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현장> ‘더러워야 팔리는’ 중고 속옷거래 실태

  • 최용환 cyh@ilyosisa.co.kr
  • 등록 2013.11.25 11: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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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액 묻은 스타킹 “싸게 팝니다” 생리혈 묻은 팬티

[일요시사=사회팀] 입던 속옷을 ‘상품’으로 판매하는 여성들이 있다. 팬티-브래지어-스타킹-양말까지 종류는 다양하다. 속옷의 가격은 신체와 접촉하는 부위별로, 입었던 시기별로 상이한 가격이 책정된다. 은밀히 거래되는 속옷거래의 변태적인 실태를 알아봤다.




체취가 묻은 속옷을 거래하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양말까지도 거래된다. 이렇게 지저분한 거래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던 변태카페는 여전히 음성적으로 활동 중이다. 문제는 변태카페가 아닌 일반카페에도 이따금씩 페티쉬 관련 판매글이 올라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야릇한 냄새 풍기는 변태적인 페티쉬 거래. 무엇이 문제일까.

벗는 여성들
양말도 거래

이미 몇 해 전부터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등 암암리에 거래되던 중고 속옷거래가 이제는 일반 사이트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수요가 있기에 공급이 있는 법. 단순히 입던 속옷을 판매해 쉽게 돈을 버는 여성들과 속옷 냄새를 맡으며 성적쾌감을 얻는 변태적인 남성들은 상생관계에 놓여있다.

이들은 서로 아쉬울 것 없이 깔끔하게 속옷만 주고받고 쿨하게 헤어진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속옷 인증샷을 거쳐 택배로 거래하던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중고속옷 ‘직거래’가 인기를 끌고 있다. ‘입던 속옷 기본 3일 착용’ ‘직거래 가능’ 등의 친절한 설명은 기본이다.

직거래는 말 그대로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접 만나서 상품을 확인하고 거래하는 것을 뜻한다. 중고속옷 직거래 역시 여성이 직접 속옷을 벗어서 구매자에게 준다. 이건 방송으로 치면 생방송이다. 이들은 은밀한 장소에서 팬티나 브래지어를 벗고 구매자에게 속옷을 전달한다. 살아있는 체취를 느낀 남성들은 판매자가 원하는 만큼의 금액을 쥐어준다.


여성 입던 속옷 직거래 “냄새 날수록 비싸”
구매자 앞서 벗어줘…원하면 직접 벗길 수도

보통 여성의 외모, 나이, 속옷의 상태(냄새)에 따라 가격은 책정된다. 중고속옷 가격은 어느 정도 기준이 있다고 봐도 될 정도로 다소 비슷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그런데 중고속옷 직거래가 자칫 유사성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면 어떨까. 사회적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판매자와의 접촉을 시도했다.

“3일 동안 입고 있던 속옷 팔아요. 한 장에 3만원, 세트로 구매하면 5만원에 드려요.”

“입던 팬티 팔아요. 쪽지 주세요. 직거래 가능해요….”

지난 19일 한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글이다. 입고 있던 ‘속옷’이라는 말에 조회 수는 하늘을 치솟았다. 속옷을 원하는 남성들의 댓글도 여러 개 달려있었다. 마찬가지로 기자도 댓글을 달았다. 그리고 불과 1시간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 새 쪽지가 도착했다.

“제 속옷 원하신다고 했죠? 카톡 아이디 알려주세요. 톡해요.”


‘아니, 이렇게 빨리 답장이 오다니….’

조금은 당황스러웠지만 판매자의 요구대로 카카오톡 아이디를 알려줬다. 그리고 그날 밤 메시지가 도착했다.

“팬티? 브래지어? 스타킹? 양말? 어떤 거 원해요?”

이에 무난하게 ‘브래지어’라고 답했다. 그리고 금액 이야기를 매듭짓고 만날 장소와 시간을 정했다. 지난 20일, 그녀의 요구에 발걸음을 옮긴 곳은 안양. 만나기로 한 지하철역 출구로 올라 그녀가 있는 카페로 향했다. 사람이 북적대는 카페 안에서 그녀를 찾는 건 쉽지 않았다.

“어디에 계세요?”

“여기요! 여기!”

통화하며 손을 흔들어 겨우 만났다. 인사가 끝나자마자 그녀는 “지금 바로 가요”라며 당당하게 나갔다. 30대 직장인이라고 밝힌 그녀를 무작정 따라가 도착한 곳은 인근 빌딩 지하 2층. 고민도 없이 남자화장실로 향했다. 그녀는 화장실 문을 잠그고 외투를 벗었다.

“돈부터 주세요.”

애초에 제시한 금액을 전달했다. 그리고 그녀는 입고 있던 니트를 훌러덩 벗었다.

“벗겨줄래요? 아니면 내가 벗든가? 원하는 대로 해요.”

기자는 순간 얼었다.

“벗어서 갈아입고 주세요.”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녀는 브래지어를 풀었다. 하얀 속살을 여과 없이 비친 그녀는 입고 있던 속옷을 완전히 벗어 건넸다.

“이거 이틀 입은 브래지어예요. 냄새 확인해 보세요.”

이렇게 얼떨결에 난생 처음 본 여성의 브래지어를 손에 쥐었다. 마치 성인드라마를 찍는 것 같았다. 비상식적인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방에서 새 브래지어를 꺼내 입었다. 거래는 5분도 채 안 걸렸다. 우리는 아무렇지 않은 척 화장실을 빠져나와 건물 밖으로 나왔다.

“브래지어 말고 팬티나 스타킹 필요하면 또 연락해요. 아직 취향을 잘 모르겠네요. 원하는 거 있으면 일주일 전에 연락해요. 미리 연락해야 속옷을 오래 입었다가 주죠.”

그녀는 마치 프로 같았다. 헤어지기 전 마지막 말은 충격적이었다.

“초짜라 잘 모르는 것 같은데, ‘대딸’도 가능해요. 속옷 사면 대딸은 2만원에 해줄게요.”


중고속옷 직거래는 단순한 속옷 거래를 넘어 유사 성행위의 은밀한 통로가 되고 있는 것이었다.

“안녕히 가세요. 필요하면 또 연락해요.”

“원하면 추가로”
  유사 성행위도

이처럼 속옷거래는 단순한 성적 취향을 넘어 직접적인 성적 접촉을 유발하고 있다. 물론 판매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직거래를 원하는 사람 대부분은 여성의 신체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위험성을 안고 있다.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한 가지 재밌는 건 이 여성들도 이러한 과정을 어느 정도 즐긴다는 것. 직접 체험한 속옷 거래의 실태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판매되는 물건의 종류도 늘어 이제는 ‘소변’이나 ‘침’ ‘먹다 뱉은 빵’ ‘생리팬티’ 등이 거래되기도 한다. 여성의 소품이나 체취, 특정부위에 집착하는 ‘페티쉬 마니아’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얼굴 보고 결정…유사 성매매도
남성은 대부분 ‘페티시 마니아’

주요 포털사이트 등에는 여성들이 입었던 팬티나 스타킹을 판매하는 카페가 수두룩하다. 회원 가입을 제한하는 등 암암리에 비정상적으로 영업을 하는 카페도 있다. 판매자인 여성들은 속옷 차림의 실제 사진을 올리며 믿을 만한 좋은 상품이라고 홍보한다.

한 판매자는 자신을 23세, 163cm, 46kg의 스펙을 가진 섹시한 여대생이라고 소개했다. 그녀가 판매하는 물품은 팬티, 브래지어, 스타킹 등이었다. 가격대는 2만∼5만원 선으로 속옷 착용 시기, 분비물 유무에 따라 가격에 변동이 있었다. 특히 이틀 이상 입던 최상품만 판매한다고 강조했다. 충격적인 건 타액과 소변, 영상 등을 함께 판매하고 있었던 것.

타액이나 소변의 경우 본인의 것임을 확인시켜주기 위해 전화 통화나 인증사진, 영상을 동봉해준다. 이 뿐만 아니라 자위영상을 4만원에 판매하고 있었으며 사진은 장당 2000원씩 받고 있었다.

또 다른 판매자의 글도 눈에 띄었다. 이 판매자는 자신의 팬티 안쪽 사진을 찍어 이메일로 보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1만원을 입금하면 음모를 찍어 보내주겠다는 것이었다.

이 판매자 또한 다른 판매자들과 다를 바 없이 신체사이즈를 상세히 공개했다. 26세, 169cm, 54kg, 75B컵 등. 특히 이 판매자는 소변을 보고 닦지 않기 때문에 소변냄새가 좀 독하다고 강조하며 ‘프리미엄’팬티라고 강조했다.

소변뿐만이 아니다. 팬티에 애액을 묻히면 최소 1만원이 추가된다. 팬티에 체모와 머리카락은 서비스로 넣어준다. 너무 더러워서 믿고 싶지 않은 글이었다.


충격적인 건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진짜 ‘프리미엄’ 팬티는 따로 있었다. 이들이 말하는 진정한 프리미엄, 즉 스페셜 속옷의 정체는 바로 ‘생리혈’ 묻은 팬티였다.

한 판매자는 자신의 생리혈이 묻은 생리대와 속옷을 고가에 판매하고 있었다. 자주 거래하는 ‘단골 고객’에게는 직거래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었다. 생리혈 묻은 팬티를 직접 만나서 주는 것이다.

더욱더 충격적인 건 직거래 시 구매자 앞에서 자신이 입고 있던 속옷을 바로 벗어준다는 것이었다. 그는 “다른 판매자는 80%가 거짓”이라며 “저랑 한번 거래해보신 분들은 다른 사람들 거 못 산다”고 자신의 속옷에 대한 상품성을 자신했다.

부위·분비물 따라 가격 달라져

아무나 하는 단순한 투잡?

중고속옷 거래를 경험한 남성들은 적나라한 이용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수요가 공급을 앞서는 듯, 매우 뜨거운 반응이었다.

한 판매자는 “구매자와 판매자는 서로의 신상에 대해 묻지 않는 게 이 바닥의 불문율”이라면서도 “잘 모르긴 해도 20∼30대 샐러리맨들이 주로 이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판매자들의 대부분은 용돈이 필요한 중고등학생이다. 판매자의 나이가 어릴수록 인기가 높고 비싼 가격에 거래가 된다는 게 그 이유다. 그러나 최근에는 여대생을 포함해 직장인, 주부들에게까지 번져 새로운 영역의 투잡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추세다. 남성들과 직접적인 신체접촉이 없기 때문에 거래의 심각성을 망각한 듯 보인다.

몇몇 판매자들은 유사성매매업소에 발을 들여 돈을 버는 것보다 중고 속옷을 판매하는 걸 선호했다. 남성과 직접 얼굴을 대면하는 위험이 없고, 따로 시간을 들여 일할 필요도 없이 그저 입었던 속옷을 벗어주면 되기 때문에 투잡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이다. 저렴한 팬티 몇 장만 사서 입으면 되기 때문에 짭짤하다는 것.

용돈벌이의 블루오션인 중고 속옷거래. 그렇다면 이들의 수입은 어느 정도일까. 이에 대해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겠지만 지난 2010년 자신의 체액을 묻힌 속옷 등을 판매하다 경찰에 붙잡힌 20대 여성이 2000여만원의 이득을 봤다는 점을 고려하면 몇몇 판매자들의 수익은 단순한 용돈벌이를 넘어 선다고 볼 수 있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는 오래전부터 ‘부르세라숍’이라 불리는 여성 중고속옷 가게가 성했었다. 현재 일본에서는 청소년들의 중고속옷 판매를 금지시키고 있다. 구매나 알선행위 등에 대해서도 처벌을 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우리나라와 비교해 볼 때 일본의 성문화가 개방적이긴 하지만 브르세라숍이 성행하면서 청소년 성매매(원조교제)나 기타 사회적 문제들이 발생해 법으로 청소년을 상대로 한 중고속옷 거래를 금지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팬티 브래지어 스타킹
 세트로 사면 깎아줘요”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입던 속옷을 판매하는 행위는 처벌받을 수 있을까. 사실 과거에는 마땅히 처벌할 구실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정보통신법이 개정되면서 중고속옷 판매 행위에 제동을 걸 수 있게 됐다. 개정된 정통법 가운데 중고속옷 판매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항목은 행위에 공할 목적으로 음란한 물건을 제조, 소지, 수입 또는 수출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나 우편, 컴퓨터 등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영리를 목적으로 촬영물을 유포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이다.

이러한 정보통신법 개정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입던 속옷과 스타킹 등을 판매한 2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힌 사례가 있다. 지난 7월 충남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인터넷을 통해 자신이 입던 속옷과 아동음란물 등을 판매한 혐의로 이모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3월 인터넷 변태카페 게시판에 속옷과 스타킹을 입은 사진을 판매하기 위해 글을 올렸다. 이를 보고 연락해 온 남성 9명에게 속옷을 판매해 19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 이씨는 자신이 입은 속옷임을 증명하기 위해 구매 남성들과 이른바 ‘착용샷’을 주고받았다. 입던 속옷의 거래 가격은 3만∼5만원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씨에게 속옷을 구매한 남성 가운데 아동음란물을 함께 구입한 남성 2명은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법망 사각지대
경찰 속수무책

이처럼 변태적인 속옷 거래를 막는 법적 장치는 마련된 상태다. 하지만 문제는 ‘직거래’다. 직거래는 이것으로 막을 수 없다. 직접 만나서 물건을 주고받고 변태적인 행위까지 이어지는 작금의 속옷 거래는 매우 음성적으로 자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상의 변태문화의 확산은 막을 수 있을지언정, 음침한 곳에서 몰래 직거래하는 판매자와 페티쉬 마니아들을 막는 건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최용환 기자 <cyh@ilyosisa.co.kr>

 

[미니인터뷰] 속옷 판매자 A씨
“단골은 ‘대딸’서비스”

-중고속옷 거래는 어떻게 알았나?
▲얼마 안 됐다. 지난해 중고 카페에서 우연히 접했다. 한 판매자가 자신의 속옷을 판매하는 글을 올렸는데, 궁금해서 클릭해보니 입던 속옷을 원하는 남성들의 댓글이 수두룩했다.
 
-언제부터 시작했나?
▲중고 속옷 거래가 충격적이었지만 ‘이렇게도 돈을 벌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나도 똑같이 글을 올렸다. 나에게 쪽지가 쇄도했다. 그때부터 중고속옷 거래에 빠졌다.

-가격은 얼마?
▲팬티 3만원, 브래지어 3만원, 스타킹 2만원. 팬티와 브래지어를 세트로 사면 4만원에 준다. 스타킹까지 다 산다면 총 5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양말은 덤으로 주기도 한다.

-한달에 얼마나 벌고 있나?
▲거래량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매주 한 번은 거래를 하기 때문에 20만∼30만원 정도 버는 것 같다.

-직거래만 고집하는 이유는?
▲인터넷 거래는 위험성이 있다. 그리고 직거래를 하게 되면 좋은 점이 ‘단골’이 생긴다는 것이다. 택배를 보내는 것보다 근처로 불러서 속옷을 전해주는 게 더 편하다.

-직거래는 어떻게 이루어지나?
▲보통 인적이 드문 화장실에서 거래한다. 화장실 안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구매자가 보는 앞에서 속옷을 벗어준다. 구매자가 원할 경우 직접 벗길 수 있는 기회도 준다.

평범한 30대 직장 여성
투잡…용돈벌이로 짭짤

-성매매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나?
▲브래지어를 벗기면서 가슴을 만지거나, 팬티를 벗길 때 엉덩이를 만지는 경우는 있다. 하지만 성매매를 요구한 적은 없었다. 가벼운 스킨십 정도는 그냥 넘어간다.

-거래 중 자위를 해준 적이 있나?
▲솔직히 말하면 그냥 해주진 않는다. 팬티를 3만원에 살 경우 팬티를 내리고 2만원을 추가하면 그 자리에서 ‘대딸’을 해준다. 꾸준히 대딸을 요구하는 단골이 있다.

-구매자의 연령대는?
▲ 10대부터 40대까지 있었다.

-문제의식은 없나?
▲성매매를 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속옷을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될 건 없다고 본다. 물론 간혹 ‘대딸’을 요구하는 남성들이 있지만 흔한 경우는 아니다.

-앞으로 계속 할 건가?
▲나의 속옷을 찾는 단골 고객이 끊이지 않는 이상 계속할 생각이다.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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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