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라이프생명, 설계사 신종사기 '나몰라라'

  • 신관식 shin@ilyosisa.co.kr
  • 등록 2013.12.11 11:5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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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당체계 후불제 바뀌면서 일시불·월납입 조작으로 피해자돈 10억 횡령

[일요시사=신관식 기자] 얼마 전, 미 PGA투어에서 활약하는 프로골퍼 최경주씨의 부인 김모(42)씨가 자신의 비서와 짠 보험설계사로부터 사기를 당한 사건이 있었다.

메트라이프 보험설계사 조모(38·남)씨가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김씨의 비서 박모(34·여)씨에게 접근 후 연인관계로까지 발전시켜 “큰 수익을 올려주겠다”고 보험 가입을 권유하면서 최경주복지회의 22억원이 넘는 돈을 빼돌렸다.

이 사건과 관련해 서울고법 민사12부(김창보 부장판사)는 지난달 19일 "조씨가 소속됐던 보험사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박모씨와 메트라이프생명에 "18억9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보험사 소속의 설계사가 고객에 대한 부당한 영업이나 손실을 끼친 경우에 해당 보험사도 그 책임이 결코 적지 않다는 판결이었다.

VIP고객 전담 설계사 신종사기 수법(?)

메트라이프생명보험(주)은 1989년 세워진 코오롱메트생명(주)을 1998년 미국의 메트라이프가 지분 100%를 인수해 2003년에 업계 최초로 변액유니버셜 보험을 들여와 판매한 글로벌 생명보험회사다.


이 메트라이프의 설계사가 고액의 보험료를 맡기는 VIP고객을 상대로 신종사기 수법을 동원해 수십억을 횡령한 사건이 벌어졌다.

재태크 증여 및 상속 보험을 설계하는 FSR 최모(48·남)씨는 강남의 K한의원을 운영하는 김모씨에게 자신을 VIP 전담 설계사로 소개하고 5년동안 수시로 방문해 책이나 꽃 등을 선물하며 호감을 얻었다. 처음 최씨는 정성을 다하여 김모씨의 신뢰를 쌓았고 결국 보험가입 유치에 성공했다.

김모씨가 부인과 자녀 셋의 명의로 차례로 가입한 금액은 총 10억1000만원 상당. 설계사 최씨는 김모씨 주변의 인맥을 통해 VIP 고객 여럿을 소개받아 높은 실적을 쌓았다.

그 후 2년여가 지나 보험사의 수당체계가 후불제로 바뀌면서 설계사 최씨는 고객돈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우선 최씨는 신뢰를 빌미로 김모씨에게 2억을 빌렸다.

그는 관리하던 김 원장의 개인정보를 이용 사문서를 위조해 일시납 돼 있던 보험금을 중도 인출, 해약 환급 등을 해서 김모씨 통장에 넣어 빚을 갚았다. 결과적으로 김모씨로부터 일시납 된 보험료를 인출해 김씨에게 빌린 돈을 갚은 것이다.

또 김모씨의 일시납 보험료를 월납으로 바꿨다며 중도 인출한 돈을 넣었다가 바로 이체하는 수법으로 거액을 횡령하기도 했다. 그는 김모씨의 부인과 자녀 명의의 보험까지도 해약과 갈아타기를 반복하다가 보험환급금은 얼마 남아 있지 않게 됐고, 이 과정에서 5억원이 사라졌다.


이런 수법을 통해 피해를 입힌 VIP 고객이 김씨 주변에만 십 수명에 달했다.

메트라이프, “설계사의 문제”라며 발뺌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린 회사측은 급기야 최모씨를 횡령혐의로 고발하고, 김모씨에게는 이 같은 사실을 6개월가량 후에나 우편으로 알려왔다.

또 회사측은 김모씨가 직접 내방해 약관 대출 등에 대한 서류를 직접 작성하지 않았느냐며 최씨의 공소장에는 그의 피해금액이 목록에서 빠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측은 김모씨 주변 피해자들의 피해금액 11억원만 포괄 기소했는데, 이는 그가 미리 정보공개 요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그에게 잘못을 돌렸다.

자신의 보험금 사고가 있었는지도 몰랐던 김모씨는 뒤늦게 자신의 피해금액이 최씨의 공소장에 빠져 있다는 회사측의 말에 뒤늦게 자신의 보험거래 정보를 회사에 공개 요청했다.

회사가 공개한 기록에는 김모씨가 수시로 방문한 날짜가 기록돼 있었고, 서명도 거짓으로 돼 있었다. 고객이 직접 수령절차를 밟았다는 주장이 결국 거짓으로 드러났다.

그러자 메트라이프는 비록 설계사가 위조해 김모씨의 통장에 입금시켰다 하더라도 총 5억원의 돈은 회사 명의로 지불된 것이고, 회사는 나머지 5억1천만원만 돌려주면 된다는 입장이다.

결국 회사가 입금해 준 5억원으로 김모씨와 최씨가 금전거래를 했고, 그것은 개인간의 문제라 회사가 책임질 피해액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편 최씨는 회사가 자신의 컴퓨터와 관련서류를 회사가 모두 치우며 사건을 은폐·축소하려 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한 바 있다. 현재 최씨는 포괄기소로 구속 3년 6개월이 구형됐지만, 형이 과하다며 항소해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최씨는 목포에서 치과를 경영하던 홍모씨 부부와 자녀의 보험금에도 손을 댔다.

보험료를 월납으로 하던 최씨에게는 일시납을 했던 K한의원 김모씨와는 반대 수법을 썼다.

매월 자동이체되던 월납 보험료를 일시납으로 바꾸면 보험료 할인을 받을 수 있다고 속이고 목돈으로 일시납된 보험료를 횡령했다. 이후 기존 누적되었던 보험료를 임의로 중도 인출, 대출을 해 통장에 이체되는 날짜에 입금시켜 자동이체 되도록 했다. 최씨의 피해금액은 4억8000만원이나 됐다.


메트라이프는 목포에서 병원 일에 바빠 적절한 대처방법을 찾지 못하는 홍모씨의 경우도 피해목록을 누락시켰다.

김모씨와 홍모씨 등 피해자들은 회사측이 제대로 된 감사나 수사도 하지 않고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하기에 급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들 가족은 최씨가 재판에 넘겨진 것이 단지 횡령 혐의로 기소됐을 뿐이고 자신들의 피해금액은 누락되어 피해액에 대해서는 별개의 사건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회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피해자인 김모씨는 “메트라이프는 일개 설계사의 횡령으로 몰아가고 있지만 회사가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아 생긴 일이다. 또 문제가 생기자 회사는 '나몰라라' 한다”며 “회사가 책임지지 않으려 한다면 불특정 다수의 고객이 어떻게 재산을 믿고 맡길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고객은 보험사를 믿고 돈을 맡긴다. 내 보험거래가 허위로 작성되고 문서가 위조된 것이 밝혀진 만큼 다른 고객들의 보험도 안전하다 볼 수 없다. 피해보험료 전액을 돌려받을 때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최씨가 항소해 재판이 진행 중이므로 결과가 나와 회사가 패소하게 되면 그때 피해배상을 해도 늦지 않는다. 그때까지는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기다려 달라는 입장"이라며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꺼렸다.



신관식 기자 <shi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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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악명 높은 보이스피싱 총책 탈옥한 ‘김미영 팀장’ 포착

[단독] 악명 높은 보이스피싱 총책 탈옥한 ‘김미영 팀장’ 포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정훈씨의 최근 행적이 확인됐다. 지난해 탈옥에 성공한 이후 1년여 만이다. 박씨와 함께 탈옥에 성공했던 인물은 총 3명이다. 이들은 올해 초까지 말레이시아로 여러 차례 밀항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박씨는 최근 필리핀 카비테 부근 한 시골 마을로 주거지를 옮겼다. <일요시사>는 지난해 초부터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정훈씨의 탈옥 가능성을 제기했다. 외교·수사당국은 현지 담당자가 철저하게 관리 중이라며 ‘소극 행정’으로 대처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 꼴이다. 1년이 지난 현재, 박씨는 필리핀 서부 지역 한 시골 마을에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못 잡나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는 필리핀 카마린스 수르 교도소에서 탈옥한 이후 올해 초까지 총 세 차례 이상 말레이시아 사바주로 밀항을 시도했다. 이들이 밀항을 시도한 곳은 필리핀 남서부 잠비앙가와 민다나오 다바오 시티다. 잠비앙가의 경우 여행경보 4단계인 흑색 경보(여행금지) 발령 지역이다. 외교부의 예외적 여권 사용 허가 없이 흑색 경보 지역을 방문·체류하는 경우, 여권법 제26조 등 관련 규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잠비앙가는 우리나라 국민이 여행할 수 없는 곳인 셈이다. 박씨와 송모씨 등 ‘탈옥 멤버’들은 다바오 시티에서 두 차례 밀항을 시도했으나 실패해 잠비앙가로 이동했다. 잠비앙가에서 술루 제도를 통해 말레이시아로 이동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술루 제도로 이동하던 박씨 일당들은 필리핀 반군에 억류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박씨가 밀항을 시도한 잠비앙가를 비롯해 남부 민다나오 지역에는 이슬람 반군들이 주둔해 있다. 지난해 10월 말에도 무력 충돌이 발생해 최소 14명이 사망했다. 당시 민다나오 마긴다나오델수르주의 파갈룽간시에서 필리핀 최대 반군단체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의 두 지휘관과 수하 병력이 총기와 흉기로 격렬한 전투를 벌였다. 1970년대부터 분리주의 무장투쟁을 벌여온 MILF는 2014년 정부와 평화협정을 맺었다. 이를 통해 정부가 민다나오섬에 설치한 이슬람 임시 자치정부인 ‘방사모로 과도당국(BTA)’과 ‘방사모로 무슬림 민다나오 자치지역(BARMM)’ 구성에 참여했다. 잠비앙가·민다나오서 ‘뒷돈 도주’ 시도 이슬람 반군에 억류 후 풀려나 마닐라로 MILF는 2019년 9월부터 평화협정을 이행하기 위해 무기 반납을 시작했지만, 무장 해제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여전히 총기를 보유한 MILF 병력은 수천 명 이상이다. 박씨는 반군들에게 마약 및 보이스피싱으로 벌어들인 돈 수천만원을 뇌물로 전달한 이후 풀려났다. 지난 5월 초 박씨는 송씨와 헤어진 후 필리핀 루손섬 카비테주 카비테 시티로 이동했다. 지난달 말에는 카비테 시티 외곽 한 시골 마을에 자신의 현지 부인인 A씨까지 불러 정착을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그간 마닐라 타기그에서도 부촌으로 꼽히는 보니파시오 글로벌 시티에 거주했다. 현지인들은 보니파시오를 BGC 또는 글로벌 시티로 부른다. 필리핀의 청담동으로 불릴 만큼 고층 빌딩, 고급 주거지, 쇼핑 거리 등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보니파시오의 경우 냉장고와 에어컨 정도만 구비돼있는 콘도 한 유닛의 월세가 필리핀 돈으로 13만~15만페소(약 304만~351만원)에 달한다. 필리핀은 주차장도 주인이 따로 있기 때문에 주차장을 포함하면 월세도 10만원에서 15만원 정도 더 늘어나게 된다. 같은 도시에 위치한 원룸 형식의 콘도 월세도 5만5000페소(약 128만원)에 달한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경찰도 관련 첩보를 파악해 현지 수사당국과 공조 중이다. 아직 정확한 집 주소나 확실한 거주지를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이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 넘게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 왔다. 수억 비트코인에 차명 주택 부동산 소유 현지 부인이 조력해 “지속적 현금 조달” 특히,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 그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게 “박씨가 마닐라에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하고 있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했다. 국내 정보기관은 박씨 일당의 움직임이 수상하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2023년 12월과 지난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필리핀 교정당국에 박씨의 탈옥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박씨가 탈옥한 것을 두고 필리핀 교정당국은 해당 교도소에 CCTV가 설치돼있지 않아 탈옥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일부 훼손된 철조망을 찾아냈다고 한국 정부에 설명했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외교부와 경찰, 법무부 국제형사과 등이 일부 파견을 가 현지에서 한국 범죄자들을 관리하는데, 공문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직접 범죄자와 면담을 하는 등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그저 공문만 보내는 것으로는 범죄자들의 탈옥을 막을 수 없다. 당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안 잡나 박씨는 A씨의 도움을 받아 오래된 교도소의 취약점을 파악해 탈옥을 계획했다. 사전에 철저히 ‘탈옥 계획’을 구상하고 보안이 허술한 교도소에 잡혔단 뜻이다. 말레이시아로의 밀항 준비도 A씨가 현금 조달을 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A씨는 박씨가 교도소에서부터 환전한 수억원 이상의 비트코인을 관리해 왔다. 박씨와 같은 교도소에 있었던 한 제보자는 “환전한 비트코인 외에도 A씨가 박씨의 차명 소유 자택 부동산 등 수십억원 상당의 재산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