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연말 인사 관전포인트5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11.25 11:49:23
  • 댓글 0개

'밥줄 끊길라' 물갈이 공포에 숨도 못쉰다

[일요시사=경제1팀] 겨울. 직장인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계절이 왔다. 연말 인사를 코앞에 두고 있는 대기업들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올해는 장기 경기침체와 경제 민주화 열풍 때문에 '조용조용'하게 넘어가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하지만 주요 그룹들의 실적 악화와 총수 공백, 세대 교체 등의 요인들로 대규모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이 짙다. 누가 남고 누가 떠날까.




재계가 연말 인사를 앞두고 잔뜩 긴장했다. 이달 말 LG그룹을 시작으로 주요 그룹들의 인사이동이 본격화된다. 유례없는 장기 경기침체와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불어 닥친 경제 민주화 열풍은 임직원들의 목숨줄을 흔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대 그룹의 최고경영자 인사는 승진, 전보 등 60명에 달했다. 올해는 주요 그룹들의 실적 악화와 총수 공백, 세대교체 등의 많은 요인들로 작년 이상의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포인트1> 오너 2·3세, 넓어지는 보폭

특히 오너 일가의 승진 인사가 관심거리다. 최근 1∼2년간 대다수 그룹의 2·3세 경영인이 승진했기 때문에 승진 인사 규모는 소폭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지만 보직 이동 등으로 3세들의 보폭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의 경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두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높게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회장단으로 승진한 만큼 올해 장녀 이부진 사장도 회장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겠냐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이부진 사장은 지난 2011년 사장에 올라 3년간 호텔신라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호텔신라의 면세점 부문을 한 단계 성장시키고 신라호텔 리모델링을 진두지휘하는 등 발군의 경영능력을 선보여 왔다.

이서현 부사장은 2010년 말 부사장에 승진한 뒤 3년 동안 인사이동이 없어 사장 승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최근 에버랜드가 이서현 부사장의 제일모직 패션 부문을 인수하고 건물 관리업을 에스원으로 이관하는 등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한 만큼 이서현 부사장이 에버랜드 사장으로 옮겨가 패션사업을 이어갈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 승진 명단에는 빠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연말 인사를 기점으로 경영 일선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그룹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지만 등기이사를 맡지는 않은 만큼 내년 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 등기인사에 이름을 올릴지도 관심사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남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역시 승진보다는 보직을 추가로 맡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말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으로 철강사업이 일원화되는 만큼 품질부문을 맡고 있는 정의선 부회장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양아들 구광모 LG전자 부장의 경우 올 3월 승진한 만큼 올해 임원 승진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조양호 회장의 한진그룹 3남매도 올해에는 조용하게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대한항공 상무는 올 초 이뤄진 정기인사에서 승진했다는 게 이유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아들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 또한 지난 2011년 승진해 이번 명단에는 빠질 전망이다.





한화그룹의 경우 김승연 회장의 부재로 인사 시기는 불투명하지만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략마케팅 실장의 그룹 임원 승진이 점쳐진다. 김동관 실장이 주력사업인 태양광 사업을 진두지휘하면서 후계자로서의 보폭을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의 장남인 정기선 수석부장의 임원 승진에 대한 관심도 높다. 올 6월부터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 일하고 있는 정기선 부장의 경우 이달 말 예정인 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상무보로 승진하는 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인트2> 자리 비운 회장님, 안정이냐? 혁신이냐?

총수가 구속 등으로 공백 상태인 그룹들의 인사도 관심사다. 이재현 회장의 부재에 따라 실적 부진 등의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는 CJ그룹은 지난달 말 2014년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총 91명의 인사 중 55명이 승진했다.

앞선 10월 초에는 이례적으로 수시 임원인사도 단행했다. 이채욱 CJ대한통운 대표를 지주사인 ㈜CJ 대표이사로 겸직 발령한 게 대표적이다. 외부 인사가 지주사 대표를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룹의 주요 요직인 지주사 사업팀장에는 구창근 부사장을, 재무팀장에는 김재홍 상무, 인사팀장에는 이준영 상무, 홍보실장으로는 김상영 부사장, CSV경영실장에는 민희경 부사장, 인재원장에는 손관수 부사장, 인재원부원장에는 신영수 상무, 법무 TF팀장에는 성용준 부사장 등을 새로 임명했다.

CJ 출신 인사들 중에서는 이관훈 전 지주사 대표가 상담역으로, CSR팀장을 맡고 있던 권인태 부사장은 자리에서 물러났고, 그룹 홍보실장이던 신동휘 부사장은 CJ대한통운 전략지원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희비 엇갈리는 정기인사 시즌 성큼
경기침체·경제민주화로 폭풍 예고

정기 임원인사에서는 변동식 CJ오쇼핑 공동대표와 강석희 ㈜CJ 경영지원총괄 겸 CJ E&M 대표이사가 총괄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신규 임원 20명 중 1970년 이후 출생자가 10명에 달하는 등 젊은 인재 발탁도 눈에 띄었으며 노혜령 ㈜CJ 홍보기획담당 상무와 권미경 CJ E&M 영화사업부문 한국영화사업본부장 등 여성 임원도 2명이 배출됐다.

CJ그룹 관계자는 "그룹 위기 상황과 저성장 기조를 감안해 현금 흐름 중시 등 내실경영과 함께 글로벌 사업 강화를 통해 그룹의 지속적인 성장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이 구속 중인 SK그룹도 그룹 분위기 쇄신을 위해 매년 12월 중순 실시하던 인사를 12월 초로 앞당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연초 '따로 또 같이 3.0' 신경영체제 출범에 따라 다수 계열사 CEO 교체 인사를 실시한 만큼 연말 인사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0체제 출범 후 SK그룹은 계열사별 독립적 인사권한을 부여, 계열사마다 인사시기 등에 차이가 있다.

김승연 회장의 부재가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한화그룹은 보통 2월 초에 정기인사를 하지만 이번에는 인사가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번 인사 역시 예년보다 늦춰지다가 비상경영위원회가 출범한 직후 4월 말에야 단행된 바 있다. 특히 김승연 회장의 파기환송심 선고가 내년 초로 예정되어 있어 그 이후 인사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인사 폭은 예년 수준인 5~6명의 사장단 인사가 예상된다. 재임기간이 3년 이상인 11명의 계열사 CEO 가운데 실적이 부진한 CEO가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효성그룹과 오너가 재판을 받고 있는 태광그룹은 인사 시기나 폭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포인트3> 사업구조 개편, 대규모 인사 예정

삼성그룹은 삼성디스플레이가 가진 삼성코닝정밀유리 지분 43% 전량을 미국 코닝에 넘기고 삼성SDS가 삼성 SNS를 흡수 합병하기로 하는 등 사업구조 개편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각 계열사 CEO를 포함한 대규모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올해 승진과 전보 등의 대상이 되는 인원은 총 20여명 규모로 작년(17명), 재작년(17명) 수준에 비해 폭이 넓어 졌다.

TV 부문 1위를 이끌고 있는 윤부근 CE부문 사장과 스마트폰 부문 1위를 이끌고 있는 신종균 IM부문 사장의 부회장 승진 여부가 관심사다. 사장 재직 기간이 5년으로 상대적으로 짧아 부회장 승진이 부담스러운 경향은 있지만 실적만 놓고 보면 어렵지만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승진한 지 각각 2년, 3년이 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과 강호문 부회장이 물러날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삼성그룹에서는 부회장 승진 뒤 2∼3년이 지나면 현업에서 물러나는 일이 잦았다.

작년 승진한 박근희 삼성생명 부회장의 경우 최근 불거진 '보험왕' 탈세 파문이, 정연주 삼성물산 부회장은 이전에 맡았던 계열사 삼성엔지니어링의 실적 부진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포인트4> 신상필벌 바탕, 예상 깬 인사도?

다음 달 정기인사를 앞두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품질경영에 대한 문책인사를 이미 단행했다.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기술 부문을 책임지는 임원인 권문식 연구개발본부장을 전격 경질하고 김용칠 설계담당 부사장과 김상기 전자기술센터장 등도 사표를 수리했다. 올 들어 제기된 대규모 리콜과 품질 논란에 대한 문책성 인사다.

현대차는 박정길 전무를 설계담당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했고 바디기술센터장엔 김헌수 상무를, 김상기 전자기술센터장 후임으로 박동일 이사를 상무로 승진 발령했다. 권문식 연구개발본부장 후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실적 악화에 총수 공백
세대교체 칼바람 예상

LG그룹에서는 LG전자 휴대폰 부문의 실적 악화가 최대 현안이다. 양대 사업본부인 휴대폰과 TV 부문에서 부진한 실적에 따른 문책성 인사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개발 등에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어 예상을 깬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이 있다.

LG그룹은 지난해 일부 부회장의 2선 퇴진에 이어 구본준-차석용-이상철 부회장단에 대한 변화가 있을지가 관심사다. 재임 3년을 넘긴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과 김대훈 LG CNS 사장이 계속 대표이사직을 유지할지, 올해 좋은 성과를 낸 이웅범 LG이노텍 대표가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할지도 관심사다.

LG그룹이 공을 들여 영입한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견고한 실적을 바탕으로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포인트5> KT·포스코…, 선장 잃은 회사는?

이석채 회장과 정준양 회장이 각각 사의를 표명한 KT와 포스코는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예상되고 있다.

KT는 이석채 회장이 임기를 1년6개월 가까이 남기고 사임하면서 주요 임원진이 송두리째 바뀔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석채 회장 시절 외부에서 영입한 인사들이 대거 물갈이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임원들은 잔뜩 몸을 낮추고 있다. 더욱이 KT는 덩치를 줄이는 인적 구조조정도 예정하고 있다. 임원진이 줄어들고 외부 인사의 영입 등 연쇄 이동이 예상된다.

KT는 지난 18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8명으로 CEO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 단일 후보의 윤곽은 연말에 나올 전망이다. 외부 인사로는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 방석호 전 정보통신 정책연구원장, 형태근 전 방통위 상임위원 등이, 내부 인사로는 표현명 현 사장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정준양 회장이 사의를 표한 포스코는 주주총회가 열리는 내년 3월 후임 회장을 선출하게 됐다. 매년 3월께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해온 포스코는 새 회장이 선임되면 후임 사장과 임원 인사의 방향과 폭이 결정돼 큰 폭의 인사 이동이 불가피하다.

포스코는 다음달 CEO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늦어도 내년 2월 전에 내정자가 나올 전망이다. 김준식, 박기홍 포스코 사장과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 이동희 대우인터내셔널 부회장 등 내부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른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카지노>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