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연쇄 성폭행 전말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1.12 10: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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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만 되면 아랫도리가 '불끈불끈'

[일요시사=사회팀] 건설 일용직 노동자로 생계를 이어가던 강모(40)씨. 초등학생과 중학생 자녀를 둔 평범한 가장이었던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과 하나 없는 평범한 시민이었다. 그러나 강씨는 밤만 되면 주체할 수 없던 성욕 때문에 결국 쇠고랑을 찼다. 성욕의 노리개가 된 강씨의 그릇된 행동은 7명의 선량한 피해자를 남겼다.




지난 5일 경기 안산상록경찰서는 혼자 사는 20∼30대 여성을 대상으로 성폭행과 성추행을 한 혐의(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로 강모(40)씨를 구속했다.

관음증 증세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경기도 안산 대학가 주변에서 지난 3년간 모두 7건의 성범죄를 저질렀다. 2010년 9월부터 지난달까지 여성 3명을 강간했고, 4건의 강간 미수도 있었다.

강씨는 인적이 드문 이른 새벽시간을 이용했다. 성욕이 꿈틀 대는 날이면 오토바이를 타고 상록구 주변 주택가를 맴돌았다. 그가 노린 타깃은 홀로 사는 젊은 여성이었다. 여성이 주로 거주하는 원룸이나 다세대 주택이 강씨의 표적이 됐다.

강씨는 범행 장소가 정해지면 신원을 감추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장갑을 착용했다. 어두운 방안으로 이빨을 드러낸 강씨. 피해자들은 고통에 몸부림쳤다.


지난 3월 강씨는 다세대 주택이 밀집한 상록구 한 지역에 있는 건물 뒷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건물 뒤편으로는 실내 베란다와 연결된 창문이 있었다.

강씨는 A씨가 살고 있는 원룸 창 안을 들여다보다가 A씨가 자는 것을 확인한 뒤 미리 준비된 절단기로 1층 방범 창틀을 끊었다.

30대 여성 A씨는 혼자 자고 있던 방 안에서 강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흉기가 있다는 위협에 마른 눈물을 삼켜야 했던 A씨. 그러나 강씨의 범행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지난 6월 강씨는 같은 수법으로 한 원룸의 방범 창틀을 뜯고 들어가 잠자고 있던 20대 여성 B씨를 성폭행했다. 사건 당일 오전 2시께 강씨는 상록구 사동에 있는 원룸촌에 도착해 B씨의 방안으로 침입한 뒤 B씨를 성폭행했다. 창문 틈으로 B씨가 혼자 있는 것을 확인한 강씨는 망설임이 없었다.

이렇듯 강씨에게 당한 피해자는 기수와 미수를 합쳐 무려 7명에 달했다. 연도별로는 2010년 1명(9월), 2012년 2명(3월, 5월), 올해 4명(5월, 6월, 8월, 10월)이었다.

수사 단계에서 경찰은 탐문수사 등을 토대로 강씨를 용의선상에 올렸다. 강씨는 초등학생과 중학생 자녀를 둔 평범한 가장이었으며, 전과 하나 없는 평범한 시민이었다.

그러나 강씨의 행적을 수상히 여기던 경찰은 그의 이동경로를 추적했다. 그리고 수사팀은 지난달 초 강씨가 길에 버린 담배꽁초를 수거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분석을 의뢰했다. 예상대로 사건 장소에서 발견된 범인의 DNA와 담배에서 채취한 강씨의 DNA는 일치했다. 확증을 잡은 경찰은 지난달 31일 강씨의 자택 주변에서 잠복하다가 성폭력 등의 혐의로 강씨를 체포했다.

강씨에겐 관음증 증세가 있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사건 브리핑에서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인데 (여성을) 관음적으로 쳐다보는 것부터 시작해서 (실질적인 범행 계획으로) 점점 빠져들어 가는 과정을 겪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체포된 강씨는 조사 내내 불안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묻는 질문이 이어지자 강씨는 부담을 느낀 듯 고개를 숙였다.

후드를 뒤집어 쓴 그는 "술이 많이 취하면 이성을 잃었습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드러난 사건 외에도 강씨의 추가 범행이 있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한편 인근 주민들은 이번 강씨의 검거에도 불구하고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연쇄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경기도 안산은 그간 수도권에서 성폭력 사건이 비교적 높은 빈도로 발생하는 지역으로 꼽혔다.

혼자 사는 젊은 여성만 노린 발바리
3년간 7명을…잡고보니 평범한 가장

지난해 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경찰서별 강간 등 성폭력 사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안산에서는 모두 1424건의 성폭력 사건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도 전체 시·군에서 성폭력 사건이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은 수원(2321건)이며, 다음으로는 부천(1979건), 성남(1697건), 고양(1560건) 순이다.

안산은 이들 도시에 이어 5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유흥가가 자리한 서울 강남구의 성폭행 사건이 1924건인 것과 비교하면 안산은 약 500건 정도가 적다는 통계다.

하지만 안산에서는 단순한 통계 이상의 충격적인 성범죄가 1년 사이 3건이나 매스컴을 탔다.

지난 2012년 6월 경찰에 붙잡힌 희대의 발바리 이모(40·현재 사망)씨는 안산 상록구를 중심으로 모두 22명의 여성을 성폭행해 수사진을 경악시켰다.

용접공이었던 이씨는 안산 상록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20대 여성 A씨를 때리고, 성폭행하는 등 2003년부터 2011년까지 모두 22명을 강간했다.


특히 이씨는 성폭행을 한 뒤 피해자의 몸을 씻기고 방 청소를 하는 등 증거를 없애는 수법으로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했다. 방범이 취약한 다세대 주택과 원룸 창틀을 뜯고 침입해 범행을 저지른 점은 강씨와 같았다.

그러나 붙잡힌 이씨는 재판을 받던 중 경기도 수원구치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재판에 증인으로 신청된 피해자들과의 대면을 불과 5일 앞에 둔 시점에 벌어진 미스터리한 사고였다.

주민들 불안

이번 강씨 사건을 수사한 안산상록경찰서는 지난해 10월에도 충격적인 성폭행 사건을 접수·처리했다. 혼자 새벽길을 귀가하던 20대 여성이 안산 주택가 모 빌라 앞에서 납치·성폭행을 당한 사건이다.

가해자 김모(32)씨는 피해자를 때려 실신시킨 뒤 성폭행했고, 이 과정에서 피해자를 숨지게 했다. 또 시체까지 유기하는 극악함을 보였다. 비록 김씨는 경찰에 붙잡혔지만 연이어 성폭행 사건이 터지자 인근 주민들은 밤길을 경계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이번 연쇄 성폭행 사건으로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아직도 어둠 속에 활개치고 있는 '발바리'들을 뿌리 뽑기 위해선 관계 당국의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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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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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