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울린 르메이에르 사건 대해부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11.11 1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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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황제 경영…회장님 과욕이 화 불렀다

[일요시사=경제1팀] 서울의 중심 종로에서도 노른자위 땅으로 꼽히는 '피맛골 입구'에는 지하 7층에 지상 20층 건물로 연면적이 2만8000여평에 달하는 대형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서 있다. 2003년 청진동 도시 환경 정비 사업 당시 대기업들의 대규모 공세를 이겨낸 건설사 '르메이에르'가 시행·시공을 맡은 '르메이에르 종로타운'이다. 지금 이곳이 잡음으로 시끄럽다. 회장 한 사람이 고객과 직원 모두를 죽였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무슨 일일까?




피맛골. 조선시대 서민들이 종로를 지나는 고관들의 말을 피해 다니던 길이라는 뜻의 '피마'에서 유래한 이 골목길은 서민 문화를 대표하는 장소로 꼽혔다. 자연스레 서민들 취향의 선술집·국밥집 등 술집과 음식점이 줄줄이 들어섰다.

하지만 1980년대 초 도심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된 뒤 2003년 '청진동 도시 환경 정비 사업'이 시작됐고 600년간 서민의 애환이 서린 피맛골은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70년 전통의 청진동 해장국 거리의 명물 '청진옥'은 자리를 옮겼고 35년간 생선을 구워온 '삼성집'도 2008년 문을 닫았다. 비오는 날이면 빈대떡 부치는 냄새가 진동하던 거리도 더 이상은 없다.

의혹 휩싸인 피맛골
발원지 정경태 회장

지금은 서울의 전통 거리가 사라진다는 비판이 제기돼 수복재개발구역으로 지정, 종로 1가 교보문고 뒤쪽에서 종로 3가 사이에 일부가 남아 피맛골의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다.

서울의 중심 종로에서도 가장 노른자위 땅으로 꼽히는 '피맛골 입구'는 재개발 열풍이 불 당시 많은 대기업들이 눈독을 들였다. 그런데 도시 환경 정비 사업이 시작된 지 1년 만에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건설사 하나가 시행과 시공을 따냈다. 3년이 지나 지하 7층에 지상 20층, 연면적 2만8000여평의 대형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섰고 피맛골의 명소가 됐다. '르메이에르 종로타운'이다.


르메이에르 종로타운은 피맛골 상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2004년 견본주택이 문을 열자 하루 평균 2000∼3000명의 방문객들이 몰렸다. 오피스텔 1100만∼1500만원, 상가는 1300만∼7500만원 등 평당 분양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지만 분양 현장은 북새통이었다. 하지만 2007년 건물 준공 후 6년여가 지난 지금 르메이에르 종로타운은 갖가지 의혹에 휩싸여 있다. 의혹의 발원지는 정경태 르메이에르 회장이다.

[정경태는 누구?]

지난 4일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는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입주자들로부터 분양대금 등을 받아 가로챈 혐의 등으로 정 회장을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 회장은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내 오피스텔과 상가 100여실의 분양 대금과 이를 담보로 대출받은 돈 등 450여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광주에서 태어나 광주일고, 동국대를 나온 정 회장은 1988년 서른일곱 살의 나이에 종합개발컨설팅사 르메이에르를 차렸다. 르메이에르는 최고라는 뜻의 프랑스어로 정 회장이 직접 지었다.

92년에는 중국 랴오닝성 안산시 특구에 한국기업으로는 처음으로 공단을 조성해 주목을 받았고 96년에는 아예 건설사를 차리고 서울 신촌·사당·종로 건물이 대박을 터트리면서 사업을 확장했다. 2005년에는 호주 시드니의 호라이즌 골프장을 100억원에 인수하면서 스포츠센터 분양과 해외 레저시설을 연계해 레저·스포츠 쪽으로 사업 분야를 확장했다. 

450억 분양 사기에 3년간 72억 임금 체불
핑계·변명…이리저리 피하다 결국 쇠고랑

지금은 서울·부산 등 '목'이 좋은 자리에는 어김없이 르메이에르 건물이 들어서 있다. 르메이에르 종로타운을 포함해 동대문구 장안동 아파트, 신촌과 강남에 주상복합건물, 일산 백석동에 상가건물, 부산에 아파트 등 총 17채의 아파트 및 주상복합 건물을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도 월계2동 청사, 시흥5동 하수관 개량공사, 한국도로공사 구미지사 부속동 신축 공사, 대한체육회 선수촌숙소 신축공사 등 공공시설 공사까지 따내며 승승장구했다.

정 회장의 사업 신조는 "작은 부자는 노력이 낳지만 큰 부자는 신용이 낳는다"는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철학을 그대로 따왔다. 홈페이지에 나온 '사람을 생각합니다' '나라와 민족을 생각합니다' '세계 속의 성장을 생각합니다'라는 문구는 르메이에르의 경영이념이다.

하지만 이런 신조와 경영이념은 '빛 좋은 개살구'였다.

[분양사기 의혹]

르메이에르는 군인공제회에서 르메이에르 종로타운을 지을 자금을 빌린 뒤 채권자와 분양자들의 돈을 보호하기 위해 르메이에르 종로타운에 대한 소유권을 대한토지신탁에 맡겼다. 분양자가 분양대금을 대한토지신탁에 입금하면 소유권을 인정받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르메이에르는 이 돈을 자신들의 계좌로 입금하도록 계약서를 조작해 돈을 가로챘다. 원본 계약서에 적혀 있던 대한토지신탁의 계좌번호는 종이를 덧대 그 위에 도장을 찍는 방법으로 가렸다. 햇빛을 비춰보지 않는 이상 알 수가 없다. 분양계약을 이끌어낸 영업사원들조차 이 사실을 몰랐다.

대한토지신탁은 돈이 들어오지 않아 소유권을 인정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상가와 오피스텔을 합한 전체 830개 호실 중 피해 호실만 100호실, 분양 피해자는 118명, 피해액은 무려 49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피맛골 상인들은 평생 고생하며 모은 전재산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분양 사기 피해자들은 계약서 조작의 배후에 정 회장이 있다고 믿고 있는 상황.

하지만 정 회장은 책임 회피에만 급급했다. 정 회장은 "분양이 줄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회장이 일일이 신경 쓸 수 없다"며 "영업사원들이 분양을 성사시키면 3%의 수당이 나가기 때문에 기를 쓰고 분양에 나선다. 영업사원들이 무리하게 상가 분양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직원 상습폭행·교류금지
모든 책임 임직원에 전가

하지만 영업사원들은 방송에서 "정 회장은 분양건에 대해 일일이 사인을 하고 지시를 내렸다" "450억원에 달하는 분양건은 일개 영업사원이 알아서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직원들 가운데는 분양 사기 피해자들도 있다" 등 정 회장의 발언에 대해 반박했다.

분양사기 피해자 외에 수천만원을 내고 종로타운 스포츠센터 회원권을 구입한 피해자도 수백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르메이에르는 2007년 국내 수도권 골프장의 부킹서비스와 주중 회원 혜택, 호주의 골프리조트 이용료 할인 등을 내세우며 1인당 보증금 3000만원, 연회비 198만원으로 스포츠센터 회원권을 분양했다. 회원이 되면 신촌·사당 두 곳의 멤버십 스포츠센터를 정회원 자격으로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르메이에르 청평 수상스포츠타운'의 지중해풍 요트 등 수상레저시설도 회원자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달콤한 말로 회원들을 끌어 모았다.


정 회장은 이 스포츠센터를 담보신탁으로 수백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하지만 채무액을 상황하지 못하자 신탁회사가 스포츠센터를 공매 처분하면서 회원 600여명이 구입한 200여억원어치의 회원권이 사실상 휴지조각이 됐다.

[임금 체불 왜?]

정 회장의 횡포는 '구사대'마저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지난 3년간 임직원들은 임금 체불과 연대 보증, 스포츠센터 회원권, 오피스텔 물량 등을 강제로 할당받는 등 피해가 막심했다.

먼저 임금 체불 문제를 보면 르메이에르는 지난 2010년 11월부터 전 임직원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않았다. 2009년 워크아웃에 접어든 이래 회사 사정이 어려워졌고 이라크 유전 사업, 평창 동계올림픽 선수단 숙소 공사 수주 등이 예정되어 있으니 임직원들이 회사의 고통을 분담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렇게 3년간 유야무야 체불된 임금은 무려 72억원. 생활고에 시달린 직원 상당수가 빚더미에 앉았고 말기 암 판정을 받은 한 직원은 급여가 중단되자 종신보험을 해약한 바람에 사채를 끌어 항암치료비를 감당하고 있다. 또 다른 직원은 분양 광고 전단지를 돌리며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정 회장은 직원들이 임금 지급을 요구할 때마다 "에너지사업, 석유사업이 잘 되고 있으니 곧 1000억원이 들어온다"는 말로 시간을 끌었다.

임금체불이 길어지자 400여명의 직원들은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했다. 직원들은 정 회장이 임금 체불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의 탄원서를 법정에 제출하기도 했다.

회사 사정이 악화되자 정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회사를 위해 대출까지 받으라고 지시했다. 이에 임직원들은 최대 19억원의 대출을 받고 수백억원의 연대보증을 섰다. 스포츠센터 분양권 피해자 중에는 르메이에르 직원도 다수 있었다.


[회사선 무슨 일이?]

정 회장은 '지독한' 황제로 군림했다. 르메이에르 임원들은 회장 비서실에 자신의 위치를 보고해야 했다. 정 회장은 비서실을 통해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두 시간 간격으로 각 부서장들의 위치를 파악했다.

정 회장은 부서 간 교류도 철저히 금지했다. 임원들마저도 타 부서 상황을 잘 알지 못했다. 특히 영업부로 들어가는 정보는 대부분 차단됐다. 분양 영업에 차질이 생긴다는 게 이유였다. 휴일도 없었다. 정 회장이 부르면 무조건 달려가야 했다.

영업본부장은 정 회장이 휘두른 폭력에 고막이 파열됐다는 주장도 있다. 정 회장이 조사를 받으러 검찰에 갔을 때도 자신에게 항의하는 직원을 향해 주먹질을 하는 모습이 전파를 타기도 했다.

2만원짜리 공기청정기를 구입하고 TV 시청료로 나가는 지출까지 비서실과 회장의 결제가 있어야 가능했다. 볼펜을 구입할 때는 볼펜의 상태까지 일일이 확인했다고.

르메이에르 종로타운에 대한 논란이 시작되자 정 회장은 모든 책임을 임직원들에게 전가했다. 다 꾸며낸 얘기라는 것. 계약서 위조는 경리부에, 사기 분양은 영업부에, 임금 체불은 회사 대표이사에게 떠넘기려 했다.

정 회장은 "그런 회사가 대한민국에 어디 있느냐" "그게 사실이면 왜 거기(회사) 붙어 있느냐" "아무런 근거도 없는 중상모략이다"고 반박했다.

정 회장은 임금 체불이 시작된 지 한 달 전인 2010년 10월 당시 전무이사였던 서모씨를 대표이사 자리에 앉혔다. 이 때문에 직원들이 고용노동부에 제기한 진정의 피진정인은 서씨가 됐다. 서씨에 따르면 정 회장은 서씨에게 워크아웃과 관련해 법원에 출석하거나 채권·채무 연장 등에 대표이사 직함을 갖고 참여할 것을 지시했다. 아무 권한은 없이 대표이사 직함만을 갖는다는 각서까지 작성하게 했다는 게 서씨의 주장. 서씨는 피고인이 돼 형사 기소됐다.

정 회장은 "체불이 시작된 시기와 대표이사 교체시기가 우연히 맞아 떨어진 것이다"며 "오히려 서씨가 먼저 와서 대표이사를 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꼬불친 재산은?]

'돈을 돌려 달라' '임금을 지급해 달라'는 분양자들과 임직원들의 요구에 정 회장은 "돈이 없다"며 맞서고 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지난달 30일 조사차 검찰에 출석할 당시 외제차를 끌고 나타났다. 한 직원은 외제차를 팔아 밀린 임금을 조금이라도 달라고 소리쳤다.

그의 자택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고급 단독주택. 정원에 고가의 소나무가 심어진 이 주택의 시가는 40억원. 소유주는 정 회장이다. 정 회장은 회사 워크아웃 결정 직전 두 살이던 손녀에게 10억원에 달하는 부동산을 불법 증여했다가 국세청에 발각되기도 했다.

"책임져라" 요구에 
"돈 없다" 배째라

임직원들은 정 회장이 회사 자금을 횡령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르메이에르 전 직원들은 "10억 이상의 자금이 정 회장 개인의 통장으로 흘러들어간 사실이 포착됐다" "정 회장이 큰며느리나 사돈 쪽에 돈을 숨겨놓았을 것이다" "대출 실행이 되면 르메이에르 건설 법인 통장으로 돈이 들어왔는데 비서실을 통해서 은행가서 바로 정 회장 자신의 통장으로 돈을 옮겼다" 등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정 회장은 "그 돈은 본 적도 없고 만져본 적도 없다"며 "만약 의혹이 사실이라면 통장내역을 검토해서 조회를 해보면 바로 나오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2살 난 손녀에게
부동산 불법증여

사태가 이런데도 정 회장은 "지금이라도 어디서 돈만 빌릴 수 있다면 회생할 수 있다"며 썩은 동아줄을 놓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정 회장이 자신만만해 하던 평창 선수단 숙소 사업은 이미 지난 2011년 군인공제회에 밀린 이자를 갚지 못해 사업권이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부지에 대한 공매 공고가 신문지면에 몇 차례 났지만 유찰을 거듭했고 땅 값은 떨어져만 갔다.

분양사기를 입은 피해자들과 임직원들에게 미안한 구석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피맛골을 터전으로 살아온 상인들의 절규는 하루가 다르게 커져가고 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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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런데 양자 구도에선 낙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지부진해서 홀로 싸워야 할 오 시장에겐 부동산 대책과 한강버스라는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오 시장의 5선은 성공할 수 있을까? <주간조선>이 여론조사 전문업체 케이스냇에 의뢰해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서울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결과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25%를 얻어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지지율은 높은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주자들은 ▲박주민 의원(12%) ▲김민석 총리(9%)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8%)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4%)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2%)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국민의힘 주자 중엔 나경원 의원(11%)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적합한 인물이 없다”고 한 응답자도 14%로 확인된 만큼 선거 결과를 벌써 장담하긴 이르다. 온라인 매체 <뉴스토마토>도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만 18세 이상 서울 거주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주자들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오 시장은 여기서도 23.2%의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범보수 주자들은 ▲나 의원(11.8%)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7.5%)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6.1%)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4.8%)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박 의원은 12.8%의 지지를 얻어 범여권 서울시장 후보 중 1위를 기록했다. 조 비대위원장은 12.6%를 얻으며 오 시장 턱밑까지 치고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김 총리(9.8%) ▲민주당 서영교 의원(6.6%) ▲강 실장(4.3%) ▲박 의원(1.6%)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양자구도가 되면, 오차 범위 내 혼전이 진행될 수도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 시장이 강 실장·조 비대위원장과 대결하면 각각 1.7%·1.5% 차이로 앞설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김 총리를 상대할 땐 3.6% 차이로 질 수도 있단 결과도 나왔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확정되면, 여당 프리미엄과 중·장년층의 지지를 얻어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1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한 사실을 스스로 공개해 당내 일각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았다. 장 대표는 ‘윤 어게인’을 추종하는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함으로써 여전히 과거와 절연하지 못하는 당의 현실을 보여줬다. ‘지지부진’ 국힘, 방해꾼 안 되면 다행 오 신통기획 방해할 10·15 부동산 대책 국민의힘은 국정감사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국정감사에서 주목받는 구도는 민주당과 사법부의 알력이다. 친여 성향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다수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13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조요토미 희대요시’로 희화화한 사진을 제시하는 등 튀는 모습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놓고 보면, 오 시장은 선거에서 당의 지원은 차라리 없는 게 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나 의원이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해 오 시장에게 도전하면, 오 시장으로선 당이 오히려 방해꾼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오 시장은 결국 혼자 싸워야 한다. 이미 오 시장은 혼자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새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 전역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인다. 서울 소재의 모든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 정부가 이 조치를 하는 명분은 ‘수도권 집값 안정’이다. 반면 오 시장은 ▲인·허가 절차 간소화 ▲용적률 인센티브 제공 ▲사업성 개선 등 재건축·재개발을 촉진해 공급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서울 내 일부 아파트 단지에 혼재된 연립·다세대 주택이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것도 오 시장의 재건축·재개발 촉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열어둔다. 정부의 새 대책은 주택 매매 물량 감소 때문에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전세 공급도 줄어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의 부동산 대책은 전반적으로 “공급이 줄면 가격이 높아지고, 공급이 늘면 가격이 낮아진다”는 기본적인 수요·공급 원리와 정면으로 반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을 빚는다. 민주당으로선 가계 부채 문제를 부동산 대책의 주된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에선 보유세를 인상하면서 거래세까지 올렸다. 이번 대책엔 ▲주택담보대출 시가별 차등화 ▲주택담보대출 한정 스트레스 금리 상향 조정 ▲전세대출 이자 상환분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반영 등 가계부채 문제를 겨냥한 조치까지 포함돼 수요·공급을 모두 줄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엔 주택 자체가 고급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오 시장으로선 자신이 유지하는 신속통합기획이 퇴색될 가능성이 있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오 시장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은 기본적으로 공급을 늘리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정부와 민주당이 정책적으로 이를 방해해 이번 대책이 과거처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면, 반대로 정치적 호재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한강버스 어디로? 그런데 오 시장에겐 특유의 집착이 있다. 오 시장은 “한강에 대중교통 역할을 할 배를 띄운다”는 취지의 한강버스 사업을 추진했다. 오 시장은 시정 1기 시절부터 한강에 배를 띄우는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지난 2023년 12월 사업 추진 당시에도 ▲적자 가능성 ▲폭염·혹한·폭우·폭설 등 악천후 시 대책 ▲환경 문제 등이 지적됐다. 한강버스가 사업 추진 후 약 1년9개월여가 지난 지난달 개통한 이유는 ▲투자 심사 회피를 위한 사업 쪼개기 ▲사업비 증가 ▲배차 간격 조정 등 각종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개통 첫날 탑승객은 4361명이었고, 평균 좌석 점유율은 80.3%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정도로는 서울 특유의 대중교통 대란이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일찌감치 제기됐던 문제들이 연이어 이어졌다. 개통 전날 시승식 행사도 악천후로 취소됐다. 불과 개통 3일째 되는 날엔 팔당댐 방류로 인해 운행이 중단됐다. 또 고장으로 인해 승객이 뚝섬에서 승객 모두가 하차했고, 운행이 중단되는 등 사태가 이어졌다. 결국 한강버스는 지난달 29일부터 약 한 달간 승객을 태우지 않는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하기로 했다. 또 한강버스는 “오 시장이 실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의 애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을 열어둔다. 대중교통 이용 시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차지하는 부분은 환승 저항(Transfer Resistance)이다. 교통수단 환승 시 느끼는 육체적·심리적·시간적 손해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소요 시간 증가 ▲물리적 피로 ▲정보 부담 ▲일부 역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고통 등을 거론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서울 지하철 2·4·5호선을 갈아탈 수 있고, 다수의 쇼핑몰·기업이 몰려 있는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예를 거론할 수 있다. 해당 역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이용객이 약 7만여명으로 집계됐고, 2호선 출입구와 4·5호선이 매우 멀어 긴 거리를 걸어야 한다. 이 같은 요소 때문에 상당수의 시민은 차라리 소요 시간이 길어지는 쪽을 택해 환승을 피하려고 한다. 오 시장의 구상대로 한강버스를 이용하면, 지하철·버스 등 기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하지 않아도 될 환승을 2회나 더 해야 한다. 한강버스는 환승 저항 때문에라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편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조합)은 지난달 22일 “환승 할인 재정 지원을 확대하지 않으면, 내년 1월부터 환승 제도에서 공식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조합에 따르면, 마을버스 회사는 환승 제도로 인해 승객이 지불한 요금의 일부만 가져간다. 그런데 서울시는 손실액을 100% 보전하지 않아서 환승객이 많을수록 손해가 커진다. 조합은 2004년 이후 손실액은 매년 1000억원이고, 서울시로부터 보전받지 못한 금액은 1조원 이상 누적됐다고 주장한다. 특유의 물 집착 올해 서울시가 마을버스 회사에 지급한 손실 보조금은 412억원이다. 2022년에 495억원을 지원한 이후 2년 연속 줄이다가 올해 늘린 것으로 확인된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노선을 조사한 결과, 배차 간격 등을 지키지 않는 임의 운영 사례가 다수 있었다”며 “실제 운행 차량 대수가 아닌 등록 대수로 보조금을 신청하는 등 회계 서류 부실·업무 외 비용 과다 지출도 다수 적발됐다”고 반박했다. 서울시와 조합은 지난 2일 ▲재정 지원 기준액 인상 ▲내년도 기준 수립 시 업계 의견 적극 반영 ▲보조금 추가 지원 ▲배차 간격 개선 ▲회계 투명성 상승 등을 합의했다. 하지만 조합은 여전히 환승제 탈퇴 가능성을 거론한다. 조합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조건은 1000억원대 손실 전액 보전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한강 집착’은 지난 20일 서울시를 상대로 진행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서도 확인됐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이날 “주식회사 한강버스가 은행에서 빌린 대출 500억원을 갚지 못하면, SH공사(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다”며 “오 시장의 서울시가 시민 세금으로 민간회사의 빚을 보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이날 한강버스가 은행서 500억원을 빌릴 당시 은행에 제출한 컴포트레터(회사의 재정·외부 지원 여부를 확인해 주는 문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SH공사는 한강버스가 빚을 갚지 못하면 선박·도선장을 잔존가치 가격으로 매입하거나, 대출금을 출자금으로 전환해 운영을 맡기로 했다. 같은 당 천준호 의원도 “시범 운항 TF 운영 당시 발전기 방전 관련 지적이 있었는데도 고쳐지지 않아서 정식 운항 때도 고장 났다”며 “시는 민간사업자 추진 사항이라서 자료가 없다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다음 날 “한강버스에 투입된 자금 중 약 69%는 서울시가 조달했고, 민간 투자 금액은 2.8%에 불과하다”면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졸속 추진된 한강버스 관련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세이돈 별명 붙었는데 ‘한강버스’ 집착 민주당 김건희 특검에 “오세훈 수사” 촉구 반면 오 시장은 “한강버스 운항 후 2~3년이 지나면 충분히 흑자가 날 것”이라며 “운항 수입은 극히 일부고, 선착장 부대시설에서 얻는 수익과 광고 수익 등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에겐 ‘오세이돈’이란 별명이 붙었다. 한강 등 물과 관련된 사업을 다수 진행했기 때문이고, 폭우 관련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작용했다. 실제로 그는 시정 1~2기 당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한강 수상택시 ▲마곡 워터프론트 사업 ▲노들섬 한강예술섬 계획 ▲뚝섬 레포츠 시설 사업 ▲당인리발전소 수변 개발 계획 등을 진행했다. 3~4기엔 ▲한강 대관람차 건설 계획 ▲서울아레나 수변 개발 계획 ▲한강버스 사업 등을 기획했다. 그런데 시정의 기본인 수해 방지에 대해선 강한 비판을 받았다. 오 시장 재임 중인 2011년과 2022년엔 폭우로 서울시 일부가 잠기는 큰 피해를 봤다. 환경단체들은 “오래된 배수로만으로는 폭우·폭설에 대처할 수 없는데도, 오 시장이 수해 방지 예산을 매년 줄였다”고 비판했다. 서울 환경연합의 주장에 따르면, 오 시장 취임 1년 전 서울시의 수해 방지 예산은 641억원이었다가 매년 줄었고, 2010년엔 66억원이었다. 이후 오 시장은 ▲지하 하수도 용량 확대 ▲대심도 빗물 터널 설치 등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2022년에도 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2021년도 수방 치수 예산은 5189억원이었지만, 2022년엔 4202억원이었다. 오 시장과 민주당이 주도하는 서울시의회가 삭감에 가담했고, 오 시장은 재취임 직후 추경을 통해 292억원을 긴급 증액했다. 오 시장이 심혈을 기울인 세빛섬에서도 물과 관련된 물의를 빚었다. 세빛섬은 와이어로만 묶여 물 위에 떠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지난 2011년엔 폭우로 인해 물에 잠겨 한동안 출입이 금지되는 홍역을 치렀다. 지난 2020년엔 부채가 1195억원이라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 시장은 ‘오세이돈’ 별명에 이어 “오 시장의 사주를 풀어보면, 물은 많은데 나무가 없어서 물난리가 난다”는 조롱도 듣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중 청계천 복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후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것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듣고 있다. 조롱 섞인 별명에도 굴하지 않고, 오 시장은 한강에 대한 집념을 유지하고 있다. 한강버스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은 이제 시작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방선거까지 약 7개월여가 남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부터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돼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어 수사 기한을 다음달 28일로 연장하면서 특검보 2명 등을 보강하려고 한다. 시작되는 명 공세 민주당 3대 특검 대응 특별위원회는 지난 10일 “명태균 게이트 주요 의혹 대상자인 오 시장 관련 수사는 검찰에서 진행됐다가 멈췄다”면서 김건희 특검에 오 시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따라서 수사 기간 연장과 명태균 게이트 수사가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당으로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특히 서울시장 자리를 탈환해야 한다. 오 시장에 대한 공격을 당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내우외환 속에서 오 시장은 홀로 싸워야 한다. 그의 5선 도전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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