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커피' 맥심의 불편한 진실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3.12.03 10: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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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만 팔아 외국인 살찌운다

[일요시사=경제팀] 동서식품의 '맥심'은 국내 커피시장의 절대강자다. 커피믹스 시장점유율이 무려 80%에 달한다. 이쯤 되면 독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잘나가는 제품을 해외에 팔 수 없단다. 다른 나라에서 벌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돈을 퍼주고 있다. 무슨 이유일까.




'오리지널, 아라비카, 모카골드, 디카페인, 화이트골드…'
맥심 브랜드로 판매되는 제품들이다. 이른바 '봉지커피'로 불리는 인스턴트커피는 원두 열풍에도 여전히 인기다.

반잔값 헌납

국내 전체 커피시장에서 커피믹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한다. 금액으론 1조8000억원가량. 이중 80%를 점유하고 있는 브랜드가 바로 맥심이다. 나머지는 '테이스터스 초이스' 한국네슬레와 '프렌치카페 카페믹스' 남양유업이 차지하고 있다.

이쯤 되면 커피시장에서 동서식품은 사실상 독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효자상품은 '맥심 모카골드'다. 1987년 처음 선보인 이 제품은 부드럽고 깔끔한 맛과 향으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초당 200개, 하루 평균 1900만개가 팔린다고 한다. '국민 커피'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맥심 커피믹스가 동서식품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며 "맥심이 없으면 동서식품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실제 동서식품은 커피믹스를 등에 업고 눈부신 성장을 해왔다. 우선 매출이 증가 추세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6000억원대였던 매출은 2004년 7000억원이 넘더니 2005년 8000억원, 2007년 1조원을 돌파했다. 이후에도 매년 늘어 지난해 1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2000년대 들어 단 한해도 적자 없이 1000억∼2000억원의 영업이익과 700억∼180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총자산은 2001년 5000억원에서 지난해 9000억원으로 불었다. 같은 기간 3000억원이던 총자본은 7000억원으로 늘었다.

맥심은 한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인기다. 정기적으로 고향에 배송하는 외국인이 있는가 하면 국내 여행을 왔다가 한보따리씩 챙겨가는 외국인도 있다고 한다.

비결은 맛이다. '아라비카'를 원료로 사용해서란 게 회사 관계자의 전언. 대부분의 커피 전문점에서 사용하는 아라비카 원두는 다른 원두에 비해 맛과 향이 뛰어나다. 카페인 함유량도 적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맥심 모카골드의 경우 아라비카 함유량이 80%가 넘는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동서식품의 맥심이 해외에선 얼마나 팔릴까 하는 것이다. 언뜻 엄청난 수출고를 올릴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다. 동서식품의 맥심 수출실적은 '0원'이다. 어찌된 일일까. 한국인들을 '중독'시킨 맥심을 동서식품이 수출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하기 때문이다.

동서식품 커피믹스 수출실적 '0원'
미국업체 등록상표…국외 사용금지
상표료 200억에 배당 500억 해외로

동서식품은 모회사인 ㈜동서와 미국 크래프트푸즈사가 각각 50%씩 지분을 갖고 있는 합작회사다. 문제는 맥심 브랜드 '주인'이 크래프트푸즈사란 점이다. 동서식품이 맥심을 수출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맥심은 크래프트푸즈사의 등록상표다. 다시 말해 동서식품이 맥심 브랜드를 빌려 쓰고 있다는 얘기다. 크래프트푸즈사와 맺은 계약에 따라 맥심 브랜드를 한국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동서식품의 캔커피 맥스웰하우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맥심과 달리 '형제상품'인 프리마는 해외에서 종횡무진 중이다. 수출 첫해인 1993년 110만 달러에서 2012년 5500만 달러로 19년 만에 수출 실적이 50배 성장했다. 올해 7000만 달러, 2015년까지 1억 달러 수출이 목표다. 동남아시아부터 수출을 시작, 현재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등에 진출해 총 27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문제는 또 있다. 거액의 상표권 사용료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동서식품은 2008년 7월 크래프트푸즈사와 커피(맥심·맥스웰하우스), 시리얼(포스트) 제품에 대한 상표권 사용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에 따라 동서식품은 지난해 상표권 사용료로 263억원을 지불했다. 그전에도 ▲2008년 96억원 ▲2009년 222억원 ▲2010년 239억원 ▲2011년 252억원을 크래프트푸즈사에 보냈다.

동서식품은 거액의 배당까지 실시하고 있다. 지분 50%를 소유한 크래프트푸즈사가 배당의 절반을 챙기고 있다. 동서식품은 지난해 112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크래프트푸즈사는 560억원을 가져갔다.

동서식품은 ▲2002∼2008년 각각 946억원 ▲2009년 980억원 ▲2010,2011년 각각 1100억원 등 매년 1000억원대를 배당해 왔다. 물론 절반은 미국으로 송금했다. 2004년(배당성향 105.66%)과 2008년(123.88%)의 경우 벌어들인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주주들에게 나눠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크래프트푸즈사의 동의 없이 동서식품 단독으로 사업을 전개할 수 없는 구조"라며 "더구나 맥심 커피믹스로 벌어들이는 매출의 상당 부분이 외국으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남양과 비교

2010년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한 남양유업은 이미 중국, 미국, 호주, 카자흐스탄 등 10여개국에 커피믹스 수출을 위한 판로를 확보한 상태다. 중국과 러시아의 커피믹스 시장은 매년 15%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어 남양유업이 안정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경우 큰 폭의 매출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관측된다. 동서식품은 아예 이 길이 막혀 있다. 아킬레스건이 아닐 수 없다. 커피믹스 국내 1위 동서식품이 부정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이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남양유업 이상한 커피마케팅

꼼수 부리려다…누워서 침 뱉기

"인산염을 넣지 않아 품격을…" 남양유업이 최근 첨가물을 뺐다는 새 커피믹스를 출시했다. 첨가물 '인산염'을 넣지 않아 과다 섭취되는 '인'의 성분을 줄였고, 그만큼 칼슘 배출을 막아 뼈의 건강에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자사 분유나 우유 제품에는 이 첨가물이 그대로 들어있어서 꼼수 마케팅 논란이 일고 있다.


첨가물 인산염은 남양유업에서 만든 분유는 물론 우유와 치즈 등 유제품에도 다량 함유돼 있다. 또 지난달 남양은 자사 치즈 제품에 있는 인산염에 대해서는 "인체에 무해하다"며 "어린이들이 섭취해도 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꼼수 마케팅은 남양유업의 해묵은 전통(?)이기도 하다. 2010년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던 '카제인나트륨' 논란이 대표적이다.

인산염 뺀 커피믹스 대대적 광고
기존 분유·유제품엔 다량 함유

남양유업은 당시 매일유업에 이어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하면서 업계 1위인 동서식품을 겨냥해, 커피믹스에 들어간 카제인나트륨 성분이 몸에 좋지 않은 유해 성분인 것처럼 광고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카제인나트륨을 빼고 우유를 넣었다는 점을 부각시킨 결과로 첫 시장 진입에 시장 점유율을 20% 이상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과거 남양유업도 대표 상품인 임페리얼 분유와 떠먹는 불가리스, 짜먹는 이오 등에 카제인나트륨 화합물을 첨가한 적이 있음에도 이를 숨기고 경쟁사를 깎아내리는 이중 플레이를 자행한 것이다.

1991년에는 파스퇴르가 "남양유업의 분유 제품에 양잿물을 사용해 만든 카제인 성분이 들어 있다"고 주장했을 때 남양유업은 이 성분은 아기에게 매우 유익한 영양 성분이란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며 적극 해명한 적도 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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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