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학원가에선 지금…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1.26 09:3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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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보다 더한 '논술 전쟁'

[일요시사=사회팀] 2014년도 대입수학능력 시험이 예상보다 어렵게 출제됐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논술 학원가가 북적이고 있다. 서울 강남 3구를 중심으로 사교육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유명 학원들의 고액 과외부터 럭셔리 과외까지 돈 없는 서민들만 울상이다. 




"내 아이를 서울에 있는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 할아버지의 재력, 아빠의 무관심 그리고 엄마의 정보력." 강남 아줌마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퍼졌던 우스갯소리다. 그러나 마냥 웃고 지나가기엔 허투루 넘길 수 없는 농담인 것이 사실. 이른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자녀들은 부모 세대의 막강한 경제력과 폭넓은 인맥을 바탕으로 서울 유명 대학에 진학해왔다.

엄마의 능력

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통계도 최근 나왔다. 지난 19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민주당 유기홍 의원이 서울대로부터 제출받은 '2011∼2013학년도 서울 지역 고교의 고교별·전형별 합격자 현황'에 따르면 서울 소재 일반고 정시 합격자 10명 중 7명은 강남 3구 학생들로 나타났다.

이렇듯 개천에서 용나는 시대가 점차 종언을 고하는 가운데 강남 3구의 사교육 열풍은 그칠 줄을 모른다. 특히 이번 2014년도 대입수학능력 시험이 예상보다 어렵게 출제됐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주춤했던 논술 학원가마저 다시 북적이는 분위기다.

지난 몇 년간 정부의 논술 축소 정책과 맞물려 논술 학원의 인기는 점차 시들해지는 추세였다. 그러나 올해는 유독 논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 학원가의 분석이다.


그리고 이들 논술 학원의 주 고객은 '작은 차이에도 수백만원을 투자할 용의가 있는 강남 학부모'란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또 사교육 시장은 강남이 주도하면 수도권을 시작으로 지방까지 따라가는 형세라 아이들을 대학에 보내기 위한 학부모들의 '돈잔치'는 기존 국·영·수를 넘어 논술 시장으로까지 옮겨 붙은 상황이다.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앞에는 20∼30곳의 논술 학원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은마아파트 사거리를 중심으로 수능을 치른 고3 수험생들과 재수생들의 끝없는 행렬은 '논술 열풍'을 가늠케 한다. 불경기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각 학원들은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이곳 학원가를 찾는 학생들은 통상 30대 1의 경쟁률을 뚫기 위해 논술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수능은 A·B형으로 출제돼 수시에서 승부를 보려는 학생들이 많다"는 얘기가 있다.

대형 학원들은 하루 50개 이상의 학교별 논술 강좌를 운영한다. 고려대나 한양대 등 유명 대학을 겨냥한 5일짜리 단기 강좌는 대부분 조기 마감됐다. 수강생은 한 반에 50∼100명 정도로 이마저도 신청이 늦어 발을 동동 구르는 학생도 있다.

이투스 청솔의 오종운 평가이사는 "수능이 어렵게 출제되면서 학생들이 정시로 가면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게다가 올해는 선택형 수능이 도입돼 정시 합격선 예측이 어려워서 가능하면 수시에 끝내고 싶어 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업계는 정시 모집보다 논술이 포함된 수시 모집을 노리는 학생들이 늘면서 논술을 치를 학생들도 지난해보다 10%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논술 시장이 호황을 맞자 도를 넘는 고액 과외가 기승을 부린다는 것에 있다.

일반적으로 이름이 좀 있는 논술 학원의 수강료는 과목당 50만원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의 학생들이 응시 과정에서 2곳 이상의 대학을 지원하는 만큼 학원비는 최소 100만원 이상 들어간다는 유추가 가능하다.


여기에 일부 인기 학원은 일주일에 400만원이 넘는 고액을 받고, 소수 정예를 돌려 강좌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 300만원도 벌기 힘든 서민들에게는 그야말로 꿈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대학별 맞춤 특강은 아이를 둔 학부모들에게는 포기할 수 없는 기회이기도 하다. 때문에 지방에서도 서울로 유학을 보내 강남 3구에 아이를 하숙하게 하는 학부모가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방 수험생들 중에서는 아예 옷가지를 싸서 어머니와 함께 올라온 이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논술을 준비하면서 수험생 1인당 지출되는 과외비는 월 기준으로 학원비와 하숙비, 교통비 등을 합쳐 적어도 300만원은 넘게 든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호소다.

박 터지는 고액 과외 경쟁…서민만 울상
유명 학원 1주 400만원…개인은 300만원

통상 4시간씩 하는 1∼2주일 강좌의 단체 특강료는 60만∼100만원이지만 개인교습을 받는 경우에는 가격이 3배 이상 뛴다. 그렇다고 지방으로 내려가는 일은 없다. 지방에는 상대적으로 논술학원이 부족하고 개인지도를 받기 위해선 서울 학원가가 유리하다는 통념 때문이다.

중산층 가정이 유명 사립 학원들에 몰리는 사이 상류층 자녀들은 한 달에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럭셔리 과외에 일찍부터 주목했다.

한 제보자에 따르면 해당 학원은 유명 학원 강사 출신이 운영하고 있는데 공부방을 겸하고 있어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고 한다. 복층의 카페 구조로 돼있는 이곳은 학생들이 원할 때 고급 원두커피를 내려 마실 수 있고, 간단한 조리 시설이 있어 파스타 같은 음식도 맛볼 수 있다. 또 강사가 기분 좋은 날에는 학생들에게 직접 특제 요리를 선보이기도 한다는 전언이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틈틈이 과외지도를 받고 공부를 한다. 그리고 학생들은 코스에 따라 한 달에 100만∼300만원을 지불하는데 대략 50명 안팎의 학생들이 이곳을 이용한다는 얘기가 있다.

무조건 1대1

유명 강사들의 은밀한 1대1 과외도 업계 소문이 파다하다. 친분이 있거나 안면 있는 학생들을 상대로 한 번 지도에 100만원을 준다는 얘기부터 대학 입시 관련 자문을 맡아 특정 학생을 전담한다는 얘기까지 있다. 즉 유명세가 돈을 버는 구조인 것.

그러나 이 같은 음성적인 시장에 접근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들을 대학에 보낼 때 '엄마의 정보력'이 필수란 얘기는 그냥 나온 말은 아닌 듯하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서울대 누가 가나 봤더니…
합격자 절반 '강남 학생'

지난 19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민주당 유기홍 의원이 서울대로부터 제출받은 '2011∼2013학년도 서울 지역 고교의 고교별·전형별 합격자 현황'에 따르면 서울 소재 일반고 정시 합격자 10명 중 7명은 강남 3구 학생들로 확인됐다.

합격자 187명 중 강남구 출신은 90명(48.1%)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서초구 27명(14.4%), 송파구 14명(7.5%) 순이었다. 앞서 강남 3구 출신의 서울대 정시 합격자가 2011년 54.3%, 2012년 57.7%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2년 사이 약 15%가량 증가한 수치다.

정시 합격자수가 가장 많은 학교 중 상위 10개교는 특수목적고 5곳과 일반고 5곳으로 나뉘었는데 공교롭게도 일반고 5곳의 학교 소재지는 모두 강남구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강남 3구 바깥의 학생들은 어렵게 서울대를 들어가서도 '지균충'이란 놀림을 듣는다. 여기서 '지균'은 지역균형선발의 약자인 '지균'에 벌레를 뜻하는 '충'을 합쳐 폄하하는 말.


더불어 저소득층·농어촌학생·장애인·북한이탈주민 등을 대상으로 한 기회균등선발 특별전형 출신 학생들에게는 '기균충'이란 비하가 공공연히 따라붙는 것으로 확인됐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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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