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갈이 인사철' 재계·관가는 지금…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12.23 11:5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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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어도 준치’ 출가한 삼성맨 전성시대

[일요시사=경제1팀] 재계 ‘라이언 킹’, 삼성맨이 뜨고 있다. 정·관계 주요 요직을 두루 차지하면서 ‘삼성 출신 파워’를 과시하고 있어서다. 최근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의 KT 회장 내정은 그 정점을 찍은 케이스. 대기업들 역시 올 연말 인사에서 집나온 삼성맨 잡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재계에 불어 닥친 ‘삼성맨 수혈’ 바람, 내막을 들여다봤다.




‘삼성 DNA’가 재계 전반에 수혈되고 있다. 우선 ‘통신공룡’ KT 사령탑 자리에 황창규 전 삼성전자기술총괄사장이 내정됐다. 그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세계 1위로 올려놓은 혁신 전문가. 업계에서는 황 전 사장이 민영화 된지 10년이 넘었지만 공기업 유전자가 남아있는 KT에 ‘삼성의 조직문화 이식’이라는 해법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귀하신 몸
모시기 전쟁

황 전 사장의 KT행으로 곳곳에 포진한 ‘삼성맨’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은 최근 알짜공기업 중 하나인 한국마사회 수장 자리를 꿰차면서 화려하게 복귀했다.

현 회장은 공직에서 재계로, 재계에서 또 다시 정계로 진출한 특이 이력을 가지고 있다. 제주 출신인 그는 서울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65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감사원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감사원에서 10여년 근무하며 부감사관까지 지내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삼성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호텔신라 대표이사 부사장, 삼성건설 사장, 삼성그룹 비서실장 등을 역임, 삼성내에서 입지를 다지며 승승장구 한다. 특히 1993년 10월부터 약 3년간 삼성그룹 비서실장을 맡으며 이건희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하기도 했다.


2005년 삼성물산 회장을 마지막으로 삼성과 인연을 끝내고 정계 진출을 선언한다, 현 회장은 2006년 당시 박근혜 의원의 분야별 핵심 측근들로 구성된 전략회의 멤버로 참여하면서 정계에 발을 들여 놓는다. 박 대통령과의 인연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이를 계기로 2006년 고향인 제주도에서 도지사 선거에 출마했지만 실패, 2008년 5월 삼성물산 고문으로 복귀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2년 뒤인 2010년 제주도지사 선거에 재도전했지만 또 다시 낙선하며 정치권에서 멀어지는 듯 했다.

해외에 떠돌던 그는 지난해 박 대통령이 대선에 뛰어들면서 다시 중앙정치 무대에 복귀했다. 대선 경선 당시에는 캠프에서 정책위원을 맡았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어디든 중용될 것으로 예상됐던 그는 황 전 사장으로 낙점된 KT 회장 자리를 놓고도 삼성의 ‘스타 CEO’ 출신들과 하마평에 거론된 바 있다.

공기업뿐 아니라 민간 기업에서도 삼성맨들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최근 단행되고 있는 대기업 연말 인사에서 삼성출신들의 기업 CEO행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전자분야였지만 이젠 업종에 관계없이 삼성출신의 CEO 스카우트 바람이 불고 있다.

KT·마사회·태광·농심·메리츠화재·CJ
업종 불문 자리 꿰차는 전현직 임원

태광그룹은 지난 15일 단행한 정기임원인사에서 삼성물산 출신인 조경구 상무를 영입, 섬유사업본부장에 임명했다. 태광은 지난 2월 최중재 전 삼성물산 화학사업부장을 태광산업 사장으로, 정경환 전 삼성토탈 상무를 영입해 석유화학본부장으로 교체한 바 있다.


지난 5일 메리츠화재에 영입된 남재호 사장도 1983년 삼성화재의 전신인 안국화재에 입사해 2012년 삼성화재 부사장까지 지낸 삼성맨 출신이다. 메리츠화재는 삼성출신 전문경영인을 특히 중용하고 있다. 남 사장의 전임 송진규 전 사장 역시 삼성화재 출신이고, 원명수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도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지난 10월 (주)CJ 대표이사에 오른 이채욱 대표도 삼성물산이 친정이다. GE코리아 회장과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거친 그는 지난 4월 CJ대한통운 부회장으로 입성했다.

식품업계에서도 삼성맨 바람이 불고 있다. 농심은 지난달 김경조 전 삼성코닝 전무에 부사장직을 맡겼고, 동원F&B는 삼성전자에서 경영혁신총괄을 담당했던 박성칠 전 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했다.

농심은 이미 2008년 3월부터 2010년 3월까지 삼성종합기술원장과 삼성인력개발원장을 지낸 손욱 회장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삼성맨으로
‘새판 짜기’

‘삼성맨 수혈’하면 떠오르는 동부그룹도 삼성출신 인사들을 계열사 CEO로 잇따라 영입했다. 대표적으로 지난 9월 동부 대표이사로 허기열 전 삼성전자 중국영업총괄 부사장을 임명했다.

앞서 5월에는 삼성물산 출신인 정광헌 동부하이텍 신사업추진담당 부사장을 동부LED 사장으로 선임했고, 동부대우전자도 삼성물산 출신이 이재형 대표이사를 영입했다.




그룹은 삼성출신 임직원이 가장 많은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삼성출신 인사들을 영입하기 시작한 동부그룹의 ‘삼성맨 사랑(?)’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의중으로 알려졌다. 보수적인 기업 문화를 진취적으로 탈바꿈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업계에서 ‘꼬마삼성’으로 까지 불리는 동부그룹은 삼성맨들을 통해 전문경영인(CEO) 중심의 자율경영체제를 정착한다는 방침까지 이미 세웠다.

두산도 삼성맨 영입에 합류했다. 지난해 9월 전자비즈니스그룹장에 제일모직 정보통신소재사업부 상무와 전무를 거친 동현수 전 에이스디지텍 대표를 영입했다. 일진그룹도 LED사업 강화를 위해 일진LED를 새로 설립하고, 안기훈 전 삼성전기 전무를 대표로 임명했다.

이 밖에 오세용 SK하이닉스 사장도 삼성전자 반도체 출신이며 주우식 전주페이퍼 대표도 삼성맨이다. 주 대표는 행정고시에 합격한 관료 출신으로, 삼성전자에 영입됐다 KDB금융그룹 수석부사장을 지내고 지난 7월부터 전주페이퍼를 경영하고 있다. 전주페이퍼는 최근 요직인 영업본부장에 삼성전자 출신 김영출 상무를 임명하기도 했다.

또 황영기 전 삼성증권 사장은 우리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회장을 거쳐 현재 차병원그룹 부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엘리트 양성
CEO 사관학교

이처럼 삼성 출신 CEO에 대한 인기가 높은 까닭은 이미 검증된 인사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맨은 자타공인 ‘최고 엘리트’로 평가받는다. 구직자들에겐 선망의 대상. 그만큼 입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란 얘기다.

여기에 초일류 기업을 경험한 경력만으로도 삼성맨의 위상은 하늘을 찌른다. 각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이 삼성맨을 스카우트 1순위로 꼽는 까닭이다. 선호 이유는 ‘조직력 있는 기업시스템 경험’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다.

이는 여타 기업들이 ‘인재사관학교’로 불리는 삼성그룹의 철저한 관리시스템과 조직력을 믿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업무 능력·마당발 인맥 보고 기용 
‘굴러온 돌이…’내부 갈등 초래도

헤드헌팅 업체의 한 관계자는 “인사관리가 철두철미한 삼성에서 임원까지 지낸 사람이면 일단 믿어볼만하다는 인식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업무 능력은 기본이고 트렌드를 읽고 혁신을 이끄는 힘과 인적 네트워크도 풍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삼성 출신을 선호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글로벌을 무대로 뛴 삼성 인사들은 최신 트렌드에 대해 보다 많은 정보를 갖고 있고, 수많은 경험을 보유한 인재들로 평가된다”며 “삼성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그만한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친정’이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잘 나가는 덕분에 삼성 출신들의 몸값이 치솟고 삼성 DNA가 한국 재계 전반에 확산된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한편으론 이런 흐름이 가속화할 경우 삼성편중 현상이 심화돼 내부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나치게 ‘흥행보증 수표’만 강조하다가 오히려 ‘삼성 공화국’이라는 반발 심리를 키울 수도 있다”며 “중요한 것은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적절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힘은 조직력과 팀플레이에 기인하는 바가 큰데 삼성 인사를 영입하면 당장 큰 이득이 날 것으로 착각하는 사례가 많다”며 “특정 그룹 출신 인사에 의존하는 현상은 해당 기업과 우리 경제에 건설적이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흥행보증수표?
삼성공화국?

어찌됐건 삼성맨들은 정재계 주요 포스트에 속속 포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긴급 수혈된 이들의 행보와 함께 또 다른 삼성맨들이 박근혜 정부에서 어디에 어떻게 쓰일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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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