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는 지금…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12.16 14:4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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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보릿고개에 감원 칼바람

[일요시사=경제1팀] 여의도가 우울하다. 첫 눈과 함께 감원 '칼바람'이 불어 닥쳤다. 최근 2년간 10대 증권사 직원 1700여명이 증권사를 떠났고 내년까지 이런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나오는 얘기지만 올해는 증권사 실적마저 최악이라 씁쓸함이 더하다.




증권업계에 대대적인 인원 감축 움직임이 관측됐다. 이미 희망퇴직에 돌입한 증권사가 있는가 하면 임원을 대폭 줄였거나 줄일 증권사도 나오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은 지점 통폐합에 나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부터 지난 9일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친 증시 거래대금은 하루 평균 5조2870억원으로 집계됐다. 일평균 거래대금이 5조원대로 추락한 것은 지난 2006년 5조1659억원을 기록하고 7년 만이다.

지난 2007년 7조5757억원을 기록했던 일평균 거래대금은 2009년 7조8942억원, 2011년 9조1131억원까지 치솟았다가 지난해 6조9527억원을 기록하면서 하향세다. 거래대금에 따른 수수료 수익을 주 수입원으로 하는 증권사들이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임금삭감과 인력감축 등 비용절감에 나선 것이다.

우울한 여의도

대형 증권사 중 하나인 신한금융투자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한금융투자는 노조와 함께 희망퇴직안을 마련 중이며 현재 검토 중인 안 중에는 15년차 이상 부서장을 기준으로 1억7000만원 정도를 지급하고 퇴직 후 4년간 자녀 학자금 지원 등이 포함됐다. 이밖에 차·부장의 경우 22개월 급여, 대리이하 및 고객지원팀은 20개월 급여를 조건으로 한다. 고객지원팀은 75~77년생을 대상으로도 희망퇴직을 받는다.

신한금융투자의 희망퇴직 검토 소식은 업계에 불황을 새삼 확인시켰다. 신한금융지주계열인데다가 실적이 크게 나쁘지 않아 증권가 칼바람에서 비교적 안전한 편이었기 때문이다.


2009년(2009년 4월∼2010년 3월) 당기순이익 710억원에서 매년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이어오다가 지난해(2012년 4월∼2013년 3월)에는 570억원이라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한화투자증권은 희망퇴직과 임금삭감 등을 논의 중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5일 직원들에게 인력 감축 규모를 기존의 450명에서 250명 수준으로 줄이는 대신 임금 20%를 삭감하는 내용을 담은 고용계약 변경안을 공지했다.

SK증권은 회사 창립 이래 첫 희망퇴직에 나섰다. 지난달 초부터 약 한달 동안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으며 현재 관련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퇴직 절차는 이달 중순께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역시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에 나선 KTB투자증권의 경우 지난 10월 직원 100여명을 내보냈다. 이에 따라 지점도 줄었다. 지점 리테일은 지난 2년 동안 강남, 해운대 등 핵심지역에 PB센터개념으로 8개 지점을 뒀으나 이번에 도곡, 울산지점이 각각 강남, 부산지점과 합쳐졌다.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 마케팅을 맡았던 온라인비즈니스팀은 최소한의 인원으로 축소됐으며 IT 인력도 절반 수준으로 감축할 예정이다.

인력·임금 줄이고 지점 합치고…대규모 구조조정
신한·한화·SK·삼성 등 규모 불문 조직 슬림화

임원 감축도 이어졌다. 현대증권은 임기가 만료된 임원에 대해 재계약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임원 수를 줄였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지난 9일 임원 인사를 실시, 전체 임원 수를 43명에서 38명으로 줄였다. 회사를 떠나게 된 임원은 리서치센터장, 준법감시인, PBS담당 상무보, 법인영업본부장, IT본부장 등 5명이다. 퇴임에 따른 업무 공백은 다른 임원이 겸직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계획이다.

삼성증권은 부사장 절반을 전환배치 했다. 삼성증권은 이번 연말 정기인사에서 임영빈 부사장이 금융일류화추진팀으로, 방영민 부사장이 삼성생명으로 이동한다. 이로써 삼성증권은 안종업 부사장과 차영수 부사장만 2인자로 남게 됐다.

'동양사태'를 겪고 있는 동양증권은 지난 10일 임원 40명 중 22명을 보직해임했다. 이에 앞서 동양증권 임원 모두 지난달 서명석 신임 사장 내정자에게 사표를 제출한 바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2개 증권사의 전체 임직원 수는 지난 9월 말 기준 4만1223명으로 지난해 9월(4만3091명)에 비해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지점 수도 1695개에서 1509개로 감소했다.

증권사별로 보면 같은 기간 삼성증권 직원 수가 가장 많이 줄어들었다. 삼성증권 직원은 3157명에서 2859명으로 9.4% 감소했고 107개였던 지점은 100개로 줄었다.

한화투자증권의 경우 1900명이던 직원은 13% 감소한 1653명으로 집계됐으며 지점은 103개에서 87개로 급감했다. 동양증권은 2755명에서 2531명으로 줄었고 지점은 125개에서 116개로 줄었다.

증권사 불황에 고액 연봉을 받아가는 애널리스트도 애물단지가 됐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협회에 등록된 애널리스트 수는 1337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등록된 1462명과 비교했을 때 1년 새 125명이 줄어든 셈이다.

당국도 드라이브

금융당국도 증권사의 구조조정 바람에 가세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말 62개 전체 증권사를 대상으로 명예퇴직 계획서 제출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금감원의 움직임에 대해 금융위가 추진 중인 부실 증권사에 대한 구조조정을 위한 사전준비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를 뒷받침하듯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증권회사 인수·합병(M&A) 촉진을 위해 M&A를 추진하는 회사에 대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한편 경영이 부실한 증권회사는 보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토록 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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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