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조 투입’ 영종도 카지노 빛과 그림자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12.10 11:4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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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팅 시작된 ‘인천베가스’ 잭팟 터트릴까

[일요시사=사회팀] 영종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도 내 ‘카지노 복합리조트’ 조성과 관련된 발표가 잇따르면서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카지노 조성으로 일대가 활기를 띠게 될 것이라는 여론과 함께 진정성과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영종도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인천 영종도에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를 조성하겠다는 발표가 최근 잇따르며 여러 가지 말이 나오고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나 마카오를 뛰어넘는 세계적인 레저 단지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외국계 자본이 주도하는 이 사업을 두고 기대와 의구심이 공존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의 이점을 살려 외화벌이를 하느냐. 아니면 국부 유출로 도박 공화국 폐해를 낳느냐. 앞으로 지켜봐야 할 일이다.

국내 첫
카지노 복합리조트

영종도를 둘러싼 카지노 공습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파라다이스그룹이 일본의 파친코 게임업체인 세가사미와 합작해 국내 최대 규모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 건립 허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정부로부터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다시 적합 판정을 받기 위해 외국계 합작법인 리포&시저스도 자본금을 추가 증자하는 등 개선방안을 마련해 재심사를 신청할 예정이다.

파라다이스그룹 계열사인 파라다이스세가사미는 10월22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형 복합리조트인 파라다이스시티를 건립한다고 밝혔다. 오는 2017년까지 인천 영종도 국제업무단지에 1조9000억원대를 투자하게 된다.

파라다이스그룹과 손잡은 세가사미는 식품회사로 출발했다. 그러다 파친고 사업으로 성장한 ‘사미’가 2004년 유명 게임업체 ‘세가’를 인수·합병해 세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그룹이다.


파라다이스세가사미는 지난 7월 파라다이스그룹의 지배 회사인 파라다이스글로벌이 보유하고 있던 인천 카지노 사업 부문을 양수받았다.

파라다이스그룹은 이미 인천공항 국제업무단지에 위치한 하얏트호텔에서 ‘골든게이트 카지노’를 운영해왔다. 때문에 파라다이스세가사미는 신규로 카지노 인허가를 받지 않아도 카지노 사업을 펼칠 수 있게 됐다. 파라다이스 세가사미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 이외에도 쇼핑·오락·공연 공간 등 내국인들이 즐길 다양한 공간과 콘텐츠가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명소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축구장 47개 크기인 대지 면적 10만평 규모의 파라다이스시티는 2단계에 걸쳐 개발된다. 내년 하반기 착공에 들어가 2017년 운영을 시작하는 1단계 사업에서는 카지노 시설을 물론 1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시설, 700실 규모의 특1급 호텔, 다목적 공연장과 쇼핑 시설 등이 들어선다. 또한 2020년까지 5성급 호텔을 추가로 설립하고 카지노 시설도 확충할 계획이다.

파라다이스세가시미 측은 기자회견에서 “외국인 전용 카지노로 운영될 예정이며 내국인을 염두에 둔 카지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카지노에 대한 국내의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듯  보였다. 하지만 영종도에 설립될 복합리조트 고객으로 내국인이 몰릴 경우 결국 카지노도 내·외국인 모두 출입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왜냐하면 외국의 대형 카지노 업체들이 ‘오픈카지노’를 공공연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는 심사제를 통해 외국 자본들의 카지노 허가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당시 라스베이거스샌즈그룹의 셸턴 애덜슨 회장은 사전 심사제와 함께 내국인 출입 허용까지 요구한 바 있다. 이 그룹은 마카오와 싱가포르 등에서 대규모 카지노를 운영 중이다. 리포&시저스의 한 축인 시저스엔터테인먼트의 스티브 타이트 사장도 내국인 출입 허용 등 규제 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저스는 미국을 비롯한 7개국에서 54개의 카지노와 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영종도 진출을 바라고 있다.

파라다이스 “내국인
염두에 두지 않았다”

물론 정부는 분명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는 허가할 수 없다는 것. 사전 심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 5월 카지노 허가 심사권을 가진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대상일 뿐 내국인에 대해 개방할 계획은 절대 없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외국계 자본이 우선 외국인 전용으로 허가를 받은 뒤 향후 대규모 투자 등을 이유로 내국인 출입을 요구할 수 있다고 한다. 선례도 있다. 싱가포르 등 복합리조트 카지노 대부분이 내국인 출입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종도에 복합리조트를 건립하겠다고 나선 업체들은 중국인과 일본인을 겨냥해 카지노 사업을 펼치겠다는 계획이다. 인천공항으로 유입되는 외국인들이 주 타깃인 것. 시저스는 중국계 자본으로 아시아 최대 부동산 개발회사로 알려진 리포그룹과 손을 잡았다. 영종도 진출을 추진해온 유니버셜엔터테인먼트는 일본에서 ‘파친코 황제’로 불리는 오카다 가즈오가 운영하는 오카다홀딩스의 자회사 격이다.

대형 복합리조트 급물살…‘관광한류’주도
투자자들 움직임 활발 “정말로 실현 가능?”

이들은 연간 관광객 690만명을 유치해 4조5000억원의 관광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어디까지나 전망이다. 또 개발기간 10년 동안 4만5000개의 건설 관련 일자리가 발생하고 운영 과정에서 89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천지역 정치권을 중심으로 영종도 복합리조트 사업 추진을 다시 공론화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인 윤관석 민주당 의원(인천 남동을)은 “투자활성화와 관광 진흥을 위해서라도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설립을 동반하는 영종도 복합리조트 사업의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학재 새누리당 의원(인처 서구·강화갑)도 국정감사에서 복합리조트 추진에 대한 문화부의 입장을 물었다.

유진룡 문화부장관은 “사업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향후 영종도 복합리조트가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 또 “해외 자본을 많이 유치해 우리나라 경제가 살아날 수 있도록 하면서 고용을 많이 창출하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다”고 답변했다. 당초 유 장관은 카지노 사전 심사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문화부가 투자사의 신용평가 등급 등을 사유로 부적합판정을 내린 것도 이러한 유 장관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런데 지난 7월 박근혜 대통령이 관계 부처 장관들이 모인 자리에서 영종도 카지노 리조트 사업을 언급하며 적극적인 검토를 지시했다. 정부 입장에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일보 후퇴한 업체 측도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보완사항을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외국인 전용 카지노 특례 적용 기준을 ‘신용 상태’에서 ‘자금 능력과 수행 경험’으로 바꾸는 관련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다. 해외 카지노 자본의 국내 진출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지노 허가권은 정부가 최종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전제한 후 “카지노 산업의 특성상 좀 더 장벽을 높이고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오픈 카지노‘의 경우 높은 수익률이 예상되는 만큼 굳이 외국 자본을 끌어들일 필요 없이 국민연금 등을 활용해 이익이 국민에게 돌아가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복합리조트 사업
땅 따먹기 전쟁

한국형 복합리조트는 ‘잭팟’을 터트릴까. ‘쪽박’에 그칠까. 세계 최대 카지노 도시는 흔히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미 수년전 라스베거스를 제치고 1위로 등극한 곳이 있다. 바로 마카오다. 라스베이거스의 4∼6배 규모의 매출을 보인다. 그리고 그 뒤를 잇는 곳이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카지노를 중심으로 쇼핑몰, 특급호텔, 테마파크, 국제회의장 등을 갖춘 복하비조트로 승부수를 띄운 게 유효했다. 2010년 개장한 ‘마리나베이 샌즈 리조트’와 ‘리조트 월드 센토사’는 지난해 연매출 71억 달러를 기록했다.

아시아가 ‘카지노 격전지’로 떠로은 것은 다름 아닌 중국인 관광객 때문이다. 중국인은 지난해 전세계 관광지를 휩쓸며 모두 1000억 달러를 소비해 세계 최대 ‘큰 손’으로 부상했다. 도박을 좋아하는 편인 중국인을 겨냥해 ‘원정 도박’이 가능한 복합리조트가 앞다퉈 문을 열었다.

최근에는 필리핀과 베트남, 대만에 이어 일본도 카지노 합법화 논의를 시작하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국은 파라다이스그룹이 영종도에 1조9000억원을 들여 2017년까지 중대형 복합리조트인 ‘파라다이스 시티’를 세울 계획이다. 국내 최대 규모인 외국인 카지노를 중심으로 여러 편의시설을 갖추고 특히 차별화 전략으로 ‘한류 엔터테인먼트’ 공간을 만들어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인다는 구상이다.

이들이 영종도를 카지노 거점으로 노리는 이유는 중국과의 접근성 때문이다. 중국과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공항과 불과 1.1km 떨어진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유치 외화벌이 창구?
제2강원랜드…도박공화국 전락?

이밖에도 이미 8개의 외국인 카지노가 자리 잡은 제주와 충북 등에서도 지자체별로 카지노 유치를 논의 중이다. 이렇듯 지자체들이 카지노 유치에 발벗고 나서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역경제’를 위해서다. 그들이 이러한 사업에 힘을 실어주는 이유는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지구는 세계적인 인천공항과 연계한 공항복합도시로 국제적인 관광메카로 발전시킬 가능성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경제위로 국내 기업의 투자의 실현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은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를 증대함으로써 일자리 창출, 경제성장, 자본축적 등 다목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한국형 복합리조트
과연 성공할까…

반면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외국계 자본 카지노 사업으로 인해 국부 유출, 도박 공화국 폐해를 낳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아무리 포장한다한들 카지노는 ‘도박’이다. 그것도 중독성이 강해 폐해가 끊이지 않는다. 카지노는 달콤하지만 사람들의 영혼과 함께 사회를 병들게 하면서 이익을 챙긴다. 단순히 자본의 논리로 사업을 확장하면 안 된다는 것.

세계적으로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한 카지노는 거의 없다. 언젠가는 국제적인 압력에 밀려 영종도 역시 내국인에게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개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한국에는 이미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서울 3곳, 부산 2곳, 인천 1곳, 강원 평창 1곳, 대구 1곳, 제주 8곳 등 16곳이 산재해 있다. 특히 인천에는 (주)파라다이스글로벌에서 운영하는 인천카지노가 있기 때문에 영종도에 카지노를 더 세울 필요가 없다. 영종도 개발은 카지노 없이는 불가능하단 말인가.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영종도 사업 한계와 과제 

카지노 열쇠 쥔 달러에 ‘질질’

영종도 복합리조트 사업의 키는 외국 자본이 쥐고 있다. 거대 자본의 융단폭격이 예상된다. 과거 1조5000억원을 들여 이탈리아 밀라노처럼 ‘MDC(밀라노디자인시티)’를 조성하겠다고 했다가 2011년 무산돼 수년간 버려진 땅이 최근 카지노 설립 분위에 편승해 미·일 업체가 뛰어들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일본 파친코 제작업체인 오카가 홀딩스의 자회사인 (주)유니버셜엔터테인먼트코리아와 영종하늘도시 41만평의 토지 매매 계약에 대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영종하늘도시는 LH(70%)와 인천도시공사(30%)가 공동 개발하고 있다. 유니버셜엔터테인먼트코리아는 이곳에 5조6000억원을 들여 외국인 전용 카지노와 호텔, 테마파크 등 복합리조트 개발을 추진 중이다.

유니버셜엔터테인먼트코리아는 앞서 인천공항 북측 국제업무단지(IBC-II)에 3조50억원을 들여 외국인 카지노 설립 등 복합리조트를 건설하겠다며 올초 정부에 사전 심사를 청구했다. 하지만 문화부는 유니버셜엔터테인먼트코리아를 운영하는 일본 파친코 재벌인 오카다 가즈오 회장의 친인척이 일본 극우단체인 ‘유신회’에 후원금을 냈고, 필리핀 카지노와 관련돼 수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 등으로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이에 인천국제공항공사도 유니버셜엔터테인먼트코리아가 정부로부터 부적합 판정을 받은 만큼 국제업무지역 복합리조트 개발 협약을 해지했다.

유니버셜엔터테인먼트코리아는 인천공항 복합리조트 사업이 무산되자 영종하늘도시에 다시 외국인 카지노 등 복합리조트 건설을 위해 LH와 토지 매매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외국 자본에 휘둘려
내국인 유입 우려도

여기에 미국 6위권인 PNC 은행을 보유한 PNC파이낸셜서비스그룹이 영종하늘도시에 7조원을 투자해 카지노 등 복합리조트를 개발하겠다고 이달초 LH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 PNC가 투자하겠다고 한 곳은 일본 업체인 유니버셜엔터테인먼트코리아가 복합리조트를 하겠다고 한 그 땅이다.

PNC는 영종하늘도시 75만평에 동양 최초 6성급 호텔과 테마파크, 국제병원, 대학 등을 짓고 70개 대사관도 유치한다는 것이다.

한편 LH는 영종하늘도시에 일본 오카다 홀디읏 이외에 캐나다 쇼핑몰 업체인 몰오브코리아와 10만평에 대해 토지 매매 협상을 벌이고 있다. 몰오브코리아는 이곳에 1조5000억원을 들여 세계적 쇼핑몰을 조성할 예정이다. LH는 또 영국의 웨인그로우와도 토지 매매 협상을 벌이고 있다. 웨인그로우는 이곳 20만평에 1조원을 투자해 람보르기니 레이싱센터 건립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인천시와 맺은 MOU(양해각서) 기간이 이날로 종료돼 이 사업은 사실상 무산될 공산이 크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영종도 북단의 미단시티에 리포&시저스가 추진하는 외국인 카지노 등 복합리조트에 대한 사전 심사는 다음달 중 청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인천경제청은 유니버셜엔터테인먼트코리아가 추진하는 복합리조트에 대해서는 일본 극우단체에 대한 후원금과 필리핀 카지노 수사 등과의 연관성에 대해 오카다 가즈오 회장이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천경체청 관계자는 “문화부는 앞으로 외국인 전용 카지노 인허가는 공모제를 통해 선정할 방침으로 알고 있고, 그 첫 번째 지역이 영종하늘도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최근 마카오 카지노는 MGM과 샌즈, 윈 리조트 등 미국계 자본에서 친중국계 자본으로 옮겨가고 있으며 PNC도 아마 이 과정에서 한국에 진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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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