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고개든 '이재만 살인사건' 미스터리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2.10 11:4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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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정치 유망주를 죽였나

[일요시사=사회팀] 40대 초반의 초선 시의원. 지역에서 손꼽히는 정치 유망주였던 이재만 청주시의원은 시의원으로 당선된 지 2년 만에 살해당했다. 그가 살해된 원인과 배경을 놓고 여러 추측들이 꼬리를 물었다. 그러나 사건은 한 조직폭력배의 개인적인 원한에 의한 청부 살해로 끝을 맺었다. 하지만 수사 종결 16년 만에 새로운 의혹이 고개를 들었다. 이 의원을 살해한 진짜 배후가 지역 고위 인사였다는 충격적인 폭로다.




16년 전 있었던 '이재만 살인사건'의 실제 배후가 따로 있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3일 검찰은 1997년 청주시의회 소속 이재만 당시 의원이 조직폭력배에게 살해된 사건과 관련해 "이 의원의 유족들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하고 진위 파악에 나섰다"고 밝혔다.

양심고백 파문  

앞서 유족들은 "이재만을 청부살해한 배후 세력이 3명 더 있다"며 그 실명을 언론에 공개하고 청주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유족들은 고소장에서 배후 세력으로 의심받는 3명에 대해 살인교사 혐의를 씌웠다.

검찰은 당시 사건 기록을 살펴보는 한편 조만간 관련자를 불러 사실관계 등을 확인할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유족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그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반대의 경우도 실명이 거론된 3명의 심각한 명예훼손이 우려되는 상황이라 파문은 쉬이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만 살인사건'은 이 의원이 1997년 10월2일 오후 9시50분께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자신의 집 앞에서 괴한 2명에게 피습당한 사건이다.


이 의원은 사건 당일 오후 6시께 사업 관계자들을 만나 저녁을 먹었다. 그러나 이로부터 3시간 뒤 이 의원은 옆구리와 허벅지 등을 난자당한 채 자택 앞에서 발견됐다.

흉기에 찔려 신음하고 있던 이 의원을 목격한 건 그의 딸 이모씨다. 이씨는 당시 경찰 조사에서 "집 밖에서 들리는 비명소리에 놀라 창문을 열어보니 아버지가 쓰러져 있었다"며 "범인으로 짐작되는 20대 남자 2명이 도망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딸의 신고로 이 의원은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숨졌다.

사건을 맡은 청주서부경찰서는 사망한 이 의원의 옷가지에 지갑 등 귀중품이 그대로 남아 있는 점에 주목했다. 또 사건 발생 며칠 전부터 이 의원의 귀가시간을 묻는 익명의 전화가 걸려왔고, 같은 시기 집 주변에서 괴한들을 봤다는 증언을 확보하면서 계획 살인의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같은해 12월 경찰은 조직폭력배 김모씨를 범인으로 특정하고, 경기도 인근에서 그를 체포했다. 경찰조사에서 김씨는 "선배 조직원으로부터 이 의원을 살해해 달라는 청탁을 받았다"며 관련한 혐의를 인정했다. 김씨 등 소위 '화성파' 조직원이었던 일당 5명은 해당 사건에 연루돼 차례로 검거됐다.

후속 보도 등에 따르면 사건의 몸통이자 배후로 지목된 양모(현재 군산교도소 수감 중)씨는 1999년 5월 검거됐다. 양씨는 1년8개월에 걸친 도피생활 중 경찰이 공개수배로 전환하자 자수를 선택했다. 청주시 흥덕구 비하동 화물터미널에서 체포된 그는 이어진 경찰 조사에서 이 의원을 살해한 내막을 실토했다.

양씨는 자신이 운영하고 있던 자동차 납품업체에서 생산한 연료절감 장치를 이 의원 소유의 운수회사로 납품하려 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양씨의 제안을 거절하며 그에게 폭언을 했던 것으로 양씨는 주장했다.

또 이 의원은 양씨 조직이 관리하던 나이트클럽 인허가 과정에서 이를 반대해 조직의 타깃이 됐던 것으로 양씨는 설명했다. 하지만 양씨는 "누군가 자신에게 살해를 지시한 적은 없으며 자의적 판단이었을 뿐 배후는 없다"고 못박았다.


1997년 청주시의원 피살…조폭 단독 범행 종결
"지역실세들이 청부한 배후" 폭로에 재수사

결국 경찰은 해당 사건을 양씨 개인의 원한에 의한 청부 살해로 결론 냈다. 이 의원을 직접 살해한 김씨와 최모씨는 각각 징역 20년과 15년을 선고받았으며, 뒤늦게 구속된 양모씨에게는 상해치사 혐의로 징역 15년이 확정됐다. 이밖에도 범행에 가담한 3명에게는 양씨와 같은 혐의로 징역 10년이 선고됐다.

그런데 끝난 줄 알았던 '이재만 살인사건'의 불씨가 양씨를 통해 재점화되기 시작했다. 해당 살인사건의 진짜 배후가 따로 있다는 충격적인 고백이었다.

내년 5월 만기출소를 앞둔 양씨는 최근 자신의 자필 편지를 한 변호사에게 건넸다. 양씨는 편지에서 이번 사건의 배후로 모두 3명을 거론했다. 그의 폭력조직 선배 A씨(2012년 사망), A씨의 동창 B씨, B씨의 친인척이자 지역 고위 인사로 알려진 C씨다.

양씨의 주장에 따르면 그에게 청부 살해를 지시한 인물은 얼마 전 사망한 선배 A씨다. 그리고 A씨에게 “이 의원을 손보라”고 부탁한 것은 B씨이며, B씨의 뒤를 봐준 인물은 C씨다. 당시 B씨는 양씨를 만난 자리에서 일을 처리하면 C씨를 통해 나중에 먹고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B씨의 친구이자 양씨의 선배인 A씨가 이를 보증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얼마 전 A씨가 사망하면서 양씨는 자신의 범행에 대한 대가를 담보할 수 없게 됐다. 더불어 수감생활 중 모친이 타계하는 등 심경 변화를 겪은 것도 이번 고백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어찌됐든 양씨에게서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 유족들은 즉각 양씨를 만나기 위해 교도소를 찾았다. 그리고 면회 자리에서 그가 직접 밝힌 사건의 자초지종을 들었다. 이어 양씨에게서 필요하다면 법정 증언도 할 수 있다는 약속을 받았다. 16년 만의 진실 규명이 급물살을 탔다.

지난 2일 이 의원의 미망인 등 유족들은 고소장 제출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의 진실 규명을 촉구했다. 이들은 "당시 고인과 조직폭력배(양씨) 사이에는 아무런 원한과 이해관계가 없었다"며 "양씨를 통해 확인한 배후 인물들은 특정 사업과 관련해 고인과 갈등을 빚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해당 사건은 청주지검 형사2부에 배당됐다.

유족, 실명 공개

재수사에 나선 검찰은 살인사건의 공소시효가 15년인 점을 살펴 공소권 유무 등 수사 진행이 가능한지를 검토하고 있다. 양씨 등이 기소되고 확정판결을 받을 때까지 공소시효 진행이 중단됐다고 보면 아직 사건을 재수사할 시간은 남아있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확답을 피했다. 그는 "고발 내용과 공소시효 등을 살펴보고 있지만 자세한 사항을 이야기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는 "배후인물이 있기는 있을 것"이라며 "당시 수사회의에서 추론됐던 것이고, 똑 떨어지는 연결고리를 찾지 못해 (누군지) 밝히지 못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배후 지목' 업체 측 반박
"이재만 모른다" 법적대응 예고

'이재만 살인사건'과 관련해 유족들로부터 실질적인 배후로 지목된 한 방송사 측은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등으로 법적 대응할 것임을 강조했다.

해당 방송사는 복수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배후설에 휩싸인 대표는 사건 당시 이재만 의원과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며 "청주시의회가 관장하는 인허가와 관련한 갈등이나 시비의 소지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이 같은 일방적인 주장이 아무런 여과 없이 유포돼 방송사의 이미지와 대표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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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