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연예인 성매매’ 대부도 펜션 가보니…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12.23 11: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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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대낮인데도 쌍쌍 손님들 들락날락

[일요시사=사회팀] 돈, 섹스, 그리고 여자. 연예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사건으로 온 세상이 떠들썩하다. 여자 연예인과 성매매. 더 정확히 말하면 미모의 스타와 재계 재력가의 만남이다. 각종 소문과 추측이 무성한 가운데 이들이 은밀한 만남을 가졌다는 장소가 공개됐다. 대부도에 위치한 초호화 펜션, 과연 이곳에선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대부도 펜션단지. 그동안 잠잠하던 이곳이 때 아닌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다. 검찰이 여성 연예인의 성매매 장소로 이곳을 지목하면서 부터다. 이 소식은 수원지검 안산지청에서 흘러나왔다. 안산지청은 최근까지 성매매를 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대부도 내 고급 펜션에서 탐문 수사를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입구부터
외제차 즐비 

검찰이 지목한 펜션단지는 33㎡ 짜리 소형부터 수영장을 구비한 346.5㎡ 규모의 대형 독채까지 40여개 동이 있으며 할인마트, 카페, 풋살장 등 부대시설을 갖춘 곳이다. 대부도에는 이런 조건에 부합하는 펜션 단지가 2군데 정도 있다.

지난 16일 오후. 안산역에서 출발해 사회방조제로 연결 된 도로를 지나자 한적한 대부도 마을이 모습을 드러냈다. 잘 다져지지 않은 울퉁불퉁 흙길을 10분쯤 달렸을까. 의심이 가는 2곳 중 1곳에 먼저 도착했다.

평일 낮이라 그런지 펜션 단지는 조용하다 못해 황량했다. 둘러보기 위해 내부로 들어가자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고급스러운 외관을 상상했지만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다소 유아틱한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커다란 풍차를 중심으로 빨강, 주황, 파랑, 노랑 등의 색으로 칠해진 건물들이 즐비했다. ‘고급’과 ‘초호화’라는 단어와는 어쩐지 거리가 멀어 보였다. 무엇보다 독채로 꾸며져 있긴 하지만 건물 사이사이 간격이 좁아 은밀한 사생활이 보호될 것 같아 보이지도 않았다. 

펜션 내부 관계자는 “이곳은 주로 동호회나 기업에서 단합대회 및 워크샵을 하기 위해 많이 찾는 곳”이라며 “생긴 지도 2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고, 연예인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관련 의혹을 일축했다.

검, 성관계 장소로 초호화 펜션단지 지목
수영장 등 각종 시설 갖춘 럭셔리 하우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여기가 맞다면 수사를 나왔다거나 협조 공문이라도 왔을 텐데 전혀 그런 적도 없다”며 “(이번에 연예인 성매매로 지목된 장소는) 바다를 끼고 있으며 통유리로 된 건물이라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발걸음을 돌려 두 번째 장소로 향했다. 첫 번째 장소보다는 유동성이 있는 장소에 위치해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 보였다. 서해안 바다가 한 눈에 보이는 곳에 터를 잡은 이곳은 펜션 40여개동이 들어서 있었다. 단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일렬로 주차된 고급 외제차들이 눈에 띄었다.

앞서 간 장소와 달리 규모도 클 뿐 아니라 펜션 외관은 저마다의 특색을 자랑했다. 유럽풍 분위기를 풍기는 건물이 있는가 하면 드라마 속에서나 볼법한 고급스럽고 세련된 느낌의 건물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사생활 보호
가명으로 예약


이중에서도 A펜션과 B펜션은 특히 인기가 좋다. A펜션은 건물 외벽을 사선으로 디자인 한 뒤 모던한 회색빛으로 마감해 깔끔하고도 럭셔리한 느낌을 자아냈다. 정원 한 켠엔 대형수영장을 갖췄고, 내부에 세미나실 바비큐장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B펜션은 거실 전면을 통유리로 디자인해 눈길을 끌었다. 정원엔 3∼4m 높이로 자란 멋스러운 소나무와 함께 각종 분재와 꽃이 잘 정리돼 정원 주위를 장식하고 있었다. 잘 꾸며진 정원 한쪽엔 3∼4명이 함께 차 마시며 쉴 수 있도록 티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다. 90평 규모의 B펜션은 3층 규모로 지하에 당구장, 탁구장, 노래방 등의 시설을 갖췄고 최대 20명까지 입실이 가능하다. 펜션 이용료는 1박에 50만원 선이다. 




펜션 내부 관계자는 “A펜션과 B펜션을 포함한 몇몇 펜션은 워낙 인기가 많아 비싼 이용료에도 불구하고 많이들 찾는다”며 “주말은 항상 예약중이라 최소 2달 전에 예약을 해야 할 정도”라고 전했다.

이용하는 고객 층은 다양한 편이다. 평일에는 대학생들부터 시작해 직장인들이 많고 주말에는 주로 연인과 가족 단위로 찾는다고 한다. 이 펜션 단지는 몇 년 전부터 럭셔리 스타일의 대명사로 각종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실제 기자가 방문한 날에도 펜션 내부와 외부에서 드라마 촬영이 한창이었다.

그렇다면 이 펜션 단지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일까. 관계자들은 편리한 접근성과 독립성을 우선순위로 꼽았다. 서울에서 한 시간이면 닿을 거리에 위치해 있어 방문하기 편하고 각각 숙소가 따로 분리돼 있어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는 것이다.

고객층 다양…1박 숙박비 40만∼70만원대
서울 근교 접근성과 사생활 보호 큰 장점

펜션 내부 관계자는 “예약제로 운영이 되다보니 누가 방문했는지는 특히 알 수 없다”며 “가명으로 예약하는 경우도 있고 대표 이름으로 예약을 한 뒤 많은 인원이 방문하기 때문에 (비밀 방문을 마음먹은 경우) 충분히 가능한 환경이긴 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40여개의 펜션 모두 각각 다른 개인이 소유하고 있으며, 예약 업무만 따로 받을 뿐 펜션 관리부터 청소까지 모든 제반 사항은 소유주가 별도로 채용해 관리하고 있다”며 “체계가 이렇다보니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는 더더욱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 번 들어가면
외부 출입 안해

이런 점들 때문에 평소에도 몇몇 연예인들이 이곳을 즐겨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펜션 관계자는 “일부 연예인들이 자기 이름으로 예약한 뒤 친구들과 함께 와서 놀고 가기도 한다”며 “연예인들은 오면 밖에 거의 안나온다. 펜션 내에 시설이 모두 갖춰져 있기 때문에 안에만 있다가 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대부도 한 주민도 “주변에 승마클럽도 있고, 고급 펜션도 많다보니 연예인들이 타는 벤 차량이나 고급 외제차들이 많이 왔다갔다한다”며 “최근 몇 년을 기점으로 방문이 잦아진 것 같다”고 전했다.

펜션 관계자는 그러나 성매매 장소 지목과 관련된 물음에서는 “들어는 봤는데 여기인지는 잘 모르겠다”며 추가 답변을 거부했다.


갑작스러운 대부도 유명세에 주민들은 적잖이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취재 도중 만난 한 주민은 “구체적인 사건 경위가 밝혀지진 않았지만 대부도가 불미스러운 의혹에 연루됐다는 것 자체가 유감”이라며 “현재까지 도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허무맹랑한 소설에 불과하다”고 불쾌한 반응을 내보였다.

반면 대부도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한 상인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대부도에는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대부도를 찾는 이용객들이 많이 늘어나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예인 성매매’수사 해프닝

유명 걸그룹이? 이름 같아 소동

유명 여성 연예인 성매매 사건이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성매매 사건과 관련한 해프닝을 들여다봤다. 


이 사건은 12월 초 수원지검 안산지청 마약수사과에서 나왔으나, 그 직전에도 이미 연예계에 소문이 퍼져 있었다. 유명 연예인이 많게는 억대의 돈을 받고 재력가와 성매매를 했다는 게 핵심 골자였다. 이 가운데 거론된 한 여성 탤런트는 유명 걸그룹 멤버와 이름이 같아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10여명의 연예인 이름이 거론된 증권가 찌라시가 등장했다. 연예인 화대 비용, 성매매 연예인 리스트 등이 돌았다. 이 가운데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민영화’가 인기 검색어로 떠올라 관심을 모았다.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등을 중심으로 성매매 여자 연예인은 ‘ㅁㅇㅎ’씨가 확실하다고 함’이라는 글이 올라오자 네티즌들이 몰려 이를 퍼나르면서 집중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이 글은 “검찰이 성매매한 여자 탤런트 등 수십명을 조사하고 있다고 하자 네티즌들이 그게 누군지 열심히 찾고 다녔다”며 “여자 연예인 이름이 ‘찌라시’에 매우 구체적으로 오르내렸고 누군가 ‘ㅁㅇㅎ’씨가 확실하다고 포털, 커뮤니티 등에 올렸다”고 밝혔다. 

이후 “그게 누군지 의견이 분분한데 어디선가 ‘민영화’씨라고 하자 민영화라는 여자 탤런트를 찾으려고 너도나도 검색했다”며 “결국 ‘민영화’가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고 분석해 실소를 자아냈다. 

이와 관련해 검찰 음모론도 제기됐다. 네티즌들은 이번 사건이 발표된 시점을 문제 삼으며 음모론에 불을 지폈다. 성매매 알선 브로커로 지목한 A씨를 검찰이 지난 8월에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기각되고 4개월여 끌다가 돌연 튀어나왔다는 것이다.  

마침 수서발 KTX 매각을 놓고 철도노조가 철도민영화라며 파업에 돌입하고, 정부와 사측이 불법파업이라고 강경대응을 하던 시점이다. 네티즌들은 철도민영화에 쏠린 시선을 연예인 성매매로 돌리기 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유달리 사회적인 큰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연예인 사건사고, 열애 소식이 터져 의혹에 무게를 더했다. 실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의혹 사건이 무혐의로 발표된 뒤 곧바로 그동안 끌고 끌었던 이수근 등 연예인 도박사건이 차례로 공개됐다.

이런 음모론을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도 덩달아 화제다. 내년 공개되는 영화 <위험한 소문:찌라시>는 연예인 매니저가 찌라시 내용이 하도 억울해서 배후를 찾아나서는 이야기를 다룬다. 세간에 의심이 가는 직업군이 영화 속에 고루 등장, 네티즌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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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