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골프장 ‘음식물 반입’ 허용?

음식물 반입“막을 수 없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골프장에 이용객의 음식물 반입을 제한한 K골프장 사업자 측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공정위는 음료수, 초콜릿, 떡 등 간단한 간식류는 골프장 환경훼손이나 경기질서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경기도 광주시 K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하던 회원 3명이 외부에서 사온 커피와 바나나, 초콜릿 등을 먹었다. 그러자 골프장 측은 내부 규정을 설명하며 한 달간 골프장 예약을 정지하겠다고 그들에게 통보했다.
지난해 9월 K골프장은 쾌적한 환경과 질서를 유지한다는 명분으로 ‘골프장 내 음식물 반입을 일절 금지한다’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이를 1회 어길 경우 벌점 25점(한 달간 골프장 예약 정지), 2회 어기면 벌점 50점(두 달 정지) 등의 규정을 신설했다.

간단한 간식류 등 반입 가능

부킹을 정지당한 회원들은 “골프장 측이 시중보다 2~3배나 비싼 골프장 내 음식만 사먹도록 강요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골프장 사업자들이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골프장 이용객의 권익을 부당하게 침해하고 있다”며 K골프장 사업자에게 음식물 반입한 회원들의 골프장 이용을 제한한 것에 대해 시정조치를 내렸다.

공정위는 골프장 회원들이 가져온 물, 커피 같은 음료수와 초콜릿, 바나나, 떡 등은 골프장 환경을 훼손하거나 경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간단한 간식류이므로 당초 골프장 측에서 내세운 규정에도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골프장 측에 시정 명령을 내리고 이 사실을 7일 동안 골프장 내 공표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이번 시정 조치로 간단한 음식물 소지조차도 금지하는 골프장 사업자의 비합리적인 음식물 반입 제한 행위가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골프장 사업자들이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골프장 이용객의 권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 감시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라운드 중 갈증 해소나 허기를 달래기 위해 찾는 그늘집. 하지만 그늘집에서 판매하는 음료수 및 간식의 가격은 시중보다 3배에서 최고 10배 가까이 비싸다.

골퍼 입장 vs 골프장 입장

삶은 달걀과 탄산음료는 각각 3000원, 캔맥주는 5000원, 자장면은 1만5000원씩 받는 골프장이 적지 않다. 4~5시간 정도 장시간이 요구되는 골프의 특성상 골퍼들에게 시중보다 3배 이상 비싼 그늘집 이용은 ‘울며 겨자 먹기’인 셈이다. 그러나 이번 공정위의 조치로 인해 골프장에 간식을 챙겨가는 실속 골퍼들이 늘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공정위의 이번 시정 명령에 대해 골프장들은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수도권 골프장들은 조세특례제한법 시행으로 상대적으로 이용료가 저렴해진 지방 골프장으로 내장객을 빼앗겨 영업 매출액이 약 30%가량 감소한 상태에서 내려진 이번 조치는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경기도 여주군의 I골프장의 한 관계자는 “골프장 그늘집은 내장객들의 편의를 위한 서비스 개념으로 운영될 뿐 영업에 실질적 도움은 크게 되지 못한다”면서 “직원들의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 그늘집 운영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18홀 기준으로 했을 때 그늘집은 2개소로 골프장 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그늘집 1개소당 연간 매출액은 대략 1억원 내외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따라서 전체 매출액 중 그늘집이 차지하는 비율은 미미한 수준에 불과한 게 사실이다.
그런 점을 감안해 최근 일부 골프장에서는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무인 판매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고객에 대한 서비스와 고용 창출 차원에서 운영되고 있는 그늘집이 이번 공정위의 시정명령으로 존폐위기에 놓이게 돼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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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