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②갑오년 뒤흔들 정치권 핫이슈 & 관전포인트

"조용하면 이상하지∼" 365일 바람 잘날 없다

[일요시사=정치팀]2013년 정치권은 '다사다난' '정치실종' 등의 단어로 요약된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전 인수위 시절부터 불거진 인사 문제는 '참사'라는 표현까지 낳으며 1년 내내 지속됐고, 눈덩이처럼 커져만 가는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은 집권 1년도 채 안돼 종교·노동·시민계 등의 '정권 퇴진' 운동을 야기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여야 정치권은 정쟁에만 매몰돼 '정치 없는 정치를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새해에도 정치권을 뒤흔들 대형이슈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정치권은 또 한번 요동칠 전망이다. 2014년 눈여겨 볼 정치권 핫이슈를 짚어봤다.  




2014년 정치권의 가장 큰 이슈는 뭐니 뭐니 해도 오는 6월4일 열리는 전국동시지방선거다. 박근혜정부 출범 2년차에 열리는 만큼 중간 평가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심지어 박근혜정부의 운명이 지방선거 결과에 달렸다는 말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또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 2017년 19대 대통령 선거에 대한 민심의 잣대로서의 역할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달아오르는
지방선거 열기

당장 새누리당이 지방선거에서 낙승하지 못할 경우 여권내부에서부터 레임덕이 시작돼 남은 3년여의 임기를 암울하게 보낼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여야 관계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여야는 사활을 걸고 지방선거에 임할 태세다. 특히 청와대는 새누리당의 지방선거 압승을 위해 직접 후보군들을 챙길 것이라는 후문이다.
또한 지방선거에 이어 7월에 열리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도 10여 곳 이상의 지역에서 열릴 예정이어서 결과에 따라 현재의 여대야소 구도가 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권 한 관계자는 "박근혜정부의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지방선거의 압승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며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워 선거에 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영남지역 외에 최소한 서울, 경기도, 인천 등 '빅3 지역'은 싹쓸이해야 한다"며 "그간 국정의 발목을 잡았던 대선불복 이슈를 잠재우기 위해 유력한 후보들을 차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서울시장에는 7선의 정몽준 의원과 김황식 전 국무총리, 경기도지사에는 5선의 남경필 의원과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인천에는 황우여 대표 등 '거물급 차출설' 등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부산시장, 울산시장, 전남지사 등 연임 제한(3선)에 걸려 무주공산이 된 지역에서는 이미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탄탄한 아성을 구축했기 때문에 내부 공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예비후보 등록이 오는 2월4일부터이기 때문에 원외에 있는 인사들은 벌써부터 출마선언 및 물밑작업에 들어간 상황이다. 

뜨는 '안 신당' 
정가 최대 변수

여권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응해 민주당 등 야권도 '올인 전략'으로 맞불을 놓을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이번 지방선거에는 신설된 세종특별시장을 포함해 광역단체장 17명, 기초단체장 226명, 광역의원 761명, 기초의원 2888명, 시·도교육감 17명 등이 선출될 예정이다.


2014년 정치권을 뒤흔들 가장 큰 변수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신당 창당과 향후 행보다. 지방선거와 미니 총선급 규모의 국회의원 재보선이 예정된 상황에서 '안철수 신당'이 다수의 후보를 당선시킬 경우 수십년간 지속된 여야 양당 구도는 '3당 체제'로의 재편이 불가피하다.

안 의원도 2011년 서울시장 재보선과 2012년 대선을 잇달아 양보한 만큼 이번 지방선거와 재보선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안 의원은 지난 8일 '국민과 함께하는 새정치 추진위원회(새정추)'를 공식 출범시키고 창당과 인재영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최근 '한국갤럽'의 안철수 신당 창당을 가정한 조사에서 32%의 지지율을 얻어 민주당(10%)을 압도하고, 새누리당(35%)에도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오는 등 신당 창당 분위기는 무르익었다는 평가가 많다.(조사기간 - 12월16∼19일, 조사대상 - 전국 유권자 1207명, 조사방식 - 휴대전화 RDD 전화조사원 인터뷰,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 ±2.8%p)

6·4 지방선거 여야 사활건 대격돌
안철수 신당 성공 여부 정치권 촉각

변수는 야권연대 여부다. 안 의원은 "야권연대는 지금 단계에서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정면승부를 펼칠 것을 예고했지만, 살아있는 생물이라 불릴 정도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요동치는 정치에서 야권연대가 전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민주당 한 관계자도 "안 의원의 최근 발언을 감안하면 전면적 연대 가능성은 낮지만, 새누리당의 어부지리를 막기 위해 지역 차원의 논의를 통한 연대는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예를 들면 호남지역은 각개 출마, 서울 등 주요 지역은 연대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 전당대회
여 권력구도 재편

새누리당의 차기 당권 향배도 관심사다. 현재 당권을 쥐고 있는 '황우여-최경환 체제' 지도부 임기는 지방선거 직전인 5월에 끝난다. 이에 비주류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봄 이전에 조기전당대회를 열어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고, 차기 지도부의 책임 하에 지방선거와 재보선을 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친이계(친이명박계)'의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은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결과적으로 박근혜정부 1년 동안 잘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나"며 "집권여당 스스로 책임질 사람은 책임을 지고 양보할 사람이 양보도 하고, 주자가 새로 나오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현 지도부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정우택 최고위원도 지난 2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적 쇄신 차원의 조기 전대가 아니라 6월 지방선거와 7월 재보선 등 큰 선거를 앞두고 전략적 차원에서 조기 전대 또는 선대위 체제(전환)에 대한 검토를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기 전대론을 주장했다.
조기 전대론이 나오는 이유는 최근 지지율이 급락, 각종 여론조사에서 50%대 이하로 떨어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영향을 끼친 것을 분석된다.
그러나 황우여 체제의 새누리당이 지난 10월 재보선에서도 승리하는 등 무난히 당을 이끌어왔기 때문에 당내 갈등이 표출될 수 있는 전당대회는 지방선거 이후 치러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일부에서 조기 전대론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지방선거 후 전당대회를 하자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차기 당권은 누구에게 쥐어지게 될까.
물론 거론되는 이들 가운데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당권 도전 의사를 드러낸 인물은 없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지난 10월 재보선을 통해 7선 의원으로 정계에 복귀한 '원조 친박' 서청원 의원, 한때 '친박 좌장'으로 불렸던 김무성 의원, 신주류로 급부상한 최경환 원내대표 등이 유력한 후보군으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집권 여당의 당권 구도는 차기 총선 공천권 행사, 후반기 국회의장, 집권 중기 국무총리 후보 등의 인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여권 내 권력 이동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측 불허 북한
추가 도발 가능성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박 대통령 취임 초에도 북한은 제3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 개성공단 폐쇄 등의 조치로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켰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신뢰와 원칙의 대북관계 기조를 유지해 결국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에 합의했고,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도 3년 만에 열기로 하는 등 대북 관계에서 성과를 보였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 가운데 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처형 등으로 혼란한 내부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도발을 감행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국방부에서 나와 주목된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지난 17일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 북한 군부의 과도한 충성경쟁과 '공포정치'에 대한 불안감 가중으로 "북한이 내년 1월 하순에서 3월 초순 사이에 도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장관이 도발 시기를 1월 하순에서 3월 초순 정도로 예상한 것은 3월 한미 키리졸브 훈련 등을 앞둔 북한의 반발 가능성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국회 정보위 새누리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은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징후가 보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새누리 전당대회 여권내 권력이동 신호탄
어수선한 북한, 추가 도발 가능성도 주목

이에 대해 국방부 측은 현 시점에서 핵실험이나 장거리 로켓 발사 징후는 없다고 설명했지만 조 의원이 주장한 것은 예상해 볼 수 있는 북한의 도발 유형 중 하나라는 시각이 많다.
마틴 뎀프시 미국 합참의장도 지난 19일(현지시간) 미 펜타곤에서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과 함께 가진 기자회견에서 "독재자에 의한 이런 종류의 내부 행동(장성택 처형 등)은 종종 (대외)도발의 전조가 된다"며 "도발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19일 국방위원회 정책국 서기실 명의의 전화통지문을 청와대 국가안보실로 보내 자신들의 '최고 존엄(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모독'이 반복될 경우 예고 없이 무자비한 대남 보복행동에 나서겠다는 내용의 협박통지문을 발송했다. 


이는 지난 17일 '김정일 사망' 2주기를 맞아 대한민국어버이엽합 등 5개 보수단체들이 서울시내에서 벌인 '김정일 사망 2주년 축하 화형식' 등이 직접적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군은 북한의 이번 위협이 과거처럼 '최고 존엄 모독'을 구실로 삼은 수사적 위협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하면서도 위협이 실제 도발로 이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북한군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강화된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증폭

1년째 수습은커녕 의혹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은 2014년도에도 정치권의 주요 이슈가 될 전망이다.
국정원의 대선 댓글 작성 의혹은 최초 수십 건에서 120만건으로 확대 기소됐고, 검찰이 물리력의 한계로 밝혀내지 못한 댓글도 2000만건이 넘는 것으로 확인되는 등 의혹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또한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의혹도 최초 일부 요원의 '개인적 일탈' 해명이 무색하게 '부실 수사' 비판을 받고 있는 국방부의 '셀프 수사'에서도 11명의 사이버사 심리전단 요원들의 '대선개입 댓글 작성' 혐의가 확인되는 등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 무소속 송호창 의원 등 야권 인사들은 공동으로 '범정부적 대선개입 사안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용 등에 관한 법률안'을 지난 23일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여야 4자회담에서 특검에 대한 논의를 교섭단체 간에 계속하겠다고 합의한 것을 파기한 것"이라며 "또 다른 정쟁을 유발하고자 하는 계략"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 도입 문제를 두고 여야의 정치적 공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
측근비리 주목

정치권 한 관계자는 "임기말에나 나올 법한 종교·노동·시민계의 '정권퇴진' 운동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측근 비리도 조만간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며 "지난 9월 박 대통령의 5촌 조카가 거액의 사기행각을 벌이고 도주하던 중 경찰에 붙잡혀 구속된 일이 있었는데, 크게 이슈화되지 않았다. 청와대의 부실한 친인척 관리는 복잡하게 얽힌 박 대통령의 친인척 및 측근들의 비리를 다잡지 못해 조만간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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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