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튀는 ‘포스트 이석채’ 각축전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11.11 13:3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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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없는 ‘통신공룡’ 삼성맨이 접수하나

[일요시사=경제1팀] 버티고, 버티던 이석채 KT 회장이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세간의 관심은 자연스레 새 KT 수장 물색 작업에 쏠리고 있다. KT가 국내 통신업계의 간판 기업인 데다, 관치 논란이 뜨거운 시점이어서 더욱 그렇다. 이미 다양한 인물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상황. 과연 이석채호 바통을 이어받을 주인공은 누가될까. 




소문은 무성하다. 통신 및 정치권 안팎에 따르면, KT를 이끌 새로운 CEO 후보자로 민간출신 IT전문가들, 전직 고위관료 등 약 10명 내외가 거론되고 있다.

특히 민간 기업출신 인사는 공교롭게도 모두 삼성전자의 ‘스타 CEO’ 출신들이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기업 유전자가 있는 KT가 글로벌기업으로 혁신하려면 ‘삼성’의 머리를 빌려야 한다는 시각이다.

선장 잃은 KT
참여정부맨으로?

이중 요즘 급부상하고 있는 인물은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의 주역인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장관이다. 우리나라 국비유학생 1호인 진 전 장관은 경기고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메사추세츠주립대와 스탠퍼드대에서 전자공학 석ㆍ박사를 마쳤다. IT분야 최고 싱크탱크로 꼽히는 IBM 왓슨연구소 연구원을 거친 뒤 삼성전자 미국법인 수석 연구원으로 스카우트됐다.

이후 삼성전자에서 세계 최초로 64메가, 128메가, 1기가 메모리 반도체를 잇따라 개발해 오늘날 ‘삼성의 반도체 신화’를 일궈냈다. 메모리반도체 사업에 뛰어난 실적에 힘입어 대표이사에 선임되는 등 고속승진을 거듭하다 지난 2000년 디지털미디어 총괄사장에 취임하면서 ‘미스터 칩(반도체)’ ‘미스터 디지털’ 등으로 불리며 디지털 세계화에 힘을 쏟아 왔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정보통신부 장관직을 맡으면서 스타 장관으로 떠올랐다. 자타 공인하는 IT전문가이자 KT 주무부처인 정통부장관을 지낸 경력이 진 전 장관의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하드웨어와 테크놀로지 쪽에만 강할 뿐 통신 쪽은 잘 모른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지만, 이미 KT회장 자리가 진 전 장관 쪽으로 기울었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버티던 이석채 회장 검 압박에 사의
세간 관심 자연스레 새 수장에 쏠려

진 전 장관의 급부상 배경에는 이른바 ‘방패막이 역할’이라는 시각도 한 몫 한다. 이석채 회장의 불명예 퇴진으로 KT 낙하산 문제가 사회적 관심대상으로 떠올라 티 나는 낙하산을 내리기가 부담스럽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이런 상황에서 ‘참여정부 장관’ 출신의 진 전 장관의 이력은 매우 유용한 ‘방패막이’가 될 수 있단 분석이다.

그 뒤를 이어 반도체 분야 ‘황의 법칙’을 만든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이 거론된다. 황 전 사장은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고 같은 대학에서 책임연구원 생활을 한 전통 ‘테크니션’ 출신이다.

이후 삼성전자에 입사해 1991년 반도체 연구소 이사직을 맡았고,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 발전에 혁신적인 작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 입사 5년 만인 1994년 ‘256 메가D램 메모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면서 반도체 시장 후발주자였던 삼성전자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2002년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국제반도체회로 학술회의에서 “반도체 집적도는 1년에 배로 증가한다”는 이른바 ‘황의 법칙’을 발표하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황 전 사장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정상궤도에 올려놓는 등 IT업계를 이해하는 인물이라는 점 때문에 KT 새 수장으로의 기대를 받는 것으로 보인다.

샐러리맨 신화에
친박계 인사까지

‘혁신 전도사’ ‘경영의 달인’ 등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도 유력한 후보군으로 언급된다. 지난 1966년 삼성그룹에 입사한 이후 40여년에 걸쳐 ‘월급쟁이’로 지내온 윤 전 부회장은 지난 2006년 당시 한 달 월급이 21억 원을 넘어서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한 샐러리맨으로 주목 받았다.




또 국내 대기업 전문경영인 가운데 최장수 기록을 남기는 한편, 삼성전자란 거대 기업의 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 TV 등 사업을 세계 1·2위로 육성하는데 기여했다. 배우 윤태영의 부친으로도 유명한 그는 ‘혁신 경영’의 본보기를 보여주며 삼성전자의 재도약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지금 스마트폰을 있게 한 ‘애니콜 신화’의 주역,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도 거론되고 있다. 이 전 부회장은 1973년 입사 이래 34년간 삼성전자에 뼈를 묻어 온 ‘순혈 삼성맨’이다. 회사 내에서는 무선 부문에서만 한 우물을 팠다. 이런 전문성과 능력을 인정받아 2001년 정보통신총괄부문 사장으로 올랐다.

정보통신사업을 총괄하는 7년 동안 ‘애니콜 신화’를 낳으며 휴대전화 사업 부문을 반도체에 버금가는 황금알로 키웠다.

내부승진? IT전문가? 또 고위관료?
소문만 무성…후보자 10여명 거론

이 전 부회장이 하마평에 오른 것은 그의 ‘뚝심 경영’에 후한 점수를 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인하대 출신으로 말단 사원으로 입사해 밑바닥부터 밟아 온 그가 전문경영인으로서는 최고 자리인 부회장에 오른데 대해 또 하나의 ‘샐러리맨 신화’라는 시각도 있다.

홍원표 삼성전자 미디어 솔루션센터장 사장도 삼성출신 후보군에 포함됐다. 홍 사장은 2002년부터 5년간 KT 와이브로 사업 본부장으로 활동한 경험이 돋보인다. 그는 이 회장 취임 전인 2007년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겼으나, KT업무에 대해선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게 장점이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의 경제자문회의 위원으로 활동했던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의 경우 친정부 인사로 후보에 들고 있다.

현 전 회장은 재계 내 IT전문가 중에서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분류된다. 2006년 박 대통령과 첫 인연을 맺은 현 전 회장은 당시 박근혜 의원의 분야별 핵심 측근들로 구성된 전략회의 멤버로 참여했다. 이후 2007년 경선캠프에도 미래형정부기획위원장으로 참여한 바 있다.

현 전 회장은 삼성물산에서 물러난 뒤 2006년과 2010년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연거푸 실패한 후 정치권으로부터 멀어지는 듯 했지만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에 뛰어들면서 다시 중앙정치 무대에 복귀했다. 대선 경선 당시에는 캠프에서 정책위원을 맡았었다. 현 전 회장은 현재 한국마사회장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재계 안팎을 중심으로 ‘삼성 발탁설’이 나오고 있다. 삼성 출신 인사들 가운데 누군가가 KT 수장에 중용되리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삼성 출신이 오는 것에 대한 반대 여론도 높다. 휴대전화, 반도체와 IPTV 등 내부 기기 등을 삼성 제품으로 구매하기 위한 삼성의 전략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KT 잘 안다”
“관료의 관록”

이밖에 차기 KT 회장 물망에 오르는 그룹으로는 KT 출신과 ICT정책을 맡았던 관료출신이다. KT 출신의 경우는 전현직 사장급을 중심으로 여러 명이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표현명 T&C 부문장, 최두환 전 SD 부문장, 이상훈 전 G&E 부문장, 김영환 전 KT네트웍스 대표 등이다.

표 사장은 이 회장의 경복고 후배로 김일영, 김홍진 사장과 함께 KT내 실세 3인방으로 불린다. 오랜 기간 KT에 재직하면서 조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추진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KT의 무선사업의 수익 악화 등의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시각도 있다.




최 전 사장은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부산고 후배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지원을 위해 만들어진 성장사다리펀드 위원장으로 활동 중인데, 외부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으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 전 사장은 미국 벨연구소 출신으로 정치색은 거의 없는 반면 KT 내부직원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현재 한양대 석좌교수로 대학 강단에 서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나 이 교수 스스로가 차기 KT CEO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KAIST에서 전산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김 전 사장은 KT내 ‘TK’세력 좌장으로 알려져 있다.

관료 출신 중에는 형태근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과 김동수 전 정통부 차관, 김창곤 전 정통부 차관 등이 거론된다. 세 사람 모두 정통부에서 잔뼈가 굵어, KT업무에 대해선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게 장점이다.

삼성 출신 ‘스타 CEO’유력
‘박근혜 캠프’인사들도 물망

이중 ‘박근혜캠프’ 출신인 형 전 방통위 상임위원이 좀 더 주목을 받는다. 그는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행정고시 22회 동기로 절친한 사이로, 현재 CJ헬로비전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이 회장이 한때 그를 대외업무 총괄 부회장으로 영입하려 했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선 ‘진대제 회장- 형태근 부회장’설도 제기되고 있지만, 정치색이 짙어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 전 정통부 차관은 재임 시절 청렴결백한 관료로 정평이 나 있으며, 법무법인 광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난 대선 때 ICT 업계의 박근혜 후보 지지 선언에 동참했다.

김 전 정통부 차관은 데이콤 대표이사와 LG 유플러스 고문을 거쳐 현재 한국디지털케이블연구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최문기 장관 보좌관인 한운영씨와 연구원 근무 시절 인연이 있다.

일각에서는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를 KT 회장 후보로 점치기도 하지만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의견이 높다.

선임 절차 가속도
제3 인물 가능성

여러 후보군이 하마평에 오르는 가운데 후임 선임 절차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연내 임시 주총을 거쳐 새 회장이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 KT 이사회는 우선 이 회장의 퇴임 일자를 정한 뒤, 퇴임일 기준 2주일 이내에 ‘CEO 추천위원회’를 만들 예정이다. CEO추천위원회는 정관에 따라 사외 이사 전원(7명)과 사내 이사 1명 등 8명으로 구성된다.

위원회에는 김응한 미시간대 석좌교수, 이춘호 EBS 이사장, 송도균 태평양 고문(전 방송통신위 상임위원), 박병원 은행연합회 회장 등 7명의 사외이사가 참여하고, 김일영 그룹CC장(사장)과 표현명 T&C부문장(사장) 등 사내 이사 가운데 1명이 참여한다. 위원장은 사외이사 가운데 1명이 맡고 회장 후보는 위원장을 제외한 7명의 재적위원 과반으로 결정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내부 승진보다는 외부의 무게감 있는 인사가 들어올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며 “정치권 주변에서는 이미 2∼3달 전에 후보군 3배수에 대한 검증 작업이 청와대 민정 라인에서 마쳤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온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하마평에 오른 대부분의 인사들이 대부분 관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해 차기 회장에 오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시각도 있다”며 “현 정권 들어 유력 하마평에 올랐던 인사가 실제 등용된 경우가 적었다는 점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제3의 인물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귀띔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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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