리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도 10여 곳 이상의 지역에서 열릴 예정이어서 결과에 따라 현재의 여대야소 구도가 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권 한 관계자는 "박근혜정부의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지방선거의 압승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며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워 선거에 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영남지역 외에 최소한 서울, 경기도, 인천 등 '빅3 지역'은 싹쓸이해야 한다"며 "그간 국정의 발목을 잡았던 대선불복 이슈를 잠재우기 위해 유력한 후보들을 차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서울시장에는 7선의 정몽준 의원과 김황식 전 국무총리, 경기도지사에는 5선의 남경필 의원과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인천에는 황우여 대표 등 '거물급 차출설' 등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부산시장, 울산시장, 전남지사 등 연임 제한(3선)에 걸려 무주공산이 된 지역에서는 이미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탄탄한 아성을 구축했기 때문에 내부 공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예비후보 등록이 오는 2월4일부터이기 때문에 원외에 있는 인사들은 벌써부터 출마선언 및 물밑작업에 들어간 상황이다. 

뜨는 '안 신당' 
정가 최대 변수

여권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응해 민주당 등 야권도 '올인 전략'으로 맞불을 놓을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이번 지방선거에는 신설된 세종특별시장을 포함해 광역단체장 17명, 기초단체장 226명, 광역의원 761명, 기초의원 2888명, 시·도교육감 17명 등이 선출될 예정이다.


2014년 정치권을 뒤흔들 가장 큰 변수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신당 창당과 향후 행보다. 지방선거와 미니 총선급 규모의 국회의원 재보선이 예정된 상황에서 '안철수 신당'이 다수의 후보를 당선시킬 경우 수십년간 지속된 여야 양당 구도는 '3당 체제'로의 재편이 불가피하다.

안 의원도 2011년 서울시장 재보선과 2012년 대선을 잇달아 양보한 만큼 이번 지방선거와 재보선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안 의원은 지난 8일 '국민과 함께하는 새정치 추진위원회(새정추)'를 공식 출범시키고 창당과 인재영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최근 '한국갤럽'의 안철수 신당 창당을 가정한 조사에서 32%의 지지율을 얻어 민주당(10%)을 압도하고, 새누리당(35%)에도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오는 등 신당 창당 분위기는 무르익었다는 평가가 많다.(조사기간 - 12월16∼19일, 조사대상 - 전국 유권자 1207명, 조사방식 - 휴대전화 RDD 전화조사원 인터뷰,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 ±2.8%p)

6·4 지방선거 여야 사활건 대격돌
안철수 신당 성공 여부 정치권 촉각

변수는 야권연대 여부다. 안 의원은 "야권연대는 지금 단계에서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정면승부를 펼칠 것을 예고했지만, 살아있는 생물이라 불릴 정도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요동치는 정치에서 야권연대가 전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민주당 한 관계자도 "안 의원의 최근 발언을 감안하면 전면적 연대 가능성은 낮지만, 새누리당의 어부지리를 막기 위해 지역 차원의 논의를 통한 연대는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예를 들면 호남지역은 각개 출마, 서울 등 주요 지역은 연대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 전당대회
여 권력구도 재편

새누리당의 차기 당권 향배도 관심사다. 현재 당권을 쥐고 있는 '황우여-최경환 체제' 지도부 임기는 지방선거 직전인 5월에 끝난다. 이에 비주류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봄 이전에 조기전당대회를 열어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고, 차기 지도부의 책임 하에 지방선거와 재보선을 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친이계(친이명박계)'의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은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결과적으로 박근혜정부 1년 동안 잘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나"며 "집권여당 스스로 책임질 사람은 책임을 지고 양보할 사람이 양보도 하고, 주자가 새로 나오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현 지도부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정우택 최고위원도 지난 2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적 쇄신 차원의 조기 전대가 아니라 6월 지방선거와 7월 재보선 등 큰 선거를 앞두고 전략적 차원에서 조기 전대 또는 선대위 체제(전환)에 대한 검토를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기 전대론을 주장했다.
조기 전대론이 나오는 이유는 최근 지지율이 급락, 각종 여론조사에서 50%대 이하로 떨어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영향을 끼친 것을 분석된다.
그러나 황우여 체제의 새누리당이 지난 10월 재보선에서도 승리하는 등 무난히 당을 이끌어왔기 때문에 당내 갈등이 표출될 수 있는 전당대회는 지방선거 이후 치러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일부에서 조기 전대론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지방선거 후 전당대회를 하자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차기 당권은 누구에게 쥐어지게 될까.
물론 거론되는 이들 가운데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당권 도전 의사를 드러낸 인물은 없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지난 10월 재보선을 통해 7선 의원으로 정계에 복귀한 '원조 친박' 서청원 의원, 한때 '친박 좌장'으로 불렸던 김무성 의원, 신주류로 급부상한 최경환 원내대표 등이 유력한 후보군으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집권 여당의 당권 구도는 차기 총선 공천권 행사, 후반기 국회의장, 집권 중기 국무총리 후보 등의 인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여권 내 권력 이동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측 불허 북한
추가 도발 가능성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박 대통령 취임 초에도 북한은 제3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 개성공단 폐쇄 등의 조치로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켰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신뢰와 원칙의 대북관계 기조를 유지해 결국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에 합의했고,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도 3년 만에 열기로 하는 등 대북 관계에서 성과를 보였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 가운데 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처형 등으로 혼란한 내부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도발을 감행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국방부에서 나와 주목된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지난 17일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 북한 군부의 과도한 충성경쟁과 '공포정치'에 대한 불안감 가중으로 "북한이 내년 1월 하순에서 3월 초순 사이에 도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장관이 도발 시기를 1월 하순에서 3월 초순 정도로 예상한 것은 3월 한미 키리졸브 훈련 등을 앞둔 북한의 반발 가능성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국회 정보위 새누리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은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징후가 보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새누리 전당대회 여권내 권력이동 신호탄
어수선한 북한, 추가 도발 가능성도 주목

이에 대해 국방부 측은 현 시점에서 핵실험이나 장거리 로켓 발사 징후는 없다고 설명했지만 조 의원이 주장한 것은 예상해 볼 수 있는 북한의 도발 유형 중 하나라는 시각이 많다.
마틴 뎀프시 미국 합참의장도 지난 19일(현지시간) 미 펜타곤에서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과 함께 가진 기자회견에서 "독재자에 의한 이런 종류의 내부 행동(장성택 처형 등)은 종종 (대외)도발의 전조가 된다"며 "도발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19일 국방위원회 정책국 서기실 명의의 전화통지문을 청와대 국가안보실로 보내 자신들의 '최고 존엄(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모독'이 반복될 경우 예고 없이 무자비한 대남 보복행동에 나서겠다는 내용의 협박통지문을 발송했다. 


이는 지난 17일 '김정일 사망' 2주기를 맞아 대한민국어버이엽합 등 5개 보수단체들이 서울시내에서 벌인 '김정일 사망 2주년 축하 화형식' 등이 직접적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군은 북한의 이번 위협이 과거처럼 '최고 존엄 모독'을 구실로 삼은 수사적 위협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하면서도 위협이 실제 도발로 이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북한군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강화된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증폭

1년째 수습은커녕 의혹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은 2014년도에도 정치권의 주요 이슈가 될 전망이다.
국정원의 대선 댓글 작성 의혹은 최초 수십 건에서 120만건으로 확대 기소됐고, 검찰이 물리력의 한계로 밝혀내지 못한 댓글도 2000만건이 넘는 것으로 확인되는 등 의혹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또한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의혹도 최초 일부 요원의 '개인적 일탈' 해명이 무색하게 '부실 수사' 비판을 받고 있는 국방부의 '셀프 수사'에서도 11명의 사이버사 심리전단 요원들의 '대선개입 댓글 작성' 혐의가 확인되는 등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 무소속 송호창 의원 등 야권 인사들은 공동으로 '범정부적 대선개입 사안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용 등에 관한 법률안'을 지난 23일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여야 4자회담에서 특검에 대한 논의를 교섭단체 간에 계속하겠다고 합의한 것을 파기한 것"이라며 "또 다른 정쟁을 유발하고자 하는 계략"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 도입 문제를 두고 여야의 정치적 공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
측근비리 주목

정치권 한 관계자는 "임기말에나 나올 법한 종교·노동·시민계의 '정권퇴진' 운동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측근 비리도 조만간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며 "지난 9월 박 대통령의 5촌 조카가 거액의 사기행각을 벌이고 도주하던 중 경찰에 붙잡혀 구속된 일이 있었는데, 크게 이슈화되지 않았다. 청와대의 부실한 친인척 관리는 복잡하게 얽힌 박 대통령의 친인척 및 측근들의 비리를 다잡지 못해 조만간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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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