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기 '원정 불륜' 폭로전 막전막후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1.18 13: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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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리의 나비부인이 목사님의 그녀?

[일요시사=사회팀] 그동안 불거진 온갖 성추문 의혹은 '큰 목사님' 역시 여자를 밝히는 한 남자란 사실을 간증하는 듯 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목사님의 부적절한 외도가 비윤리적인 방법으로 은폐돼왔다는 의혹이다.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의 원정 불륜 의혹. 나비부인을 향한 조 목사의 마음은 진심이었을까. 




지난 14일 여의도순복음교회 '교회바로세우기장로기도모임'(이하 모임)은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조 목사의 부적절한 불륜 관계와 조용기 일가의 수천억원대 재정 비리를 폭로했다.

사랑과 배신
은밀한 만남

조 목사는 세계 최대 단일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등록신도 48만명)의 원로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기독교 인사다. 그러나 조 목사를 위시한 조용기 일가는 그간 한국 기독교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돼왔다.

이번 기자회견으로 조용기 일가는 회복하기 힘든 수준의 도덕적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인의 장막 안에서 조용기 일가는 아직 건재하다. 오히려 교회 내부에선 조 목사가 피해자란 얘기도 나온다. 때문에 여의도순복음교회는 향후 조 목사를 반대하는 쪽과 옹호하는 쪽으로 갈려 심각한 내홍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모임은 "조용기 목사 일가의 재정 비리와 여성 문제에 대한 기자회견을 갖는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더함공동체' 이진오 목사의 협력을 받은 이번 기자회견은 무려 수십쪽에 달하는 증빙자료가 첨부될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모았다.


특히 <빠리의 나비부인>(2003)과 관련한 증거가 제시될 것이란 소문은 교회 안팎을 술렁이게 했다. <빠리의 나비부인>은 신도들 사이에선 금기로 분류된 '사탄의 책'이었다.

<빠리의 나비부인>은 프랑스 파리 국립 오페라단 최초의 한국인 소프라노 가수였던 정귀선씨가 쓴 소설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이 유명해진 건 정씨가 조 목사와 내연 관계에 있었으며 이후 배신당했다는 내용을 자전적 형태로 서술했기 때문이다.

장로들, 내연녀와 부적절한 관계 폭로
소프라노 정귀선씨 책 모두 실화 주장

모임에 따르면 조 목사는 책이 발간되자마자 시중에 나돌던 <빠리의 나비부인> 전량을 회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처 회수하지 못한 책도 있었다"고 한 관계자는 귀띔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빠리의 나비부인'을 검색하면 관련한 내용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기자회견 당일 오후 1시50분께. 한국기독교회관 2층 강당은 수십대의 카메라와 기자회견을 보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였다. 단상에 있던 김대진 장로, 김석균 장로, 박성태 장로, 하상옥 장로 등은 비장한 얼굴로 10분 뒤 있을 기자회견을 기다렸다.

그들의 등 뒤에는 '조용기 목사 일가 퇴진 촉구 기자회견'이란 구호가 적힌 플랜카드가 걸려 있었다. 플랜카드와 정면으로 마주본 곳에 설치된 빔 프로젝트는 곧 있을 기자회견을 위해 예열된 모습이었다.

오후 2시. 약속 시간이 되자 더함공동체의 이 목사가 마이크를 들었다. 그러나 기자회견 시작과 동시에 여의도순복음교회 교인들은 단상으로 밀려왔다. "너네 이런 것(기자회견) 하면 교회 망신시키는 거야"란 고함소리가 들렸고, "이런 걸 누가 하라 그랬어"란 외침과 함께 빔 프로젝트의 전원이 꺼졌다.


폭로 둘러싸고
교인 간 충돌 격화

험한 얼굴을 한 교인들이 기자회견을 무마하기 위해 몰려들자 모임 측은 단상을 에워싸고 이들을 저지했다. 이 과정에서 모임 측과 교인 세력이 서로 가슴을 밀치고 멱살을 잡는 등 물리적 충돌이 일어났다.

단상 뒤편의 싸움은 앞쪽보다 수위가 높았다. 흥분한 교인은 모임 측 한 장로의 멱살을 잡고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그러자 옆에서 나타난 백발의 노인은 바닥에 쓰러진 장로를 발로 걷어차려 했다. 위급한 상황에서 이를 제지한 모임 측 인사는 "다 잘 되자고 이러는 건데 왜 그러시냐"며 노인을 향해 삿대질을 했다. 곳곳에서 벌어지는 신경전으로 장내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강당에 놓인 간이 의자들은 차례로 쓰러졌다. "똑바로 하라고, 이 새끼들아"와 같은 거친 말도 간간이 들렸다. 멱살을 잡힌 한 장로는 "어차피 다 언론에 나갈 건데 마음대로 하라"며 "날 때려봐야 소용없다"고 체념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자회견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긴 힘든 상황. 몇몇 교인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오후 2시10분께. 모임 측 장로들이 교인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던 사이 이 목사는 다시 마이크를 들고 단상 구석에 섰다. 그는 "우리는 조용기 목사 일가의 부패와 타락을 한국교회와 사회 가운데 고발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며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기 시작했다.

수십 명의 취재진은 이 목사를 에워쌌다. 그러자 성난 교인들은 기자들을 밀치고 들어와 이 목사의 마이크를 뺏으려 했다. 하지만 이 목사는 방해에 굴하지 않고 낭독문을 끝까지 읽어 내렸다.

이 목사는 지난 2000년부터 조 목사의 전횡을 비판해 온 대표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사무처장을 역임했던 그는 취재진과의 일문일답에서 다음과 같이 폭로했다.

우선 이 목사는  과거 조 목사가 교회 땅을 담보로 돈을 대출받은 뒤 <스포츠투데이>란 매체를 창간하자 이를 강력히 반대했다. 이에 조 목사는 이 목사에게 사람을 보내 "내 뒤에 김태촌과 조양은이 있는데 네가 이래도 되겠냐"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유명 깡패들과의 친분을 이용, 이 목사를 겁박한 것이다.

하지만 이 목사가 '마음대로 하라'며 강경한 태도를 취하자 이번엔 다시 조 목사 측이 3억원 제안하면서 회유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 목사는 돈을 거절했고, 이후 조 목사는 이 목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끝까지 괴롭혔다. 이 소송은 조 목사의 패소로 끝났다.

협박 카드로
조폭들 활용?

하지만 조 목사에겐 또 다른 판도라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른바 원정 불륜 의혹. 2003년 출간한 <빠리의 나비부인>은 조 목사를 실제 모델로 한 소설이다.

이 목사에 따르면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하기로 한 이종근 장로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의 불법감금으로 기자회견장에 올 수 없었다. 여기엔 이유가 있다. 당시 원정 불륜 의혹을 은폐한 사람이 바로 이 장로였기 때문이다. 다음은 모임 측이 밝힌 원정 불륜 은폐의 전말이다.





이 장로는 조 목사의 대리인으로 지난 2003년 내연녀 정씨와 직접 만났다. 당시 이 장로는 '조용기 목사와의 어떠한 관계도 발설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정씨에게 두 차례에 걸쳐 모두 15억원을 건넸다. 대신 이 장로는 정씨에게서 관련 자료가 담긴 가방을 넘겨받았다.

가방 안에는 이 장로와 정씨가 합의한 각서, 합의서, 입금 영수증, 조 목사가 정씨에게 '영혼의 부부'라며 준 반지, 시계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둘의 불륜 관계를 입증할 만한 조 목사의 점퍼, 스웨터, 꽃무늬 파자마, 민소매 상의, 흰색 팬티 등은 물론이고, 당시 함께 묵었던 호텔의 투숙 영수증까지 있었다. 이와 관련해 성인 남녀가 숙박업체에서 한 방에 투숙하면 불륜으로 볼 수 있다는 법률 해석이 있다.

내연녀 정씨는 <빠리의 나비부인>에서 조 목사를 처음 만난 장면을 묘사했다. 그는 1993년 5월 프랑스에 살던 강모씨(여)의 소개로 조 목사와 인연을 맺었으며, 조 목사의 구애에 마음이 흔들려 사랑에 빠졌다고 기술했다.

더불어 자신의 본명은 정모씨인데 조 목사가 이름을 정귀선으로 바꿔줬고, 수많은 밤을 함께 보냈다고 주장했다. 정씨가 책에서 불륜을 암시하며 쓴 표현은 '꿈같은 사랑을 나눴다' '달콤한 밤을 보냈다' '자기가 입던 잠옷을 건네주며…' 등이다.

"위로금 15억 건네고 평생비밀 각서 받아"
<빠리의 나비부인> 보니…"수많은 밤을 함께 보냈다"


<빠리의 나비부인> 출간 당시 기독교 전문매체인 <뉴스앤조이> 등 복수 언론은 취재에 들어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 목사는 책을 모두 회수했고, 정씨에게 교회 재정으로 추정되는 15억원을 건네 사건을 무마하려 했던 것으로 모임 측은 밝혔다.

지난 9월 모임은 여의도순복음교회 산하 윤리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했다. 이에 이 장로, 하 장로 등 원정 불륜 무마에 관여한 핵심 인사들은 증인으로 출석해 관련 사실을 확인했다.

모임의 진술과 증거자료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윤리위원회는 공문을 보내 조 목사의 퇴진을 정식 요청했다. 그러나 조 목사가 침묵을 지키자 기자회견이 준비됐고, 장막 안에 감춰져있던 조 목사의 불륜 의혹은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교인들은 모임 측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목사의 발언을 장외에서 접한 교인들은 "(조 목사의) 아들들은 모르겠지만 조 목사님이 어떤 분인데 이럴 수 있냐" "이단이 판을 치는 걸 보니 말세의 징조다"란 반응을 내놨다.

또 여의도순복음교회의 한 여성 권사는 "너희들이 십일조라도 했냐"면서 "조 목사님은 세계적인 목사님이신데 세계적인 목사가 어떻게 도둑질을 하냐"고 거세게 항의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은 조 목사 아들이 회장으로 있는 <국민일보>를 통해 해명을 내놨다. 강력한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국민일보> 기사에서 "오늘 기자회견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재판 중인 형사사건의 고발인들이 주도해 이루어진 것"이라며 "시중에 떠도는 유언비어 수준의 소문을 각색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법적 대응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회도 같은 날 '교회의 입장'이란 성명을 통해 "(기자회견 내용 중) 위법하거나 사실이 아닌 사항이 있을 경우 당회 차원에서 그에 상응하는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횡령·배임 이어
불륜도 드러날까

그러나 모임 측은 이번 폭로 내용이 한 점의 의혹 없는 사실이란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무엇보다 불륜 사실 외에도 현재 검찰에서 수사가 진행 중인 조용기 일가의 횡령·배임 혐의가 밝혀질 수 있도록 추가 고발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조용기 일가를 둘러싼 폭로전이 점차 가열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선량한 신도들만 고통 받고 있다는 지적이 교회 안팎으로 제기된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조용기 일가 횡령·배임 의혹
추정 규모만 5000억?

지난 14일 모임은 '조용기 목사 일가 퇴진 촉구 기자회견'에서 조 목사 일가의 5000억원대 횡령·배임 의혹을 제기했다. 모임 측이 주장한 의혹 중 핵심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조용기 목사가 이사장으로 있던 순복음선교회는 1992년부터 98년까지 CCMM 빌딩을 건축하면서 교회로부터 1633억원을 빌렸다. 하지만 조 목사는 이 가운데 643억원만 돌려주고, 990억원을 반환하지 않았다.

모임에 따르면 공사 당시 조 목사의 장남 조희준씨가 운영하는(주)넥스트미디어코퍼레이션과 (주)퍼실리티매니지먼트코리아에는 각각 공사 대금 285억원과 166억원이 지급됐다.

둘째, 조 목사의 삼남 조승제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내셔날클럽매니지먼트그룹을 통해 순복음선교회로부터 CCMM 빌딩 3개층을 295억원에 매입했다. 그러나 조씨는 3년 뒤 다시 순복음선교회에 해당 층을 372억원에 되팔아 77억원의 부당 차익을 편취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셋째, 조 목사는 퇴직금으로만 200억원을 넘게 챙겼고, 지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연간 120억원씩 총 600억원의 특별선교비를 받았다. 하지만 특별선교비의 사용처는 불분명하다.

이에 대해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은 "조 목사님의 명예를 실추시키기 위해 조작된 것"이란 입장을 <국민일보>를 통해 전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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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