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봉길 기념관' 재정난 왜?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2.24 11:5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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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원 없어 난방도 못한다

[일요시사=사회팀] 독립운동가 윤봉길 의사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만든 기념관이 재정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국가보훈처를 비롯한 이해 단체가 4곳이나 되지만 어느 한 곳도 속 시원한 대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돈이 없어서 난방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기념관이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일요시사>가 가봤다.




지난 9월 1000만원에 육박하는 전기료를 미납해 폐관 위기에 몰렸던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이하 매헌 기념관)이 또 다시 수백만원에 달하는 전기료를 내지 못하는 등 재정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존폐의 위기

서울 서초구 양재동 소재 '시민의 숲' 초입에 있는 매헌 기념관은 윤봉길 의사의 업적과 뜻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윤 의사는 일제강점기인 1932년 4월 죽음을 무릅쓴 폭탄 투척으로 나라를 잃은 민족의 울분을 전 세계에 알렸다.

해방 후 우리 정부는 윤 의사에게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하며 예우했다. 이듬해에는 사단법인 '매헌윤봉길의사 기념사업회'(이하 기념사업회)가 발족했다. 정부와 민간의 지속적인 관심은 매헌 기념관 건립 준비로 이어졌다. 이들의 노력은 1988년 12월 결실을 맺었다.

하지만 개관 25년 만에 매헌 기념관은 존폐의 위기를 맞았다. 재원은 이미 바닥을 드러냈고 국민들이 십시일반 모은 1000만원의 성금은 밀린 공과금 납부에 쓰였다. 누구보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을 매헌 기념관 직원들을 찾았다.


지난 17일 매헌 기념관 주변은 동장군의 맹위로 한산했다. 기념관 정면에 마련된 주차장도 드문드문 차가 있었을 뿐 실제 관람객은 많지 않았다. 기념사업회 측은 "아무래도 공원에 왔다가 기념관에 들르는 사람이 많아서 추운 겨울보다는 봄이나 여름에 관람객이 더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3층 높이의 기념관 외관은 겉보기에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기왓장으로 덮인 지붕 정면과 측면의 색깔이 달랐다. 이유가 있었다. 기왓장 교체 공사가 재정 부족으로 일부 구간에서만 진행된 것이다.

당초 기념관 측은 기왓장 낙하 등 안전사고를 이유로 지붕 전면 교체 공사를 추진했다. 하지만 견적이 어마어마한 공사라 시급한 곳부터 처리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교체되지 않은 기왓장 일부가 또 다시 낙하하고 있다는 것. 다행히 기념관 입구와는 거리가 먼 곳이라 인명 피해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혹시 모르는 사태에 대비해 기념관 측은 해당 구역에 접근 근지 라인 등을 설치한 상황이다.

기념관 내부는 한기가 스민 듯 쌀쌀했다. 정문 쪽 간이 데스크에서 안내를 맡은 직원은 두꺼운 다운점퍼를 입고 근무하고 있었다. 난방비를 절감하기 위함이다. 이 직원은 근무 시간 내내 추위와 씨름해야 했다.

1층 전시장 내부도 관람객이 많지 않을 때는 전원을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단체 관람객이 없는 평일 전시장은 어두컴컴하다. 월 평균 200만원이 넘는 전기요금을 감당할 수 없어 벌어지는 일들이다.

또 1층 전시장에는 기록물 보관을 위한 온·습도 조절장치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념관 측은 "에어컨을 통해 조절하고 있다"고 했지만 습도에 취약한 구조는 기록물 훼손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웠다.

기념관 관리 책임자인 양시헌 기념사업회 사무처장을 만났다. 그는 국회의원 보좌진과 연예인 매니지먼트사 대표 등을 역임한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러나 양 처장의 화려한 이력보다는 취재 내내 다운점퍼를 벗지 않는 안타까운 상황이 더 뇌리에 박혔다. 


전기료 또 미납 "직원들 추위와 씨름"
재원 이미 바닥…내부시설도 위태위태

그는 "기념사업회가 현재 재정난을 겪고 있는 것은 맞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국민을 상대로 한 모금 운동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쓸데없는 오해를 사는 것이 불편하다는 이유다.

양 처장은 그간 기념관 운영비가 "기념사업회 회원들의 회비로 마련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월 1500만∼1800만원에 달하는 운영비의 적자 보전은 임원들이 내는 특별회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전했다. 이마저도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임원들의 지갑 또한 얇아졌다는 후문이다.

주차장 수입 등 기념사업회 측이 조달할 수 있는 월 최대 운영비는 1200만∼1300만원이다. 그러나 겨울에는 주차장 수요가 줄어 수익이 감소할 것이란 예측이다. 자연스레 기념사업회가 짊어져야 할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양 처장이 밝힌 직원 급료는 월 90만∼100만원 선이다. 4인 가구 최저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다. 열악한 급여를 이유로 얼마 전 입사했던 젊은 여직원이 그만뒀다. 여기서 생긴 업무 공백은 자연스레 남은 이들의 몫이 됐다. 마음 같아선 결원을 충원하고 싶지만 월 100만원을 받고 일할 수 있는 구직자는 많지 않다.

그야말로 내우외환의 상황. 해결책은 없을까. 양 처장은 "국고를 지원받는 것만이 만성 적자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국가가 소유한 '안중근 의사 기념관', '백범 김구 기념관'은 매해 8억원에서 13억원에 달하는 국가보훈처의 재정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런데 매헌 기념관이 받는 국고 보조금은 0원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매헌 기념관은 민간 소유에서 서울시로 기부채납 됐다가 지방분권이 촉진되면서 서초구로 소유권이 이전됐다. 중앙 정부 기관이 처음부터 소유권을 갖고 있던 ‘안중근 의사 기념관’과는 성격이 다른 셈이다. 때문에 매헌 기념관은 이해단체인 국가보훈처로부터 영속적인 재정 지원을 받기 힘든 구조로 전해진다.

서울시는 기념사업회 측의 딱한 사정을 듣고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소유권을 갖고 있는 서초구와 협의해 매헌 기념관의 소유권을 국가보훈처로 이전하기로 잠정 합의한 것이다. 아직 세부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서울시와 서초구, 국가보훈처 모두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는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국고 지원 시급

연간 기념관을 찾는 관람객은 약 4만명으로 추산된다. 양 처장은 "돈을 본다면 이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들이 정말 바라는 건 더 많은 관람객이 찾아와 윤 의사의 숭고한 뜻을 기억하는 것일지 모르겠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윤봉길 의사 '훙커우 의거'는?

독립운동 하면 떠오르는 인물들이 많지만 매해 12월이 되면 어김없이 추모되는 대표적인 의인이 있다. 바로 1932년 스물다섯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한 윤봉길 의사다. 

윤 의사는 일제강점기인 1932년 4월29일 중국 상하이 훙커우공원에서 열린 일본군 전승기념식장에 폭탄을 투척했다. 윤 의사의 의거로 상하이 침공의 상징적인 인물인 시라가와 육군대장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으며, 10여명의 일본군 전범은 함께 처단됐다.

후일 '훙커우 의거'로 명명된 이 사건은 당시 꺼져가던 조선독립운동의 불씨를 되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의 지도자였던 장제스 총통이 "중국의 100만 대군도 하지 못한 일을 조선의 한 청년이 해냈다"고 탄복했다는 일화는 매우 유명하다. 

조선독립운동사에 한 획을 그은 윤 의사는 일본군에게 붙잡혀 같은 해 12월19일 총살 처형됐다. 윤 의사의 유골은 조선이 해방된 이후에야 고국에 안치됐으며, 정부는 윤 의사의 뜻을 기려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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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