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시청역 예술공간 가 보니…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12.16 11:4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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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면 부수고, 그리면 찢고

[일요시사=사회팀] 서울시청역 지하 출입구 벽면에 ‘인권을 보호합시다’라는 큼직한 낙서가 나타났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등에 올라타 글을 쓰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다행히 진짜이 아닌, 사실적인 조각품이었다. 제작자는 이 모습을 통해 인권의 현주소를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 때문에 조각품이 훼손됐다. 설치 하루만에 발생한 일이다.




지난 9일 오전, 1호선 서울시청역 지하 출입구에 낯선 ‘낙서’가 등장했다. 출근길 바쁜 발걸음을 옮기던 시민들의 눈길은 순간 한 곳에 머물렀다. 그곳에는 단순히 낙서만 있는 게 아니었다. 5번 출입구 통로 앞에는 바닥에 엎드린 사람이 있었고, 그의 등에 올라타 낙서를 하는 사람의 모습이 연출됐다. 녹색 붓을 들고 위에 서 있는 남자가 쓴 글은 ‘인권을 보호합시다’라는 구호였다.

‘인권 보호합시다’

이를 본 시민들의 반응은 물음표 그 자체였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보며 진짜 사람인지 확인해보거나, 멀리서 사진을 찍었다. 그러나 글을 쓰는 사람이 움직이지 않는 모습을 확인하면서 비로소 ‘작품’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권을 보호합시다’라는 큰 글씨 밑에 “인권보호는 말로 하는 게 아닙니다. 나부터 행동으로 실천합시다”라는 문구를 보고서는 작품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이해하는 듯 보였다.

조각품 설치 다음 날인 10일 오후 서울시청역 5번 출입구로 향했다. 그런데 뜻밖에 광경을 목격했다. 한 노인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와 조각품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육두문자를 날리고 있던 것. A씨는 조각품의 옷깃을 붙잡고는 “이게 뭐하는 짓이냐”며 “당장 이걸 치워야 한다”고 고함을 쳤다.

시청역을 오가던 시민들은 그 소리에 놀라 자리에 멈췄다. 그리고 금세 수십여 명의 사람들이 A씨 주변을 애워쌌다.


A씨는 흥분상태를 가라앉히지 못하고 다소 격양된 목소리로 시민들을 향해 소리쳤다. “이게 인권이야?” “이거 다 필요없는 짓이야!” “박원순 시장이 이상한 짓을 하고 있어!”

이러한 소란을 확인한 역무원과 공익근무요원이 현장에 급히 달려와 A씨를 말렸지만 그는 역 관계자들에게까지 고함을 치며 얼굴을 붉혔다. 결국 서울시청 역장까지 나타났다. 그러나 사태는 더욱 악화됐다. A씨는 역 관계자들의 몸을 밀치며 오히려 더 크게 화를 냈다. 그리고 조각품을 발로 수차례 걷어차고 손으로 당겨 작품을 쓰러뜨렸다. 이로 인해 조각품 상의가 찢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역 관계자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이 과정에서 노인과 육체적인 마찰이 있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대부분의 노인들은 A씨의 행위에 힘을 실어줬다. “저런 흉측한 걸 왜 여기다 설치해놔!” “아주 잘 됐다”

반면 청년들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떴다. 몇 몇 사람들은 노인들을 설득하려고 시도했지만 쉽지 않아 보였다.

결국 경찰이 출동했지만 A씨의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 그의 흥분상태는 계속됐다. 상황이 악화되자 서울시 인권담당 공무원들까지 현장에 나타났다. 이들은 조각품에 대해 설명했다. 조각품의 표면적인 부분만 보지 말고 그 의미를 이해해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씨뿐만이 아니라 지켜보던 노인들 간 몸싸움이 벌어지며 상황은 악화됐다. 대다수의 노인들은 조각품을 보고 ‘흉물’이라며 제작자와 서울시장을 비난했다.

‘인권의 날’기념 조각품 설치 두고…
노인-청년 신구 세대 간 갈등 표출


이렇게 수십여 분이 흐른 뒤에야 상황은 종료됐다.

처음부터 이 상황을 지켜본 대학생 정씨는 “어르신의 행동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조각품에 내재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설치된 공공기물을 파손한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반면 직장인 최씨는 “취지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저런 모습(조각품)은 별로 보고 싶지 않다”며 “과격하긴 했지만 저 분(A씨)이 이해된다”고 말했다.

서울시 인권보호팀 관계자는 “세계인권선언 65주년을 기념하고자 설치된 조각품인데 이런 일이 발생하게 돼 안타깝다”며 “처음 보면 놀랄 수도 있지만 이 캠페인의 취지를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훼손된 조각품의 보수는 이제석 광고연구소 관계자들이 맡았다. 그리고 이러한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앰네스티(인권단체) 관계자들이 현장에 나와 가판대를 설치해 놓고 작품을 안내했다.

사실 이번 작품은 지난 10일 세계인권선언 65주년을 기념해 서울시와 앰네스티(인권단체)가 공동으로 기획한 것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두 사람은 실제 사람이 아닌 조각품으로, 인권문화행사의 일환으로 제작된 것이었다.

서울시가 인권의 날을 기리며 ‘이제석 광고연구소’ 이제석 대표에게 행사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작품을 요청했고, 조각품 기획과 제작에 이제석 광고연구소가 참여했다. 세계적인 광고천재로 알려진 이제석 대표가 의미 있는 작품을 제작한 것이다.

조각품 제작 당시 이제석 대표는 작품의 의도에 대해 “일상 속에서 서로 인권을 존중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인권 존중’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주고자 한 것.

그러나 제작 당시부터 말이 많았다. 특히 기성세대의 반대가 극심했다. 이들의 격한 반응은 시공 때부터 시작됐다. 시공 중 서울시청 역장이 멱살을 잡히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어쩌면 이번 사건은 예견된 일인지도 모른다.

이 대표는 “이번 사건 자체가 우리 인권의 현주소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권위주의가 나타난 상징적인 사건이다”라고 강조했다.

잘 정돈된 서울시청역에 날것의 느낌인 조각물을 설치한 건 나름 ‘파괴적 설치’였다. 이 대표는 제작에 직접 참여하며 많은 일들을 겪었다.

일례로, 시공을 반대했던 사람들은 이 대표가 작업복에 목장갑을 꼈을 때와 정장을 입었을 때 그를 대하는 태도가 확연히 달랐다. 겉모습에 따라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 그는 제작 과정에서부터 한국 인권의 현주소를 뼈저리게 느꼈다. 보통 ‘인권침해’라 하면 외국의 경우 인종 문제가 대두된다. 반면 한국은 뿌리 깊은 권위주의가 문제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오해와 권위주의

조효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인권을 말하면 종북 혹은 빨갱이로 몰아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것은 매우 편협한 사고다”라며 “극단적인 정쟁, 반대 사상으로 보는 경향이 짙다”고 말했다. 이어 조 교수는 “만약 인권 조각품이 아니라 동성애자 1인 시위였다면 어땠을지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며 “인권에 대한 막연한 반감으로서 배경으로는 우경화도 한몫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에 이번 사건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인권을 바라보는 한국사회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조각품 훼손이 오늘날 우리 인권의 실태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세계인권선언이란?

제2차 세계대전 전야의 인권 무시, 인권의 존중과 평화 확보 사이의 깊은 관계를 고려하여 기본적 인권 존중을 중요한 원칙으로 하는 국제연합헌장의 취지에 따라 보호해야할 인권을 구체적으로 규정할 목적으로 1948년 6월 국제연합인권위원회에 의해 선언문이 완성됐고, 그해 12월10일 파리에서 개최된 제3차 국제 연합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이에 따라 매년 12월10일은 ‘인권의 날’이다.


세계인권선언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상세히 명시하면서 인권과 기본적 자유가 모든 사람과 모든 장소에서 똑같이 적용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인정한 선언이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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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전 정부를 겨냥한 3대 특검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정부에서 계속 거부되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 첫 법안이 됐다. 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3개가 동시에 출범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검찰에게 독이 될지, 정부에 독이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승인한 1호 법안이 3대 특검이 됐다. 헌정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수사팀이 구성될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오히려 특검을 반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력을 보여줄 기회이자 최근 검찰 출신을 반기지 않는 로펌으로의 이직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직이냐 영전이냐 이재명정부 출범 이틀 만에 전임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사정 수사에 발동이 걸렸다. 국회는 지난 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한 3개 특별검사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내란·외환행위 진상규명 특검(내란 특검)’ ‘김건희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개입 특검(김건희 특검)’ ‘순직 해병 수사방해 특검(순직 해병 특검)’ 등 3개 법안을 각각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부결’ 당론을 정하고 집단 퇴장했지만 안철수·배현진 의원 등 5~6명이 각각 이탈해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지난 10일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 3개 특검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에 대한 특검이 출범한다. 윤정부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특검 3개가 동시에 수사에 나서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윤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 관련 전반을 수사하게 될 ‘내란 특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백 수수·불법 선거 개입 의혹 등을 다룰 ‘김건희 특검’, 그리고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을 규명할 ‘순직해병 특검’이 출범하게 된다”며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으로,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어 “내각 구성원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 심의와 의결을 마쳤다”며 “이재명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거부권에 막혀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던 국회의 입법 권한을 이제 다시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고자 한다”며 “이번 특검을 계기로 국민 여러분께서 바라시는 진실이 민주주의 원칙 아래 투명하고 소상하게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날 회의에선 3개 특검법을 포함한 법률안 공포 4건, 대통령령 3건, 일반 안건 1건이 심의 및 의결됐다”고 말했다. 특검 규모에 대해서는 “내란 특검법 최대 267명, 김건희 특검법 최대 205명, 순직해병특검법 최대 105명의 수사 인력이 배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선 후 1호 법안으로 의결 검사만 120명·총 수사팀 577명 이어 “순직해병특검법은 최장 140일, 나머지 두 특검법은 최장 170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정부가 1호 법안으로 특검법 3개를 심의·의결한 것은 대선으로 확인된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원하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번 3대 특검에서는 전례없는 규모의 특검이 가동될 예정이다. 파견 검사의 수만 해도 120명으로 전체 검사 인력의 6%에 달한다. 내란 특검의 경우 60명, 김건희 특검 40명, 해병대원 특검은 20명에 달하는 검사가 파견될 예정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파견 검사(20명)의 6배 수준이다. 전체 수사 인력은 577명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내란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6명, 파견 검사 60명 등 총 267명으로 구성된다. 김건희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40명을 포함해 총 205명, 채상병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20명 등 총 105명 규모다. 특검별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이 최대 170일, 채상병 특검은 최대 140일로 규정돼있다. 늦어도 오는 7월 중순에는 각 특검 사무실이 출범해 연말까지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특검법 공포 전부터 특검 후보를 물색하고 후보자들에 연락을 취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 수사팀장은 통상 부장검사, 특검보는 차장검사, 특검은 검사장급 인사가 맡는다. 하지만 ‘최순실 특검’ 당시 수사팀장을 차장급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맡은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특검 역시 사건 성격과 수사 난이도에 따라 유동적인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란 특검은 파견 검사 수가 많아 복수의 차장급 간부가 함께 투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 파견 검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너무 많은 인력들이 특검에 몰려 주요 수사가 불가능해 민생 수사에 위험이 된다는 입장이 나온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최대 6개월에 가까운 기간에 서울남부지검 검사 수(107명)보다 많은 검사들이 3개 특검에 투입되면, 검찰의 주요 수사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관련 특검에 기존 수사팀이 합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문제는 해당 부서가 맡고 있는 사건이 특검에 속한 사건 외에도 많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인원으로 부서를 다시 꾸린다고 해도 수사기록을 훑어보는 데 시간이 더 걸려 수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한 검찰 수사관은 “특검팀으로 파견되지 않으면 남은 사람들이 산적해 있는 모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업무가 과중돼있는 상황이라 ‘차라리 특검으로 파견을 가서 원활하게 수사하고 싶다’는 의견이 수사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난이도 유동적 인선 한 부장검사는 “특검으로 지정된 사건의 규모가 만만치 않기에 수사 베테랑이 파견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수사 지휘부는 물론 베테랑도 일선청에 남아있지 않아 수사를 하더라도 미흡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을 경험한 적 있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에는 한창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들의 파견된다”며 “하나의 특검만 시작하더라도 일선청에서는 업무과중이 일어나는데 3개의 특검, 특히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3개의 특검을 한번에 하는 것은 검찰을 완전히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으로는 특검을 통해 수사력을 인정받아 새롭게 개편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에서 영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들은 수사력을 인정받았다. 성공적인 특검으로 평가받는 ‘ 드루킹 특검’의 허익범 전 특검도 “수사 검사가 특검 성공의 기본”이라며 “가장 정치적인 사건을 비정치적으로 풀어야 하기에 무엇보다 수사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검찰 특수부 소속 평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으로 파견 요청이 온다는 것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라며 “평검사들 사이에선 ‘파견 이후 특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으면 이후 중수청에서 더 기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윤 전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을 잘 이끈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으며 그와 같이 수사팀에서 근무했던 검사들도 한 자리씩 꿰찼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차장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기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같은 경우 지검장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도 특검에서 수사력을 인정받고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이번 특검은 지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보다 파견 검사가 많아 수사력뿐만 아니라 지휘력까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휘부 눈도장 부장 및 차장급 검사들은 특검과 더불어 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윤정부 들어서 로펌으로 이직이 잦던 검사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이후 검찰을 퇴직하더라도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거나 기업의 법무팀으로 이직하는 것 외에는 법조계에 남을 방도가 없던 검찰 간부들이 특검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이직해 검찰개혁을 피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복수의 법무법인 관계자들은 “특검이 진행되는 동안 겸직과 영리행위가 금지돼있는 만큼 특검 이후에는 돌아갈 검찰이 없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로펌들은 이 때를 위해 실력있는 검찰 출신 법조인을 로펌으로 데려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10대 로펌 소속 변호사는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며 “3대 특검에 검찰만 다수 파견되는 것이 아니라 로펌 업계에서도 다수 파견을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자리가 없다며 이직을 받아주지 않던 로펌들이 문을 열고 다른 사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검찰 출신 인재 스카우트 제의도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건희 특검의 경우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기업이 신속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최근 동기들에게 기업 법무팀 이직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이 늘었다”라며 “이재명정부가 나온 후 공정거래위원회 인력 충원,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과 관련된 법안을 손보려는 움직임이 계속해서 보이고 있는 상황에 기업은 발등에 불똥 떨어진 듯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김건희 특검에서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권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 검사는 지난 13일에 지명됐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검사는 ▲내란 특검은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 ▲김건희 특검은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채상병 특검에는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이 지명됐다. “민생 수사에 차질 있어” 검 개혁과는 모순적 태도 조 특검은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4년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세월호 참사 검경 합동 수사를 지휘했고, 문정부에서 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냈다. 윤정부 때 감사원 감사위원 시절에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가 ‘표적 감사’라며 제동을 걸었고, 감사원의 대통령 관저 비리 의혹 감사 결과가 부실하다며 재심의를 주장하는 등 전 정권과 대립했다. 민 특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문정부 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건 조사를 주도했고,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역임했다. 이 특검은 군법무관 출신으로, 2022년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장남 병역비리 의혹을 수사한 이력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 인력으로 신속한 수사 착수와 효율성을 위해 기존 수사팀 인원과 특수통 출신 검사 차출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3대 특검은 수사팀을 구성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음 달 초에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각 당 추천 후보자 중 1명씩을 임명하는 시한은 3일 이내인데, 추천 당일 즉시 지명을 완료함에 따라 3대 특검팀 출범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면서 전 정권 수사엔 검사를 쓰겠다는 모순적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을 없애겠다고 외치면서, 정치적 성과가 필요한 수사에 검사를 끌어다 쓰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10년 차 검사는 “이재명정부가 검찰청 문을 닫겠다고 하는데 직장을 잃게 생긴 검사들이 특검에 들어가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특수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부장검사도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상 결과를 정해놓고 하는 수사이다 보니, 선뜻 특검에 가겠다는 검사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부부장검사도 “굳이 특검에 발을 담가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육아휴직이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당시 검찰에 재직했던 한 변호사는 “과거 특검팀은 검찰총장에게 편지까지 써가며 수사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젊은 검사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개혁과 수사를 동시에 하겠다고 하니, 후배 검사들은 마음이 내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에 참여” 젊은 검사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의 칼이 이정부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정부 시절 전 정권 수사를 이끌었던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019년 ‘조국 사태’를 집중 수사하며 정권에 맞선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차장검사는 “전 정권 수사와 검찰개혁을 동시에 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며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수사도, 개혁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결국 특수부 검사들의 힘이 훨씬 더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