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공석 1년> '주인없는' SK그룹 상황은?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12.09 11:2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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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없어도 회사 잘 돌아간다

[일요시사=경제1팀] 재계 상위권 기업의 총수들이 줄줄이 구속되거나 재판을 받으면서 국내 기업들이 '오너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실적 악화와 유동성 관리 실패까지 더해져 내년 기업 경영활동은 불투명하기만 하다. 그런데 SK그룹은 다르다. 최태원 회장의 부재에도 불구 계열사들이 양호한 실적을 이끌어 내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최 회장을 옹호하기 위해 그룹이 제기했던 경영공백 우려는 '엄살'로 보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자리를 비운 지 1년이 다 돼 간다. 최 회장은 SK그룹 펀드자금 중 약 45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최 회장 측은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에 나섰지만 2심에서도 1심에서의 형을 그대로 선고 받았다. 최 회장은 현재 대법원에 상고,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12월18일 SK그룹은 그룹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이하 수펙스) 의장으로 김창근 부회장을 선임했다. 수펙스 산하 6개 위원은 전략위원장에 하성민 SK텔레콤 대표, 글로벌성장위원장에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커뮤니케이션위원장에 김영태 SK(주) 사장, 윤리경영위원장에 정철길 SK C&C 사장, 동반성장위원장에 김재열 SK(주) 부회장, 인재육성위원장에 김창근 부회장을 선임했다.

수펙스 중심으로
임직원 똘똘 뭉쳐

최 회장 구속에 대해 SK그룹 측은 그룹 전반적으로 경영 공백이 크다는 입장이다. 이른바 '오너리스크'다. 오너리스크는 '오너 경영'의 한계다. 총수 한 사람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되어 있는 오너 경영의 경우 총수가 경영을 챙기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기업이 흔들릴 수 있다.

그러나 최근 SK그룹 계열사들의 실적을 보면 최 회장의 공백은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SK그룹은 수펙스를 중심으로 오너 부재와 유례없는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악재 속에서 계열사들의 양호한 실적을 이끌어 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가장 주목을 받는 계열사는 SK그룹의 지주사 격인 SK C&C다. SK C&C는 기업규모만 놓고 보면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 다른 주력 계열사에 비할 바 못되지만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최고 핵심 계열사다. SK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는 최 회장-SK C&C-SK(주)-상장 계열사로 이뤄져 있다.

SK의 상장 계열사는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C, SK케미칼, SK하이닉스, SK네트웍스, SK건설, SK해운, SK, SK가스, SK컴즈, 로엔엔터테인먼트, 실리콘화일, 부산도시가스, 유비케어, SK브로드밴드 등 16개사. SK C&C는 SK(주)의 지분 31.8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SK(주)는 SK텔레콤(25.22%), SK이노베이션(33.4%), SKC(42.5%), SK네트웍스(39.14%), SK건설(40.02%), SK해운(83.08%) 등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 C&C는 3분기 매출액 5549억원, 영업이익 598억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액은 1.8%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고 영업이익은 18.7% 증가했다. 특히 SK C&C는 올 3분기 글로벌 사업에서만 123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체 매출의 22.23%에 해당된다. 전년 동기 글로벌 사업 매출이 766억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61.1% 이상 높아진 금액이다.

계열사 대부분 승승장구…오너 존재감 실종?
주가도 구속 전보다 상승 "공백 우려는 엄살"

국내 SI 업계 경쟁사들과 비교해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 실적이다. 독보적 업계 1위 삼성SDS의 경우 3분기에 매출액 1조759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1449억원. 전년 동기에 비해 6% 상승했다. LG CNS는 지난해보다 8% 증가한 7157억원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165억원을 기록했다. 삼성SDS와 LG CNS는 오너가 굳건히 버티고 있다.

주가도 상승 추세다. 최 회장 구속 전날인 지난 1월30일 SK C&C의 주가는 10만4000원. 4월16일 8만7600원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현재(4일) 13만1500원으로 껑충 뛰었다.

SK C&C는 투르크메니스칸 안전도시 구축사업과 방글라데시 정부네트워크 백본망 구축 사업 등 대형 글로벌 IT서비스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하반기 성장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중국 현지 공장 화재라는 대형 악재 속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매출 4조840억원, 영업이익 1조1640억원을 올렸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 늘어났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영업외비용 반영 등에 따른 당기순이익은 958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앞서 2분기 매출 3조9330억원, 영업이익 1조1140억원을 넘어서는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2월 SK그룹에 인수됐다. 이후 실적은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우시공장의 화재는 ‘전화위복’격이 됐다. 우시공장은 전세계 D램 생산량의 13% 가량을 제조해왔다. 그런데 화재로 인해 D램 수급에 비상이 걸렸고 이에 따라 PC용 D램 현물가격이 대폭 올랐다. SK하이닉스는 국내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D램 생산으로 전환하면서 화재로 인한 출하량 차질을 최소화했다. 생산 물량은 그대론데 가격만 오른 효과를 본 셈이다.

공장 화재 악재
'전화위복'

SK그룹의 또 다른 주력회사인 SK텔레콤의 실적도 양호하다. SK텔레콤은 지난 3분기 매출 4조1246억원, 영업이익 5514억원, 순이익 5022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이 같은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 1%, 영업이익 88.4%, 순이익 32.6%가 각각 늘어난 것이다.

통신시장의 포화 속에서도 SK텔레콤의 LTE 가입자는 9월 말 기준 약 1227만명을 기록, 전체 가입자의 45%를 넘어섰다. 가입자당 매출도 전분기에 비해 2.6% 오른 3만4909원을 기록했다. 평균 해지율은 지난 분기 2.27%에서 2.25%로 감소했다.

16개 계열사의 누적 실적을 봐도 매출은 소폭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급등했다. 올 3분기 유무형자산취득액은 8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2.5% 감소했고 매출액은 135조7000억원으로 3.3% 감소했다. 하지만 영업이익 7조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4.6%나 끌어올렸다. 시가총액 또한 연초 이후 69조7182억원에서 78조5312억원으로 8조8130억원(12.64%) 증가해 10대그룹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SK건설의 해외사업도 우려와는 다르게 상승세다. 최 회장은 '기업 가치 300조원'이라는 비전 달성을 위해 해외 사업을 직접 챙겨왔다. 하지만 지난 1월 법정구속됐고 재계는 SK그룹이 중국·동남아·중동·중남미 등지에서 추진해왔던 해외사업과 이들 국가에 대한 투자가 올스톱 될 것으로 예상했다. 기존에 벌려놨던 해외사업들의 유지 여부도 미지수로 남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시총, 10대그룹 중
가장 높은 상승률

그러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SK건설만 봐도 그렇다. SK건설은 지난 6월 12억 달러 규모의 칠레 석탄화력발전소 공사를 따냈다. 또 터키에서 사업비 9억5000만 달러 규모의 초대형 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TSP 사업' 덕분이다.

TSP는 토탈솔루션 프로바이더(Total Solution Provider)의 약자로 고객에게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SK건설의 사업 모델이다. 그룹 계열사들의 역량을 모아 신규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기본설계 및 유지 관리까지 수입원을 확대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시공 중인 주롱아로마틱 콤플렉스 프로젝트의 경우 SK건설은 설계와 시공 등을 맡고 있다. 준공 후 관리는 SK종합화학이 수행한다. 터키 유라시아 터널 프로젝트와 베트남 해상공사 역시 SK건설이 수주했다. 지난 2일에는 6억8000만 달러 규모의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 프로젝트도 수주했다.

중국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중국 선전에 최첨단 건강검진센터를 건립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을 위해 중국 측 파트너인 비스타와 지난 5월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현재 중국 정부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SK그룹이 중국 헬스시장에 진출한 것은 지난 2004년 SK그룹의 중국 현지법인 SK차이나를 통해 한·중합작병원 'SK아이캉병원'을 개원한 이래 두 번째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9월 중국 국유기업 닝보화공과 합작사인 닝보SK를 출범시키고 고기능성 합성고무인 에틸렌프로필렌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베이징자동차그룹 및 베이징전공과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안에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합작법인은 내년 하반기까지 연간 전기차 1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배터리 팩 제조라인을 구축하고 2017년까지는 생산 규모를 2만대 분량으로 늘릴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은 지난 6월 말 중국 최대 정유회사인 중국석유화공집단공사와 총 3조3000억원을 추자해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나프타 분해설비 및 하위공정 공장을 짓기로 했다. 지난 5월에는 중국석유화공집단공사와 각각 3400억원을 투자해 중국 충칭에 연산 20만톤 규모의 부탄디올 생산공장을 2015년 완공을 목표로 짓고 있다.

SK하이닉스 사상 최대 실적 기록
SK건설 해외 대형사업 연속 수주

SK그룹은 2014년 경영방침을 '위기 속 안정과 성장 추진'으로 결정했다. 내실을 다지겠다는 것. SK그룹은 계열사별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오너가 부재 중인 상황에서도 구조조정에는 속도가 붙고 있다.

SK컴즈는 투자 대비 이익 창출이 적은 싸이월드와 싸이메라 분사를 검토 중이다. 미미한 점유율(1.4%)를 유지하던 검색 서비스도 전문검색 서비스 업체에 이관해 관리 비용을 줄인다. 12월2일부터 13일까지 2주간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도 실시한다. 실본부장급 이상의 간부직원들은 일괄 사표를 결의한 상태다.

SK네트웍스는 '스피드메이트' 매각을 추진 중이다. 2009년 인수한 인도네시아 고무플랜테이션 사업 법인인 'PT인니조아'를 현지 자원개발 회사인 'PT존린'그룹에 매각하는 협상도 진행 중이다. 중국 구리광산 지분매각도 검토 중이다.


SK E&S는 인천종합에너지 인수를 위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SK텔레콤은 ADT캡스 인수를, SK이노베이션은 호주 유나이티드 페트롤리엄 지분 인수를 검토 중이다.

최 회장의 재판으로 2011년부터 2년 연속 임원 인사를 제때 하지 못하고 해를 넘겼는데 올해부터 정상화하겠다는 방침이다. SK그룹은 이달 중순 정기인사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대대적인 물갈이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되지만 올해 실적이 좋았다는 점에서 임원들의 승진 규모가 클 수도 있다는 전망이 있다.

개편·인사
일사천리

이처럼 SK그룹은 최 회장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잘 나가고 있다. 하지만 '영어의 몸'인 최 회장은 그룹이 오너리스크를 겪지 않는다는 사실에 마냥 웃을 수 있을까? 같은 처지에 있는 한화그룹의 경우 김승연 회장의 지난 1년 공백에 따른 리스크를 피해 가지 못하고 있다. 매출이나 영업이익 측면에서는 눈에 띄는 변화는 없지만 '이라크 재건' '태양광 사업' 등 굵직굵직한 사업들은 동력을 얻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김 회장 구속 이후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있지만 현상유지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의 현 상황에 대해 "일부에서는 오너 부재라는 위기를 잘 넘기고 있다는 점에서 재계 모범사례로 봐야한다는 긍정적인 시선이 있다"면서도 "없을 때 더 잘하는 SK그룹에서 최 회장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고 평가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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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