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갈이 인사철' 재계·관가는 지금…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12.23 11:5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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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어도 준치’ 출가한 삼성맨 전성시대

[일요시사=경제1팀] 재계 ‘라이언 킹’, 삼성맨이 뜨고 있다. 정·관계 주요 요직을 두루 차지하면서 ‘삼성 출신 파워’를 과시하고 있어서다. 최근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의 KT 회장 내정은 그 정점을 찍은 케이스. 대기업들 역시 올 연말 인사에서 집나온 삼성맨 잡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재계에 불어 닥친 ‘삼성맨 수혈’ 바람, 내막을 들여다봤다.




‘삼성 DNA’가 재계 전반에 수혈되고 있다. 우선 ‘통신공룡’ KT 사령탑 자리에 황창규 전 삼성전자기술총괄사장이 내정됐다. 그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세계 1위로 올려놓은 혁신 전문가. 업계에서는 황 전 사장이 민영화 된지 10년이 넘었지만 공기업 유전자가 남아있는 KT에 ‘삼성의 조직문화 이식’이라는 해법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귀하신 몸
모시기 전쟁

황 전 사장의 KT행으로 곳곳에 포진한 ‘삼성맨’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은 최근 알짜공기업 중 하나인 한국마사회 수장 자리를 꿰차면서 화려하게 복귀했다.

현 회장은 공직에서 재계로, 재계에서 또 다시 정계로 진출한 특이 이력을 가지고 있다. 제주 출신인 그는 서울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65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감사원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감사원에서 10여년 근무하며 부감사관까지 지내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삼성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호텔신라 대표이사 부사장, 삼성건설 사장, 삼성그룹 비서실장 등을 역임, 삼성내에서 입지를 다지며 승승장구 한다. 특히 1993년 10월부터 약 3년간 삼성그룹 비서실장을 맡으며 이건희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하기도 했다.


2005년 삼성물산 회장을 마지막으로 삼성과 인연을 끝내고 정계 진출을 선언한다, 현 회장은 2006년 당시 박근혜 의원의 분야별 핵심 측근들로 구성된 전략회의 멤버로 참여하면서 정계에 발을 들여 놓는다. 박 대통령과의 인연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이를 계기로 2006년 고향인 제주도에서 도지사 선거에 출마했지만 실패, 2008년 5월 삼성물산 고문으로 복귀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2년 뒤인 2010년 제주도지사 선거에 재도전했지만 또 다시 낙선하며 정치권에서 멀어지는 듯 했다.

해외에 떠돌던 그는 지난해 박 대통령이 대선에 뛰어들면서 다시 중앙정치 무대에 복귀했다. 대선 경선 당시에는 캠프에서 정책위원을 맡았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어디든 중용될 것으로 예상됐던 그는 황 전 사장으로 낙점된 KT 회장 자리를 놓고도 삼성의 ‘스타 CEO’ 출신들과 하마평에 거론된 바 있다.

공기업뿐 아니라 민간 기업에서도 삼성맨들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최근 단행되고 있는 대기업 연말 인사에서 삼성출신들의 기업 CEO행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전자분야였지만 이젠 업종에 관계없이 삼성출신의 CEO 스카우트 바람이 불고 있다.

KT·마사회·태광·농심·메리츠화재·CJ
업종 불문 자리 꿰차는 전현직 임원

태광그룹은 지난 15일 단행한 정기임원인사에서 삼성물산 출신인 조경구 상무를 영입, 섬유사업본부장에 임명했다. 태광은 지난 2월 최중재 전 삼성물산 화학사업부장을 태광산업 사장으로, 정경환 전 삼성토탈 상무를 영입해 석유화학본부장으로 교체한 바 있다.


지난 5일 메리츠화재에 영입된 남재호 사장도 1983년 삼성화재의 전신인 안국화재에 입사해 2012년 삼성화재 부사장까지 지낸 삼성맨 출신이다. 메리츠화재는 삼성출신 전문경영인을 특히 중용하고 있다. 남 사장의 전임 송진규 전 사장 역시 삼성화재 출신이고, 원명수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도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지난 10월 (주)CJ 대표이사에 오른 이채욱 대표도 삼성물산이 친정이다. GE코리아 회장과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거친 그는 지난 4월 CJ대한통운 부회장으로 입성했다.

식품업계에서도 삼성맨 바람이 불고 있다. 농심은 지난달 김경조 전 삼성코닝 전무에 부사장직을 맡겼고, 동원F&B는 삼성전자에서 경영혁신총괄을 담당했던 박성칠 전 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했다.

농심은 이미 2008년 3월부터 2010년 3월까지 삼성종합기술원장과 삼성인력개발원장을 지낸 손욱 회장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삼성맨으로
‘새판 짜기’

‘삼성맨 수혈’하면 떠오르는 동부그룹도 삼성출신 인사들을 계열사 CEO로 잇따라 영입했다. 대표적으로 지난 9월 동부 대표이사로 허기열 전 삼성전자 중국영업총괄 부사장을 임명했다.

앞서 5월에는 삼성물산 출신인 정광헌 동부하이텍 신사업추진담당 부사장을 동부LED 사장으로 선임했고, 동부대우전자도 삼성물산 출신이 이재형 대표이사를 영입했다.




그룹은 삼성출신 임직원이 가장 많은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삼성출신 인사들을 영입하기 시작한 동부그룹의 ‘삼성맨 사랑(?)’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의중으로 알려졌다. 보수적인 기업 문화를 진취적으로 탈바꿈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업계에서 ‘꼬마삼성’으로 까지 불리는 동부그룹은 삼성맨들을 통해 전문경영인(CEO) 중심의 자율경영체제를 정착한다는 방침까지 이미 세웠다.

두산도 삼성맨 영입에 합류했다. 지난해 9월 전자비즈니스그룹장에 제일모직 정보통신소재사업부 상무와 전무를 거친 동현수 전 에이스디지텍 대표를 영입했다. 일진그룹도 LED사업 강화를 위해 일진LED를 새로 설립하고, 안기훈 전 삼성전기 전무를 대표로 임명했다.

이 밖에 오세용 SK하이닉스 사장도 삼성전자 반도체 출신이며 주우식 전주페이퍼 대표도 삼성맨이다. 주 대표는 행정고시에 합격한 관료 출신으로, 삼성전자에 영입됐다 KDB금융그룹 수석부사장을 지내고 지난 7월부터 전주페이퍼를 경영하고 있다. 전주페이퍼는 최근 요직인 영업본부장에 삼성전자 출신 김영출 상무를 임명하기도 했다.

또 황영기 전 삼성증권 사장은 우리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회장을 거쳐 현재 차병원그룹 부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엘리트 양성
CEO 사관학교

이처럼 삼성 출신 CEO에 대한 인기가 높은 까닭은 이미 검증된 인사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맨은 자타공인 ‘최고 엘리트’로 평가받는다. 구직자들에겐 선망의 대상. 그만큼 입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란 얘기다.

여기에 초일류 기업을 경험한 경력만으로도 삼성맨의 위상은 하늘을 찌른다. 각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이 삼성맨을 스카우트 1순위로 꼽는 까닭이다. 선호 이유는 ‘조직력 있는 기업시스템 경험’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다.

이는 여타 기업들이 ‘인재사관학교’로 불리는 삼성그룹의 철저한 관리시스템과 조직력을 믿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업무 능력·마당발 인맥 보고 기용 
‘굴러온 돌이…’내부 갈등 초래도

헤드헌팅 업체의 한 관계자는 “인사관리가 철두철미한 삼성에서 임원까지 지낸 사람이면 일단 믿어볼만하다는 인식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업무 능력은 기본이고 트렌드를 읽고 혁신을 이끄는 힘과 인적 네트워크도 풍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삼성 출신을 선호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글로벌을 무대로 뛴 삼성 인사들은 최신 트렌드에 대해 보다 많은 정보를 갖고 있고, 수많은 경험을 보유한 인재들로 평가된다”며 “삼성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그만한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친정’이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잘 나가는 덕분에 삼성 출신들의 몸값이 치솟고 삼성 DNA가 한국 재계 전반에 확산된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한편으론 이런 흐름이 가속화할 경우 삼성편중 현상이 심화돼 내부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나치게 ‘흥행보증 수표’만 강조하다가 오히려 ‘삼성 공화국’이라는 반발 심리를 키울 수도 있다”며 “중요한 것은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적절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힘은 조직력과 팀플레이에 기인하는 바가 큰데 삼성 인사를 영입하면 당장 큰 이득이 날 것으로 착각하는 사례가 많다”며 “특정 그룹 출신 인사에 의존하는 현상은 해당 기업과 우리 경제에 건설적이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흥행보증수표?
삼성공화국?

어찌됐건 삼성맨들은 정재계 주요 포스트에 속속 포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긴급 수혈된 이들의 행보와 함께 또 다른 삼성맨들이 박근혜 정부에서 어디에 어떻게 쓰일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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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더불어민주당의 공격이 거침없다. “정치 보복은 없다”고 단언한 이재명 대통령이기에 국민의힘에서는 크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정치 보복’이 아닌 ‘내란 종식’이라고 받아쳤다. 사분오열로 흩어진 국민의힘이지만, 대통령 취임 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이재명정부를 공격하는 때에는 손발이 척척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인 이른바 ‘3대 특검’이 가결됐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를 의결함으로써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 3년 동안 이어진 가결-거부권 무한 굴레가 이 대통령 취임 후 속전속결로 해결됐다. 허니문 없이 본게임 돌입 3대 특검은 모두 윤석열정부를 겨냥하고 있다. 해당 법안들은 본회의서 재석 198명 중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내란 특검법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내란 외환 행위, 군사 반란, 내란 목적 선동을 수사한다.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비롯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명품 가방 및 금품수수 의혹 ▲공천 개입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등 국정 농단 의혹 등의 수사를 골자로 한다. 마지막으로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해병대원 채모 상병 사건 수사를 방해 및 은폐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내용이다. 당시 수사 외압 과정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임 전 사단장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태 공범 이모씨와 골프 모임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사건의 마지막 퍼즐이 김건희씨로 지목됐다. 특히 채상병 특검은 전 정권에서 민주당 등 야당이 여러 차례 본회의에 올려 통과시켰지만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번번이 무너졌다. 1년9개월 동안 제자리걸음이었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에서 단번에 통과되자 본회의를 지켜보던 해병대 예비역 회원들이 일제히 자리서 일어나 거수경례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3대 특검은 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은 이를 심의·의결한 뒤 자신의 SNS를 통해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이라며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우원식 국회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3개 특검법안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 요청 서류에 결재했다”며 이 대통령에게 요청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요청서를 받은 이 대통령이 특검 후보 추천을 공식 의뢰하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서 특검 후보자를 각 1명씩 추천하게 된다. 속전속결 속 민주당 3특검법 모두 통과 반성 없는 국힘 ‘이 대통령 때리기’ 올인 내란 특검에 60명, 김건희 특검에 40명, 채상병 특검에 20명의 파견 검사가 투입되는 등 대규모 특검이 예고된 가운데, 민주당과 혁신당은 법조계 인사들 중 후보자를 물색해 빠른 시일 내 추천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쟁에 함몰되는 대통령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기본원칙적 교훈과 경고를 드린다”며 곧바로 날을 세웠다. 앞서 민주당 단독으로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의결되고, ‘대통령 재판 중지법’까지 잇따라 추진되자 국민의힘은 “대선 다음 날 민생도, 외교·안보도 아닌 첫 입법 행위가 ‘사법부 장악법’이라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경악스럽다”며 “괴물 독재 국가의 출발점”이라고 비판했다. 신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여야가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협치는 사라지고 또다시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허니문 기간도 없이 곧바로 싸움이 번진 것은 여당이 의석 다수를 차지한 여대야소 정국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한국 역사를 돌이켜 보면 대선과 총선이 ‘심판론’처럼 작용하면서 여소야대와 여대야소 현상이 번갈아 나타났다. 대표적인 여대야소 예로 민주화 이후 치러진 13대 총선이 있다. 1990년 노태우정부 시기 당시 민주정의당과 김영삼 총재의 통일민주당, 김종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이 뭉치는 이른바 ‘3당 합당’으로 200석이 넘는 초거대 여당인 민주자유당이 탄생했다. 하지만 지역주의 고착화와 계파 갈등의 이유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혔다. 초반부터 어깃장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지난 17대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과반이 넘는 152석을 얻었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121석에 그치면서 여대야소 정국이 펼쳐졌지만, 당시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었던 만큼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0년 만에 정권을 교체했다. 대선이 치러진 직후에 열린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기세를 몰아 153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을 이어갔다. 이후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꾼 뒤 2012년 4월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친박(친 박근혜)계가 당권을 장악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같은 해 12월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여대야소의 틀을 갖췄지만 여권 내 계파 갈등, 쟁점 법안 등으로 실질적으로는 여소야대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박정부가 레임덕에 접어들면서 새누리당은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고 결국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123석, 새누리당이 122석을 얻었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와 부동산, 집값 상승 등으로 5년 만에 정권을 고스란히 넘겨줬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심판론 성격으로 치러진 21대 총선에선 민주당이 180석을 얻으면서 그야말로 압승을 거뒀고 결국 3년 만에 여대야소 정국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여당이 더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는 건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유독 이번 정권에서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진영이 이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의회 독주’를 넘어 ‘의회 독재’ 프레임을 씌우며 견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5월 유세 현장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은 자유민주주의 선진 대국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전체주의 1인 독재국가로 추락하느냐의 기로에 있다”며 ‘이재명 포비아’ 여론을 띄웠다. 이낙연 전 총리가 상임고문으로 있는 새미래민주당은 “이재명 독재 정권 탄생 저지가 필요하다”며 국민의힘과 국민통합공동정부 운영 및 제7공화국 개헌추진 협약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대선 하루 전날이던 지난 2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 독재를 이재명과 민주당이 시작하면서 베네수엘라 지옥문을 반쯤 열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의 비극이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한때 남미의 모범 국가였던 베네수엘라가 반미 포퓰리즘과 경제 파탄, 사법 장악과 독재의 길을 걸으며 국민의 삶이 무너지고 자유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잊지 말자” 윤 심판론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역시 “예전에 박정희 전 대통령도 독재한다고 말을 들었지만, 유신정우회를 만들어서 입법부를 장악하려고 했던 정도였다”며 “사법부를 장악하려 드는 것은 이재명 후보가 아마 가장 심할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이 대통령 당선 이후 국민의힘은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과 대장동 재판이 사실상 중지된 것을 두고는 “정치 권력에 사법부가 무릎 꿇고 정치적 면죄부를 주면서 법 앞에 권력이 있다는 걸 선언한 것”이라며 “사법부는 이재명 괴물 독재 국가의 공범이 된다는 걸 기억하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유권무죄가 상식이 되어버린 세상, 권력이 있으면 면죄부를 받는 세상. 가히 ‘이재명 독재’ 세상이 도래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독재 프레임을 주장해 온 국민의힘에 국민 40%가 힘을 실어준 데에는 지난 3년간 민주당이 보여준 ‘협치 없는 정치’ 때문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까지 봐온 이재명이란 사람은 당 대표 때의 정치 스타일도 그렇고 업무 방식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강하게 밀어붙이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며 “지금 민주당에서 누가 감히 이 대표를 견제하겠나. 국회의장도 민주당 출신이다. 제어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당연히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에도 국민의힘은 반성은커녕 당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집안싸움이 한창인 와중에도 민주당의 법안 처리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의회 독재라고 비판하니, 국민의 피로감도 덩달아 높아지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의회 독재가 우려되나’라는 질문에 여당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국민의 선택을 독재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윤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행태를 알리기 위해서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탄핵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민주당에 힘을 ‘몰빵’해준 것은 다름 아닌 국민이며,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원색적인 비난을 멈추고 여당 견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회 독재? 윤 심판은 국민의 뜻” 여대야소 처음 아닌데…야 맹공 민주당 양부남 의원 역시 대선 전 토론 프로그램 <국민맞수>를 통해 “의회 민주주의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서 의회 민주주의로 당을 지도했을 뿐이고 앞으로 하려는 것도 민주주의”라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이낙연 전 총리나 바른미래당 손학규 전 대표 등 몇몇 사람이 의회 독재라는 주장을 하고 김문수 후보도 ‘방탄 괴물 독재 국가’를 운운한다”며 “이재명 (당시) 후보를 괴물 독재로 지칭하는 자체가 국민 의식 수준을 우습게 보는 것이고 정치 엘리트 기득권의 기만이자 오만이며 교만”이라고 직격했다. 이날 토론에 함께 출연한 국민의힘 홍석준 전 의원이 민주당의 예산 폭주, 행정부 장악 등을 예로 들자 “독재와 개혁을 혼동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민주당이 하려는 사법제도 개혁이라든지 기재부 개혁 등은 나름 합리성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이런 개혁을 독재로 호도하는 것은 정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다. 국민 생각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도 이 주장에 힘을 실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우리나라 국민 성숙도를 봤을 때 의회를 장악했다고 독재 정치를 하다가는 그 정권도 혼이 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KBS <전격시사>에 출연해 ‘내란 극복’을 축소할 것을 주장하며 “내란 극복이라는 것을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해서 하다가는 결국 보복이라는 말도 나올 수 있다. 국민과 대화, 특히 자기와 반대되는 측 사람과 대화를 활발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과거 여대야소 정국에서는 여당이 고삐를 꽉 쥐고 있었음에도 하루하루 순탄치 않았다. 지금처럼 의회 독재든, 계파 갈등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야당이 호시탐탐 무너뜨릴 기회를 노렸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을 배출한 거대 여당이지만 계속해서 발목 잡힌다면 문재인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효능감 문제에 부딪힐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번엔 다르다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과거의 여대야소와 지금의 여대야소는 다르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노태우정부 당시 3당 합당을 예로 들며 “과거에는 여대야소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국민투표를 통해 민주당 계열에 표가 몰렸다. 그리고 민주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며 “윤석열이란 선장이 자격이 없으니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견제론이 나왔고, 그 결과 총선과 대선 모두 윤석열 심판론으로 치러졌다. 방향타를 국민이 만들어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 대통령 재판, 올스톱 일단 푼 사법 족쇄? 법원이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사건에 대해 기일을 추후에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이같이 밝히며 “헌법 제84조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헌법 제84조에 따라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진행 중인 재판에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리스크였던 대장동 배임 사건 역시 재판부가 재판을 연기했다. 이로써 이 대통령의 다른 재판 역시 추후 지정될 가능성이 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임기 중 재판이 정지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법원은 대장동 배임 사건 재판부는 이 대통령과 함께 기소됐던 더불어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에 대해서는 계속 재판을 진행할 방침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