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연말 인사 관전포인트5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11.25 11:4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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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줄 끊길라' 물갈이 공포에 숨도 못쉰다

[일요시사=경제1팀] 겨울. 직장인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계절이 왔다. 연말 인사를 코앞에 두고 있는 대기업들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올해는 장기 경기침체와 경제 민주화 열풍 때문에 '조용조용'하게 넘어가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하지만 주요 그룹들의 실적 악화와 총수 공백, 세대 교체 등의 요인들로 대규모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이 짙다. 누가 남고 누가 떠날까.




재계가 연말 인사를 앞두고 잔뜩 긴장했다. 이달 말 LG그룹을 시작으로 주요 그룹들의 인사이동이 본격화된다. 유례없는 장기 경기침체와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불어 닥친 경제 민주화 열풍은 임직원들의 목숨줄을 흔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대 그룹의 최고경영자 인사는 승진, 전보 등 60명에 달했다. 올해는 주요 그룹들의 실적 악화와 총수 공백, 세대교체 등의 많은 요인들로 작년 이상의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포인트1> 오너 2·3세, 넓어지는 보폭

특히 오너 일가의 승진 인사가 관심거리다. 최근 1∼2년간 대다수 그룹의 2·3세 경영인이 승진했기 때문에 승진 인사 규모는 소폭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지만 보직 이동 등으로 3세들의 보폭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의 경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두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높게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회장단으로 승진한 만큼 올해 장녀 이부진 사장도 회장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겠냐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이부진 사장은 지난 2011년 사장에 올라 3년간 호텔신라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호텔신라의 면세점 부문을 한 단계 성장시키고 신라호텔 리모델링을 진두지휘하는 등 발군의 경영능력을 선보여 왔다.

이서현 부사장은 2010년 말 부사장에 승진한 뒤 3년 동안 인사이동이 없어 사장 승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최근 에버랜드가 이서현 부사장의 제일모직 패션 부문을 인수하고 건물 관리업을 에스원으로 이관하는 등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한 만큼 이서현 부사장이 에버랜드 사장으로 옮겨가 패션사업을 이어갈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 승진 명단에는 빠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연말 인사를 기점으로 경영 일선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그룹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지만 등기이사를 맡지는 않은 만큼 내년 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 등기인사에 이름을 올릴지도 관심사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남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역시 승진보다는 보직을 추가로 맡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말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으로 철강사업이 일원화되는 만큼 품질부문을 맡고 있는 정의선 부회장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양아들 구광모 LG전자 부장의 경우 올 3월 승진한 만큼 올해 임원 승진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조양호 회장의 한진그룹 3남매도 올해에는 조용하게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대한항공 상무는 올 초 이뤄진 정기인사에서 승진했다는 게 이유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아들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 또한 지난 2011년 승진해 이번 명단에는 빠질 전망이다.





한화그룹의 경우 김승연 회장의 부재로 인사 시기는 불투명하지만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략마케팅 실장의 그룹 임원 승진이 점쳐진다. 김동관 실장이 주력사업인 태양광 사업을 진두지휘하면서 후계자로서의 보폭을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의 장남인 정기선 수석부장의 임원 승진에 대한 관심도 높다. 올 6월부터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 일하고 있는 정기선 부장의 경우 이달 말 예정인 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상무보로 승진하는 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인트2> 자리 비운 회장님, 안정이냐? 혁신이냐?

총수가 구속 등으로 공백 상태인 그룹들의 인사도 관심사다. 이재현 회장의 부재에 따라 실적 부진 등의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는 CJ그룹은 지난달 말 2014년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총 91명의 인사 중 55명이 승진했다.

앞선 10월 초에는 이례적으로 수시 임원인사도 단행했다. 이채욱 CJ대한통운 대표를 지주사인 ㈜CJ 대표이사로 겸직 발령한 게 대표적이다. 외부 인사가 지주사 대표를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룹의 주요 요직인 지주사 사업팀장에는 구창근 부사장을, 재무팀장에는 김재홍 상무, 인사팀장에는 이준영 상무, 홍보실장으로는 김상영 부사장, CSV경영실장에는 민희경 부사장, 인재원장에는 손관수 부사장, 인재원부원장에는 신영수 상무, 법무 TF팀장에는 성용준 부사장 등을 새로 임명했다.

CJ 출신 인사들 중에서는 이관훈 전 지주사 대표가 상담역으로, CSR팀장을 맡고 있던 권인태 부사장은 자리에서 물러났고, 그룹 홍보실장이던 신동휘 부사장은 CJ대한통운 전략지원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희비 엇갈리는 정기인사 시즌 성큼
경기침체·경제민주화로 폭풍 예고

정기 임원인사에서는 변동식 CJ오쇼핑 공동대표와 강석희 ㈜CJ 경영지원총괄 겸 CJ E&M 대표이사가 총괄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신규 임원 20명 중 1970년 이후 출생자가 10명에 달하는 등 젊은 인재 발탁도 눈에 띄었으며 노혜령 ㈜CJ 홍보기획담당 상무와 권미경 CJ E&M 영화사업부문 한국영화사업본부장 등 여성 임원도 2명이 배출됐다.

CJ그룹 관계자는 "그룹 위기 상황과 저성장 기조를 감안해 현금 흐름 중시 등 내실경영과 함께 글로벌 사업 강화를 통해 그룹의 지속적인 성장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이 구속 중인 SK그룹도 그룹 분위기 쇄신을 위해 매년 12월 중순 실시하던 인사를 12월 초로 앞당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연초 '따로 또 같이 3.0' 신경영체제 출범에 따라 다수 계열사 CEO 교체 인사를 실시한 만큼 연말 인사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0체제 출범 후 SK그룹은 계열사별 독립적 인사권한을 부여, 계열사마다 인사시기 등에 차이가 있다.

김승연 회장의 부재가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한화그룹은 보통 2월 초에 정기인사를 하지만 이번에는 인사가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번 인사 역시 예년보다 늦춰지다가 비상경영위원회가 출범한 직후 4월 말에야 단행된 바 있다. 특히 김승연 회장의 파기환송심 선고가 내년 초로 예정되어 있어 그 이후 인사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인사 폭은 예년 수준인 5~6명의 사장단 인사가 예상된다. 재임기간이 3년 이상인 11명의 계열사 CEO 가운데 실적이 부진한 CEO가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효성그룹과 오너가 재판을 받고 있는 태광그룹은 인사 시기나 폭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포인트3> 사업구조 개편, 대규모 인사 예정

삼성그룹은 삼성디스플레이가 가진 삼성코닝정밀유리 지분 43% 전량을 미국 코닝에 넘기고 삼성SDS가 삼성 SNS를 흡수 합병하기로 하는 등 사업구조 개편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각 계열사 CEO를 포함한 대규모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올해 승진과 전보 등의 대상이 되는 인원은 총 20여명 규모로 작년(17명), 재작년(17명) 수준에 비해 폭이 넓어 졌다.

TV 부문 1위를 이끌고 있는 윤부근 CE부문 사장과 스마트폰 부문 1위를 이끌고 있는 신종균 IM부문 사장의 부회장 승진 여부가 관심사다. 사장 재직 기간이 5년으로 상대적으로 짧아 부회장 승진이 부담스러운 경향은 있지만 실적만 놓고 보면 어렵지만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승진한 지 각각 2년, 3년이 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과 강호문 부회장이 물러날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삼성그룹에서는 부회장 승진 뒤 2∼3년이 지나면 현업에서 물러나는 일이 잦았다.

작년 승진한 박근희 삼성생명 부회장의 경우 최근 불거진 '보험왕' 탈세 파문이, 정연주 삼성물산 부회장은 이전에 맡았던 계열사 삼성엔지니어링의 실적 부진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포인트4> 신상필벌 바탕, 예상 깬 인사도?

다음 달 정기인사를 앞두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품질경영에 대한 문책인사를 이미 단행했다.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기술 부문을 책임지는 임원인 권문식 연구개발본부장을 전격 경질하고 김용칠 설계담당 부사장과 김상기 전자기술센터장 등도 사표를 수리했다. 올 들어 제기된 대규모 리콜과 품질 논란에 대한 문책성 인사다.

현대차는 박정길 전무를 설계담당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했고 바디기술센터장엔 김헌수 상무를, 김상기 전자기술센터장 후임으로 박동일 이사를 상무로 승진 발령했다. 권문식 연구개발본부장 후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실적 악화에 총수 공백
세대교체 칼바람 예상

LG그룹에서는 LG전자 휴대폰 부문의 실적 악화가 최대 현안이다. 양대 사업본부인 휴대폰과 TV 부문에서 부진한 실적에 따른 문책성 인사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개발 등에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어 예상을 깬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이 있다.

LG그룹은 지난해 일부 부회장의 2선 퇴진에 이어 구본준-차석용-이상철 부회장단에 대한 변화가 있을지가 관심사다. 재임 3년을 넘긴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과 김대훈 LG CNS 사장이 계속 대표이사직을 유지할지, 올해 좋은 성과를 낸 이웅범 LG이노텍 대표가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할지도 관심사다.

LG그룹이 공을 들여 영입한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견고한 실적을 바탕으로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포인트5> KT·포스코…, 선장 잃은 회사는?

이석채 회장과 정준양 회장이 각각 사의를 표명한 KT와 포스코는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예상되고 있다.

KT는 이석채 회장이 임기를 1년6개월 가까이 남기고 사임하면서 주요 임원진이 송두리째 바뀔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석채 회장 시절 외부에서 영입한 인사들이 대거 물갈이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임원들은 잔뜩 몸을 낮추고 있다. 더욱이 KT는 덩치를 줄이는 인적 구조조정도 예정하고 있다. 임원진이 줄어들고 외부 인사의 영입 등 연쇄 이동이 예상된다.

KT는 지난 18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8명으로 CEO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 단일 후보의 윤곽은 연말에 나올 전망이다. 외부 인사로는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 방석호 전 정보통신 정책연구원장, 형태근 전 방통위 상임위원 등이, 내부 인사로는 표현명 현 사장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정준양 회장이 사의를 표한 포스코는 주주총회가 열리는 내년 3월 후임 회장을 선출하게 됐다. 매년 3월께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해온 포스코는 새 회장이 선임되면 후임 사장과 임원 인사의 방향과 폭이 결정돼 큰 폭의 인사 이동이 불가피하다.

포스코는 다음달 CEO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늦어도 내년 2월 전에 내정자가 나올 전망이다. 김준식, 박기홍 포스코 사장과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 이동희 대우인터내셔널 부회장 등 내부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른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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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