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박근혜 떠난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12.09 13:4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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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국공신’이 떠났다…도대체 왜?

[일요시사=사회팀] 지난해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의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을 주도했던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탈당 의사를 밝혔다. 그는 연구를 위해 탈당을 했다고 밝혔지만,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18대 대선의 화두는 ‘경제민주화’였다. 여야를 막론하고 앞다퉈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을 쏟아냈다. 당시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었던 김종인은 현 정권의 개국 공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혁혁한 공을 세웠던 그가 지금 대선 1주년을 앞두고 탈당을 결심했다. 정치권에서는 그의 탈당이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공약 파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 파장 촉각
다양한 해석 나와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가정교사로 잘 알려진 김 전 위원장 탈당을 두고 말이 많다. 그는 정부와 여당에 대한 발언을 극도로 자제했다. 야권에서는 그의 행보가 ‘경제민주화의 실종’을 의미한다며 입을 모았다.

김 전 위원장이 지난 6일 “지난해 선거가 끝났으니 할 일은 다 했다. 지난해부터 언제 나갈까 생각한 것”이라며 새누리당 탈당 의사를 밝혔다. 19일 탈당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다.

탈당 자체도 큰 의미를 갖겠지만, 당선 1주년을 앞둔 시점이어서 시사점이 더욱 커 보인다.


공식적인 탈당 사유는 ‘연구활동’ 이다. 그는 내년 3월 초 독일로 출국해 연구에 매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유로운 연구를 위해서는 당원 신분이 거추장스럽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서는 “세월이 한참 지난 다음에는 할 얘기가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대로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내는 게 좋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김 전 위원장은 탈당 의사를 밝힌 뒤 경제민주화의 향방이나 현 정국에 대한 의미 있는 발언을 내놓진 않았다. 이와 달리 김 전 위원장의 측근들을 현 정권에 대한 실망감이 그의 등을 떠밀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김전 위원장과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함께 활동했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서울경제>와 전화통화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대한 실망감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이상돈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도 CBS라디오를 통해 “그런 부분(청와대에 실망)이 있다고 봐야 되지 않겠냐”고 답했다.

그의 탈당 의사가 전해지면서 야권에서는 ‘경제민주화 실종을 상징하는 사건’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민주당 허일영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김 전 위원장이 탈당을 결심한 것은 현 정부의 경제민주화 의지가 없다는 것을 최종 확인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풀이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경제민주화’ 공약 때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김종인 전 위원장을 토사구팽하고, 경제민주화 공약을 파기함으로써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의 대통령이 아니라, ‘소수 재벌’들의 대통령이 되었다고 비난했다. 이어 “국민통합도 사라졌고, ‘창조경제’는 ‘특권경제’가 되었다”면서 “경제민주화의 파기로 인해 빈부격차는 더욱 심해지고 중소기업들의 고통도 가중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경제민주화와 복지는 박 대통령이 당선된 매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공약들이다”라며 “이렇게 본다면 정권의 정치적 정당성이 무너져 내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든다”고 밝혔다. 또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의 밑그림을 그렸던 김종인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이 곧 탈당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양보하고 타협하면서도 경제민주화를 어떤 수준에서든지 실현하고자 했던 김종인 전 비대위원의 노력, 이제는 끝난 것 같다”고 말했다.


처음 그가 새누리당을 떠난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정치권에서는 ‘안철수 신당에 참여하는 게 아니냐’는 설도 제기됐다. 김 전 위원장이 과거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멘토였던 이유에서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은 “하늘이 깨져도 안철수 신당에 안 간다”며 신당행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한편 김 전 위원장이 독일에 장기체류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하면서 포스코 차기 회장 취임가능성도 희박해졌다. 그동안 그는 포스코의 차기 회장의 강력한 후보로 거론돼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김 전 위원장의 탈당 소식에 새누리당은 난색을 표했다. “김종인 전 의원이 새 정부에 대해 격려는 못할망정 의욕을 꺾는 일만큼은 자제해야 한다”고 밝힌 것.

새누리당 탈당 두고 설왕설래…“실망”관측
안철수 신당 합류설 부인 “독일서 연구활동”

김근식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김 전 의원이 정치적 신념이나 소신, 개인적인 상황에 따라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하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 의사라고 생각하지만 김 전 의원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새누리당의 경제정책 공약 수립에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분으로서 보다 신중한 처신을 강조하고 싶다”며 이 같이 말했다.

김 부대변인 또 “김 전 의원은 새정부 출범 이후 경제민주화 공약 후퇴를 언급하며 비판적 입장을 보였고 급기야 언론을 통해 조만간 탈당할 뜻을 내비쳤다고 한다”며 “새 정부는 출범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리고 나라 안팎의 긴박한 상황 속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이 같은 여건을 누구보다 잘 알고 이해할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
속빈 강정되나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은 “그동안(김 전 위원장이) 입당한 것도 몰랐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어쨌든 그 분이 많은 기여를 했고, 그때 주장했던 경제민주화 입법이 요즘은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반영됐기 때문에 그 분의 충분한 역할은 있었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의 탈당 소식에 이준석 전 위원도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제는 이 같은 개국 공신들의 ‘탈박’ 행렬이 여기서 그칠 것이냐는 점이다. 앞으로 하나둘씩 탈박 행렬에 가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통령 당선 1주년을 맞이하는 시점이지만 여권 내 비박 세력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의 당적과 별개로 이제 새누리당 내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내가 당원이고 아니고가 의미도 없는데”라는 그의 발언이 보여주는 바도 그것이다. 헌법 119조2항 경제민주화 주창자라고 알려진, ‘박근혜표 경제민주화’의 상징이었던 그가 새누리당에서 역할을 찾지 못하는 현실은 그리 놀랍지 않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경제민주화 관련 정책의 후퇴는 어쩌면 예견된 일일지도 모른다.

지난해 총선 전 김 전 위원장이 이상돈·이준석 등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았던 새누리당의 비상대책위원에 합류했을 때 야권 지지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경제민주화를 말하면서 박근혜에게 갔다는 사실 자체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당시 김 전 위원장은 이러한 반응에 “박근혜 대통령만이 경제민주화를 할 수 있고, 해야겠다는 의지도 확고하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은 소신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캠프에서도 자신의 소신을 밝히다가 수난을 당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갖고 있는 소신을 꺾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새 정부 출범의 견인차 역할을 했는데, 결국 중용되지는 못했다. 즉 그가 사심으로 박근혜 캠프에 합류했다고 비난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그는 진정성 있게 경제민주화를 추진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 그가 “박근혜 대통령만이 경제민주화를 할 수 있고, 해야겠다는 의지도 확고하다”라고 말한 이유도 간단하게 해석할 수 있다. 그는 아마도 민주당 정권이 주도하는 경제민주화는 수구세력의 반발에 부딪혀 제대로 실현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사실 민주당은 급진적이지 않은 정당이기에 기업권력과 타협하는 것도 우려했을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을 돌이켜보면 재벌을 엄하게 통제했던 이들은 군부독재자인 박정희나 전두환이었다. 김대중과 노무현의 민주정부 10년은 그렇지 않았다. 아마도 박 대통령이 경제민주화를 주저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예상했을 것이다. 그러나 혁신은 어디에도 없었다. 가능, 불가능의 문제가 아닌, 시도조차 보이지 않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이 기대했던 박 대통령의 ‘의지’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었다. 김 전 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단지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경제민주화 담론을 꺼내들었을 것이라고 봤을 것이다. 경제민주화를 단순히 선거에 활용했다는 것을 느꼈기에 이러한 결정을 내린지 모르겠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내세운 공약들의 질적 수준이 썩 나쁘지 않았다. 그만큼 김 전 위원장은 진정성 있게 경제민주화를 추진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추상적인 수준에서 경제민주화가 필요했다고 생각했을지 모르겠다. 그것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누구의 협력을 구해야 하며 누구의 반대를 감수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고민은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고민이 없는 정치적 과제는 실행 불가능하다. 정책 구체화에 실패한 것이다.

외부인사들의
잇단 퇴장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를 위해선 야당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했고 경기회복이 우선이라는 경제관료와 재벌그룹들과의 ‘전쟁’을 치를 각오를 했어야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는 접어 놓고 ‘NLL대화록’ 등 이념몰이를 통해 야당과 결사항전했고 “지금은 때가 아니니 기다려 달라”는 경제관료와 재벌그룹들의 변명을 너무 쉽게 받아들였다. 새누리당 역시 UCLA 경제학 박사인 이혜훈 최고위원 정도를 제외하면 대통령의 의중에 그대로 끌려 들어갔다.

대통령 경제 가정교사
경제민주화 공약 주도


이는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 경험은 있지만 한 번도 정책적 과제를 고민해본 적이 없는 사람임을 보여주는 모습인지 모른다. 이를 감지한 핵심브레인 김 전 위원장은 당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시대정신을 읽는 능력은 있었지만 현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에 실망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보수주의자로서 사회 양극화 문제를 정책으로 해결하는 큰 정치인이 될 기회를 스스로 놓친 셈이다.

박 대통령이 이념논쟁이 아닌 정책논쟁에 힘을 썼다면 야권은 국정원 선거개인 논란과는 상관없이 해당 법안에 대해 적극 협조했을 것이고 지지율은 김영삼 정부 초기에 버금갔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40∼50%를 상회하는 지지율에 미소지을 뿐이고 아버지와의 추억이 깃든 청와대에서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는 것에 만족하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아직 느끼지 못하겠지만 이렇게 단임제가 흘러가면 그 대가는 나머지 임기 동안에 톡톡히 치르게 될 것이다. 김 전 위원장 탈당은 분명 큰 시사점이 있다. 역사에 오점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시끄러운 정국을 풀고 정책 실현에 힘써야 할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 중앙고를 졸업하고 독일 뮌스터대 경제학과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의 조부는 일제강점기 때 인권변호사로 활동하고, 정부수립 후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김병로이다. 그는 헌법연구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박정희 정권당시에는 경제사회개발 5개년 계획 입안에 참여하면서 의료보험제도를 최초로 도입했고, 노태우 정부 당시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으로 부동산 투기억제를 위해 아파트 분양가 상한가를 도입했다. 그 이전에는 보건사회부 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1993년 당시 안영도 동화은행장에게 2억1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국회의원직을 상실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을 두고 과거 민정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특정계파에 서지 않으면서도 ‘김영삼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파격을 보여 이후 김영삼 정부 때 표적사정의 대상이 되었다는 의견도 있다. 또 개인 비리가 아닌 정권의 정치 자금을 받은 것인데, 당시 ‘특정인’과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본인이 뒤집어 썼다는 의견도 있다.

불쏘시개 되어
논의 들어갈까

김 전 위원장은 1987년 헌법상의 경제민주화 조항을 관철시킨 사람인지 아닌지에 관한 논란이 있다. 그는 전두환 정권에서 민주정의당 국회의원으로 87년 제9차 헌법개정 때에 헌법 119조2항, 경제민주화 항목을 요구하여 관철시켰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과거 박찬종 전 의원은 신동아와 인터뷰에서 “경제민주화는 이미 야당의 초안에 담겨 있었다. 여당인 민정당의 반대를 꺾고 관철시켰다. 여당 의원인 김종인이 한 일을 우리는 모른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87년 헌법 제119조 제2항은 이전 헌법에도 존재해 왔던 조항이며, 다만 “경제민주화”라는 단어만 더 추가된 조항이다. 대한민국 헌법상의 경제민주화 조항의 변천 과정을 보면 다음과 같다.
1948년 제헌헌법 제84조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정의의 실현과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기함을 기본으로 삼는다. 각인의 경제상 자유는 이 한계내에서 보장된다.

1963년 헌법 제111조 제2항 국가는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시키는 사회정의의 실현과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 안에서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한다.

1980년 헌법 제120조 제2조항 국가는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시키는 사회정의의 실현과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 안에서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한다. 제3항 독과점의 폐단은 적절히 규제·조정한다.

1987년 헌법 제119조 제2항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김종인은?]

▲서울 출생
▲서울 중앙고 졸업
▲한국외대 독일어학과 학사
▲독일 뮌스터 대 경제학과 석·박사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제4차 경제개발계획 실무위원
▲서독 쾰른대학교 객원교수
▲제5차 경제개발계획 실무위원
▲제11대, 12대 국회의원(민주정의당)
▲국민은행 이사장
▲제24대 보건사회부 장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
▲제14대 국회의원(민주자유당)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
▲건국대 석좌교수
▲제17대 국회의원(새천년민주당)
▲대한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
▲제18대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박근혜 캠프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

▲가천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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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다사다난한 한 해가 지나고 2026년 새해가 밝았다. 병오년(丙午年), 불의 기운을 가진 말띠의 해다. 불처럼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에너지가 강한 해라는 의미다. 그러나 치솟는 불길이 되레 화가 될 모양이다. 올해를 둘러싼 경제 전망이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고비를 넘는 중이다. 과연 국민들은 이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백운비 역리원장을 만나 병오년 대한민국 국운의 흐름을 들어봤다. 대한민국의 공기는 무겁다. 정치·경제·사회 어느 한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흐름이 동시에 눌린 듯한 느낌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고환율·고물가 상황은 국민들의 일상을 짓누르고 있다.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느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일터에서는 “버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체념 섞인 반응이 늘어났다. 나빠지다… 치솟는 불길 백운비 원장은 최근 몇 년간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무게가 급격히 달라졌다고 봤다. 그는 불과 10년 전 국운이 비교적 안정돼 있을 때만 해도 대체로 먹고사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당시에는 동네 구멍가게조차 유지가 가능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표현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후 약 9년간 국운이 점진적으로 나빠지는 흐름이 이어졌다고 봤다. 역리학적으로 보면 2026년은 ‘양화(陽火)’의 기운이 강하게 작용하는 해다. 불의 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상황이 열려 있을 때는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막힌 상태에서 불기운만 강해질 경우 화(禍)로 작용하기 쉽다. 백 원장은 “양화가 득세하면 좋은 것도 함께 올라가야 길한데, 지금은 차단된 상태에서 불만 위로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는 분노와 충돌, 사회적 마찰이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화마(火魔)와 비슷한 형국”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충돌이 잦아지고, 사소한 문제도 쉽게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백 원장은 “열은 많은데 출구가 없을 때 가장 위험하다”며 “2026년은 바로 그런 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26년 국운을 ‘사통팔달(四通八達)’이 막힌 상태’에 비유했다. 사통팔달은 사방으로 통하고 여덟 갈래로 길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예부터 역리에서는 운이 좋을 때를 사통팔달에 비유해 왔다. 길이 열려야 사람이 움직이고, 움직여야 살 길이 생긴다는 논리다. 반대로 사통팔달이 막혔다는 것은, 아무리 애를 써도 빠져나갈 통로가 없다는 의미다. 백 원장은 “전쟁이 나면 피난을 가야 하는데, 산도 물가도 사람 속도 안전하지 않은 형국”이라며 “움직일수록 위험하고, 가만히 있어도 불안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운이라는 것은 원래 사통팔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사방이 열려야 길이 나고, 여러 가지가 순환하며 성취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는 “사방이 막혀 있다”고 봤다. 그래서 “갈 곳이 없다. 헤맨다”고 표현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정감록에 등장하는 ‘인근불·산근불·수근불’이라는 구절을 언급했다. 사람 속으로 가도 안 되고, 산으로 가도 안 되며, 물가로 가도 안 된다는 뜻으로, 결국 도망칠 곳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백 원장은 이를 오늘의 국운에 빗대어 출구 자체가 막혀 있는 구조로 해석했다. 이 막힘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이 경기라고 했다. 백 원장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두고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이 돌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제의 본질은 순환인데, 지금은 그 순환 고리가 곳곳에서 끊어졌다는 것이다. “에너지·부동산·건설이 유일한 해법” “뛰어난 인재 등용으로 위기 관리해야” 불안이 커질수록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기업은 투자를 멈춘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경제 전체가 점점 움츠러드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경제 지표만 놓고 보면 아직 버틸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환보유액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수출 역시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들이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버티는 데 급급하고, 직장인들은 월급날이 와도 통장이 스쳐 지나갈 뿐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청년층 역시 미래 계획보다 당장의 생존을 먼저 고민하는 상황이다. 백 원장은 이런 체감경기가 쫓기고 쫓는 구조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빚을 갚아야 하는 쪽은 쫓기고, 물건을 팔아야 하는 쪽도 쫓기며, 소비자는 사기 위해 애쓰고 사업자는 버티기 위해 애쓴다. 몸과 마음을 다 써도 역부족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2026년을 ‘마지막 고비’라고 표현했다. 고비가 있다는 말은 넘어설 구간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넘는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백 원장이 올해를 ‘양화’로 설명한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음화가 따뜻한 햇볕이나 곁불에 가까운 성격이라면, 양화는 활활 타오르는 불처럼 강도가 크다는 것이다. 불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이 있어, 표면적으로는 ‘올라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경제가 올라가고 산업이 살아나고 활력이 돌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백 원장은 지금의 국운이 이미 ‘차단’돼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즉, 불이 치솟는데 출구가 막혀 있으면 그 불은 성장의 동력이 아니라 ‘화마’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화기가 중천한다”는 표현을 쓰며, 이 기운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사회 전반에 과열과 충돌, 갈등이 함께 치솟을 수 있다고 봤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걸까? 백 원장은 “답이 없는 해는 없다”며 화와 상생하는 것이 바로 토(土)와 목(木)이라고 설명했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방침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방침은 곧 정책이다. 그는 답을 세 갈래로 정리했다. 에너지, 부동산, 건설이다. 백 원장은 “이 세 가지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강조한 해법 중 하나는 에너지 정책이다. 국내외 산업과 수출입 구조에서 에너지 비용과 수급이 흔들리면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는 “에너지 정책을 중심에 두고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국가 경제의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통팔달 생존 급급 부동산에 대해서는 규제로 묶어두는 접근을 경계했다. 자금이 회전하지 않으면 내수가 얼어붙고 체감경기는 더 악화된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말한 부동산은 단순한 주택 거래에 국한되지 않았다. 농지, 임야, 전답 등 토지 전반과 농업 관련 규제, 지역 단위 개발과 거래 규제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같은 규제가 완화돼야 농업과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내수 회복의 여지가 생긴다는 논리다. 부작용이 따르더라도 순기능이 더 크다면 이를 관리하면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 분야 역시 중요한 고리로 제시됐다. 백 원장은 오행의 상생 논리를 들어 불기운이 강해지는 해에는 ‘목(木)’이 연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행위가 아니라 자재, 설비, 인력, 금융 등 연쇄 산업이 함께 움직이는 분야다. 부동산과 건설을 동시에 움직이게 하면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자산 형성의 사다리가 막히면 젊은 층의 기대가 꺾이고 사회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정책의 방향만큼이나 이를 실행할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같은 정책도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개인 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개인의 운만으로 국운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그는 2026년을 두고 “성군(聖君)이 나오기 어려운 해”라고 단언했다. 국운이 나쁜 시기에는 누구든 성과를 내기 어렵고, 성군이 나오기 힘든 구조라고도 했다. 연산군과 광해군을 예로 들며, 국운이 기울어진 시기에 즉위한 지도자에게는 선택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누가 자리에 앉아도 비판을 받기 쉬운 환경이 형성된다고 봤다. 정치권 전반에 대해서는 국운의 분산이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힘이 한 곳에 모이지 못하면 작은 사안도 쉽게 정치적 충돌로 번지고, 여야를 넘어 같은 진영 내부에서도 분열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을 두고 “양분과 분열의 해”라고 표현했다. 양분(兩分)은 둘로 나뉜다는 뜻이지만, 현실에서는 둘로 끝나지 않는다. 둘로 갈라진 뒤 다시 갈라지고, 결국 여러 갈래로 흩어진다. 백 원장은 “이럴 때 정치권은 합치자는 말은 많아도, 실제로는 더 쪼개지는 흐름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2026년 정치 지형에 대해선 “높이 쌓아 올린 알이 언제 깨질지 모르는 형국”이라고 비유했다. 겉으로는 안정돼 보일 수 있지만, 작은 충격에도 균열이 날 수 있다는 의미다. 권토중래 전복후괴 백 원장은 “군계일학(群鷄一鶴)”을 꺼냈다. 무리 속에서 돋보이는 한 사람, 즉 뛰어난 인재를 등용해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해일수록 백 원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인사(人事)’다. 국운이 나쁠 때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판단이 흐려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럴수록 사람의 선택이 결과를 좌우하게 된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올해가 불안정한 만큼 ‘아첨하는 사람’이 늘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운이 나쁜 시기에는 이상하게도 권력자나 부자에게 빌붙어 아첨하는 행동이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배신과 척을 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정세에 대한 전망도 같은 결로 이어졌다. 백 원장은 특징으로 ‘분산(分散)’을 들었다. 힘이 한 곳으로 모여야 외부 압력을 버틸 수 있는데, 올해는 국운이 흩어져 힘을 제대로 쓰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분산되면 허점이 드러나고, 허점이 드러나면 외부 공격이 들어온다는 논리다. 그는 이를 복싱에 비유했다. 복싱 선수가 가드를 올리면 상대가 쉽게 치지 못한다. 그런데 가드를 내리면 약점이 보이고 공격이 들어온다. 백 원장은 “우리가 튼튼하면 공격이 안 오는데 이번에는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공격은 군사적 충돌만을 뜻하지 않고, 외교적 압박과 경제적 공세, 국제 갈등의 심화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외교 혼동과 시행착오로 갈등이 심화되고 외부의 압력과 공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제 분야에서의 대응책은 무엇이냐고 묻자, 백 원장은 다시 ‘사람’으로 돌아왔다. ‘철저한 방어 준비’가 필요하며, 그 방어를 위해 ‘인적 자원 파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외로 사람을 내보내고, 현장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협상과 조율을 담당할 인재를 배치해 허점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이번 해는 어느 해보다 인재 발굴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운이 바닥난 것이 아니므로 “틈새가 있다”고 했고, 그 틈새를 메우고 넓히는 것이 인재라는 뜻이다. “6월 지선 대대적 물갈이” “아첨하는 사람 조심해야” 오는 6월에 시행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키워드는 권토중래(捲土重來)다. 권토중래는 “실패했던 사람, 포기했던 사람이 다시 분기해 세력을 찾는다”는 뜻이라고 풀었다. 다시 일어서고, 다시 판이 바뀌는 사례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번에 공천 못 받고 밀려났던 사람이 다시 부활하는 케이스’를 예로 들면서 “물갈이가 다 되는 건 아니지만 물갈이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전복후계(前覆後戒)”의 태도를 강조했다. 앞사람의 실패를 거울삼아 뒤의 사람이 경계한다는 뜻이다. 그는 이를 “전임 대통령의 실수를 경계 삼아야 한다”는 식으로 풀었다. 이는 이 대통령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장관·부처·기관·기업 대표 등 ‘조직의 책임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덕목이라고 했다. 즉, 불리한 국운의 해에는 새 일을 무리하게 벌이기보다, 전임의 실수와 실패를 분석해 같은 구멍에 다시 빠지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국민들의 삶도 우려했다. 백 원장은 지난 몇 년간 국민 갈등이 극심했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하며, 2026년에는 그 갈등이 더하다고 했다. 그는 “운이 나쁜 해에는 인심이 각박해지며 배려와 용서가 줄고, 민감하고 예민해진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다”며 “친했던 사람끼리도 견제 대상이 되고, 이해관계에 따라 적이 되는 일이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를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로 표현하며, 각자도생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원장은 의지하는 대상이 있더라도, 무너질 수 있는 해이기 때문에 결국 자기 책임 의식을 더 가져야 한다는 취지다. 가족이나 가까운 관계조차도 현실의 무게 앞에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혼과 결별, 인간관계 단절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경제적 불안과 심리적 피로가 겹치면 사회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울감이나 분노 조절 문제 등 정신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2026년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치는 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자는 더 못 살게 된다”고도 전했다. “마지막 고비다” 2027년에는 회복기로 들어선다. 백 원장은 “27년부터 회복기로 들어간다”는 취지로 말하면서도, 곧바로 후유증을 언급했다. 병이 나아도 후유증이 남듯이, 회복이 시작되더라도 이전의 고통이 흔적으로 남아 일정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