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검찰 넘버2’ 김수남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12.24 11:5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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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TK…사정라인 ‘영남’세팅 완료

일요시사=사회팀]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에 김수남 수원지검장(55·16기)이 임명됐다. 김 지검장은 지난 9∼10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과 당직자들을 기소한 내란음모(RO) 사건을 지휘했다. 이번 인사를 두고, 무거운 사건을 끌어안아 ‘공’을 세운 그에게 청와대가 ‘상’을 주는 게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TK 사정라인 마무리 작업이라는 이야기가 솔솔 나오고 있다.




검찰 내 실질적 서열 2위인 서울중앙지검장 자리를 놓고 최재경 대구지검장과 김수남 수원지검장과의 2파전 양상이 있었으나, 지난 19일 법무부는 서울중앙지검장에 김수남(54·사법연수원 16기) 수원지검장을 임명하는 등 고위간부 인사를 지난 24일자로 단행했다. 최교일, 조영곤, 전 지검장에 이어 세 번 연속 TK 출신이 서울중앙지검장을 맡으면서 경남 사천 출신의 김진태 검찰총장과 함께 ‘검찰 빅2’가 모두 영남 인사로 꾸려졌다.

고위간부
인사단행

핵심 사정라인을 확실히 장악하려는 청와대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법무부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장은 정권의 의중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며 “김수남 지검장이 임명된 것은 이석기 내란음모 수사에 대한 ‘공’을 세웠으니 ‘상’을 주는 게 아니냐고 보는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김 지검장은 대구 청구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판사로 임관해 3년 근무한 뒤 검사로 전관했다. 그는 대검 컴퓨터수사과장, 대검 중수3과장,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장, 법무부 정책홍보관리관, 서울중앙지검 3차장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서울 남부지검장을 거쳤다.

김 지검장은 온화하고 원만한 성품의 소유자로 알려진다. 그는 수사 능력과 기획력이 뛰어나며 추진력도 강한 ‘특수통’으로 불린다. 대언론 관계도 매끄럽다. 또한 공소장 변경 제도에 대한 연구로 법학 석사 학위를 받는 등 학구적인 성향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검 중수부 공적자금비리합동단속반에서 반장을 맡아 ‘나라종금 로비의혹 사건’ 재수사를 한 경력이 있다.


2007년에는 삼성그룹 비자금 특검에 앞서 검찰 특별수사 감찰본부 차장을 맡아 수사를 실질적으로 지휘했으며, 서울중앙지검 3차장 시설에는 재벌 2∼3세 주가조작 사건을 처리했다. 또한 미네르바 사건, 교원공제회 사건 등을 처리했다. 최근에는 수원지검장으로 재직하면서 지난 9∼10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과 당직자들을 기소한 내란음모 사건을 맡으면서 일찌감치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내정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사 능력에 있어서는 수준급이라는 평가지만 정치적으로는 민감한 사건을 많이 맡아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가족관계는 부인 조은식(47)씨와 사이에 2녀가 있다.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사건’수사 지휘
공 세웠으니 상? 청와대 의중 실렸나

한편 이날 법무부 차관에는 김현웅(54·16기) 부산고검장을, 서울고검장에 국민수(50·16기) 법무부 차관을, 법무연수원장에 이득홍(51·16기) 대구고검장을, 부산고검장에 김경수(53·17기) 대전고검장을 발령했다. 또 대구고검장에 박성재(50·17기) 광주고검장이, 대전고검장에 김희관(50·17기) 부산지검장이, 광주고검장에 조성욱(51·17기) 서울서부지검장이 보임됐다.

법무부 검찰국장에는 김주현(52·18기) 현 국장이 유임됐다.

대검 공안부장에는 오세인(48·18기) 대검 반부패부장이 전보됐고, 반부패부장에는 강찬우(50·18기) 법무부 법무실장이 임명됐다. 반부패부장은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 이후 특별수사를 총괄 지휘·지원하는 위치다.

법무부 주요 보직으로는 정인창(49·18기) 법무실장, 황철규(49·19기) 범죄예방정책국장, 한무근(50·17기)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보임됐다. ‘검찰의 꽃’이라 불리는 검사장에는 19기 1명, 20기 6명 등 총 7명이 승진했다.

검사장 승진자는 안태근(47·20기) 법무부 기조실장, 김오수(50·20기) 서울고검 형사부장, 이금로(48·20기) 대전고검 차장검사, 김호철(46·20기) 대구고검 차장검사, 박정식(52·20기) 부산고검 차장검사, 안상돈(51·20기) 광주고검 차장검사 등이다.


법무부는 “신임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검찰의 지휘부를 새롭게 구성함으로써 조직의 기강과 분위기를 일신하는 동시에, 공정하고 투명한 검찰권 행사를 통해 ‘법질서 확립’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의 구현’ ‘비정상의 정상화’ 등 검찰 본연의 임무와 주요 국정과제 수행에 더욱 만전을 기하고자 했다”고 인사 취지를 밝혔다.

내란음모 수사
‘보상’인가

김 지검장은 지난 9월 검창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을 내란선동 및 음모, 반국가단체의 활동을 찬양하거나 이에 동조한 혐의로 수원지법에 기소했다. 내란음모 및 선동,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이적동조) 등 세 가지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에 나선 지 14일 만이었다. 당시 김 지검장은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김 지검장은 발표에서 ▲사건개요 ▲공소사실 요지 ▲지하혁명조직 RO 실체 및 주요활동 ▲내란음모 등 경과를 나눠 설명했다. 김 지검장은 “2010년 제보자 신고로 통합진보당(당시 민주노동당) 내부에 지하혁명조직인 이른바 ‘RO’가 활동 중이라는 단서를 입수하고 내사에 착수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2013년 5월 ‘RO’ 조직원들이 북한의 전쟁 도발에 호응해 국가 기간시설 파괴 등 폭동을 음모한 사실을 확인해 핵심 관련자 10여명의 주거지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해 총 604점의 압수물을 분석해 다량의 증거물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를 토대로 총책인 이석기 의원 등 핵심 관계자 4명을 구속해 수사한 결과 ▲RO의 실체와 비밀회동에 관한 조직원의 진술 ▲각종 녹취록 ▲압수된 문건과 디지털 증거 등에 비춰 혐의가 인정돼 구속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지검장은 RO의 실체에 대해서는 “김일성 주체사상이 조직과 사업 전반의 지도 이념임을 명백히 하고 있고, 주체사상으로 철저히 의식화된 사람들만 조직원으로 받아들이는 폐쇄적 조직운영을 해왔다”며 실체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내란음모에 대해서 “주체사상과 대남혁명론을 수행 목표로 삼고 있는 조직원들이 사회혼란을 획책하는 행위는 체제변혁을 위한 것으로 명백히 국헌문란 목적이 있다”며 “뚜렷한 내란선동 음모에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이석기 의원 등 4명을 구속 기소함에 따라 30여년 만에 내란음모 사건 재판이 열리게 됐다.

2007년에는 삼성 비자금 의혹 특검에 앞서 검찰 특별수사 감찰본부 차장을 맡아 수사를 실질적으로 지휘했다. 당시 김 지검장은 “김용철 변호사로부터 삼성 구조조정본부 비상연락망 같은 주소록을 받았다”며 “수사에 필요한 부분은 모두 참고자료로 썼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우리는 관련자 소환조사에서 굉장히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앞으로 특검이 이와 관련된 수사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나라종금 로비·삼성 비자금 등 
굵직한 사건들 맡은 ‘특수통’

특본이 3주라는 아주 짧은 기간동안 수사에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최장 105일까지 수사가 가능한 ‘삼성 비자금 의혹 특검팀’이 관련자 소환 등을 통해 수사에 나서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지적도 했다.

삼성비자금 사건은 2007년 10월, 삼성그룹의 전직 법무팀장 김용철 변호사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과 함께 삼성그룹의 비자금을 폭로하면서 큰 논란이 됐었다. 50여억원의 비자금을 자신이 관리해왔다고 밝히면서, 검찰 및 시민단체에 대한 로비를 이건희 회장이 지시했다는 문건을 공개하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이후 김용철은 변호사는 <한겨레> <시사IN> 등의 인터뷰를 통해 삼성그룹의 비자금 조성 방식과 전방위적 로비의 실체, 삼성그룹 고위 임원들의 과도한 충성 모습들을 공개했다.


이후 삼성 특검법이 발의, 통과돼 관련자들을 조사했으나, 결국 특검은 삼성 에버랜드 사건과 삼성SDS 사건, 삼성화재 횡령 및 증거인멸 사건만을 기소한 채 나머지 대부분의 의혹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일각에서는 수사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해 지방 검사에게 넘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그대로 수사를 종결 후 주요 관련자들을 불구속 입건하는 데 그쳐 ‘면죄부 특검’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전형적인
정치검사

2008년에는 미네르바 사건을 맡았다. ‘미네르바 사건’은 2008년 하반기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서 당시 리먼 브라더스의 부실과 환율폭등 및 금융위기의 심각성 그리고 당시 한국 경제추이를 예견하는 글로 주목을 받던 인터넷 논객 박대성씨가 허위사실 유포혐의로 체포 및 구속됐다가 무죄로 석방된 사건이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은 ‘허위사실 유포 전담반’을 신설하고 박씨를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1항 위반으로 긴급 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공익을 해칠 목적으로 인터넷에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범죄 사실에 대한 해명이 있고, 외환 시장 및 국가신임도에 영향을 미친 사안으로 사건의 성격 및 중대성에 비춰 구속 수사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당시 미네르바 사건은 한국사회에 ‘표현의 자유’에 대한 물음표를 던졌다. 이후 박씨는 허위사실유포죄에 해당하는 전기통신위반법 47조 1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고 위헌 판결을 받았다.

2009년에는 특정 보수 언론의 광고주를 상대로 불매 운동을 벌인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 관계자들을 기소했다. 조선·중앙·동아일보에 대한 ‘광고중단 압박 운동’을 벌인 네티즌들에게 모두 유죄가 선고됐다. 당시 광고중단 운동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인터넷 카페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 개설자 이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운영자 양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당시 검찰은 “불매운동 자체가 협박은 아니지만 언소주 측이 벌인 불매운동 행태는 법에서 인정하는 범위를 일탈한 것으로 보인다”며 “신문사 광고주에 대한 불매운동은 타인의 기본권, 기업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의중
반영 가능성

또한 2012년에는 MBC 파업에 참여한 MBC노조 집행부 구속을 시도했었다. 하지만 노조 집행부에 대한 영장은 기각됐다. 당시 MBC노조는 김 지검장을 맹비난했다. MBC노조 관계자는 “MBC노조 집행부에 2주 동안 두 번이나 구속영장을 신청한 검사는 김수남”이라며 “김수남은 미네르바 구속해서 인터넷 언론에 재갈을 물린 책임자, 미네르바 무죄여도 이 분은 검사장으로 영전했다”라고 김 지검장을 겨냥하며 “이젠 MBC노조?”라며 비난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들 맡아 논란도

MBC노조 파업의 이유는 이렇다. 사실 방송문화진흥회는 정권을 비롯한 외부적 세력으로부터 MBC의 독립을 지켜주는 일종의 완충장치였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에 들어서면서 방송문화진흥회는 어느새 MBC를 조정하는 총독부의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결국, 방송문화진흥회는 MBC에 직접 인사권을 발동하며 친정권 성향의 제작본부장과 보도본부장을 임명한다.

엄기영 사장을 무력화 시키며 본격적인 간섭에 들어가려 한 것. 엄사장은 사퇴하고 방송문화진흥회의 입맛에 맞는 김재철이 새 사장에 임명됐다. 이에 MBC 구성원들은 출근 저지 투쟁으로 김재철 사장에 맞섰으나 김재철 사장은 자신의 진정성을 호소하며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낙하산 본부장 임명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구성원들은 조건부 수용을 허락했다.

하지만 사장 자리에 앉자 태도가 달라졌다. 친정권 성향의 인사들을 대거 요직에 포진시킨 것이다.

이후 방송문회진흥회 김우룡 이사장이 “그건 다 큰집에서 김사장을 불러다 쪼인트 까고 해서 만들어진 인사”라며 파문이 일었다. 충실히 정권의 청소부 역할을 수행하던 김재철 사장은 갑자기 날벼락을 맞았다. 김재철 사장은 급하게 기자회견을 열고 김우룡 이사장에 대해 민형사상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단 상황이 수습되자, 고소 건은 차일피일 미뤘고, 천안함 사태 이후 오히려 새로운 일을 벌였다. 보도본부장에 앉히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황희만씨를 부사장에 임명해 기존 약속을 어겼다. 결국 그는 언행을 통해 관제사장임을 드러낸 것이었다. 그리하여 MBC 총파업이 시작됐다. 지난 3월 김재철 사장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의 과반수 찬성으로 임기 3년 만에 해임됐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김수남 지검장은?]

▲대구 출생
▲대구 청구고 졸업
▲서울대 법학과 학사, 석사 수료
▲제26회 사법시험 합격
▲제16기 사법연수원
▲대구지방법원 판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
▲광주지검 공안부장
▲대검찰청 컴퓨터수사과장
▲대검찰청 중수3과장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장
▲법무부 홍보관리관
▲인천지검 2차장
▲서울중앙지검 3차장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서울남부지검 검사장
▲수원지방검찰청 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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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