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의혹' 진실게임 2라운드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2.09 11:5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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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맞긴 맞는데 GH? MB?

[일요시사=사회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찍어내기' 위한 개인정보가 불법 유출됐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그동안 "정권 차원의 찍어내기는 없었다"며 거리를 뒀던 청와대의 해명도 거짓으로 드러나 정국은 요동치고 있다. 이제 관심은 채 전 총장을 찍어낸 진짜 '몸통'이 누구냐에 쏠린다. 현재까지 정황상 박근혜 내각이 이번 사건의 주범으로 의심받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측근'이 정보 유출을 자체 공모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을 둘러싼 진실공방은 어느덧 2라운드로 돌입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9월6일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아들 숨겼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정보를 입수해 기사를 작성한 것으로 의심받았다. 해당 기사를 위해 열람한 것으로 보이는 자료는 가족관계등록부, 주민등록초본, 출입국증명서 등 개인정보였다. 결과적으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조선일보> 보도 후 옷을 벗었다.

채동욱 찍어내기
공무원 동원했다

그런데 잠잠해지는 듯 했던 '채동욱 사태'는 엉뚱하게도 서초구에서 재점화됐다.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과 관련해 서초구청 소속 조모 행정지원국장이 개인정보를 불법 조회·유출했다는 정황이 발견된 것이다.

시민단체로부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에 관한 고발장을 접수받은 검찰은 수사 착수 2달여 만에 서울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사건의 꼬리'인 조 국장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났다.

앞서 기자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핵심 측근 몇 명이 서초구청에 있다는 전언을 접했다. 당시 구청 한 관계자는 "원세훈 측근 중 1명이 조 국장"이라고 귀띔했다.

조 국장은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을 진행 중인 원 전 원장과 절친한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 국장은 원 전 원장의 비서격으로 오랜 시간 함께 일했다.


특히 복수 언론은 조 국장에 대해 "조 국장이 경북 포항 출신이고 ▲원 전 원장과 국정원에서 함께 근무한 적이 있으며 ▲이른바 '영포회' 소속으로 ▲원 전 원장의 가정사도 도맡아 처리하는 집사 역할을 수행했었다"고 보도했다.

서울시 전 직원의 설명도 비슷했다. 그는 "조 국장의 승진이 굉장히 빨랐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직급은 높았지만 서초구청으로 임용되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아 높은 사람이 힘을 써 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기서 높은 사람은 원 전 원장일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조 국장은 행정지원국 소속 부하 직원을 통해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모군 모자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조회·열람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 국장은 지난 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청와대 소속) 조모 행정관에게 6월11일 채군의 가족부를 조회해 달라는 부탁을 문자메시지로 받아 가족부를 열람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조회 시점이 눈길을 끄는데 조 국장이 채군 모자의 개인정보를 열람한 시기와 원 전 원장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시기는 일치했다. 따라서 정보 유출 과정에 '국정원 댓글' 수사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국정원이나 청와대가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됐다.

논란 확산에
꼬리 자르기

부정할 수 없는 징후도 속속 포착됐다. 조 국장이 부탁을 받은 조 행정관(현재 직위해제)은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시설담당으로 이번 정보 유출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일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공식 브리핑에서 "조 행정관이 자신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조 국장에게 채군의 인적사항 등을 확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조 행정관은 조 국장을 통해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 등 개인정보를 전달받은 뒤 불법 열람했다"고 확인했다.


조 행정관과 조 국장은 같은 공무원 출신으로 일찍부터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안동 출신인 조 행정관은 조 국장과 함께 이른바 TK(대구·경북) 인맥으로 분류된다.

조 행정관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시절 청계천 복원 추진본부 조경팀장과 환경사업팀장 등을 역임했고, 같은 시기 서울시에서 근무한 원 전 원장과도 안면이 있다. 또 조 행정관은 이명박정부 당시 표창을 받고, 인사 승진을 하는 등 공직 세계에서 승승장구했던 것으로 소개됐다.

그러나 조 행정관은 이번 개인정보 유출에 관여하면서 공직 생활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이날 이 수석은 "조 행정관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에 그를 직위해제하고 징계위에 회부했다"고 전했다. 그간 전례에 비춰봤을 때 청와대의 신속한 조처는 이례적이라고 평가받았다.

행정관 서초구청 통해 혼외아들 정보 입수
'진짜 몸통' 유출 배후는…현정권? 전정권?

하지만 청와대 안팎의 시선은 곱지 못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꼬리 자르기'란 비난 여론이 확산됐기 때문. 같은 날 이 수석은 정보 유출의 배후로 청와대가 지목된 것을 의식한 듯 "조 행정관 개인의 일탈 행위"라고 선을 그었다.

그런데 문제는 청와대의 해명에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는 것에 있었다. 통상 총무비서실 업무는 감찰업무와 무관하고 조 행정관의 보직 업무는 조경이었단 점을 상기할 때 조 행정관이 왜 채군의 개인정보를 빼냈어야 했냐는 것이다.

특히 복수 언론은 조 행정관이 소속된 총무비서실 최종 책임자가 박근혜 대통령 최측근 3인방 중 1명인 이재만 총무비서관이란 점을 지적했다. 즉 이번 정보 유출 과정에 이 비서관이 어떤 방식으로든 연관되지 않았겠냐는 의혹이다.

기자와 통화한 한 서울시 고위 공무원도 사견임을 전제로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그는 "공무원 조직 문화가 있는데 상급자에게 보고하지 않고 이 같은 일을 한다는 게 쉽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잘못하면 '목'이 날아가는데 조 행정관이 팔을 걷어붙인 진짜 이유가 있을 것이란 추측이다.

개인의 일탈?
조직적 개입?

앞서 조 행정관과 조 국장은 검찰의 신체 압수수색을 앞두고 주고받은 메시지를 나란히 삭제했다. 사건을 은폐하기 위한 제스처였다. 하지만 검찰은 문자메시지를 복구했고, 조 국장에 이어 조 행정관을 소환 조사했다. 당시 검찰은 조 행정관에게 채군의 인적사항 확인을 요청한 또 다른 인물이 있는지를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서 드러난 제3의 인물이 안전행정부 소속 김모 국장이다.

청와대는 조 행정관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실을 밝히면서 이번 사건의 배후로 김 국장을 특정했다. 이 수석은 "조 행정관이 안전행정부 고위공무원인 김 국장의 요청으로 조 국장에게 채군의 개인정보 확인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즉 조 행정관을 사이에 두고 김 국장이 채군의 개인정보를 요청했으며, 조 행정관은 다시 조 국장에게 개인정보 유출을 부탁했다는 설정이다.

졸지에 배후가 된 김 국장은 이명박정부부터 박근혜정부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팀에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중앙공무원교육원 국장급으로 재직 중인 김 국장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공직기강팀 선임행정관으로 일했다. 서류 경력만 놓고 보면 '채동욱 찍어내기'의 몸통으로 의심받는 곽상도 전 민정수석의 지휘 체계 안에 있던 셈이다.

하지만 김 국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조 행정관에게 채군의 개인정보 조회를 요청한 사실이 없다"며 청와대 조사 결과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또 "곽 전 수석과 같이 일한 적이 없고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고 관련한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다.


다만 김 국장은 조 행정관과 먼 친척 사이인 것은 인정했다. 또 조 행정관과 개인적으로 통화한 사실이 있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청와대로 불려가 조사를 받을 때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청와대가 배후인 것처럼 발표해 곤혹스럽다"며 억울한 모습을 보였다.

사건 수습 나선 청와대 '꼬리자르기' 의혹 확산
원세훈 구하기? 채동욱 자르기?…수사 결과 촉각

이 같은 김 국장의 해명이 보도된 지 하루가 지나지 않아 검찰은 김 국장의 자택과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는 조 행정관이 검찰 조사에서 김 국장을 배후로 지목한데 따른 확인 절차로 풀이됐다.

특히 사정기관의 압수수색이 혐의를 받고 있는 인물의 증거 확보 작업으로 해석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압수수색은 김 국장에게도 일정한 혐의가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김 국장의 구체적인 혐의에 대해선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김 국장은 "조 행정관이 자신에게 혐의를 덮어 씌우고 있다"며 대질 신문을 요청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조 국장과 조 행정관, 김 국장의 연결고리를 '원세훈'으로 보고 있다. 원 전 원장은 행정고시를 패스한 공무원 출신이면서 '서울시 공무원 모임'을 통칭하는 속칭 'S(서울시) 라인'의 대부로 알려져 있다.




앞서 밝혔듯 조 국장은 원 전 원장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져 있으며, 조 행정관은 이른바 '서울시 공무원 모임'에 자주 참석했던 것으로 보도됐다. 또 김 국장은 원 전 원장이 장관을 역임한 행정안전부 소속 공무원이란 점이 주목된다. 김 국장은 지난 5월 청와대 파견 근무를 마치고 안전행정부로 복귀했다.


따라서 여러 정황을 살펴봤을 때 일부 S라인 공무원들이 자발적인 '원세훈 구하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원세훈은 MB
곽상도면 GH

하지만 정치권에선 청와대 개입설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번 사건의 유력한 '몸통'으로 곽 전 수석을 지목한 것이다.

실제로 <조선일보> 보도 직후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공문을 받은 서초구청 소속 임모 과장은 경북 안동 출신으로 곽 전 수석에게 부탁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적법한 절차를 거친 임 과장의 입장에선 억울한 부분이 있겠지만 정보 유출의 몸통으로 곽 전 수석이 의심되면서 그 역시 '사건의 꼬리'로 언급된 바 있다.

또 곽 전 수석이 '채동욱 혼외아들 의혹' 보도 직전 <조선일보> 관계자와 강남 한 일식집에서 수상쩍은 회동을 가졌다는 소문이 퍼진 것도 의미심장하다. 곽 전 수석은 해당 의혹을 부인했지만 당시 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곽 전 수석이 미리 수집한 채 총장의 정보를 들고 <조선일보> 편집국장을 만났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만약 수사 과정에서 채군 모자의 개인정보가 곽 전 수석에게 흘러갔다는 정황이 발견될 경우 박근혜정부는 회복할 수 없는 도덕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우에 따라선 그 윗선의 존재도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강현석 기자<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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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