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수장 맞는 KT 사생결단 시나리오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12.24 16:4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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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채 흔적 지우기 "숙청 피바람 분다"

[일요시사=경제1팀] '황창규호'가 KT 정상화를 향한 닻을 올렸다. 그런데 출항하자마자 갖가지 암초를 마주했다. 원활한 항해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KT 안팎에서는 황창규 신임 회장 내정자에게 '개혁'을 기대하고 있다. 일단 시급한 문제는 '낙하산 지우기'다. KT에는 전임 회장이 심은 낙하산 인사가 어림잡아 40여명이다. 피바람이 예고되는 이유다.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이 KT 새 수장으로 내정됐다. KT는 1월27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황 내정자를 회장으로 공식 선임한다. 지난 16일 오후 2시 KT CEO추천위원회는 권오철 SK하이닉스 고문, 김동수 법무법인 광장 고문, 임주환 고려대 전자 및 정보공학과 객원교수, 황 내정자 등 4명의 CEO 후보자들을 상대로 다섯 시간에 걸친 면접과 회의를 진행하고 황 내정자를 신임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

내부 업무 파악 돌입
사실상 CEO 업무 시작

KT에 따르면 황 내정자는 KT의 미래전략 수립과 경영혁신에 필요한 비전설정 능력과 추진력 및 글로벌 마인드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KT는 황 내정자가 이런 강점을 바탕으로 현재 KT가 처한 위기를 극복해 경영 정상화를 이룩하고 장기적으로 회사의 가치를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황 내정자에 대한 직원들의 기대감이 높다"며 "그간 침체되고 정체됐던 KT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황 내정자는 하루 뒤인 17일부터 주요 임원들로부터 현안 보고를 받고 18일부터 우면동 KT연구개발센터에 마련된 집무실로 출근하는 등 KT 내부 업무 파악에 들어가면서 사실상 CEO 업무를 시작했다.

황 내정자는 부산경남 출신으로 이석채 전 KT 회장과 대학교 동문이다. 부산고 졸업 후 서울대 전기공학 학사를 취득했으며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전기공학 석사를 마쳤다.


미국 매사추세츠주립대에서 전자공학 박사를 마치고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회장과 삼성전자 기술총괄 사장을 역임했다. 최근에는 성균관대 석좌교수 및 지식경제부 R&D전략기획단 단장을 역임했다.

당초 업계는 임 교수가 최종 후보에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이를 뒤엎고 황 내정자가 최종 후보로 결정되면서 낙하산 인사라는 안팎의 비판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졌다.

황 내정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조직 재정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중에서도 과거 잔재 청산이 가장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KT에는 현재 3만명이 넘는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30개가 넘는 계열사가 있다. KT 내부 요직 곳곳에는 이석채 전 회장이 5년 동안 심어놓은 낙하산 인사들이 포진하고 있다.

이 전 회장 취임 이후 부임한 낙하산 인사는 퇴임 임원을 포함해 40여명에 이른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10월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에서 낙하산 인사로 분류한 KT 명단을 공개하며 KT의 부조리를 지적했다. 당시 최 의원은 명단에 있는 인사 36명 대부분이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의 주요 인사들로 KT 직원이 평균 6200만원의 연봉을 받는 데 비해 11억5500만원의 거액을 받고 있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이명박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을 맡았던 김은혜 전무, EBS 이사장인 이춘호 사외이사, 청와대 행정관이던 장치암 상무와 윤종화 KT캐피탈 감사, 인수위 경제2분과 팀장이었던 김규성 KT엠하우스 사장, 뉴라이트 전국연합 대변인이던 변철환 경제경영연구소 상무 등은 MB정부 출신 낙하산 인사로 분류된다.

박근혜 캠프 선대본부장이었던 홍사덕 경영고문과 경제민주화추진단장인 김종인 경영자문, 공보단장이던 김병호 경영고문, 미디어팀장이던 김정관 KT렌탈 IMC 본부장, MB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내고 박근혜정부에서 국민행복기금 이사장을 맡았던 박병원 사외이사 등은 박근혜정부에서 내려온 인물로 꼽힌다.

'황창규호' 과제 산더미…0순위는 조직 재정비
무능한 낙하산 인사 타깃 "줄줄이 사표낼 듯"


여기에 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 심의관 출신의 석호익 스카이라이프 고문과 이 전 회장 대학동문인 성극제 사외이사와 이현락 사외이사,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인 송도균 사외이사, 조선일보 부국장을 지낸 조용택 부사장, 이성해 스카이라이프 고문 등 이 전 회장 라인도 상당수다.

또 안기부 기조실장 출신인 김기석 KT텔레캅 고문, 안기부 차장을 지낸 오정소 KT텔레캅 고문 등 안기부 라인과 판·검사 출신의 정성복 부회장, 남상봉 법무센터장, 박병삼 전무, 황교안 법무장관 아들인 황성진씨 등 법조계 라인도 즐비하다.

한나라당 성북을 위원장을 지낸 최수영 KTis 감사와 전 청주-충주 MBC 사장인 윤정식 대외 총괄 부사장도 낙하산 인사로 지목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동생인 오세현 전무와 오 전 시장 재임 시절 정보화기획단장을 맡았던 송정희 부사장은 오세훈 라인 인사다.

이미 자리에서 물러난 인사 중에서는 이명박정부에서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을 지낸 이태규 전 경제경영연구소 상무, 인수위원을 지낸 허증수 전 사외이사, 인수위 전문위원이던 서종렬 전 미디어본부장, 이 전 회장의 사촌동생인 이석조 KT렌털 전 경영고문, 안기부 실장을 지낸 임경묵 전 KT네트웍스 고문, 국정원 출신의 최재근 전 KT CSV 단장도 낙하산 인사다.

전문성이 결여된 '이석채의 사람들'이 회사 요직을 차지하면서 KT는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석채의 사람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사람들 간 충돌사태도 빚어졌으며 급기야 투고와 제보가 난무하는 흑색선전 양상까지 띠었다.

KT 안팎에서는 낙하산 인사 대부분이 내년 황 내정자 정식 취임 이후 자의반 타의반으로 회사를 떠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실 KT의 낙하산 인사에 대한 물갈이는 이 전 회장 퇴임 전부터 예고돼 왔다. 이 전 회장은 퇴임 직전 '연말까지 임원을 20% 감원하고 고문·자문위원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히면서 구조조정 압박을 시작했다.

포진한 낙하산 인사
임기 초 해체될까?

황 내정자도 지난 19일 KT임원들을 상대로 보낸 이메일에서 "외부인사 청탁을 근절하고 인사 청탁이 있을 경우 처벌하겠다"며 "KT의 방만경영을 끝마치고 KT 임원들이 앞장서서 직원들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 달라"고 밝혔다.

이는 황 내정자가 낙하산 인사들을 상대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민영화 이후에도 정권 교체기마다 CEO가 바뀌는 홍역을 치르는 상황에서 외부 입김에서 자유롭겠다는 의지 표현인 것으로도 보인다.

조직 슬림화도 당면 과제다. KT 본사만 따져도 직원이 3만2000여 명에 달한다. 계열사까지 합치면 6만 명에 달한다. KT는 매년 경쟁사보다 1조5000억원의 인건비를 더 소요하고 있다. KT는 2009년 KTF와 합병했다. 하지만 아직도 화학적 융합은 이루지 못하고 있다. 조직은 기존 KT 직원과 KTF 직원으로 파벌을 나눠 분열돼 있다. 여기에 이 전 회장이 사퇴하면서 불거진 내부 갈등으로 분열은 더욱 벌어진 상태. 심지어 이 전 회장 취임 이전에 근무한 사람을 '원래KT', 그 이후에 근무한 사람을 '올레KT'라고 부를 정도다. 

조직을 추스른 뒤에는 경쟁력 확보가 우선이다. 이 전 회장은 '탈통신'을 추진하면서 기업 인수에 적극 나서 취임 전 30개 정도였던 계열사는 53개까지 늘렸다. 몸집은 커졌지만 내실은 그렇지 못했다. 통신 분야에서 생긴 구멍을 비통신 분야에서 만든 이익으로 메꾸는 데 급급했다.


원래KT VS 올레KT
화학적 융합 요원

올 3분기 실적만 봐도 KT의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7.3% 줄어든 5조7346억원, 당기순이익은 63.1% 감소한 1363억원을 기록했다. 그 중 무선사업분야 영업이익은 1조7138억원으로 이동통신 3사 가운데 유일하게 2.3% 줄었다. 무선통신 가입자 수는 11만4000여명이 빠져나갔고 무선 가입자당 평균 매출도 감소했다. 하지만 BC카드와 KT스카이라이프, KT렌탈 등 비통신 분야 그룹사들의 영업이익 기여 때문에 전체 영업이익은 22.7% 증가한 3078억원을 기록했다.

그렇다고 해서 비통신 분야에 대한 지원을 끊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이 전 회장이 절반 정도 이뤄놓은 비통신 사업과 해외시장 개척은 이어받아야 한다는 것이 KT 안팎의 중론이다. 국내 통신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경쟁 통신사들도 탈통신을 추진하고 있다.

신용카드사와 연계한 결제 서비스나 새 수익원인 IPTV 등 사업을 이어가고 해외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것에도 힘을 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회장은 최근 정보통신 노하우를 수출하는 협력 모델을 만들어 르완다 등 아프리카 시장에 진출했다. KT의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통신 시장 발전이 늦은 아프리카 시장을 선점하는 작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황 내정자의 통신분야 비전문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도 과제 중 하나다. 일각에서는 황 내정자가 반도체 분야의 전문가일 뿐 통신 경험이 없어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라는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황 내정자는 '미스터 반도체'란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반도체 전문가다. 황 내정자는 삼성전자가 세계 1위 메모리반도체 업체로 성장하는 데 큰 공헌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반도체 메모리 용량이 해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이른바 '황의 법칙'이라는 새로운 반도체 성장이론을 발표하기도 했다. 황의 법칙이 나오기 전까지는 인텔의 공동 설립자인 고든 무어가 발표한 '무어의 법칙'(메모리 용량이 18개월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내용)이 40년 동안 깨지지 않고 유지돼 왔다.


파벌 간 충돌사태?
투서·제보 난무
내부 분열 조짐도

황 내정자는 정보기술(IT) 전문가지만 정작 KT의 주력인 통신 분야에는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황 내정자가 삼성전자 출신이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인원 감축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삼성의 조직문화가 배어 있는 황 내정자가 이 전 회장보다 더 큰 규모의 구조조정을 시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약 1만 명의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상황. KT는 민영화 과정에서 5000여 명을, 이 전 회장 시절 6000여 명의 인원을 감축한 바 있다.

지난 18일 경제개혁연대는 "황 후보자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총괄사장을 역임하는 등 반도체 분야에서는 최고의 전문가이나, KT의 주력인 유·무선 통신서비스 사업과 관련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황 후보자가 삼성전자에서 오랫동안 몸 담아온 인물로 단말기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KT의 관계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사는 매우 밀접한 사업적 연관을 가지며, 우리나라 기간 통신사인 KT와 글로벌 단말기 제조사 삼성전자가 유착된다면 이는 관련 산업분야에 치명적 악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경제개혁연대는 과거 삼성전자 출신인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시절, 통신산업정책이 지나치게 제조사 위주로 추진돼 우리나라 통신산업 발전에 장애를 초래했다는 일각의 비판이 제기된 점을 들며 "황 후보자는 삼성전자와 관계에 대한 명확한 선을 그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내정자가 삼성전자 출신이라는 점은 상대적으로 노조가 강한 KT에 적응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낳고 있다. 삼성전자는 '무노조 경영'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통신분야 경험 부족
노사 시각차 뚜렷

KT 새노조 측은 "CEO추천위원회가 삼성 출신의 황 내정자를 선택한 것에 대해 많은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며 "삼성의 반사회적 경영이 재현되어 또 다시 통신공공성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후퇴시킬 수 있으며 노동인권 침해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심각하게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새노조 측은 또 "우리는 이러한 우려를 황 내정자가 불식시키기 위해 적극 노력해줄 것을 요청한다"며 "절대로 이 전 회장과 권력형 낙하산 인사들이 보여준 각종 그릇된 행태를 답습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내정자도 이를 의식하듯이 "적극적으로 경청하는 자세로 임하겠다"며 "비전을 나누고 참여를 이끌어 KT 경영을 정상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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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더불어민주당의 공격이 거침없다. “정치 보복은 없다”고 단언한 이재명 대통령이기에 국민의힘에서는 크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정치 보복’이 아닌 ‘내란 종식’이라고 받아쳤다. 사분오열로 흩어진 국민의힘이지만, 대통령 취임 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이재명정부를 공격하는 때에는 손발이 척척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인 이른바 ‘3대 특검’이 가결됐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를 의결함으로써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 3년 동안 이어진 가결-거부권 무한 굴레가 이 대통령 취임 후 속전속결로 해결됐다. 허니문 없이 본게임 돌입 3대 특검은 모두 윤석열정부를 겨냥하고 있다. 해당 법안들은 본회의서 재석 198명 중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내란 특검법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내란 외환 행위, 군사 반란, 내란 목적 선동을 수사한다.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비롯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명품 가방 및 금품수수 의혹 ▲공천 개입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등 국정 농단 의혹 등의 수사를 골자로 한다. 마지막으로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해병대원 채모 상병 사건 수사를 방해 및 은폐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내용이다. 당시 수사 외압 과정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임 전 사단장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태 공범 이모씨와 골프 모임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사건의 마지막 퍼즐이 김건희씨로 지목됐다. 특히 채상병 특검은 전 정권에서 민주당 등 야당이 여러 차례 본회의에 올려 통과시켰지만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번번이 무너졌다. 1년9개월 동안 제자리걸음이었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에서 단번에 통과되자 본회의를 지켜보던 해병대 예비역 회원들이 일제히 자리서 일어나 거수경례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3대 특검은 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은 이를 심의·의결한 뒤 자신의 SNS를 통해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이라며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우원식 국회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3개 특검법안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 요청 서류에 결재했다”며 이 대통령에게 요청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요청서를 받은 이 대통령이 특검 후보 추천을 공식 의뢰하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서 특검 후보자를 각 1명씩 추천하게 된다. 속전속결 속 민주당 3특검법 모두 통과 반성 없는 국힘 ‘이 대통령 때리기’ 올인 내란 특검에 60명, 김건희 특검에 40명, 채상병 특검에 20명의 파견 검사가 투입되는 등 대규모 특검이 예고된 가운데, 민주당과 혁신당은 법조계 인사들 중 후보자를 물색해 빠른 시일 내 추천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쟁에 함몰되는 대통령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기본원칙적 교훈과 경고를 드린다”며 곧바로 날을 세웠다. 앞서 민주당 단독으로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의결되고, ‘대통령 재판 중지법’까지 잇따라 추진되자 국민의힘은 “대선 다음 날 민생도, 외교·안보도 아닌 첫 입법 행위가 ‘사법부 장악법’이라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경악스럽다”며 “괴물 독재 국가의 출발점”이라고 비판했다. 신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여야가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협치는 사라지고 또다시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허니문 기간도 없이 곧바로 싸움이 번진 것은 여당이 의석 다수를 차지한 여대야소 정국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한국 역사를 돌이켜 보면 대선과 총선이 ‘심판론’처럼 작용하면서 여소야대와 여대야소 현상이 번갈아 나타났다. 대표적인 여대야소 예로 민주화 이후 치러진 13대 총선이 있다. 1990년 노태우정부 시기 당시 민주정의당과 김영삼 총재의 통일민주당, 김종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이 뭉치는 이른바 ‘3당 합당’으로 200석이 넘는 초거대 여당인 민주자유당이 탄생했다. 하지만 지역주의 고착화와 계파 갈등의 이유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혔다. 초반부터 어깃장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지난 17대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과반이 넘는 152석을 얻었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121석에 그치면서 여대야소 정국이 펼쳐졌지만, 당시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었던 만큼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0년 만에 정권을 교체했다. 대선이 치러진 직후에 열린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기세를 몰아 153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을 이어갔다. 이후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꾼 뒤 2012년 4월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친박(친 박근혜)계가 당권을 장악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같은 해 12월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여대야소의 틀을 갖췄지만 여권 내 계파 갈등, 쟁점 법안 등으로 실질적으로는 여소야대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박정부가 레임덕에 접어들면서 새누리당은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고 결국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123석, 새누리당이 122석을 얻었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와 부동산, 집값 상승 등으로 5년 만에 정권을 고스란히 넘겨줬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심판론 성격으로 치러진 21대 총선에선 민주당이 180석을 얻으면서 그야말로 압승을 거뒀고 결국 3년 만에 여대야소 정국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여당이 더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는 건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유독 이번 정권에서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진영이 이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의회 독주’를 넘어 ‘의회 독재’ 프레임을 씌우며 견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5월 유세 현장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은 자유민주주의 선진 대국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전체주의 1인 독재국가로 추락하느냐의 기로에 있다”며 ‘이재명 포비아’ 여론을 띄웠다. 이낙연 전 총리가 상임고문으로 있는 새미래민주당은 “이재명 독재 정권 탄생 저지가 필요하다”며 국민의힘과 국민통합공동정부 운영 및 제7공화국 개헌추진 협약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대선 하루 전날이던 지난 2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 독재를 이재명과 민주당이 시작하면서 베네수엘라 지옥문을 반쯤 열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의 비극이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한때 남미의 모범 국가였던 베네수엘라가 반미 포퓰리즘과 경제 파탄, 사법 장악과 독재의 길을 걸으며 국민의 삶이 무너지고 자유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잊지 말자” 윤 심판론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역시 “예전에 박정희 전 대통령도 독재한다고 말을 들었지만, 유신정우회를 만들어서 입법부를 장악하려고 했던 정도였다”며 “사법부를 장악하려 드는 것은 이재명 후보가 아마 가장 심할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이 대통령 당선 이후 국민의힘은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과 대장동 재판이 사실상 중지된 것을 두고는 “정치 권력에 사법부가 무릎 꿇고 정치적 면죄부를 주면서 법 앞에 권력이 있다는 걸 선언한 것”이라며 “사법부는 이재명 괴물 독재 국가의 공범이 된다는 걸 기억하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유권무죄가 상식이 되어버린 세상, 권력이 있으면 면죄부를 받는 세상. 가히 ‘이재명 독재’ 세상이 도래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독재 프레임을 주장해 온 국민의힘에 국민 40%가 힘을 실어준 데에는 지난 3년간 민주당이 보여준 ‘협치 없는 정치’ 때문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까지 봐온 이재명이란 사람은 당 대표 때의 정치 스타일도 그렇고 업무 방식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강하게 밀어붙이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며 “지금 민주당에서 누가 감히 이 대표를 견제하겠나. 국회의장도 민주당 출신이다. 제어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당연히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에도 국민의힘은 반성은커녕 당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집안싸움이 한창인 와중에도 민주당의 법안 처리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의회 독재라고 비판하니, 국민의 피로감도 덩달아 높아지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의회 독재가 우려되나’라는 질문에 여당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국민의 선택을 독재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윤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행태를 알리기 위해서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탄핵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민주당에 힘을 ‘몰빵’해준 것은 다름 아닌 국민이며,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원색적인 비난을 멈추고 여당 견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회 독재? 윤 심판은 국민의 뜻” 여대야소 처음 아닌데…야 맹공 민주당 양부남 의원 역시 대선 전 토론 프로그램 <국민맞수>를 통해 “의회 민주주의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서 의회 민주주의로 당을 지도했을 뿐이고 앞으로 하려는 것도 민주주의”라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이낙연 전 총리나 바른미래당 손학규 전 대표 등 몇몇 사람이 의회 독재라는 주장을 하고 김문수 후보도 ‘방탄 괴물 독재 국가’를 운운한다”며 “이재명 (당시) 후보를 괴물 독재로 지칭하는 자체가 국민 의식 수준을 우습게 보는 것이고 정치 엘리트 기득권의 기만이자 오만이며 교만”이라고 직격했다. 이날 토론에 함께 출연한 국민의힘 홍석준 전 의원이 민주당의 예산 폭주, 행정부 장악 등을 예로 들자 “독재와 개혁을 혼동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민주당이 하려는 사법제도 개혁이라든지 기재부 개혁 등은 나름 합리성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이런 개혁을 독재로 호도하는 것은 정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다. 국민 생각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도 이 주장에 힘을 실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우리나라 국민 성숙도를 봤을 때 의회를 장악했다고 독재 정치를 하다가는 그 정권도 혼이 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KBS <전격시사>에 출연해 ‘내란 극복’을 축소할 것을 주장하며 “내란 극복이라는 것을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해서 하다가는 결국 보복이라는 말도 나올 수 있다. 국민과 대화, 특히 자기와 반대되는 측 사람과 대화를 활발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과거 여대야소 정국에서는 여당이 고삐를 꽉 쥐고 있었음에도 하루하루 순탄치 않았다. 지금처럼 의회 독재든, 계파 갈등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야당이 호시탐탐 무너뜨릴 기회를 노렸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을 배출한 거대 여당이지만 계속해서 발목 잡힌다면 문재인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효능감 문제에 부딪힐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번엔 다르다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과거의 여대야소와 지금의 여대야소는 다르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노태우정부 당시 3당 합당을 예로 들며 “과거에는 여대야소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국민투표를 통해 민주당 계열에 표가 몰렸다. 그리고 민주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며 “윤석열이란 선장이 자격이 없으니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견제론이 나왔고, 그 결과 총선과 대선 모두 윤석열 심판론으로 치러졌다. 방향타를 국민이 만들어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 대통령 재판, 올스톱 일단 푼 사법 족쇄? 법원이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사건에 대해 기일을 추후에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이같이 밝히며 “헌법 제84조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헌법 제84조에 따라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진행 중인 재판에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리스크였던 대장동 배임 사건 역시 재판부가 재판을 연기했다. 이로써 이 대통령의 다른 재판 역시 추후 지정될 가능성이 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임기 중 재판이 정지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법원은 대장동 배임 사건 재판부는 이 대통령과 함께 기소됐던 더불어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에 대해서는 계속 재판을 진행할 방침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