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기 '원정 불륜' 폭로전 막전막후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1.18 13:45:06
  • 댓글 1개

빠리의 나비부인이 목사님의 그녀?

[일요시사=사회팀] 그동안 불거진 온갖 성추문 의혹은 '큰 목사님' 역시 여자를 밝히는 한 남자란 사실을 간증하는 듯 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목사님의 부적절한 외도가 비윤리적인 방법으로 은폐돼왔다는 의혹이다.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의 원정 불륜 의혹. 나비부인을 향한 조 목사의 마음은 진심이었을까. 




지난 14일 여의도순복음교회 '교회바로세우기장로기도모임'(이하 모임)은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조 목사의 부적절한 불륜 관계와 조용기 일가의 수천억원대 재정 비리를 폭로했다.

사랑과 배신
은밀한 만남

조 목사는 세계 최대 단일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등록신도 48만명)의 원로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기독교 인사다. 그러나 조 목사를 위시한 조용기 일가는 그간 한국 기독교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돼왔다.

이번 기자회견으로 조용기 일가는 회복하기 힘든 수준의 도덕적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인의 장막 안에서 조용기 일가는 아직 건재하다. 오히려 교회 내부에선 조 목사가 피해자란 얘기도 나온다. 때문에 여의도순복음교회는 향후 조 목사를 반대하는 쪽과 옹호하는 쪽으로 갈려 심각한 내홍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모임은 "조용기 목사 일가의 재정 비리와 여성 문제에 대한 기자회견을 갖는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더함공동체' 이진오 목사의 협력을 받은 이번 기자회견은 무려 수십쪽에 달하는 증빙자료가 첨부될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모았다.


특히 <빠리의 나비부인>(2003)과 관련한 증거가 제시될 것이란 소문은 교회 안팎을 술렁이게 했다. <빠리의 나비부인>은 신도들 사이에선 금기로 분류된 '사탄의 책'이었다.

<빠리의 나비부인>은 프랑스 파리 국립 오페라단 최초의 한국인 소프라노 가수였던 정귀선씨가 쓴 소설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이 유명해진 건 정씨가 조 목사와 내연 관계에 있었으며 이후 배신당했다는 내용을 자전적 형태로 서술했기 때문이다.

장로들, 내연녀와 부적절한 관계 폭로
소프라노 정귀선씨 책 모두 실화 주장

모임에 따르면 조 목사는 책이 발간되자마자 시중에 나돌던 <빠리의 나비부인> 전량을 회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처 회수하지 못한 책도 있었다"고 한 관계자는 귀띔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빠리의 나비부인'을 검색하면 관련한 내용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기자회견 당일 오후 1시50분께. 한국기독교회관 2층 강당은 수십대의 카메라와 기자회견을 보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였다. 단상에 있던 김대진 장로, 김석균 장로, 박성태 장로, 하상옥 장로 등은 비장한 얼굴로 10분 뒤 있을 기자회견을 기다렸다.

그들의 등 뒤에는 '조용기 목사 일가 퇴진 촉구 기자회견'이란 구호가 적힌 플랜카드가 걸려 있었다. 플랜카드와 정면으로 마주본 곳에 설치된 빔 프로젝트는 곧 있을 기자회견을 위해 예열된 모습이었다.

오후 2시. 약속 시간이 되자 더함공동체의 이 목사가 마이크를 들었다. 그러나 기자회견 시작과 동시에 여의도순복음교회 교인들은 단상으로 밀려왔다. "너네 이런 것(기자회견) 하면 교회 망신시키는 거야"란 고함소리가 들렸고, "이런 걸 누가 하라 그랬어"란 외침과 함께 빔 프로젝트의 전원이 꺼졌다.


폭로 둘러싸고
교인 간 충돌 격화

험한 얼굴을 한 교인들이 기자회견을 무마하기 위해 몰려들자 모임 측은 단상을 에워싸고 이들을 저지했다. 이 과정에서 모임 측과 교인 세력이 서로 가슴을 밀치고 멱살을 잡는 등 물리적 충돌이 일어났다.

단상 뒤편의 싸움은 앞쪽보다 수위가 높았다. 흥분한 교인은 모임 측 한 장로의 멱살을 잡고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그러자 옆에서 나타난 백발의 노인은 바닥에 쓰러진 장로를 발로 걷어차려 했다. 위급한 상황에서 이를 제지한 모임 측 인사는 "다 잘 되자고 이러는 건데 왜 그러시냐"며 노인을 향해 삿대질을 했다. 곳곳에서 벌어지는 신경전으로 장내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강당에 놓인 간이 의자들은 차례로 쓰러졌다. "똑바로 하라고, 이 새끼들아"와 같은 거친 말도 간간이 들렸다. 멱살을 잡힌 한 장로는 "어차피 다 언론에 나갈 건데 마음대로 하라"며 "날 때려봐야 소용없다"고 체념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자회견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긴 힘든 상황. 몇몇 교인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오후 2시10분께. 모임 측 장로들이 교인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던 사이 이 목사는 다시 마이크를 들고 단상 구석에 섰다. 그는 "우리는 조용기 목사 일가의 부패와 타락을 한국교회와 사회 가운데 고발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며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기 시작했다.

수십 명의 취재진은 이 목사를 에워쌌다. 그러자 성난 교인들은 기자들을 밀치고 들어와 이 목사의 마이크를 뺏으려 했다. 하지만 이 목사는 방해에 굴하지 않고 낭독문을 끝까지 읽어 내렸다.

이 목사는 지난 2000년부터 조 목사의 전횡을 비판해 온 대표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사무처장을 역임했던 그는 취재진과의 일문일답에서 다음과 같이 폭로했다.

우선 이 목사는  과거 조 목사가 교회 땅을 담보로 돈을 대출받은 뒤 <스포츠투데이>란 매체를 창간하자 이를 강력히 반대했다. 이에 조 목사는 이 목사에게 사람을 보내 "내 뒤에 김태촌과 조양은이 있는데 네가 이래도 되겠냐"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유명 깡패들과의 친분을 이용, 이 목사를 겁박한 것이다.

하지만 이 목사가 '마음대로 하라'며 강경한 태도를 취하자 이번엔 다시 조 목사 측이 3억원 제안하면서 회유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 목사는 돈을 거절했고, 이후 조 목사는 이 목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끝까지 괴롭혔다. 이 소송은 조 목사의 패소로 끝났다.

협박 카드로
조폭들 활용?

하지만 조 목사에겐 또 다른 판도라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른바 원정 불륜 의혹. 2003년 출간한 <빠리의 나비부인>은 조 목사를 실제 모델로 한 소설이다.

이 목사에 따르면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하기로 한 이종근 장로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의 불법감금으로 기자회견장에 올 수 없었다. 여기엔 이유가 있다. 당시 원정 불륜 의혹을 은폐한 사람이 바로 이 장로였기 때문이다. 다음은 모임 측이 밝힌 원정 불륜 은폐의 전말이다.





이 장로는 조 목사의 대리인으로 지난 2003년 내연녀 정씨와 직접 만났다. 당시 이 장로는 '조용기 목사와의 어떠한 관계도 발설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정씨에게 두 차례에 걸쳐 모두 15억원을 건넸다. 대신 이 장로는 정씨에게서 관련 자료가 담긴 가방을 넘겨받았다.

가방 안에는 이 장로와 정씨가 합의한 각서, 합의서, 입금 영수증, 조 목사가 정씨에게 '영혼의 부부'라며 준 반지, 시계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둘의 불륜 관계를 입증할 만한 조 목사의 점퍼, 스웨터, 꽃무늬 파자마, 민소매 상의, 흰색 팬티 등은 물론이고, 당시 함께 묵었던 호텔의 투숙 영수증까지 있었다. 이와 관련해 성인 남녀가 숙박업체에서 한 방에 투숙하면 불륜으로 볼 수 있다는 법률 해석이 있다.

내연녀 정씨는 <빠리의 나비부인>에서 조 목사를 처음 만난 장면을 묘사했다. 그는 1993년 5월 프랑스에 살던 강모씨(여)의 소개로 조 목사와 인연을 맺었으며, 조 목사의 구애에 마음이 흔들려 사랑에 빠졌다고 기술했다.

더불어 자신의 본명은 정모씨인데 조 목사가 이름을 정귀선으로 바꿔줬고, 수많은 밤을 함께 보냈다고 주장했다. 정씨가 책에서 불륜을 암시하며 쓴 표현은 '꿈같은 사랑을 나눴다' '달콤한 밤을 보냈다' '자기가 입던 잠옷을 건네주며…' 등이다.

"위로금 15억 건네고 평생비밀 각서 받아"
<빠리의 나비부인> 보니…"수많은 밤을 함께 보냈다"


<빠리의 나비부인> 출간 당시 기독교 전문매체인 <뉴스앤조이> 등 복수 언론은 취재에 들어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 목사는 책을 모두 회수했고, 정씨에게 교회 재정으로 추정되는 15억원을 건네 사건을 무마하려 했던 것으로 모임 측은 밝혔다.

지난 9월 모임은 여의도순복음교회 산하 윤리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했다. 이에 이 장로, 하 장로 등 원정 불륜 무마에 관여한 핵심 인사들은 증인으로 출석해 관련 사실을 확인했다.

모임의 진술과 증거자료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윤리위원회는 공문을 보내 조 목사의 퇴진을 정식 요청했다. 그러나 조 목사가 침묵을 지키자 기자회견이 준비됐고, 장막 안에 감춰져있던 조 목사의 불륜 의혹은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교인들은 모임 측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목사의 발언을 장외에서 접한 교인들은 "(조 목사의) 아들들은 모르겠지만 조 목사님이 어떤 분인데 이럴 수 있냐" "이단이 판을 치는 걸 보니 말세의 징조다"란 반응을 내놨다.

또 여의도순복음교회의 한 여성 권사는 "너희들이 십일조라도 했냐"면서 "조 목사님은 세계적인 목사님이신데 세계적인 목사가 어떻게 도둑질을 하냐"고 거세게 항의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은 조 목사 아들이 회장으로 있는 <국민일보>를 통해 해명을 내놨다. 강력한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국민일보> 기사에서 "오늘 기자회견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재판 중인 형사사건의 고발인들이 주도해 이루어진 것"이라며 "시중에 떠도는 유언비어 수준의 소문을 각색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법적 대응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회도 같은 날 '교회의 입장'이란 성명을 통해 "(기자회견 내용 중) 위법하거나 사실이 아닌 사항이 있을 경우 당회 차원에서 그에 상응하는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횡령·배임 이어
불륜도 드러날까

그러나 모임 측은 이번 폭로 내용이 한 점의 의혹 없는 사실이란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무엇보다 불륜 사실 외에도 현재 검찰에서 수사가 진행 중인 조용기 일가의 횡령·배임 혐의가 밝혀질 수 있도록 추가 고발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조용기 일가를 둘러싼 폭로전이 점차 가열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선량한 신도들만 고통 받고 있다는 지적이 교회 안팎으로 제기된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조용기 일가 횡령·배임 의혹
추정 규모만 5000억?

지난 14일 모임은 '조용기 목사 일가 퇴진 촉구 기자회견'에서 조 목사 일가의 5000억원대 횡령·배임 의혹을 제기했다. 모임 측이 주장한 의혹 중 핵심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조용기 목사가 이사장으로 있던 순복음선교회는 1992년부터 98년까지 CCMM 빌딩을 건축하면서 교회로부터 1633억원을 빌렸다. 하지만 조 목사는 이 가운데 643억원만 돌려주고, 990억원을 반환하지 않았다.

모임에 따르면 공사 당시 조 목사의 장남 조희준씨가 운영하는(주)넥스트미디어코퍼레이션과 (주)퍼실리티매니지먼트코리아에는 각각 공사 대금 285억원과 166억원이 지급됐다.

둘째, 조 목사의 삼남 조승제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내셔날클럽매니지먼트그룹을 통해 순복음선교회로부터 CCMM 빌딩 3개층을 295억원에 매입했다. 그러나 조씨는 3년 뒤 다시 순복음선교회에 해당 층을 372억원에 되팔아 77억원의 부당 차익을 편취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셋째, 조 목사는 퇴직금으로만 200억원을 넘게 챙겼고, 지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연간 120억원씩 총 600억원의 특별선교비를 받았다. 하지만 특별선교비의 사용처는 불분명하다.

이에 대해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은 "조 목사님의 명예를 실추시키기 위해 조작된 것"이란 입장을 <국민일보>를 통해 전했다. <석>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