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발 '군란' 막전막후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1.12 10:4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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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관 두고 피 말리는 고지전

[일요시사=사회팀] 군 기밀 정보의 보고인 기무사 수장의 갑작스런 경질을 놓고 남재준 국정원장과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간의 파워게임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정부 육사 전성시대의 두 주역인 남 원장과 김 실장의 힘겨루기는 자칫 파벌 싸움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어 정국은 지금 폭풍전야다. 또 두 장성을 컨트롤하고 있는 청와대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지 이들의 복잡한 역학구도가 피 말리는 고지전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단행된 중장급 이하 장성 인사에서 장경욱(육사 36기) 당시 기무사령관이 경질된 것과 관련 이른바 '군란(軍亂) 파동' 가능성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기무사 둘러싼
파워게임 고개

군 관계자 및 복수 매체 보도에 따르면 군 정보기관의 요체인 기무사의 새로운 수장으로는 육군본부(이하 육본) 소속 이재수(육사 37기) 인사사령관이 낙점됐다. 이 사령관은 지난달 26일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조직 장악에 나섰다.

그런데 기무사 재편 과정에서 장 전 사령관이 물러난 모양새가 심상치 않았다. 김대중정부 이후 기무사령관의 중도 경질 사례는 전무했고, 김영삼정부 역시 1993년 군 사조직인 '하나회'를 숙청하는 과정에서 김도윤(육사 22기) 당시 기무사령관을 내친 것 빼고는 칼을 빼든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김 전 사령관은 전화 한 통에 스스로 옷을 벗었지만 장 전 사령관은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교체된 상황이라 뒷말은 더 했다. 급작스러운 교체의 배경을 둘러싸고 정치권 및 언론계에선 이른바 '박지만 보고서'가 언급됐다.


'박지만 보고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육사 37기) EG회장의 동향 및 정치적 불안요소 등을 담은 보고서로 소개됐다. 장 전 사령관을 비롯한 군 정보라인이 일종의 '충성 경쟁' 차원에서 "박 회장의 이런 점들을 조심하십시오"라고 청와대에 직보한 게 오히려 박 대통령의 노여움을 샀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기자가 만난 한 군 관계자는 '박지만 보고서'의 존재 가능성에 대해 고개를 저었다. 그는 "신임인 이 사령관과 박 회장이 육사 동기이고, 친분이 있다는 점 때문에 박지만의 이름이 나온 것 뿐"이라며 "'박지만설'은 확인되지 않은 소설로 판명났다"고 전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한 관계자 역시 "제정신이라면 그 보고서를 청와대에 내밀었겠냐"며 "보고서가 있다고 해도 그 실체를 밝혀내는 건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20년 만에 기무사령관 중도 경질…육사 파워게임
군인사 주도권 놓고 '남재준 vs 김장수' 대립각

그렇다면 장 전 사령관은 왜 부임 6개월여 만에 경질된 것일까. 겉으로 드러난 이유는 부적절한 인사 개입이지만 그 내막엔 남재준(육사 25기) 국정원장과 김장수(육사 27기)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간의 파워게임이 있었다는 게 정설이다.




남 원장이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장 전 사령관의 '항명'을 '김장수 라인'인 김관진(육사 28기) 국방부장관이 제압한 게 사건의 본질이란 것. 때문에 남 원장과 김 실장의 오랜 라이벌 구도가 정계 안팎에서 회자되고 있다.

남재준 인사청탁
김장수 묵묵부답


육사 선후배인 둘의 관계가 껄끄러운 라이벌로 굳어진 배경에는 군 인사권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이 꼽히고 있다. 남 원장과 김 실장은 서로 각각의 측근들을 중용하기로 유명한데 '육사 선배인 남 원장이 참여정부 때 자기 사람들을 내친 김 실장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는 소문은 여러 언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사건은 지난 2004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 용산구 국방부 서문에 있는 장교 숙소 '국방 레스텔' 지하 주차장에선 10여부의 괴문서가 발견됐다. 한 달 전 있었던 육군 장성 진급 심사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투고였다.

이에 군 검찰은 군 장성 진급 비리 수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수사 과정에서 군 검찰은 남 원장(당시 육군참모총장)의 인사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을 포착했다. 육본 인사참모부 캐비닛에서 비밀 문건을 발견한 것이다.

관련 보도 등에 따르면 육본의 인사관리처장은 남 원장의 지시로 준장 진급 대상자 17명의 서류를 위조했다. 대신 남 원장과 가까운 사이의 인물들은 대거 진급 대상자로 내정됐다. 때문에 남 원장이 육군 내 비밀 사조직을 가동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남 원장은 자신에게 씌워진 모든 의혹을 부인하며 전역지원서를 제출했다. 메머드급 인사 비리와 관련해 자신의 결백을 강조하기 위한 제스처였다. 이 때 남 원장의 후임으로 내정된 신임 육군참모총장이 바로 김 실장(당시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었다.

2005년 4월 계룡대에서 열린 육군참모총장 이·취임식에서 남 원장은 김 실장과 정치적인 거래를 성사시키고자 했다. 자신과 가까운 몇몇 간부들에 대해 "구제해 달라"며 사실상의 진급 청탁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김 실장은 남 원장의 인사 청탁을 "내가 왜 구제해야 하냐"며 거절했고, 이어진 진급 심사에서 남 원장이 지목한 간부들을 배제했다. 선배인 남 원장의 입장에선 두 기수나 낮은 후배에게 잊지 못할 수모를 당한 셈이다.

이후 김 실장은 육군참모총장을 거쳐 국방부 장관으로 영전했다. 참여정부 시절 '꼿꼿장수'란 별명을 얻은 그는 국방·안보 분야에서 독보적인 능력을 인정받으며 퇴임 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비례대표로까지 영입됐다.

하지만 김 실장이 두 번의 정권을 거치며 승승장구했던 것과 달리 남 원장은 권력의 중심에서 배제됐다. 이른바 '김장수 라인'이 뜨면서 상대적으로 덜 유연한 '남재준 사람들'이 일종의 박탈감을 느꼈다는 해석도 있다. 

실제로 지난 대선 과정에서 김 실장은 박근혜 캠프의 국민행복추진위 국방안보추진단장을 맡아 내부에서 활동했지만 남 원장은 국방안보특보라는 일종의 명예직을 맡아 외부에서 자문을 해주는 역할에 그쳤다.

더구나 국방부의 수장인 김 장관 역시 '김장수 라인'에 근접했다는 평가가 나오자 일부 언론은 '김장수 대세론'을 공공연히 했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자 먼저 치고나간 사람은 남 원장이었다.

칼을 간 남재준
김장수 겨눴다?


박근혜정부 초대 국정원장으로 내정된 남 원장은 검찰이 주도한 봄·여름 정국에서 유독 존재감을 드러냈다. NLL 파문,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사태 등 굵직한 공안 사건은 물론이고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 폭로에도 개입하면서 난맥상을 드러낸 박근혜정부의 '호위무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다. 

특히 여권 입장에서 '신의 한수'로 불린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는 참여정부 시절 국방부 장관을 지낸 김 실장에게까지 여파를 미쳤다. 막후에서 재기를 준비한 남 원장의 '화려한 귀환'은 '김장수 대세론'을 일거에 무너뜨렸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며 '공안 드라이브'를 걸던 남 원장에게 뜻밖의 변수가 생겼다. 남 원장과 공조 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기무사의 수장이 급작스레 교체된 것이다.

무엇보다 그 시점이 오묘했다. 김 실장이 방미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출국한 날은 10월23일이었는데 기무사령관 인사가 단행된 날은 10월25일이었다. 국방·안보분야 인사와 관련해 사실상의 승인권자인 김 실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군내에서 가장 중요한 권력기관의 수장이 교체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군 관계자는 "전임인 장 전 사령관이 전·현직 장성들을 대상으로 사생활을 뒷조사하는 한편 동향보고를 명목으로 수집한 정보를 청와대에 직보하는 등 인사에 개입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즉 이번 경질은 장 전 사령관이 지휘계통을 무시했기 때문에 벌어진 문책성 인사란 설명이다.

청와대 직보에 '불끈' 김관진이 장경욱 쳐내
국정원 틀어쥔 남재준 vs 기무사 장악한 김장수

그러나 기무사의 첩보 수집은 통상 업무란 점과 청와대 직보 역시 절차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군 안팎의 관심은 기무사가 직보한 '내용'에 쏠렸다. 이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은 첩보가 생성됐고, '박지만 보고서'와 같은 각종 '설'이 난무했다.


기무사와 관련한 온갖 의혹들이 꼬리를 물었던 지난 1일 김 장관은 국회 국정감사에 나와 작정한 듯 불씨를 지폈다. 이번 경질의 배경을 묻는 질문에 대해 "장 전 사령관은 원래 대리 근무 체제였다. 관찰해보니 기무사를 개혁하고 발전시킬 만한 자질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었다"고 말한 것.

공식석상에서 현직 장관이 인사 대상자를 특정하며 노골적으로 깎아내린 건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자 참고 있던 장 전 사령관도 포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 2일 언론을 통해 김 장관의 '편파 인사'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직격탄을 날렸다.

장 전 사령관은 인터뷰에서 "올 4월 군 장성급 인사 당시 김 장관의 인사 절차와 방식에 대해 내부 불만과 비판 여론이 많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확인 결과 상당 부분 맞는 얘기였기 때문에 청와대에 그런 여론과 분위기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또 "장관의 독단 등을 견제하는 것은 기무사의 고유 임무이고 과거 사령관들도 청와대에 보고를 해왔다"는 해명으로 이번 인사가 '보복성 인사'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김 장관 측은 맞불을 놨다. 지난 3일 한 언론을 통해 "김 장관이 장 전 사령관에게 그간 음성적으로 해왔던 군내 동향보고를 철폐할 것을 지시했으나 장 전 사령관이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이다.

아울러 김 장관 측은 "기무사가 수집된 정보로 다른 기관과 거래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기무사령관의 역할은 국방부장관의 지휘권을 보장하는 데 충실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장 전 사령관을 아는 인사들은 여전히 그가 김 장관에게 '찍어내기'를 당했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장 전 사령관의 청와대 직보는 김 장관을 흔들기 위한 정략이 아닌 특정 인맥의 인사 전횡을 견제하기 위한 소신에 가깝다는 것. 실제로 장 전 사령관이 물러난 이후의 상황을 보면 이들의 주장에 일리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지난 3일 김 장관은 기무사 개혁이란 카드를 꺼내들었다. 개혁의 골자는 기무사의 광범위한 군내 동향 수집 및 음성적인 윗선 보고 관행 철폐였다. 하지만 이번 기무사 개혁의 방점은 국방부장관이 군 정보라인을 직접 컨트롤하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따라서 장 전 사령관의 옷을 벗긴 뒤 그의 참모와 부하들까지 차례로 방출한 것도 결국은 정보라인을 장악하기 위한 시도로 해석되고 있다. 장 전 사령관은 합참 정보생산처장, 합참 군사정보부장 등을 거친 대표적인 '정보통'이다.

그리고 기무사 개혁을 부르짖는 김 장관 뒤에는 '김장수 라인'이 존재한다. 남 원장에게 국정원을 내준 '김장수 라인'이 군내 정보라인까지 뺏길 경우 정국의 주도권을 완전히 내줄 수 있어 사전에 이를 장악했다는 것이다.

김기춘 묵인
독주는 없다

여기서 청와대의 스탠스가 눈길을 끈다. 이번 인사는 표면적으로 김 장관이 주도했지만 청와대 인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기춘 비서실장의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다는 게 중론이다.

전직 장성급 출신 관계자의 진술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기무사령관은 국방부 장관이 함부로 끌어내리는 자리는 아니다"라며 "청와대의 승인 없이 장 전 사령관을 찍어내긴 힘들 것"이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일각에선 "'김장수 라인'의 적통인는 박흥렬(육사 28기) 청와대 경호실장의 역할론도 제기된다. 현역 시절 '인사통'으로 이름 높았던 박 실장의 명성을 고려한 추측이다.

하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분석은 역시 '남재준 견제론'이다. 좀처럼 권력의 독주를 허용하지 않는 박 대통령이 남 원장의 힘이 비대해질 것을 우려, 이번엔 김 실장 쪽에 힘을 실어줬다는 해석이다. 바꿔 말하면 청와대가 남 원장과 김 실장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

그러나 군 안팎에선 이번 인사 파문을 시작으로 '남재준 사람들'과 '김장수 라인'이 전면전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김 실장에게 아직 앙금이 남아 있는 남 원장 쪽에서 먼저 선전포고를 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국정원이란 방대한 조직을 갖고 있는 남 원장은 '인사권' 면에서 김 실장보다 월등하다. 최근 국정원의 숨은 실세로 꼽히고 있는 해병대 준장 출신 P씨가 대표적인데 남 원장은 앞으로 군 장성 출신을 꾸준히 요직에 앉힐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같은 맥락에서 보면 청와대가 왜 계속 김 장관을 유임시키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고 한 관계자는 귀띔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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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