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봉길 기념관' 재정난 왜?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2.24 11:5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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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원 없어 난방도 못한다

[일요시사=사회팀] 독립운동가 윤봉길 의사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만든 기념관이 재정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국가보훈처를 비롯한 이해 단체가 4곳이나 되지만 어느 한 곳도 속 시원한 대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돈이 없어서 난방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기념관이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일요시사>가 가봤다.




지난 9월 1000만원에 육박하는 전기료를 미납해 폐관 위기에 몰렸던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이하 매헌 기념관)이 또 다시 수백만원에 달하는 전기료를 내지 못하는 등 재정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존폐의 위기

서울 서초구 양재동 소재 '시민의 숲' 초입에 있는 매헌 기념관은 윤봉길 의사의 업적과 뜻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윤 의사는 일제강점기인 1932년 4월 죽음을 무릅쓴 폭탄 투척으로 나라를 잃은 민족의 울분을 전 세계에 알렸다.

해방 후 우리 정부는 윤 의사에게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하며 예우했다. 이듬해에는 사단법인 '매헌윤봉길의사 기념사업회'(이하 기념사업회)가 발족했다. 정부와 민간의 지속적인 관심은 매헌 기념관 건립 준비로 이어졌다. 이들의 노력은 1988년 12월 결실을 맺었다.

하지만 개관 25년 만에 매헌 기념관은 존폐의 위기를 맞았다. 재원은 이미 바닥을 드러냈고 국민들이 십시일반 모은 1000만원의 성금은 밀린 공과금 납부에 쓰였다. 누구보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을 매헌 기념관 직원들을 찾았다.


지난 17일 매헌 기념관 주변은 동장군의 맹위로 한산했다. 기념관 정면에 마련된 주차장도 드문드문 차가 있었을 뿐 실제 관람객은 많지 않았다. 기념사업회 측은 "아무래도 공원에 왔다가 기념관에 들르는 사람이 많아서 추운 겨울보다는 봄이나 여름에 관람객이 더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3층 높이의 기념관 외관은 겉보기에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기왓장으로 덮인 지붕 정면과 측면의 색깔이 달랐다. 이유가 있었다. 기왓장 교체 공사가 재정 부족으로 일부 구간에서만 진행된 것이다.

당초 기념관 측은 기왓장 낙하 등 안전사고를 이유로 지붕 전면 교체 공사를 추진했다. 하지만 견적이 어마어마한 공사라 시급한 곳부터 처리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교체되지 않은 기왓장 일부가 또 다시 낙하하고 있다는 것. 다행히 기념관 입구와는 거리가 먼 곳이라 인명 피해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혹시 모르는 사태에 대비해 기념관 측은 해당 구역에 접근 근지 라인 등을 설치한 상황이다.

기념관 내부는 한기가 스민 듯 쌀쌀했다. 정문 쪽 간이 데스크에서 안내를 맡은 직원은 두꺼운 다운점퍼를 입고 근무하고 있었다. 난방비를 절감하기 위함이다. 이 직원은 근무 시간 내내 추위와 씨름해야 했다.

1층 전시장 내부도 관람객이 많지 않을 때는 전원을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단체 관람객이 없는 평일 전시장은 어두컴컴하다. 월 평균 200만원이 넘는 전기요금을 감당할 수 없어 벌어지는 일들이다.

또 1층 전시장에는 기록물 보관을 위한 온·습도 조절장치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념관 측은 "에어컨을 통해 조절하고 있다"고 했지만 습도에 취약한 구조는 기록물 훼손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웠다.

기념관 관리 책임자인 양시헌 기념사업회 사무처장을 만났다. 그는 국회의원 보좌진과 연예인 매니지먼트사 대표 등을 역임한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러나 양 처장의 화려한 이력보다는 취재 내내 다운점퍼를 벗지 않는 안타까운 상황이 더 뇌리에 박혔다. 


전기료 또 미납 "직원들 추위와 씨름"
재원 이미 바닥…내부시설도 위태위태

그는 "기념사업회가 현재 재정난을 겪고 있는 것은 맞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국민을 상대로 한 모금 운동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쓸데없는 오해를 사는 것이 불편하다는 이유다.

양 처장은 그간 기념관 운영비가 "기념사업회 회원들의 회비로 마련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월 1500만∼1800만원에 달하는 운영비의 적자 보전은 임원들이 내는 특별회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전했다. 이마저도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임원들의 지갑 또한 얇아졌다는 후문이다.

주차장 수입 등 기념사업회 측이 조달할 수 있는 월 최대 운영비는 1200만∼1300만원이다. 그러나 겨울에는 주차장 수요가 줄어 수익이 감소할 것이란 예측이다. 자연스레 기념사업회가 짊어져야 할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양 처장이 밝힌 직원 급료는 월 90만∼100만원 선이다. 4인 가구 최저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다. 열악한 급여를 이유로 얼마 전 입사했던 젊은 여직원이 그만뒀다. 여기서 생긴 업무 공백은 자연스레 남은 이들의 몫이 됐다. 마음 같아선 결원을 충원하고 싶지만 월 100만원을 받고 일할 수 있는 구직자는 많지 않다.

그야말로 내우외환의 상황. 해결책은 없을까. 양 처장은 "국고를 지원받는 것만이 만성 적자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국가가 소유한 '안중근 의사 기념관', '백범 김구 기념관'은 매해 8억원에서 13억원에 달하는 국가보훈처의 재정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런데 매헌 기념관이 받는 국고 보조금은 0원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매헌 기념관은 민간 소유에서 서울시로 기부채납 됐다가 지방분권이 촉진되면서 서초구로 소유권이 이전됐다. 중앙 정부 기관이 처음부터 소유권을 갖고 있던 ‘안중근 의사 기념관’과는 성격이 다른 셈이다. 때문에 매헌 기념관은 이해단체인 국가보훈처로부터 영속적인 재정 지원을 받기 힘든 구조로 전해진다.

서울시는 기념사업회 측의 딱한 사정을 듣고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소유권을 갖고 있는 서초구와 협의해 매헌 기념관의 소유권을 국가보훈처로 이전하기로 잠정 합의한 것이다. 아직 세부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서울시와 서초구, 국가보훈처 모두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는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국고 지원 시급

연간 기념관을 찾는 관람객은 약 4만명으로 추산된다. 양 처장은 "돈을 본다면 이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들이 정말 바라는 건 더 많은 관람객이 찾아와 윤 의사의 숭고한 뜻을 기억하는 것일지 모르겠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윤봉길 의사 '훙커우 의거'는?

독립운동 하면 떠오르는 인물들이 많지만 매해 12월이 되면 어김없이 추모되는 대표적인 의인이 있다. 바로 1932년 스물다섯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한 윤봉길 의사다. 

윤 의사는 일제강점기인 1932년 4월29일 중국 상하이 훙커우공원에서 열린 일본군 전승기념식장에 폭탄을 투척했다. 윤 의사의 의거로 상하이 침공의 상징적인 인물인 시라가와 육군대장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으며, 10여명의 일본군 전범은 함께 처단됐다.

후일 '훙커우 의거'로 명명된 이 사건은 당시 꺼져가던 조선독립운동의 불씨를 되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의 지도자였던 장제스 총통이 "중국의 100만 대군도 하지 못한 일을 조선의 한 청년이 해냈다"고 탄복했다는 일화는 매우 유명하다. 

조선독립운동사에 한 획을 그은 윤 의사는 일본군에게 붙잡혀 같은 해 12월19일 총살 처형됐다. 윤 의사의 유골은 조선이 해방된 이후에야 고국에 안치됐으며, 정부는 윤 의사의 뜻을 기려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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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여러 비선 실세가 있었다. ‘V0’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군 인사를 좌지우지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이들에게는 ‘무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기일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서로 일면식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명씨와 전씨는 김건희씨 및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했다. 노 전 사령관만이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알았는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김건희 일가를 잘 아는 이들은 위의 인물들이 각자의 존재를 인지해 왔다고 한다.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이른바 ‘비선 경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출범하자 기웃기웃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예비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달았다. 지난 2021년 TV 토론회 당시 그의 손바닥에서 ‘王’ 자가 세 차례 포착됐다. 이는 김씨의 무속 의혹과 겹치면서 지지율 폭락을 가져왔다. 전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 1월 윤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고 사무실을 소개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전씨가 ‘고문’으로 네트워크본부의 실질적인 지휘를 담당했다는 의혹과 함께 ‘무속인’이 캠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대책본부는 “(전씨는) 고문으로 임명된 바 없다”고 해명한 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전씨의 영향력은 위축되지 않았다. 최근 검찰 수사에선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최소 3명의 공천 청탁을 했고, 비슷한 시기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영호씨가 전씨에게 김씨에게 줄 선물용 목걸이를 전달한 정황 등이 확인됐다. 전씨는 당시 ‘윤핵관’으로 꼽혔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선거 운동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확보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2021년 12월 윤 의원은 전씨에게 ‘권성동 의원과 제가 빠지는 게 (윤석열)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묻는다. 전씨는 ‘후보는 끝까지 같이 하길 원하는데 빠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검찰 조사에서 전씨는 “사람들이 제가 힘 있는 줄 안다”며 이런 의혹들을 부인했다. ‘무속인 논란’ 이후 기자 등을 피해 숨어 지냈다고도 했다. 전·노 윤석열 캠프 외곽 그룹서 활동 “정권 초기부터 셌다” 일면식 있었나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과 달리 전씨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더 커졌다. 검찰은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전후해 전씨가 받은 경북 영주시장·경북도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들을 확보했다. 또 전씨가 경북 봉화군수·경남 합천군수·경기 성남시장 후보 등과 관련해 윤 의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정황도 파악했다. 청탁을 한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당선됐다. 전씨는 검찰에 “공천 부탁이 아니라 추천”이라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최근 전씨 휴대폰을 포렌식하며 ‘건희2’로 저장된 인물과의 대화 내역 일체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2년 4월19일 ‘건희2’로 저장된 번호로 8명의 이름과 근무 희망 부서를 적은 명단을 보냈다. 8명은 대부분 윤 전 대통령 대선캠프 내 ‘네트워크 본부’에서 일했다. 전씨는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꼭 해주시라고 당부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이어 보냈다. 그러자 ‘건희2’로 저장된 인물은 다음 날 전씨에게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답했다. 김씨 측은 전씨가 ‘건희2’로 저장한 번호의 실제 사용자는 김씨의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과 31일 두 차례 정 전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을 상대로 전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전씨가 보낸 메시지를 김씨에게 전달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및 김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다수의 공직 희망자로부터 인사 청탁과 공천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윤석열 캠프 출신이다. 그는 윤석열 캠프서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특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주로 출근하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제의로 캠프에 몸담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의 역할이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뛰어넘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지난 5월 단독으로 보도했던 노 전 사령관 기사를 보면 그는 2020년~2021년 사이 ‘식목일행사계획’ ‘YP(윤 전 대통령 추정)작전계획’ ‘YR(와이알)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압수한 노씨의 유에스비(USB)에 있던 문건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가 주된 내용이다. 공천 청탁 금품 수수? 식목일행사계획 파일에는 ‘분노와 정의’라는 제목 아래 ▲(검찰총장) 퇴임 시 행동 ▲퇴임 후 동력 유지 방안(예) ▲퇴임 이후 정치 참여 방안(2~3개월 야인 생활 후) ▲대선 카드 준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퇴임 시기에 대해 “자의로 퇴임 시 지금의 몸값을 최대한 유지하여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직전이 유리, 기자회견은 ‘더 이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여 퇴임합니다’라고 간명하게 함”이라고 적었다. 2021년 4월 치러졌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뜻인데, 윤 전 대통령은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 한 달여 전인 3월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퇴임 이후 행보와 관련해서 노 전 사령관은 문건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우려와 인식을 공유하여 지도자급으로서의 이미지를 노출”시키고 “재래시장, 청계천, 남대문, 지하철 등에서 몰래카메라의 형식으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냄새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깜짝 행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다. 또 “현 정치체제와 일정 기간 거리 두기를 하다가 내년 9월을 목표로 국민의힘에서 모셔가는 형식으로 영입” “AN(안철수 추정) 등 여타의 후보군을 모두 참여시켜서 경선을 하고 여타의 후보군이 꼼짝없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게 사전에 정리 작업”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4개월 뒤인 2021년 7월 영입 제안을 받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YP작전계획’ 문건에는 ‘정의로운 법조인’이라는 ‘Y의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연예인, 중도좌파도 끌어들이는 과감한 인물 영입”을 통해 “후원 지지 그룹 구성”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어 “친박, 비박을 포용하는 탕평책”을 사용하고 “좌파 중량급을 영입”해서 “당권 장악”을 한 뒤 “대선 성공”을 하는 단계를 순서도 형식으로 그렸다. 막강한 영향력 아울러 “좌파 정권이 추진한 경제정책을 좌파 적폐 척결 차원에서 폐지”하고 “한미일 안보 축을 기본으로 하고 한일관계를 적폐 청산과 국민적 인기 영합 차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정책적 내용이 적시됐다. ‘YR계획’에는 “국립묘지 참배,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 두루 참배” 등 내용이 적혔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26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김대중·이승만·김영삼 전 대통령 순서로 묘소에 참배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11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 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 ‘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 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책·현안 모두 비선 실세 말대로 실현 김·노 라인 물적 증거 없어 수사 필요 전씨와 노 전 사령관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의외로 ‘일본’과 무속이다.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 4~5명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진법사 전씨의 법당으로 들이닥쳤을 당시 ‘일본 신상’의 존재가 처음 드러났다. 전씨의 법당은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 면적만 279㎡(약 84.4평)에 이르는 단독 주택 2층에 있다. 2층(90.18㎡)엔 거실과 큰방, 작은방, 화장실이 있고, 1층(134.02㎡)은 일반 가정집 형태 생활공간으로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2층 법당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이 설치돼 있다. 2층 거실과 큰방에 각각 부처상과 일본 신화에 나오는 아마테라스상을 모신 불당과 신당이 한 개씩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가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이자 신도(神道)의 주신으로 일컫는 아마테라스를 모신 건 한국 전통 무속이 일제 시대 신사 참배 등 일본 신도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은방은 테이블과 방석이 깔려 있는 응접실 형태의 손님 대기실인데, 전씨는 이 방에서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2018년 자유한국당 영천시장 예비후보와 사업가 이모씨, 축구선수 이천수 등을 만났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일본어를 매우 잘한다. 육사 졸업 후 일본에서 수년간 거주한 까닭이다. 노 전 사령관이 일본 동북대 석사 위탁교육을 받는 동안 그의 딸들은 현지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사령관과 같이 근무했던 한 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일본에 오래 거주하지는 않았다. 일본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신사에도 자주 갔었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2019년부터 경기도 안산 본오동 ‘아기보살’ 점집에 얹혀살았다. 등기부 등본에는 이 점집의 소유주가 아기보살 윤모씨로 돼 있다. 왜 하필 일본? 윤씨와 노 전 사령관을 잘 안다는 한 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기보살 점집에 가보면 노씨가 트레이닝복이나 잠옷 차림으로 있기도 했다. 점 보러 오는 손님이 많은 집이라 노씨가 손님들 줄도 세우고 그랬다. 1년쯤 지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노씨가 실은 자기가 장성 출신이라고 그러기에 ‘웃기지 마라, 나도 군대 ‘장’ 출신’이라고 대꾸해 줬다, 병장. 그런데 몸집도 탄탄하고 해서 장군 출신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데 사는구나 짐작했다. 노씨는 후배 군인들을 데려와 점을 보게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