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는 수원대 내홍 내막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11.11 10:5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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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같은 등록금으로 '흥청망청'

[일요시사=경제1팀] 수원대가 시끄럽다. 이인수 총장과 학교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학내 교수협의회는 총장의 교비횡령, 비자금 조성, 배임, 탈세 등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고 학생들은 등록금 반환을 요청하면서 반기를 들었다. 이 총장이 학교 출신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해 영구적인 장애를 입혔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이인수 수원대 총장과 학교 측이 받고 있는 의혹은 다양하다. 특정 건설사가 고액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이 총장이 수천억원의 학교 적립금을 담보로 지급보증을 섰다는 의혹부터 시작해 고가의 미술품 수집, 학교 기부금 종편 투자, 교수 사찰 등이다.

지난 7월부터 최근까지 수원대 교수협의회(이하 교수협)는 이 총장을 비롯한 대학 측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고가 미술품 어디서?

교수협의회는 "(주)서주라는 건설사가 4300억원대의 수원대 적립금이 분산 예치된 광주은행과 제주은행 등으로부터 365억원을 단기 차입했다"며 "골프장 부지를 담보로 차입할 수 없어 이 총장 개인이 지급 보증하는 수법으로 거액을 차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주는 골프장 건설 운영 업체로 2006년 9월 설립, 본사는 강원도 홍천군 서면에 위치해 있다. 현재 강원도 홍천군에 골프장 부지매입 및 골프장 건설 허가절차를 진행 중이다. ㈜라비돌과 이 총장이 각각 4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20%는 이 총장의 딸 주연씨가 보유 중이다.


금융감독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서주는 광주은행으로부터 243억원을, 제주은행에서는 90억원을 단기 차입했다. 나머지 32억원은 ㈜라비돌로부터 차입했다. ㈜서주가 매입한 강원도 홍천군 166만7069m² 규모의 골프장 부지는 당시 공시지가가 28억3000여만원에 불과했지만 감사보고서에는 해당 부지가 325억9900만원으로 공시되어 있었다.

교수협은 "이 총장을 비롯한 대학 측이 1000여점 이상의 미술품을 매입하거나 기증받아 소유해오고 있다"며 "이 총장 측이 학교 교비로 고가의 미술품을 구입해 '라비돌'과 '한국산업개발' 건물에 전시하고 있다"고 비자금 조성 의혹도 제기했다.

㈜라비돌은 숙박서비스 및 골프장 운영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며 이 총장과 특수관계자가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교수협은 이 총장 일가와 대학 측이 수년 동안 상습적으로 탈세를 하고 교비를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교수협은 "이 총장의 성북동 저택은 ㈜한국산업개발 명의로 학교 관련 건물을 지었던 A건설사에게 짓도록 하고 자신이 무상 점유하고 있다"며 "이는 ㈜한국산업개발의 법인세 탈세이자 이 총장의 법인세와 근로소득세 탈세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이 총장-(주)한국산업개발-A건설사' 사이에 수상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

이인수 총장 교비 횡령·비자금 조성 의혹
반기 든 교수·학생들 등록금 반환 요청

㈜한국산업개발은 부동산 임대 및 건설업을 하는 회사로 주주 구성은 이 총장(42.32%), 라비돌(26.52%), 고운학원(18.66%), 고운문화재단(12.50%)로 되어 있다.


교수협에 따르면 A건설사는 수원대 학교법인 고운학원이 설립한 수원과학대 내 교내 건물과 컨벤션센터 신축 공사를 진행했다. 또한 이 총장 일가족 고유의 노인휴양리조트 라비돌의 27억원 상당의 리모델링과 이 총장의 성북동 자택 건축도 무상으로 진행했다.

수원대 관계자는 "학교 적립금을 개인적으로 지급담보로 사용한다는 것도 말도 안 되는 얘기다"라고 반박한 뒤 "미술품에 대한 주장은 일부 내용만 부각된 것으로 사용용도와 시점이 맞지 않아 임시 보관돼 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학교가 보유한 대부분의 미술품은 학생·교수 등으로부터 기증 받은 것"이라며 "학교 교비로 구입한 것은 수십점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총장에 대한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수원대는 지난 2011년 종합편성채널 <TV조선>에 50억원을 투자했다. 교수협에 따르면 이 자금은 은행 등이 대학발전 기금으로 내놓은 기부금이다. 여기에 이 총장의 딸 주연씨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며느리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뒷말이 무성했다. 학교 발전을 위해 사용돼야 할 기부금이 '재단' 회계로 처리되어 투자된 것.

수원대 관계자는 "당시 영상·미디어 관련 분야 육성을 위해 종편에 투자를 결정했다"며 "총장과 조선일보 간의 관계 때문에 결정된 사항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 총장의 각종 비리를 폭로하고 있는 수원대 교수협은 일부 교수들이 중심이 돼 올 초 26년 만에 부활했다. 그런데 수원대가 이런 교수협의 해체를 위해 일부 교수를 사찰까지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교수 한 명당 대학본부 측 직원 2~3명이 따라붙어 교수협 소속 교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는 것이다.

"교수협 해체 위해 사찰" 주장
여권 핵심인사가 비호 의혹도

교수협은 "학교로부터 감시와 미행에 시달리며 해체 압력을 받아 왔다"며 "이 같은 수원대의 만행이 외부에 알려지자 사찰은 중단됐지만 해체 압박은 계속됐다"고 설명했다.

수원대에서는 1987년에도 협의회 출범을 주도한 교수들이 해임되거나 재임용 대상에서 탈락해 협의회 발족이 무산된 바 있다.

수원대는 사찰 등의 행위가 벌어진 점은 인정했지만 일부 직원의 과잉 충성이었다고 해명했다.

수원대 학생들도 학교 측에 등을 돌렸다. 수원대 학생 80여명으로 구성된 등록금환불추진위원회(이하 등환추)가 부당하게 모은 적립금을 되돌려 달라며 학교를 상대로 반환청구소송에 나섰다.

수원대는 사립대 적립금 규모가 국내 대학 중 최상위권에 속하지만 등록금 수입 중에서 연구비나 장학금, 실험실습비 등 연구 학생 경비로 쓰는 비율이 27%에 불과하다. 이는 재학생 1만명 이상인 수도권 사립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등환추는 "대학이 교육을 위해 지출돼야 하는 등록금을 사용하지 않아 쌓아둔 돈만 4300억원"이라며 "1인당 100만∼200만원의 금액을 학생들에게 반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수원대 측은 "소송이 진행 중이지만 현재 학교 측이 나서 학생들과 대화를 통해 원만한 결론을 내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게시됐던 '총장 잔혹사'라는 이름의 게시물도 파장을 이어오고 있다. 이 게시물에 따르면 영문대 84학번 출신 여성 노모씨는 이 총장에게 지난 80년대부터 지속적인 폭력과 학대를 받았다. 그 결과 노씨는 고관절 골절로 인해 두 차례의 대수술을 받았지만 영구적 장애를 입었고, 낙태 강요, 성적 학대, 상습 폭행 등을 수년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 해명 급급

노씨는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치료비 및 위자료를 포함한 13억여원을 지급하라는 민사소송을 제기, 이에 이 총장은 2010년 11월 합의된 사항(비방 금지)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미 지급한 8000만원을 반환하라는 반소를 제기했다.

지난 7월 재판부는 이 총장과 노씨 양쪽의 주장을 수용하고 조정안을 마련해 양 측에 통보했다. 재판부의 결정은 이 총장의 폭행 사실이 인정됐다는 얘기가 된다. 이 총장이 요구한 비방 금지도 조정 내용에 포함됐다.

이 총장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의 사학비리 관련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될 예정이었으나 무산됐다. 지난달 8일 국회 교문위 소속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여권 초실세 의원이 증인채택 불발을 위해 다각도의 로비를 벌이고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교수협은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열고 "교문위가 이 총장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기로 해놓고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사학비리를 비호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이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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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