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꼭 봐야 할 동양에 밟힌 슬픈 사연들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11.18 14: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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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현 회장님 밥이 넘어 가십니까"

[일요시사=경제1팀] 피해자 5만명에 1조5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피해금액. 동양사태의 결과물이다. 죄책감에 시달리던 동양증권 여직원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당장 길바닥에 나앉게 생긴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그런데도 보상 여부와 책임 소재는 불분명하기만 하다. 피해자들은 눈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




지난 9월 말 동양그룹 계열사인 동양, 동양네트웍스, 동양레저, 동양시멘트, 동양인터내셔널 등 5개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와 함께 동양그룹 기업어음(CP)과 회사채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 규모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동양그룹 계열사 CP와 회사채에 투자한 개인 자금 규모는 1조5500억원을 넘어서고 개인 투자자수는 5만명에 달한다.

피해자들은 주로 동양증권의 전화 권유로 해당 상품에 투자했으며 가입 시 채권의 조기상환청구권·CP의 원리금 상환 가능 여부·채권이 예금자보호법의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 등에 대해 동양증권 직원으로부터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피해자들은 집단 소송에 들어갔으며 나머지 피해자들도 줄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집단 소송
줄소송 준비 중

하지만 동양그룹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계열사들에 대한 대출과 회사채, CP 등 모든 채권채무가 동결되면서 당분간은 자금이 묶였고, CP나 회사채는 변제 순위가 낮은데다가 자본잠식 상태여서 보상 여부는 불문명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동양사태로 피해를 입은 개인 투자자들의 사연이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남편의 사망 보험금을 날리게 된 주부부터 10년간 결혼자금으로 모은 돈을 날리게 된 사람 등의 사연이 이어지고 있다.


[남편 사망보험금]
[묻은 세아이 엄마]

세 아이의 엄마인 양모씨(이하 가명)는 생활고에 시달리던 중 남편으로부터 '마지막 선물'을 받았다. 사망보험금을 타 아이들을 키워달라며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당장 세 아이의 생계를 책임지게 된 양씨는 남편의 사망보험금으로 동양 채권에 투자를 했고 빚까지 내 가게를 계약했다.

만기 날을 기다리던 양씨는 동양의 법정관리 신청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고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눌 수 없어 하루하루를 뜬눈으로 보내고 있다.

양씨는 인터넷 카페 '동양 채권 CP 피해자모임'에 글을 올리며 "남편을 하늘나라로 보낼 때보다 더 미칠 지경"이라고 썼다. 남편 목숨 값 하나 못 지키는 자신을 얼마나 원망할까 싶어서 라고 했다.

8살 난 아이를 키우는 주부 박모씨도 남편의 사망보험금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지난 2006년 아이 돌 지나고 한 달 뒤 남편이 암 투병을 하다가 하늘나라로 떠났다. 살길이 막막해진 박씨는 남편이 아이를 위해 남겨놓은 유일한 재산인 아파트를 판돈과, 남편의 암 진단금, 사망보험금 등 약 2억원을 들고 집 근처 동양증권 영업소를 찾아 CMS 통장을 만들었다.




박씨는 담당 직원에게 "평생 살아가야 할 돈이며 우리 아이 공부할 돈이니 위험한 건 절대 권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채권이 뭔지, CP가 뭔지 잘 몰랐던 박씨는 동양그룹 위기설에도 "걱정말라"고 큰소리치는 직원의 말만 믿었다.


하지만 박씨가 빈털터리가 된 건 순간이었다. 박씨의 돈은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양그룹 계열사 5곳에 분산 투자가 되어 있었다. 직원은 "몰랐다"는 말뿐. 일평생 살 돈 2억은 휴지조각이 됐고 박씨는 아이와 앞으로 살아갈 일이 두렵고 무섭기만 하다.

[결혼 자금 맡겼다 ]
[돈 없어 파혼할 판]

동양증권 CMA 통장에 1억원 가까이 넣어놓은 지난 8월 박모씨는 동양증권으로부터 "좋은 상품이 있다. 자리 하나 남았다"는 직원의 전화를 받았다. 결혼 자금이라 걱정된다는 박씨를 직원은 "3개월짜리니까 괜찮다" "동양이 망하면 우리나라 망한다"고 설득, 박씨는 이자 6.3%에 5000만원을 넣었다.

고교 졸업 후 군대 다녀와서 아르바이트로 사회생활을 시작, 퀵 서비스, 음식점 배달 등을 하며 모은 5000만원이었다. 이 돈은 모두 날릴 처지가 됐다. 내년 2월 결혼 예정인데 빚을 져야 하나 하는 걱정에 막막하기만 하다.

사태가 이런데도 상품 권유를 한 직원은 가타부타 말도 없다. 오히려 "저도 피해자"라는 말만 들었다. 아직 여자친구는 이 사실을 모른다.

피해자 5만명 피해금액 1조5000억원 추산
보상여부·책임소재 불분명…입증이 관건

고등학교 교사인 김모씨는 근무 8년차에 대학시절부터 차곡차곡 모아놓은 돈 6500만원을 그저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조금 더 좋다는 이유로 동양증권 CMA 통장에 넣어두었다.

그러던 중 동양증권 모 지점 직원이 동양그룹 계열사에 신탁이라는 것으로 넣어 6개월 혹은 3개월간 1000만원 이상의 자금을 묶어서 보관하는 제도가 있으니 이를 이용할 것을 권유했다.

내년에 결혼 예정이라 위험성에 대해 설명해 달라는 김씨의 요구에 직원은 "동양그룹은 30여년간 이어온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계열이 튼튼해 결혼자금으로 쓰는 것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득했다.

직원의 말을 믿은 김씨는 어머니 노후연금 8500만원까지 같은 방식으로 신탁을 맡겼다. 만에 하나 위험성이 있을 수도 있지 않느냐는 김씨의 말에 직원은 "망할 이유도 없지만 혹시라도 동양계열이 안 좋아지면 ㈜동양이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으므로 서로 돕는 관계에 있으니 원금손실의 위험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동양사태 후 김씨는 채권자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떼러 가서 "이래도 소용없을 것"이라는 직원의 조롱 섞인 소리를 들었다. 김씨는 요즘 일상생활도 불가능할 정도로 불안감을 느낀다. 계속 살아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된다고 한다.

[지금도 속고 있는]
[  시골 어른신들  ]


추석에 고향에 내려간 한모씨는 아버지로부터 평소에 거래하던 동양증권을 통해 채권을 사 놓았다는 말을 들었다. 동양그룹이 상태가 안 좋았다는 것을 알고 있던 한씨는 동양증권 울산 지점에 전화를 걸어 아버지가 ㈜동양의 회사채 5건, 동양증권 회사채 1건, 동양시멘트 1건을 보유 중인 것으로 확인했다. 게다가 올해 4월 동양증권에서 판매한 전자단기신탁에 8000만원이 추가로 투자된 사실까지 확인했다. 팔십평생 모은 아버지의 노후자금이 몽땅 동양 채권에 투자된 것.

한씨에 따르면 담당자는 "어르신, 채권이라는 것은 회사가 부도나면 날아갈 수도 있습니다"라는 두루뭉술한 설명으로 채권을 판매했다. 동양그룹이 법정관리로 가면 투자된 것들은 어떻게 되냐는 질문에는 오히려 "동양그룹이 법정관리 간다고 누가 그러느냐"고 큰소리를 내며 따졌다.


하지만 결국 동양은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한씨와 그의 아버지는 하루하루 피가 마르고 있다.

강화도에 사는 김모 할머니는 동양증권 골드센터 목동점에서 "좋은 상품이 있다. 빨리 나오시라"는 전화를 받고 74세 고령의 나이에 목동까지 나가 3000만원짜리 CP에 가입했다.

CP가 뭔지, 회사채가 뭔지 잘 몰랐던 김씨는 단지 이자를 조금 더 주는 고금리 예금상품인 줄 알고 가입했다. 그러다가 TV 뉴스에서 동양그룹이 위험하다는 소식을 접하고 본인이 가지고 있는 상품이 휴지조각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 혼절, 뇌진탕 판정을 받고 앓아 누웠다.

김씨의 딸이 해당 지점에 2회 방문해 불완전판매에 대해 강력 항의 했지만 CP를 판매한 담당 직원은 "동양시멘트 주식을 담보로 잡고 있어 괜찮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며칠 뒤 동양시멘트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전국 방방곡곡서 ]
[자살소동 차라리…]

최모씨는 동양증권에 칼까지 들고 가서 자살 소동까지 벌였다. 최씨의 피해금액은 자그마치 2억원. 11월 만기인 전셋집에서 2억원을 올려 달라 해서 이사를 갈 요량으로 마련해 둔 돈이었다.

딸 또래 여성 직원이 집까지 찾아와 상품을 권유하니 거절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10월1일 그 '딸 같은' 직원에게 "소식 아시죠? 2억은 찾을 수 없는 거 아시죠?"라는 전화를 받았다.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이 직원에 "네가 책임지라"고 했더니 "책임 못진다"고 했다.

최씨는 지난 1일 오후 1시께 서울중구 을지로 2가 동양투자금융빌딩에서 투신자살 소동을 벌이다 119 구급대에 의해 구조됐다. 최씨는 남대문경찰서로 연행돼 자살 시도 동기 등에 대해 조사를 받고 풀려났다.

동양증권 제주지점 직원 고모씨는 "회장님 이러실 수는 없잖아요. 고객들이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한다"는 유서를 남긴 채 자살했다. 꼼꼼한 일처리로 동료와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받아온 고씨는 지난 9월 말 동양그룹 계열사들이 줄줄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후부터 큰 심적 고통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는 두 아이의 어머니이자 한 남편의 아내다.

피해자들 대부분 직원 권유로 상품 투자
평생 모은 재산 날리고 거리로 나앉을 판

고씨가 발견된 아반떼 차량 안에서는 냄비와 함께 번개탄 두 개가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고씨가 냄비 안에 번개탄을 피워 놓고 목숨을 끊었다고 말했다.

당시 제주지역 모 일간지에 의해 공개된 고씨의 유서 두 장에서는 고씨의 자살 원인을 추측해 볼 수 있는 구체적 정황이 담겨 있었다. 가족에게 남긴 유서에서 고씨는 "여보 정말 사랑하고 미안해. 애들 잘 부탁할게. 이런 선택을 하게 돼서 미안해. ○○(딸)야 ○○(아들)야 사랑한다. 엄마가 지켜줄게"라고 적었다.

나머지 하나의 유서는 현재현 회장에게 남겼다. 고씨는 유서를 통해 "동양회장님 이러실 수는 없는 거 아닌가요. 오늘 아침에 출근할 때도 믿었습니다. 정말 고객님들께 조금이라도 이자 더 드리면서 관리하고 싶어서 그룹을 믿고 권유했습니다. 하루속히 개인고객님들 (피해가) 전부 해결됐으면 합니다"고 전했다.

고씨의 가족들은 출격에 쉽사리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동양사태가 직원들의 희망까지 앗아간 셈이다.

[ 장애인 딸 위해  ]
[17년 모은 돈 날려]

개인 투자자 중 가장 큰 규모의 손해를 본 이는 장애인 딸을 둔 캐나다 교포 이모씨다. 이씨는 중증 장애를 갖고 태어난 딸을 치료하기 위해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다. 딸은 캐나다에서 17년 동안 뇌수술을 비롯해 7번이 넘는 대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차도가 없었고 이씨는 자신이 사망한 뒤에도 딸이 혼자 생활할 수 있도록 목돈을 남겨놔야겠다고 생각하고 투자 상품을 찾던 중 동양증권 직원을 만났다.




이메일을 통해 상품 설명을 받던 이씨는 CP와 회사채에 투자하라는 직원의 말을 믿고 캐나다서 17년 동안 아끼고 아껴 모은 돈 29억원을 모두 투자했다. 이씨의 주장에 따르면 직원은 투자설명서나 상품안내서조차 보여주지 않고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을 소개했다. 동양그룹 계열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직전인 9월 중순에도 직원은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씨는 동양증권을 상대로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낸 상태. 불완전판매 입증이 관건이다.

개별·공동소송전
금감원 조정 우선

동양사태 피해자들이 보상을 받을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

동양사태 피해자에 대한 보상은 법원의 채권회수율과 불완전판매율에 의해 결정된다. 동양그룹 법정관리 신청 계열사는 법원의 기업회생계획에 따라 채권회수율이 확정된다. 불완전판매율은 금감원이 인정한 불완전 판매건수가 많아질수록 높아진다.

불완전 판매를 통해 1000만원을 투자했을 경우, 법원에서 채권회수율을 60%로 정하고 불완전판매율이 40%로 결정됐다면 투자자는 회사채 발행회사로부터 원금의 60%인 600만원을, 판매한 증권사로부터 나머지 금액인 400만원의 40%인 160만원을 돌려받는다는 얘기다.

문제는 개인 투자자가 불완전판매를 인정받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금융소비자연맹(이하 금소연)에 다르면 불완전판매에 의한 손해배상 공동소송은 투자성향, 투자이력 등 개인별 불완전판매의 정도가 다르다. 개별적으로 설명의무이행 정도가 다르며 더구나 원고인 피해 투자자가 불완전판매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민사소송은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승소 가능성이 희박하다.

같은 약관을 적용한 금융사 '근저당설정비반환' 공동소송은 약관무효라는 대법원의 위법 판결이 있었음에도 원고의 개별 입증에 어려움이 있고 증거 부족 등으로 피해소비자들이 1심에서 패소판결을 받는 실정이다.

민사소송에서 법원은 불완전판매 행위를 조사할 수 없어 감사권이 있는 금융감독원이 감사와 조사를 해 불완전판매임을 밝혀주어야만 보상이 가능하다. 이 불완전판매비율의 조정안을 금융사가 수용하지 않아 소송을 제기하면 소송비 지원까지도 검토하고 있는 금감원에 피해신고를 해 절차가 간편하고 신속한 분쟁조정절차를 거친 후에 상황에 따라 소송절차를 취하는 것이 유리하고 효과적이다.

금감원은 규정에 따라 소송진행 중인 사안은 민원이나 분쟁조정 대상에서 제외된다. 소송을 먼저 제기하면 비용과 시간을 낭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금감원의 분쟁조정을 받을 수 없어 개별적 소송이나 공동소송 전에 반드시 금감원 조정절차를 먼저 밟는 것이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

강형구 금소연 금융국장은 "금감원은 투자자의 소중한 재산을 투자부적격 회사의 회사채·기업어음을 매입하게 한 것은 불완전판매로 인정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해 역량을 총동원하여 이를 신속히 조사해야 할 것"이라며 "불완전판매 피해자들은 공동소송을 하기 전에 금융감독원에 반드시 피해신고를 해 분쟁조정을 거친 이후 상황에 따라 소송여부를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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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