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가요계 춤바람 열전

  • 최현경 mw2871@naver.com
  • 등록 2013.11.26 10: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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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짧아지는 하의, 앨범만 내면 ‘야하다∼’

[일요시사=사회팀올해도 역시 가요계에 새로운 춤바람이 불었다. ‘칼군무’ 등 외국 가수들도 따라할 수 없을 정도로 절도있는 춤부터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한 올해의 춤에는 뭐가 있을까.




지난 14일 개최한 멜론뮤직어워드에서 그룹 샤이니가 뮤직 아티스트상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그룹 비스트가 이 상을 수상했다. 수없이 비슷한 리듬의 음악들 속에서 가수들의 경쟁력은 노래실력을 넘어서 ‘춤’까지 더해졌다. 가수들의 포인트라고 불리는 춤은 대중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올해 독창적인 춤으로 대중들을 사로잡은 가수들은 누가 있을까.

소녀시대 ‘코브라 춤’
피에스타 ‘학예회 춤’

올해 초 싱글앨범 ‘I Got a Boy’로 가요계에 돌아온 여자 그룹 소녀시대는 ‘힙합걸’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소녀시대의 ‘I Got a Boy’는 유명 팝스타의 안무를 연출한 내비탭스와 리노 나카소네, 질리언 메이어스 등 세계적인 안무가들의 합동 작품으로 화제가 됐다.

그동안 ‘화살 춤’ ‘제기차기 춤’ 등 여러 춤을 유행시켜 온 소녀시대는 이번에도 ‘꽃받침 춤’ ‘코브라 춤’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 중 가장 돋보였던 춤은 노래 중간에 온 몸을 비틀어 웨이브하는 골반 댄스 코브라 춤이었다.


피리소리에 맞춰 춤추는 ‘코브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코브라 춤 또는 ‘압둘라 춤’은 걸스힙합을 소녀시대만의 스타일로 표현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무대에서 파워풀한 코브라 춤을 선보인 소녀시대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온몸을 비틀어대는 코브라 춤이 쉽지 않았지만 연습생 시절 매일 했던 안무라 무난히 소화할 수 있었다”며 “우리가 소녀시대란 자부심이 없으면 시도하지 못했을 춤이다”고 말했다.

신인 여자 그룹 피에스타의 싱글 ‘아무것도 몰라요’는 ‘학예회 춤’이 포인트다.

걸그룹 노래보다 안무에 시선 꽂혀 
치마 벗고 엉덩이를…선정적 논란 ‘’

지난해 아이돌의 후배가수로 이름을 알리며 싱글 ‘We Don't Stop’로 카리스마있는 군무를 선보였던 피에스타는 1년 만에 컴백해 소녀 이미지를 강조했다.

학예회 춤은 손바닥을 펼쳐 수평방향으로 흔들다 얼굴을 가리는 안무다. 동요 ‘열 꼬마 인디언’을 차용한 ‘한 번 두 번 세 번 말해줘도 몰라요’ 리듬에 맞춰 추는 학예회 춤은 대중들이 어렵지 않게 따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춤으로 현재 인기를 끌고 있다.




춤의 차별화로 기존의 이미지를 변화시켜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오는 소녀시대, 피에스타와 달리 일부 가수들은 ‘섹시미’가 돋보이는 포인트 안무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러나 이 때문에 잦은 부상과 선정성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지난 6월 싱글 앨범 ‘첫사랑’을 발표한 애프터스쿨은 쇼케이스에서 봉 춤(폴 댄스) 무대를 선보였다. 봉 춤은 다리의 힘을 이용해 수직 기둥(봉)을 타고 공중에 매달려 추는 난이도가 높은 춤으로 미국의 건설 노동자들이 처음 선보인 후 유흥업소에서 주로 행해지던 춤이다.

봉 춤은 국내 여가수들의 뮤직비디오, CF 등에 종종 등장한 적이 있으나 무대에서는 애프터스쿨이 최초였다. 그 동안 ‘북 퍼포먼스’ ‘탭 댄스’ 등으로 보이시한 매력을 강조했던 그들은 봉 춤으로 우아하고 아름다운 첫사랑을 표현했다.

와썹 ‘트월킹’
달샤벳 ‘먼로춤’

애프터스쿨은 지난해 tvN <화성인 X-파일>에 봉 춤 마니아로 출연한 윤보현 안무가로부터 6개월 동안 체계적으로 봉 춤을 배웠다. 체력소모가 큰 봉 춤을 배우면서 몸매가 좋아지고, 고소공포증을 극복했다는 멤버들이 있는 반면 일부 멤버들은 부상으로 무대에 오르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멤버 리지는 착지하는 과정에서 인대를 다치는가 하면 멤버 레이나는 연습 도중 팔을 다쳐 컴백 무대에서 노래만 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애프터스쿨의 봉춤이 공개되자 “섹시한 몸 동작이 선정적이다” “미국의 스트립 댄서들이 추는 춤”이라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에 애프터스쿨은 “선정성이 아닌 전체적인 ‘아트’로 봐 달라”며 “그럼에도 안무가 문제된다면 수정이 가능하다. 다른 동작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같은 달 신곡 ‘내 다리를 봐’로 컴백해 늘씬한 다리가 돋보이는 ‘먼로 춤’을 선보인 달샤벳은 선정성 논란에 춤을 수정했다.

먼로 춤은 치마를 접었다 펼쳤다하는 안무로 영화 <7년만의 외출>에서 영화배우 마릴린 먼로가 지하철 환풍구 바람에 치마를 날리는 모습을 연상시켰다. ‘내 다리를 봐’의 먼로 춤은 티저(뮤직비디오가 공개되기 전 일부만 보여주는) 영상이 공개되면서부터 선정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달샤벳 멤버 지율은 “티저 영상이 다리 위주로 공개되다 보니 선정적이란 말이 나온 것 같다”며 “음원 및 뮤직비디오 전체가 공개되면 선정적이란 말은 쏙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뮤직비디오와 음원이 전체 공개된 이후에도 선정성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특히 치마를 이용해 다리를 강조한 먼로 춤을 본 시청자들은 해당 방송사 게시판에 ‘지나치게 선정적이다’는 민원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자 KBS <뮤직뱅크> 제작진은 “달샤벳의 먼로 춤이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시청자 의견이 타당하다고 판단해 해당 포인트 안무 부분을 수정하도록 제작자와 협의했다”고 입장을 밝혔고, 달샤벳의 소속사는 기존의 안무와 의상을 전면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달샤벳 멤버 수빈은 “사실 야심차게 준비해 나왔는데 먼로 춤을 수정하게 돼 한편으로는 속상하기도 하다”며 “그러나 다양한 무대 퍼포먼스를 준비한다는 생각으로 더 파이팅하겠다”고 말했다.

애프터 스쿨 ‘봉 춤’
걸스데이 ‘멜빵 춤’

지난 8월 데뷔곡 ‘와썹’으로 가요계에 등장한 여자 그룹 와썹은 빠르게 골판을 튕겨 엉덩이를 흔드는 트월킹(Twerking)을 선보였다.

트월킹은 미국 흑인 문화에서 유행하고 있는 춤으로 기존의 여자 가수들이 선보였던 엉덩이 털기 춤과는 차원이 다르다. 타고난 신체조건과 고난도의 몸놀림이 필요해 국내에서는 전문적으로 시도한 가수가 없어 와썹의 시도에 네티즌들의 관심이 쏠렸다.


데뷔 전, 와썹의 트월킹 연습 영상이 공개되면서 트월킹이 성행위를 연상시킨다 `해 논란이 됐다. 미국에서도 ‘저급한 춤’으로 비난받고 있는 트월킹은 미국 샌디에이고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수십명의 재학생이 트월킹 영상을 제작했다가 정학을 당한 바 있다.


짧은 핫팬츠와 엉덩이를 흔드는 춤의 선정성 논란이 계속되자 지상파 방송사는 “지나치게 선정적이다”는 이유로 심의 불가 판정을 내렸다.

이후 MBC뮤직 <쇼 챔피언>을 통해 와썹의 데뷔 무대를 본 네티즌들은 여전히 반감을 드러내는가 하면 일부 네티즌들은 ‘일종의 퍼포먼스’라며 호기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일주일 후 “미국의 스트릿 힙합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캐주얼하고 스포티한 의상까지 자유자재로 소화하며 새로운 힙합신을 전파하겠다”며 의상을 수정한 와썹은 KBS <뮤직뱅크>를 통해 정식으로 지상파에서 첫 무대를 가졌다.

많은 논란으로 이름을 알린 와썹은 지난 20일 새로운 싱글 앨범 ‘놈놈놈’을 발표하면서 고무줄뛰기를 응용한 안무로 다시 한 번 이목을 끌고 있다.

여자 그룹 크레용 팝은 ‘직렬 5기통 춤’으로 올해 가장 큰 인기를 끌었다.

다양한 무대 퍼포먼스
고난도에 잦은 부상도


섹시함과 귀여움이 대세였던 가요계에 트레이닝복과 헬멧으로 무장한 크레용팝의 직렬 5기통 춤은 신선함을 가져왔다. 자동차 엔진 실린더의 피스톤 움직임과 비슷해 직렬 5기통 춤이라고 불리는 포인트 안무는 경찰, 여고생 등 전 국민이 수많은 패러디 동영상을 만들기도 했다.

국내에서 직렬 5기통 춤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크레용 팝은 다국적 음악회사인 소니뮤직과 해외 배급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 9월 글로벌 버전의 ‘빠빠빠 2.0’ 뮤직비디오를 공개해 50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세계 각국에서 관심을 갖는 직렬 5기통 춤에 대해 <빌보드닷컴>은 “5명의 소녀들은 파워레인저를 연상시키는 헬멧을 쓰고 밝은 색의 트랙 수트를 입은 채 춤을 춘다. 마치 매력적인 5중주를 연출하는 것 같다”며 “멤버들이 마치 엔진 실린더처럼 움직인다. 점프를 하는 그들의 모습은 놀이공원의 회전목마가 상하로 움직이는 것을 연상시킨다”고 평가했다.

가요계에 직렬 5기통 춤의 열풍을 몰고 온 크레용팝은 지난 19일 서울 광화문에서 진행된 호주 국영 ABC 방송의 TV프로그램 <Wacky World Beaters>에 출연해 프로그램 진행자들에게 직접 춤을 가르쳐주는 등 춤을 선보인 지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기를 끌고 있다.

‘5기통 춤’으로
 외국방송 출연

여자 그룹 걸스데이는 ‘멜빵 춤’으로 데뷔한 지 3년 만에 가장 뜨거운 관심을 얻었다.

걸스데이는 지난 3월 정규 1집 타이틀곡 ‘기대해’의 안무로 멜빵을 응용한 멜빵 춤을 선보였다. 200만 명의 네티즌들이 ‘기대해’ 뮤직비디오를 통해 멜빵 춤에 관심을 보이는가 하면 배우 박신혜, 가수 진운, 성시경, MC 유재석 등 유명한 연예인이 방송에서 안무를 따라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멜빵 끈을 내렸다가 올리면서 골반을 돌리는 멜빵 춤의 매력에 빠진 수백만명의 외국인들은 온라인에 커버(외국인들이 한국 가요에 심취해 노래와 춤, 가수들의 스타일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멜빵 춤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걸스데이는 ‘여자대통령’을 발표해 여우 꼬리를 흔드는 듯한 ‘구미호 춤’으로 인기를 이어갔다.

멜빵 춤과 구미호 춤으로 인기몰이를 하며 데뷔한 지 3년 만에 음악 프로그램에서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하는 영광을 누린 걸스데이는 치킨, 속눈썹 광고 등의 모델 제의를 받으며 한류열풍에 합류했다.


최현경 기자 <mw287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발라드 황제’신승훈

“아이돌은 아티스트 아니다”

최근 가수를 예술 작품을 창작하거나 표현하는 사람을 일컫는 ‘아티스트형’ 가수로 지칭하기도 한다. 이에 ‘발라드계의 가왕’ 신승훈이 가요계 세태에 쓴 소리를 했다.

신승훈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돌과 아티스트를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데뷔한 지 얼마 되지도 않는 가수한테 뮤지션이라는 말을 함부로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나는 아직도 아티스트를 꿈꾸고 있다. 그런데 그냥 노래 부르는 가수들한테 아티스트라는 수식어를 남발하면 나는 뭐가 되나. 아티스트라는 표현은 백남준 작가 정도에 비견할 만한 가수에게만 허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변진섭, 신승훈, 조성모, 성시경으로 이어지는 발라드 계보가 끊어질 지경”이라던 그는 “요즘 케이윌 외에는 정말 잘하는 발라드 솔로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가요계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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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