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의혹' 진실게임 2라운드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2.09 11:5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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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맞긴 맞는데 GH? MB?

[일요시사=사회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찍어내기' 위한 개인정보가 불법 유출됐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그동안 "정권 차원의 찍어내기는 없었다"며 거리를 뒀던 청와대의 해명도 거짓으로 드러나 정국은 요동치고 있다. 이제 관심은 채 전 총장을 찍어낸 진짜 '몸통'이 누구냐에 쏠린다. 현재까지 정황상 박근혜 내각이 이번 사건의 주범으로 의심받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측근'이 정보 유출을 자체 공모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을 둘러싼 진실공방은 어느덧 2라운드로 돌입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9월6일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아들 숨겼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정보를 입수해 기사를 작성한 것으로 의심받았다. 해당 기사를 위해 열람한 것으로 보이는 자료는 가족관계등록부, 주민등록초본, 출입국증명서 등 개인정보였다. 결과적으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조선일보> 보도 후 옷을 벗었다.

채동욱 찍어내기
공무원 동원했다

그런데 잠잠해지는 듯 했던 '채동욱 사태'는 엉뚱하게도 서초구에서 재점화됐다.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과 관련해 서초구청 소속 조모 행정지원국장이 개인정보를 불법 조회·유출했다는 정황이 발견된 것이다.

시민단체로부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에 관한 고발장을 접수받은 검찰은 수사 착수 2달여 만에 서울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사건의 꼬리'인 조 국장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났다.

앞서 기자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핵심 측근 몇 명이 서초구청에 있다는 전언을 접했다. 당시 구청 한 관계자는 "원세훈 측근 중 1명이 조 국장"이라고 귀띔했다.

조 국장은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을 진행 중인 원 전 원장과 절친한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 국장은 원 전 원장의 비서격으로 오랜 시간 함께 일했다.


특히 복수 언론은 조 국장에 대해 "조 국장이 경북 포항 출신이고 ▲원 전 원장과 국정원에서 함께 근무한 적이 있으며 ▲이른바 '영포회' 소속으로 ▲원 전 원장의 가정사도 도맡아 처리하는 집사 역할을 수행했었다"고 보도했다.

서울시 전 직원의 설명도 비슷했다. 그는 "조 국장의 승진이 굉장히 빨랐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직급은 높았지만 서초구청으로 임용되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아 높은 사람이 힘을 써 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기서 높은 사람은 원 전 원장일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조 국장은 행정지원국 소속 부하 직원을 통해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모군 모자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조회·열람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 국장은 지난 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청와대 소속) 조모 행정관에게 6월11일 채군의 가족부를 조회해 달라는 부탁을 문자메시지로 받아 가족부를 열람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조회 시점이 눈길을 끄는데 조 국장이 채군 모자의 개인정보를 열람한 시기와 원 전 원장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시기는 일치했다. 따라서 정보 유출 과정에 '국정원 댓글' 수사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국정원이나 청와대가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됐다.

논란 확산에
꼬리 자르기

부정할 수 없는 징후도 속속 포착됐다. 조 국장이 부탁을 받은 조 행정관(현재 직위해제)은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시설담당으로 이번 정보 유출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일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공식 브리핑에서 "조 행정관이 자신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조 국장에게 채군의 인적사항 등을 확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조 행정관은 조 국장을 통해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 등 개인정보를 전달받은 뒤 불법 열람했다"고 확인했다.


조 행정관과 조 국장은 같은 공무원 출신으로 일찍부터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안동 출신인 조 행정관은 조 국장과 함께 이른바 TK(대구·경북) 인맥으로 분류된다.

조 행정관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시절 청계천 복원 추진본부 조경팀장과 환경사업팀장 등을 역임했고, 같은 시기 서울시에서 근무한 원 전 원장과도 안면이 있다. 또 조 행정관은 이명박정부 당시 표창을 받고, 인사 승진을 하는 등 공직 세계에서 승승장구했던 것으로 소개됐다.

그러나 조 행정관은 이번 개인정보 유출에 관여하면서 공직 생활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이날 이 수석은 "조 행정관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에 그를 직위해제하고 징계위에 회부했다"고 전했다. 그간 전례에 비춰봤을 때 청와대의 신속한 조처는 이례적이라고 평가받았다.

행정관 서초구청 통해 혼외아들 정보 입수
'진짜 몸통' 유출 배후는…현정권? 전정권?

하지만 청와대 안팎의 시선은 곱지 못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꼬리 자르기'란 비난 여론이 확산됐기 때문. 같은 날 이 수석은 정보 유출의 배후로 청와대가 지목된 것을 의식한 듯 "조 행정관 개인의 일탈 행위"라고 선을 그었다.

그런데 문제는 청와대의 해명에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는 것에 있었다. 통상 총무비서실 업무는 감찰업무와 무관하고 조 행정관의 보직 업무는 조경이었단 점을 상기할 때 조 행정관이 왜 채군의 개인정보를 빼냈어야 했냐는 것이다.

특히 복수 언론은 조 행정관이 소속된 총무비서실 최종 책임자가 박근혜 대통령 최측근 3인방 중 1명인 이재만 총무비서관이란 점을 지적했다. 즉 이번 정보 유출 과정에 이 비서관이 어떤 방식으로든 연관되지 않았겠냐는 의혹이다.

기자와 통화한 한 서울시 고위 공무원도 사견임을 전제로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그는 "공무원 조직 문화가 있는데 상급자에게 보고하지 않고 이 같은 일을 한다는 게 쉽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잘못하면 '목'이 날아가는데 조 행정관이 팔을 걷어붙인 진짜 이유가 있을 것이란 추측이다.

개인의 일탈?
조직적 개입?

앞서 조 행정관과 조 국장은 검찰의 신체 압수수색을 앞두고 주고받은 메시지를 나란히 삭제했다. 사건을 은폐하기 위한 제스처였다. 하지만 검찰은 문자메시지를 복구했고, 조 국장에 이어 조 행정관을 소환 조사했다. 당시 검찰은 조 행정관에게 채군의 인적사항 확인을 요청한 또 다른 인물이 있는지를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서 드러난 제3의 인물이 안전행정부 소속 김모 국장이다.

청와대는 조 행정관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실을 밝히면서 이번 사건의 배후로 김 국장을 특정했다. 이 수석은 "조 행정관이 안전행정부 고위공무원인 김 국장의 요청으로 조 국장에게 채군의 개인정보 확인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즉 조 행정관을 사이에 두고 김 국장이 채군의 개인정보를 요청했으며, 조 행정관은 다시 조 국장에게 개인정보 유출을 부탁했다는 설정이다.

졸지에 배후가 된 김 국장은 이명박정부부터 박근혜정부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팀에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중앙공무원교육원 국장급으로 재직 중인 김 국장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공직기강팀 선임행정관으로 일했다. 서류 경력만 놓고 보면 '채동욱 찍어내기'의 몸통으로 의심받는 곽상도 전 민정수석의 지휘 체계 안에 있던 셈이다.

하지만 김 국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조 행정관에게 채군의 개인정보 조회를 요청한 사실이 없다"며 청와대 조사 결과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또 "곽 전 수석과 같이 일한 적이 없고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고 관련한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다.


다만 김 국장은 조 행정관과 먼 친척 사이인 것은 인정했다. 또 조 행정관과 개인적으로 통화한 사실이 있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청와대로 불려가 조사를 받을 때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청와대가 배후인 것처럼 발표해 곤혹스럽다"며 억울한 모습을 보였다.

사건 수습 나선 청와대 '꼬리자르기' 의혹 확산
원세훈 구하기? 채동욱 자르기?…수사 결과 촉각

이 같은 김 국장의 해명이 보도된 지 하루가 지나지 않아 검찰은 김 국장의 자택과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는 조 행정관이 검찰 조사에서 김 국장을 배후로 지목한데 따른 확인 절차로 풀이됐다.

특히 사정기관의 압수수색이 혐의를 받고 있는 인물의 증거 확보 작업으로 해석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압수수색은 김 국장에게도 일정한 혐의가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김 국장의 구체적인 혐의에 대해선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김 국장은 "조 행정관이 자신에게 혐의를 덮어 씌우고 있다"며 대질 신문을 요청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조 국장과 조 행정관, 김 국장의 연결고리를 '원세훈'으로 보고 있다. 원 전 원장은 행정고시를 패스한 공무원 출신이면서 '서울시 공무원 모임'을 통칭하는 속칭 'S(서울시) 라인'의 대부로 알려져 있다.




앞서 밝혔듯 조 국장은 원 전 원장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져 있으며, 조 행정관은 이른바 '서울시 공무원 모임'에 자주 참석했던 것으로 보도됐다. 또 김 국장은 원 전 원장이 장관을 역임한 행정안전부 소속 공무원이란 점이 주목된다. 김 국장은 지난 5월 청와대 파견 근무를 마치고 안전행정부로 복귀했다.


따라서 여러 정황을 살펴봤을 때 일부 S라인 공무원들이 자발적인 '원세훈 구하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원세훈은 MB
곽상도면 GH

하지만 정치권에선 청와대 개입설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번 사건의 유력한 '몸통'으로 곽 전 수석을 지목한 것이다.

실제로 <조선일보> 보도 직후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공문을 받은 서초구청 소속 임모 과장은 경북 안동 출신으로 곽 전 수석에게 부탁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적법한 절차를 거친 임 과장의 입장에선 억울한 부분이 있겠지만 정보 유출의 몸통으로 곽 전 수석이 의심되면서 그 역시 '사건의 꼬리'로 언급된 바 있다.

또 곽 전 수석이 '채동욱 혼외아들 의혹' 보도 직전 <조선일보> 관계자와 강남 한 일식집에서 수상쩍은 회동을 가졌다는 소문이 퍼진 것도 의미심장하다. 곽 전 수석은 해당 의혹을 부인했지만 당시 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곽 전 수석이 미리 수집한 채 총장의 정보를 들고 <조선일보> 편집국장을 만났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만약 수사 과정에서 채군 모자의 개인정보가 곽 전 수석에게 흘러갔다는 정황이 발견될 경우 박근혜정부는 회복할 수 없는 도덕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우에 따라선 그 윗선의 존재도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강현석 기자<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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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