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net세상> 축구선수 박은선 성별 논란

  • 최현경 mw2871@naver.com
  • 등록 2013.11.11 10:3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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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보고…축구 잘 하니 ‘남자?’

[일요시사=사회팀] 서울시청 소속 여자 축구선수 박은선이 성별논란에 휩싸였다. 서울시청을 제외한 6개의 여자 실업 축구구단이 박은선의 성별에 의혹을 제기하면서 리그 출전 자격 박탈을 요구했다. 이 일이 언론을 통해 밝혀지면서 논란이 되자 의혹을 제기한 구단들은 “사적인 자리에서 한 농담이었다”며 무마시키려 했다. 그러나 이들이 연맹에 공식적으로 출전중지 요청을 접수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한국여자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지난 5일 비공식으로 열린 감독 간담회에서 서울시청을 제외한 WK리그 6개 구단이 박은선의 성별 의혹을 제기했다. 박은선이 올해 계속 경기에 뛸 경우, 2014년 WK리그를 보이콧(부당한 행위에 대한 집단적 거부 운동) 하겠다고 알렸다”고 밝혔다.

2004년 여성 판명

2005년부터 WK리그 22경기에 출전해 19골을 넣어 득점왕에 오른 박은선은 올스타전에서도 해트 트릭(1명의 선수가 1경기에서 3골 이상 넣는 것)을 기록하는 등의 기량을 펼쳐 소속팀인 서울시청을 올 시즌 정규리그 2위, 챔피언결정전에서 준우승에 오르게 한 일등공신이다. 또 2003년부터 국제축구연맹 아시아대회, 미국월드컵 등을 비롯한 많은 국제대회에서 활동했다. 줄곧 여자 축구무대에서 뛰어온 박은선은 대한축구협회에도 여자 선수로 등록되어 있다. 협회도 인정한 그의 성별이 또 다시 논란이 되는 이유는 박은선의 신체적 조건 때문이다. 박은선은 180cm에 76kg로 다른 여자선수들보다 체격이 월등하다. 박은선의 출전 중지를 요청한 6개의 구단은 몸싸움이 불가피한 축구 경기에서 박은선으로 인해 다른 선수들의 부상이 잦다는 것을 이유로 삼았다.

박은선의 성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 5월 아시안컵대회 출전을 앞두고는 중국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이 아시아축구연맹(AFC)에 박은선의 성별 검사를 신청하겠다고 밝혔으나 당시 그가 대표팀에 뽑히지 않아 무산됐다. 앞선 2004년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그는 아테네 올림픽 국가대표로 선발되면서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성별 판정 검사를 받으며 ‘여자’로 판명난 바 있다.

논란의 당사자인 박은선은 지난 7일 자신의 SNS를 통해 “수차례 국제대회 출전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 같은 논란에 네티즌들은 박은선이 여성임을 입증하는 사진들을 올리는가 하면, ‘박은선 선수를 지켜주세요’라는 청원 운동을 전개하면서 그를 옹호하는 분위기다.


아이디 mnmn****는 “구단주나 감독이나 웃긴 논리네. 다른 선수가 다치니깐 빠져라?‘효도르와 시합하면 다치니깐 효도르 빠져’ ‘최홍만이 너무 커서 다른 선수 다치니깐 최홍만 빠져’랑 같은 말이네. 뭔 말도 안 되는 논리냐”며 “체격이 안돼서 다치는 정도면 작은 선수를 빼야지. 실력있고 체격 좋은 선수를 빼다니 검증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여자로 판명난 거고”라고 말했다.

아이디 jy66**** 또한 “키가 작고 왜소한 체격의 남자 선수들은 여자 축구경기를 뛰어야 되나? 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 여자 선수는 다른 종목에도 있다. 근데 다른 종목에서는 조용한데 왜 축구만 난린지”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이디 wnsr**** 역시 “올림픽 때도 검사받고 출전했다면서. 그 정도면 이미 확실하게 검증된 거 아닌가? 왜 이렇게 못 잡아먹어 안달이지. 우리나라는 정말 재능있고 천부적인 사람이 자라기 힘든 곳이 아닌가 싶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논란의 중심에 선 박은선이 연일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면서 그의 사진을 확인한 일부 네티즌들은 의혹을 제기할 만 하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아이디 youn****는 “신체조건이 남자 축구선수들과 비슷하니 오해할 만한 듯하다. (일반) 여성이 박은선 선수처럼 근육을 만들기 어려워서 더 그래보이는 것 같다”는 입장이다.

아이디 pg_k****도 “다른 팀 입장에서는 확실히 의혹을 가질 만하다. 경기를 보면 남자선수들처럼 거친 몸싸움과 태클을 한다”며 “지금 프로구단들이 박은선을 보면 남자선수와 경기한다고 생각할 정도니 확실히 검증이 필요하긴 하다. 자기팀 선수가 달라붙으면 다 나가떨어지니 구단 입장에서도 속이 타고 열나는 노릇이지. 아마 이런 문제를 구단에 제기한 것도  같이 겨뤄봤던 선수들일 것이다. 선수들이 박은선을 남자선수같다고 했겠지. 구단이 그 건의 발언을 무시할 수도 없고 자기팀 선수도 위해야지”라고 말했다.

아이디 inte**** 역시 “의혹이 있으면 본인이 의학검증을 제대로 받으면 되는 거 아닌가. 이런 요구조차 못 들어주겠다는 건 오히려 서울시청구단이 뭔가 숨기고 있다는 방증이다. 뭐 좀 확실히 하자고 하면 '인권'드립으로 밀어부치는 놈들이 제일 수상하다”고 주장했다.


박은선의 ‘성 정체성’ 문제발언으로 시끌해지자 의혹을 제기했던 6개의 구단에서는 “사적으로 주고받은 얘기들이 와전됐다”는 입장이다. 한 감독은 “감독들이 무슨 자격으로 리그를 보이콧하겠다고 요구할 수 있나. 박은선이 뛰어난 선수인데 왜 대표팀에 뽑히지 않을까 하는 얘기들을 주고받았을 뿐, 성별 문제 같은 개인의 신상 관련 얘기들은 하지도 않았고 연맹에 요구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박은선의 소속구단인 서울시청은 “분명히 6개 구단 감독들의 의견을 문서로 정리해 연맹에 공식적으로 접수했다. 언론 보도 이후 진실과 축소하거나 은폐하려고 하는 시도는 유감이다”며 이를 반박했다. 공개된 문서에 의하면 ‘2013년 12월 31일까지 출전여부를 정확히 판정하여 주지 않을 시 서울시청팀을 제외한 실업 6개 구단은 2014년도 시즌을 모두 출전거부한다는 의견’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6개 구단 감독들의 변명이 거짓으로 드러나자 아이디 this****는 “x만도 못한 xx들 일이 커지니까 발 빼려다가 문서 나왔네. 농담도 모두 문서로 정리할 정도로 빡빡하게 회의하셨나본데, 이번엔 또 뭐라고 발뺌할건지”라며 비아냥거렸다.

이제 와서 농담?

아이디 arth**** 역시 “난 왜 사적으로 한 농담이라는 대목이 더 화가 나지. 진중하게 논의한 것도 아니고 자기들끼리 얼마나 실실 쪼개가면서 이야기를 했을까 소름 돋는다. 이건 사적으로 나눈 이야기이건 진중하게 거론할 이야기이건 욕먹을 논란거리”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아이디 dosl**** “박은선 선수∼ 흔들리지 마시고 힘내세요. 당신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우리 아들도 중학생인데 축구를 하고 있거든요. 얼마나 힘든 운동을 하는지 곁에서 지켜봐서 잘 압니다. 혹독한 시간들을 이기고 그 자리에 섰을 텐데. 마음이 아픕니다”며 박은선을 격려했다.


최현경 기자 <mw287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해외서도 이런 일이…
남자야? 여자야?

여자 스포츠 선수들의 성별 논란은 박은선만의 일이 아니다. 해외에서도 성별 논란을 겪었던 선수들이 있다.

남아공의 육상선수 캐스터 세메냐는 2008년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세계육상선수권 대회에 참가했다. 세메냐가 여자 800m의 경기에서 독보적인 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하자 남자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성별 조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세메냐의 대회 참가를 불허했다. 

세메냐는 10개월이 넘는 기간동안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2010년 7월초 IAAF가 “의료 전문 조사단의 결과를 수용해 세메냐는 앞으로 육상대회 여성 종목에 출전할 수 있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고, 이후 세메냐는 핀란드에서 열린 유럽 지역 2개 대회에서 출전할 수 있었다. 이후 성별 검사 결과, 세메냐는 남성과 여성의 성적 특성을 모두 지닌 양성자로 자궁과 난소 대신 테스토스테론을 생성하는 고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2006년 카타르 도하아시안게임 여자육상 800m에서 은메달을 딴 인도의 산티 순다라얀도 경기 후 받은 성별 검사에서 남성 염색체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메달을 박탈당했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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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