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으나 마나' 예술의전당 장애인석 왜?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11.12 10: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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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는 맨 뒷줄로 가세요”

[일요시사=사회팀] 예술의전당 장애인석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더 중요한 문제는 비율이 아닌 좌석의 위치였다. 장애인석은 비장애인과 달리 구석 자리에만 배치돼 있다. 축구장, 야구장, 농구장도 마찬가지였다.




예술의전당 장애인석이 전체 좌석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나마 있는 장애인석도 공연장 구석에 배치돼 있는 상태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민주당 신학용 의원은 예술의전당 중 관객들이 좌석을 예매해 관람하는 오페라극장, 토월극장, 자유소극장, 콘서트홀, 챔버홀, 리사이트홀 등 총 6개 공연장 7047석 중 장애인석은 64석으로 전체 0.91%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관람 기회 차단

각 공연장별로는 오페라극장은 전체 2283석 중 20석(0.88%)이, 토월극장은 1004석 중 10석(1%)만이 장애인 좌석으로 배정돼 있다. 자유소극장은 283석 중 4석(1.41%), 콘서트홀은 2523석 중 20석(0.79%), IBK챔버홀은 600석 중 6석(1%), 리사이트홀은 354석 중 4석(1.13%) 등으로 집계됐다. 총 7047석 중 장애인석은 단 64석뿐이다.

이처럼 장애인석의 비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예술의전당이 얼마 없는 장애인석을 차별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 것이다. 예술의전당 공연 티켓은 비장애인들에게 R석, S석, A석, B석, C석 등으로 차등 판매되고 있으며, 그 좌석의 비율과 금액은 공연에 따라 다르게 책정되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석은 비장애인들이 꺼리는 H석 한 종류로, 비장애인석과 다른 이름으로 불리며 자리도 맨 끝자리에 한정돼 있다. 장애인석을 이용하면 좋은 좌석에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는 셈이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현재 장애인이 앞자리에서 공연을 보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예술의전당 측에 사정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민주당 신학용 의원(인천 계양갑)은 “이러한 불합리함으로 인해 예술의전당 최근 3년간 장애인 관람객은 전체 관람객 100만명 중에 7000명 수준으로 사실상 장애인 관람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며 “또 장애인과 국가유공자를 구분하지 않고 있어, 순수 장애인 관람객 수만 보면 더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신 의원은 “장애인석을 H석으로 다르게 표기하고 위치도 좋지 않은 곳으로 배정한 것은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라며 “예술의전당은 장애인도 차별받지 않고 문화예술을 충분히 향유할 수 있도록 좌석 이름, 위치 변경 등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예술의전당은 자체기획 공연은 뒷전인 채 대관 위주의 사업운영으로 돈벌이에만 치중한다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의당 정진후 의원이 예술의전당 국정감사에서 이 기관의 2013년 사업계획을 분석한 결과, 자체수입으로 편성한 예산 413억4000여만원의 58%인 241억원을 대관·임대사업과 부대사업으로 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석이 차별받는 건 예술의전당뿐만이 아니었다. 대표적인 공간은 영화관이었다. 스크린 맨 앞자리가 장애인석이다. 사실 장애인석이라기보다는 그냥 출구 쪽과 가까운 빈 공간이다. 뒷좌석이 텅텅 비어 있어도 장애인은 맨 앞에서 관람해야 한다.

전체 7047석 중 64석 불과 “1%도 안돼”
이마저도 홀대…공연장 구석 끝자리 배치


결국 장애인들은 이렇게 스크린과 가까운 맨 앞자리에서 짧게는 한 시간 반에서 길게는 세 시간 넘게 불편한 자세로 영화를 봐야 한다.

한 시민단체가 전국 영화상영관 1천 100여 곳을 조사한 결과 21%엔 장애인석이 아예 없고, 장애인석이 있다 하더라도 5곳 중 4곳은 맨 앞줄에 설치한 상태였다.

또한 국내 3대 스포츠(야구·축구·농구) 장애인 좌석 비율도 0.75%에 불과하다. 특히 국내 프로야구 장애인 좌석 비율은 0.18%로 이마저도 1루, 3루 쪽 비지정석 경계로 비장애인이 기피하는 자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장애인 좌석은 기피석에 배치돼, 장애인들이 좋은 자리에서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서는 스카이석 등 거액을 들이지 않는 이상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편 국내 프로축구, 프로농구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프로축구는 전체 50만8264석 중 5048석(0.99%), 남자 프로농구는 전체 6만1149석 중 284석(0.46%), 여자 프로농구는 전체 1만7890석 중 34석(0.19%)였다. 여자 프로농구의 경우 청주 실내체육관, 구리시 체육관, 춘천 호반체육관에는 장애인석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는 장애인도 프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좌석수 확충, 지정석 판매 등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택권 보장해야”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최성윤 팀장은 “현재 한국의 장애인 관람석 기준은 공연장의 크기와 비율만 따진다”며 “법률적인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야확보 여부나 비장애 동행인과 동석 보장, 좌석 선택권 보장 등에 대해서도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과 호주의 경우 장애인 관람석 시야의 각도까지 규정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영화관 좌석 관련 소송이 진행돼 장애인들에게 좌석의 선택권이 주어져야 한다고 판결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프랑스 장애인들은…
누구나 자유롭게 문화생활

경제적으로 제공되는 수당만으로 장애인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프랑스 정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과 차별없이 시민으로서 사회, 문화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연장과 극장 등의 문화, 예술 공간들은 장애인이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게 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히, 장애인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 자유롭게 작품 감상과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특별한 시설을 갖추는 데 열정을 보인다. 지체장애인뿐만 아니라, 시각, 청각 장애인과 발달장애인, 모두 각종 예술작품과 문화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점자나 큰 글씨로 인쇄된 프로그램이 행사마다 제공되는 것은 기본. 그 밖에도 많은 공연들이 무대장치, 의상, 조명, 또는 배우의 동작 등의 정보를 음성으로 전달해주고 있다. 음성 해설과 별도로 시각장애인에게 무대장치와 의상들을 직접 만져보도록 해주기도 한다.

몇몇 미술관에서는 장갑을 끼고 조각품이나 합성수지로 모사된 그림을 직접 만져보며 감상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청각장애인을 위해서는 오페라나 연극에서 대사를 수화와 동시에 제공할 때가 많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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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