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회고위층 증권범죄 의혹 추적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2.23 13: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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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겨냥' 대형 주가조작 사건 터진다

[일요시사=사회팀] 한 대기업 협력사를 둘러싼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사정기관과 작전세력 간의 유착 의혹이 제기됐다. 여기서 눈여겨 볼 부분은 사회고위층이 대거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증권범죄 과정에 해당 작전세력 중 1명이 투입됐다는 증언이다. 만약 그가 소문대로 범죄 혐의와 관련한 핵심 증거를 갖고 있다면 증권가는 물론 사회 각계에 여파를 미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최초 주가조작 세력 간의 책임공방으로 알려진 한 사건이 있었다. 지난 8월 익명의 민원인 ㄱ씨는 청와대와 검찰, 금감원 등 모두 15개 기관에 주가조작 주포로 알려진 ㄴ씨를 수사 제보했다.

하지만 ㄱ씨는 도리어 본인이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앞둔 상황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관련한 내막은 다소 복잡하다. 먼저 ㄱ씨 본인 등 참고인들이 공동으로 보증한 내용을 살펴보자.

범죄 제보자가
주가조작 주포로

ㄱ씨와 ㄴ씨는 서로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지난 2011년 처음 만났다. 차분한 성품의 ㄱ씨는 활달하면서도 싹싹한 ㄴ씨를 마음에 들어 했고, 둘은 가족끼리도 자주 어울리며 친분을 쌓았다. 그런데 2012년 3월 ㄱ씨는 그릇된 판단으로 돌이킬 수 없는 수렁에 발을 들였다. ㄴ씨의 꾐에 빠져 주식 투자를 시작한 것이다.

ㄱ씨에 따르면 ㄴ씨는 한 대기업 협력사 주가가 곧 오를 것이라며 ㄱ씨에게 투자자 알선을 부탁했다. 전문직 종사자 ㄱ씨는 비교적 인맥이 넓은 편에 속했다. 하지만 ㄱ씨는 주식 투자에 별 관심이 없던 터라 ㄴ씨의 요구를 거절했다.


이에 ㄴ씨는 주식 시장에서 M&A 전문가로 이름 높던 ㄷ씨를 자신의 파트너로 소개했다. 뒤늦게 알려진 바에 따르면 ㄴ씨와 ㄷ씨는 감옥에서 서로 인연을 맺은 사이였다.

사정기관-작전세력 유착 혐의 수사
조사 중 다른 사건 개입 증언 나와

ㄷ씨는 과거 한 사모펀드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연매출 2000억원에 육박하는 중견기업 인수전에 참여했다. '주식계의 거물'을 자처한 ㄷ씨는 출소 후 새로운 작전 아이템을 찾았는데 대기업 협력사인 A사가 그의 타깃이 됐다는 설명이다.

같은 달 경기 분당 한 음식점에서 ㄱ씨는 ㄷ씨와 만났다. 이 자리에서 ㄷ씨는 ㄱ씨에게 A사로 투자할 것을 권유하며 원금보장과 고수익을 약속했다. ㄱ씨의 마음은 서서히 흔들리고 있었다.

2012년 6월 ㄴ씨는 ㄱ씨에게 "동업을 하고 있는 ㄷ씨는 5:5계좌(투자자로부터 세력이 돈을 받아 관리하는 계좌)가 많은데 나는 하나도 없다"며 "계좌를 트기 위해 1억원만 빌려 달라"고 요청했다. 2달 후 상환을 조건으로 ㄱ씨는 자신의 지인을 통해 약속된 금액을 ㄴ씨 동생 계좌로 입금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비슷한 시기 ㄱ씨는 ㄴ씨의 요청에 따라 지인 3∼4명에게 A사 종목을 소개했다. 두 달만 기다리면 고수익이 날 거라는 말에 ㄱ씨의 지인들은 ㄱ씨를 믿고 투자를 결정했다. 하지만 넉 달이 지나도록 주가는 오르지 않았고 되려 하강곡선을 그렸다고 한다.

피해자 늘어나
세력들 정체는?


화가 난 ㄱ씨는 ㄴ씨에게 원금 보전을 요구했다. 그러자 ㄴ씨는 "나도 ㄷ씨 때문에 손해를 봤다"며 "모두가 손해 보지 않고 주식 처분을 할 수 있도록 급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고민하던 ㄱ씨는 ㄴ씨가 요구한 돈을 또다시 ㄴ씨 동생 계좌로 분할 입금했다.

하지만 주가 하락은 해가 바뀌도록 계속됐고, ㄱ씨는 자신의 지인들을 상대로 투자 유치를 했던 까닭에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차일피일 상환을 미루던 ㄴ씨는 또다시 사건 해결을 명목으로 ㄱ씨와 ㄱ씨 지인들에게서 거액을 가져갔으나 주가는 변하지 않았다.

ㄴ씨를 믿지 못하게 된 ㄱ씨는 ㄷ씨와 접촉했다. 그러자 ㄷ씨는 "내가 오히려 ㄴ씨 때문에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 ㄴ씨가 했던 진술을 모두 뒤집은 것이다. 이어 그는 "주식투자 손실액을 2달 내에 보상하겠다"며 ㄱ씨에게서 주식 거래가 가능한 USB를 가져갔다. ㄴ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ㄷ씨의 말을 믿었다. 하지만 약속한 보상은 없었고, 수억원의 원금은 또다시 허공으로 증발했다.

ㄱ씨는 해당 USB를 통해 ㄴ씨와 ㄷ씨가 코스피 상장사인 B사에 투자했다고 주장했다. 특수 계좌인 핍스계좌로도 살 수 없던 B사의 주식을 이들이 고가로 매입했다는 것이다. B사는 업계 인지도가 높지만 위험종목으로 분류된 탓에 투자자들이 기피하는 종목으로 전해진다.

2013년 9월 ㄱ씨는 서울중앙지검을 직접 방문했고, 주가조작 사건을 담당하고 있던 수사관을 만났다. ㄱ씨는 그동안 자신이 겪은 일들을 수사관에게 낱낱이 알렸다.

ㄱ씨를 비롯한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투자한 돈이 ㄴ씨와 ㄷ씨가 차명으로 관리하는 세력들의 시세차익을 위해 묶여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사관은 "민원인이 당한 사건은 주가조작이 아닌 주식을 이용한 사기"라고 답했다. ㄱ씨를 비롯한 8인은 ㄴ씨와 ㄷ씨에 대해 사기죄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고소인 조사를 하루 앞둔 10월의 어느 날, ㄱ씨 사무실로 갑자기 경찰이 들이닥쳤다. 사건을 맡은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압수수색영장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ㄱ씨 회사를 급습했다.

그런데 ㄱ씨가 연행된 경찰서에는 ㄴ씨와 ㄷ씨가 참고인 자격으로 나와 있었다. ㄱ씨 입장에선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었던 셈. ㄱ씨에게는 주가조작 및 뇌물공여 혐의가 적용됐다.

경찰은 해당 사건을 고위공직자 비리 혐의로 내사하던 중 핵심 피의자로 ㄱ씨를 지목했다. 그러나 ㄱ씨는 고위공직자에게 뇌물을 건넨 일이 없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경찰은 플리바게닝을 언급하며 ㄱ씨를 추궁했다.

그런데 수사 과정에서 한 형사가 눈에 띄었다. 과거 룸살롱에서 ㄴ씨와 함께 만났던 ㄹ씨였다. 당시 ㄴ씨는 ㄱ씨에게 ㄹ씨를 '친한 형님'으로 소개했다.

ㄱ씨에 따르면 ㄹ씨와 ㄴ씨는 자신들만의 은어로 대화를 나눴는데 먼저 ㄹ씨가 "동생, 나 향냄새(마약사범) 한 번 맡게 해 달라"고 하면 ㄴ씨가 "형님,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작업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처럼 ㄴ씨와 ㄹ씨는 서로 공생관계에 있었다고 ㄱ씨는 주장했다.
 
ㄷ씨는 잡혔지만
ㄴ씨는 풀려났다?

수사 과정에서 ㄱ씨는 이번 주가조작의 총책이 ㄴ씨라고 거듭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실제로 ㄴ씨와 ㄷ씨는 A사 주식을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대부분의 주식거래는 ㄱ씨와 그의 지인들 계좌에서 벌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꼼짝없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된 ㄱ씨와 지난 11월 만났다. 그는 주변에 대한 미안함과 억울함을 토로했다. 여러 번에 걸쳐 그의 이야기를 들었고, 진술의 일관성을 따졌다. 그러던 중 문제의 사건이 터졌다.

이번 달 초 B사에 대한 주가조작 의혹으로 ㄴ씨와 ㄷ씨가 체포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덩치가 큰 코스피 회사라 구속된 인물만 20여명에 달했다고 전해진다.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정확한 확인은 불가능했다.

그런데 수사선상에 오른 인물 중 구속 수사를 피한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바로 ㄴ씨다. 실제로 복수 사정기관 관계자는 "ㄴ씨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ㄱ씨는 "ㄴ씨가 한 코스피 기업의 작전 정황이 담긴 녹취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풀려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조심스레 제기했다. 여기서 등장한 코스피 기업은 C사다.

회계사·의사 등 수사선상
전정권 핵심 정치인도 거론

한때 ㄴ씨는 소위 '10인회'로 불리는 작전 세력 밑에서 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10인회의 타깃은 C사. 문제의 10인회에는 회계사, 의사는 물론이고 정계 거물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만약 C사에 작전 세력이 개입했다는 의혹만으로도 그 파장은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당시 기자는 한 언론사 관계자를 통해 금감원에 접촉했으나 "증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단 금감원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여운을 남겼다. 

C사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증권 전문가를 직접 만났다. 그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관련한 의혹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또 그는 "증권가에 파다한 소문이라면 누군가 먼저 얘기해줬을 것"이라며 "일방적인 얘기는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단 그는 "나중에라도 피해자가 있다면 누군가 입을 열 수 있지 않겠냐"고 의견을 덧붙였다.

C사에 대한 취재를 진행하던 중 ㄴ씨에 대해 알고 있다는 사업가와 접촉할 수 있었다. 그는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는 정확히 모른다"며 "다만 그쪽 바닥에선 굉장히 유명한 사람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 "발이 넓어 지청(검찰)을 제집 드나들 듯 오가는 사람이란 소문도 있다"며 "다칠 수 있으니 웬만해서는 건들지 않는 게 좋을 것"이란 충고도 덧붙였다.

최근 C사가 연 행사에 직접 참석했다. 우려와 달리 행사는 무난하게 마무리됐다. 몇몇 투자자는 주주 구성이 바뀐 사실에 주목하는 듯 했지만 커다란 동요는 발견되지 않았다.

한 금융 관계자는 "기업의 수익성이 좋다면 설사 작전을 공모했을지라도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조언했다. 베일에 싸인 10인회의 존재 여부도 여전히 불투명했다.

복잡한 함수관계
10인회 존재하나

적극적 M&A로 몸집을 불린 C사는 지난 몇 년간 급성장을 기록했다가 최근 성장세가 둔화된 것으로 소개된다. 한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작전 세계에서 유명한 K씨가 BW 발행 등 실무를 맡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증거는 되지 못했다. 기자가 만난 한 사정기관 관계자의 설명도 비슷했다.

그는 "떠도는 소문들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며 "사건 흐름도 이미 다 파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혐의가 입증되려면 피해자가 있어야 하는데 본 건은 피해자가 없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즉 현 상황으로는 사건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완곡한 표현인 것이다.

때문에 앞선 A사 및 B사와 관련한 수사가 관심을 끈다. 해당 사건들과 모두 연계된 키맨 ㄴ씨가 C사와 관련한 정보를 쥐고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본 사건이 증권가를 넘어 사회 각계에 파장을 미치는 권력형 비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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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