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슈퍼카 '섹스관광' 추적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1.26 10: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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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손 왕서방' 한국녀 2명 끼고 향락여행?

[일요시사=사회팀] 부의 상징인 슈퍼카. 최근 이 슈퍼카를 이용한 신종 성매매가 부산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첩보를 접했다. 천문학적인 부를 축적한 중국의 부호들을 상대로 슈퍼카 임대업자와 브로커, 여행사와 조폭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된다. 돈 있는 자들의 은밀한 거래인 '슈퍼카 섹스 관광'의 실체는 무엇일까.




지난 2007년 여성가족부가 조사한 전국 성매매 현황에 따르면 당시 성매매 시장 규모는 14조952억원으로 추산됐다. 전국 26만9707명의 여성이 연간 9395만명의 남성을 상대한 액수다.

그러나 정부기관의 조사 결과는 말 그대로 추산일 뿐 정확한 집계는 아니다. 성매매는 워낙 음성적인 시장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기 때문에 사정기관도 단속에 애를 먹는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 부의 규모 면에서 상위 0.1%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의 은밀한 거래는 관련 기관의 정밀 조사로도 꼬리를 잡기 어렵다.

상위 0.1%의
은밀한 성매매

그런데 부의 상징인 슈퍼카가 최근 일부 부호들의 성매매에 이용되고 있다는 전언이 복수 관계자를 통해 들린다. 여기서 슈퍼카는 국내에 수입된 외제차 중 수억원을 호가하는 스포츠카를 지칭한다.

익히 알려진 대로 국내에 론칭한 슈퍼카 브랜드의 양대 산맥은 람브로기니와 페라리다. 각 차종에 따라 부르는 게 값이라 정확한 가격 산정은 어렵지만 대당 2억원에서 7억원 사이에 거래되며, 차량 시트값만 2000만원이 넘는다는 증언도 확인된다.


지난달 관련 보도에 따르면 페라리의 국내 등록대수는 300∼400대, 람브로기니는 100∼200대로 소개됐다. 이를 근거로 당국에 정식 등록되지 않은 차량까지 합쳐도 국내에 있는 페라리 및 람브로기니는 1000대가 넘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다.

람브로기니 페라리 등 고급 외제차 동원
중국 부호들 상대로 성매매 패키지 사업

그런데 한 관계자는 이중 6대가 불법 성매매에 동원됐다고 증언했다. 천문학적인 부를 축적한 중국의 부호들을 상대로 일부 슈퍼카 임대업자들이 '섹스 관광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업자들은 무슨 연유로 본업인 임대업을 놔두고, 불법적인 성매매 사업에 뛰어든 것일까. 표면적인 이유는 돈이지만 그 내막은 조금 더 복잡하다는 것이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복수 등장인물 중 핵심인물은 B씨. 

B씨는 경기 성남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일명 '법조 브로커'로 제보자는 소개했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B씨는 슈퍼카 6대를 갖고 슈퍼카 렌트업자들과 접촉했다. 하지만 B씨가 갖고 있던 슈퍼카 6대는 B씨 소유가 아니었다. 앞서 B씨는 금융기관 직원들과의 친분을 이용, 담당 직원들이 장기 임대 형태로 슈퍼카를 소유하게 한 뒤 해당 차량의 관리를 도맡았다.

슈퍼카 차량 소유주들은 고수익을 보장하는 B씨의 설득에 차키를 넘겼다. 하지만 B씨는 때마침 경찰이 불법 렌탈 사업을 적발하자 임대 루트가 막혀 곤경에 빠졌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B씨가 동업자들과 공모한 사업이 바로 '슈퍼카 섹스 관광'이란 설명이다.

당시 B씨는 자신의 지인에게 "슈퍼카를 여행사 쪽으로 빼서 중국 애들에게 연락이 오면 공항으로 슈퍼카를 보낸 뒤 돌아다닐 수 있게 한다"고 뭉뚱그려 언급했다. 그렇다면 이 불법 섹스 관광의 정확한 프로세스는 무엇일까.


자동차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슈퍼카 섹스 관광'은 중국의 바이어들을 상대로 호화 성접대를 하는 문화로부터 비롯됐다. 이 전문가는 "주로 건설·중공업 업계에서 비슷한 일이 많았는데 중국인들로부터 수주를 따내려면 스포츠카와 요트가 필수란 얘기가 몇 해 전부터 있었다"고 말했다.

또 "스포츠카와 여자, 요트 그리고 술이 바이어 접대 필수품"이라면서 "부산의 한 요트경기장을 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즉 전문가의 말을 빌자면 '슈퍼카 섹스 관광'이 이미 국내에서 부산을 중심으로 발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산 중심으로
커넥션 의혹

그러나 국내 레이싱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다른 설명을 내놨다. '슈퍼카 섹스 관광'은 전문 사업자가 있는 형태가 아닌 부호들의 기호에 따라 소위 '텐프로'를 지명해서 '데이트'를 하도록 하는 일종의 이벤트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예를 들면 돈 있는 사람이 카지노에 와서 여자를 부르면 브로커가 텐프로를 호출해 만나게 하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만남 과정에서 스포츠카는 물론이고 고급 세단 같은 차량도 제공 되지 않겠냐"는 반응을 내놨다.

외국인을 전문으로 상대하고 있는 관광업계 관계자의 설명도 비슷했다.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태국을 비롯한 해외로 원정 성매매를 가는 것처럼 중국 사람들도 한국에 와서 성매매를 하는 일은 이제 너무 흔하다"며 "우리나라 특유의 성매매 문화가 발달한 탓에 돈이 좀 있는 중국인들은 아예 작정을 하고 마음에 드는 텐프로를 며칠 동안 독점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즉 이들의 진술을 요약하면 중국인들의 호화 섹스 관광은 국내 브로커를 통해 성사되며, 슈퍼카는 이 과정에서 추가될 수 있는 하나의 옵션이란 주장이다.

하지만 익명의 제보자는 '슈퍼카 섹스 관광'에 대해 슈퍼카가 '필수 옵션'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차는 분명 B씨가 빌려줬고, 성매매에 동원된 여성들은 부산 해운대 모 클럽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말을 이었다.

2012년 12월부터 2013년 1월까지 B씨는 슈퍼카 렌탈 사업에 대한 지분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각서가 등장했고, B씨를 대신해서 사업자가 된 인물로는 K씨가 지목됐다. 확인 결과 K씨는 부산을 주소지로 하고 있었으며, 고급 외제차 딜러로 비교적 최근까지 활동했다.

부산 중심으로 확산
조폭 칠성파 개입설

K씨가 차량 임대에 집중한 사이 B씨는 부산 유명 폭력조직인 칠성파 출신들과 협력해 중국 부호들을 상대로 '섹스 관광 코스'를 개발했다는 것이 제보자의 주장이다. 그 일련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여행사는 각 여성들의 사진과 프로필이 담긴 파일을 메시지나 이메일 형태로 중국에 보낸다. 보안에 강점이 있는 아이패드가 전송에 이용된다. 파일을 받은 부호 측은 여성 2명을 선택한다. 이 과정에서 차량 또한 '초이스'될 것으로 추정된다.

접선을 마친 부호는 김포공항이나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 시간을 여행사에 알린다.  연락을 받은 여행사는 B씨 등을 통해 슈퍼카와 여자를 섭외한다. 대개의 경우 슈퍼카의 출발지는 부산 해운대다. 운전수와 함께 부호가 지목한 여성 2명이 슈퍼카에 탑승한다. 이후 슈퍼카는 유유히 부산을 빠져나가 공항에 도착한다.


부호를 픽업한 슈퍼카는 제일 먼저 서해안을 달린다. 1주일 코스에 포함된 프로그램은 앞서 밝혔듯 요트와 카지노, 술 그리고 향락이다. 이들의 최종 목적지는 다시 해운대. 관광을 마친 부호는 해운대에서의 마지막 밤을 기억하며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이 제보자는 "이미 부산에선 슈퍼카 관광에 대한 소문이 파다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해운대를 잡고 있는 칠성파 출신들이 공들이는 사업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부산 칠성파와 관련된 한 관계자는 "사업의 실재 여부를 확언할 수 없는 건 물론이고, 그들이 칠성파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며 "칠성파를 사칭하고 다니는 세력들 중 하나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부의 상징
여자와 차

수입차 업체에 따르면 슈퍼카를 구매하는 주 고객층은 대형 음식점 사장이나 빌딩주 등이다. 그러나 고객 명단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 한 딜러는 "대리인을 통해 구매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 당사자가 입을 열지 않는 한 실소유주를 밝히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는 한 항공업계 관계자를 통해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는 중국인 부호와 접촉하려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또 김포공항 지하 주차장과 인근 호텔 주차장, 공터 등을 뒤지며 이른바 '뻗치기'를 시도했지만 현장 확인에 실패했다. 최근 부산 인근 고속도로에선 슈퍼카가 굉음을 내며 야간에 출몰하는 일이 잦아졌다고 한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페라리 보험사기 내막
접촉사고 한번에 수천만원

 

한 대당 수억원을 호가하는 슈퍼카를 이용해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뒤 수천만원대의 보험금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중부경찰서는 서로 미리 짜 놓은 상태에서 국산차로 페라리를 들이받은 뒤 보험사로부터 수천만원의 보험금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로 A(32)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사회에서 만난 선후배 사이로 지난해 9월27일 오후 8시께 부산시 해운대구 동백사거리에서 자신들이 탄 그랜저 승용차로 페라리 F420을 뒤에서 들이받는 고의 접촉사고를 냈다. 이후 A씨 등은 보험사로부터 수리비 등의 명목으로 4000만원이 넘는 보험금을 타냈지만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당시 사고는 페라리 뒷범퍼가 깨지고 차축이 약간 휘는 등 경미했지만 이들 일당은 무려 4200만원의 보험금을 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페라리를 리스로 구입해 넘겨주면 임대료 형식으로 매월 7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지인의 말에 속아 렌트를 하기 위해 중고 페라리를 2억원을 주고 구입했다. 하지만 수입이 발생하지 않자 이 같은 보험사기를 계획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A씨 등의 보험사기 행각은 일행 가운데 한 명이 경찰에 자수하면서 꼬리가 밟혔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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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