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질 짠’ 국정원 요원들 왜?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11.18 14: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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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선한데 때아닌 비밀 임종체험

[일요시사=사회팀] 최근 국가정보원 직원 수십 명이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효원힐링센터’에서 임종체험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영정사진을 찍고 죽음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그리고 수의를 입고 관 속에 들어가기도 했다. 국정원 직원들이 임종체험에 나선 이유가 뭘까.




국정원 직원들이 죽음을 체험하기 위해 효원힐링센터를 찾았다. 지난 12일 효원힐링센터 관계자를 만나 국정원 직원들의 ‘임종체험’ 사실을 확인했다. 국정원 직원 수십 명은 당산역 인근에 있는 효원힐링센터 4층에 모여 차례대로 영정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센터 강사로부터 죽음에 대한 강의를 듣고 5층에 올라가 준비돼 있는 관속으로 들어갔다.

“마음 풀고 갔다”

지난 6월 개원한 효원힐링센터의 임종체험자 수는 5000명을 넘어섰다. 체험 희망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임종체험을 위해 이 센터를 찾는 사람들은 주로 학생, 종교단체, 기업, 각종 동호회 등이다. 그런데 최근 의외의 기관이 이곳을 왔다 갔다. 바로 ‘국정원’이다.

국정원이 임종체험을 하고 유유히 떠났다고 밝힌 센터 관계자는 “일반인과 다름없이 임종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며 “국정원 직원 50여명이 왔다 갔다”고 말했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영정사진을 찍고 강의를 듣고 유서도 썼다. 그리고 저승사자를 만났다.

센터 관계자는 당시 국정원 직원들의 임종체험에 대해 “마음이 굳은 자들이 마음을 풀고 갔다”고 말했다. 이어 “국정원 직원들은 자신들의 흔적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 단체사진은 찍지 않았다”며 “다른 사람들에게 신원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국정원 직원들이 이 센터를 방문한 날짜와 정확한 명단을 확인하고자 관계자에게 구체적인 자료를 부탁해봤지만 ‘지지난 주’ ‘50여명’이라는 정보 외에는 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기자가 방문한 11월12일 기준으로 따져보면 10월28일부터 11월2일 중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 토요일은 단체가 아닌 개인 위주로 받기 때문에 국정원 직원들이 다녀간 날짜는 10월28일부터 11월1일, 즉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로 좁혀진다. 즉 평일에 찾아온 것이다.

직원 50여명 효원힐링센터 극비리 방문 확인
영정사진 찍고 관 속 들어갔다 유유히 사라져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국정원 측에 연락했다. 국정원 측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공보실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런 이야기를 어디서 들었냐”며 “임종체험 장소가 어디냐”고 물었다. 이에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효원힐링센터 관계자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밝히고 들은 정보를 토대로 국정원 직원들이 다녀간 날짜와 인원을 물었다.

그는 “지지난주에 국정원 직원들이 왔다 갔다고 그쪽(센터)에서 말했냐”며 “그쪽에서 이미 그렇게 말했다면 날짜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말했다. 그리고 다소 날이 선 목소리로 “신원을 밝히지 말라고 했는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국정원이 센터 측에 비밀 유지를 부탁했던 것이다.

국정원은 지난 대선기간 중 심리정보국 직원 70명과 외부조력자들과 함께 커뮤니티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정치적인 댓글로 대선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공직선거법위반과 국정원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이때부터 국정원의 신뢰도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부정선거’의 가장 큰 조력자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사건으로 ‘정치공작’에 나섰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국정원은 내란음모 사건을 오로지 녹취록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녹취 원본이 없다. 근거 자료도 불법으로 취득해 법적 문제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은 조작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확인에 당황


이런 정국에 국정원 직원들이 임종체험에 나섰다. 제 발로 저승사자를 만나러 온 국정원 직원들. 그들은 평일에 단체로 힐다잉(hilling-dying)을 체험했다. 그들은 관 속에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무도 모르게 귀신처럼 다녀갔지만 꼬리는 길었다. 어수선한 정국에 국정원의 이러한 행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르포] 임종체험 해보니…

웰빙’ 열풍에 이어 ‘웰다잉(well-dying)’이 뜨고 있다. 이제는 ‘잘 죽는 것’도 준비하는 시대다. 여기 가상의 죽음을 통해 삶의 소중함을 깨닫고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12일 ‘임종체험’을 하기 위해 효원힐링센터를 찾았다. 이날 기자는 성동구의 한 사회복지관 노인들과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시작은 영정사진 촬영이었다. 노인들은 밝은 미소로 촬영에 임했다. 촬영 후 센터 측 서포터즈는 영정사진을 나눠줬다. 영정사진을 받아 든 노인들은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였다. “에이 좀 더 웃을 걸∼” “아주 잘나왔네!” “이거 가져도 되죠?”

그리고 본격적인 임종체험에 앞서 죽음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강사는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 뒤 노인들에게 지금까지의 인생이 어땠냐고 물었다. 한 노인은 “생각해보니 인생이 길었다”고 답했다. 강사는 “인생이 짧아야 후회 없이 산 거다”고 말하며 “여생을 즐겁게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노인들은 매우 쓸쓸해 보였다. 알고 보니 대부분 독거노인이었다.

“아들한테 연락이 안와…이제는 기다리지도 않고, 자식들 잘 사는 것만으로도 만족해….”

노인들은 울적한 마음을 뒤로하고 센터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관’이 준비돼 있는 곳으로 향했다. 저승사자의 손을 잡고 계단 하나하나를 올랐다. 그리고 죽음의 문턱에 마주했다. 그곳에는 수십여 개의 관이 정렬돼 있었다. 각자 자신의 관 옆에 앉아 영정사진을 펼쳤다. 엄숙한 분위기 속 지나온 인생을 회상하며 간단한 명상을 했다. 명상 후 노인의 죽음과 관련된 영상을 시청했다. 그리고 유서를 작성하고 죽기 전 마지막 한마디를 남겼다.

“남편이 술 퍼먹어도 자식들 키우면서 잘 살았어요.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까. 남은생 즐겁게 살다 가고 싶어요.”

“그저 자식들이 잘 살길 바라죠.”

“큰 아들이 애 못 낳고 작은 아들은 아직도 결혼을 못했어요. 손자를 보고 싶은데….”

몇몇 유서의 내용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큰 어려움 없이 자랐어요. 남편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죠. 그런데 아들 둘을 교통사고로 잃어서….”

애절한 사연을 끝으로 내부 조명이 꺼졌다.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리고 강사의 지시에 따라 금태 두른 하얀 수의를 입었다. 묘한 음악과 함께 관 뚜껑이 열렸다. 앉아 있던 몸을 일으켜 관 속으로 들어갔다. 옆에 있던 저승사자가 관 뚜껑을 천천히 닫았다. 입관. 좁은 관속에 누운 순간 오만 생각이 교차했다.

“나를 위해 울어줄 사람은 누구일까….”

그리고 답답함이 밀려왔다. 비록 체험이었지만 관 뚜껑을 빨리 열고 싶었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저승사자들이 관 뚜껑을 열었다. 죽음에서 깨어난 것이다.

“아, 이런 느낌이구나….”

백문불여일견. 매우 뜻 깊은 시간이었다. 임종체험이 끝난 후 한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갈 날이 얼마 안 남았는데 이런 경험을 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며 영정사진을 가슴에 품고 센터를 떠났다.


노인들을 인솔한 사회복지사는 “복지관에서 처음 시도한 프로그램이다”며 “기분이 묘했지만 관에 눕는 순간 가족들과 친구들이 생각나면서 삶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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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