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으로 번진 '이석채 수사' 파장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1.04 13:4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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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포화’ 사방이 적 “입 열면 여럿 다친다!”

[일요시사=사회팀] 이석채 KT 회장이 아프리카로 떠난 사이 하루가 멀다 하고 온갖 의혹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검찰의 압수수색 이후 그야말로 사방이 적인 이 회장에게 정치권 역시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그런데 이번 수사가 이 회장 개인의 배임으로 끝나지 않을 거란 첩보가 사정기관 지근에서 들린다. 그 징후는 바로 비자금 의혹이다.




KT본사가 압수수색을 당한 다음날, 청와대 출신 한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석채를 찍어내기 위한 프로젝트가 가동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온갖 구설 속에서도 꿋꿋이 자리를 지켜온 이석채 KT 회장.

그러나 이번 압수수색으로 ‘이석채 체제’가 끝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여의도를 중심으로 ‘이석채 수사’가 정치권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흔들리는 이석채
사정기관 정조준

지난달 22일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 양호산)는 KT 본사를 비롯해 KT 광화문지사, 서초지사, KT 회장 자택 등 16곳에서 전 방위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이 회장이 참여연대로부터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피소된 사건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고발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자료 제출이 이뤄지지 않아 압수수색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이 회장은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는 의혹을 받았다. 먼저 고발 주체인 참여연대 측에서 작성한 자료를 보면 이 회장은 ▲스마트몰(SMART Mall) 사업 ▲OIC랭귀지비주얼 사업 ▲사이버MBA 사업 등에서 특정 인물에게 이득을 안겨 준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각 사업들의 배임 정황을 간략히 살펴보면 먼저 스마트몰 사업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운영하는 지하철 5·6·7·8호선의 역사 및 전동차에 IT시스템을 구축, 상품홍보 및 판매를 도모하는 규모 2140억원대의 광고권 임대 사업이다.

참여연대 측은 KT 내부보고서를 인용, KT가 수백억원의 적자를 예상하고도 이 회장의 지시에 따라 스마트몰 사업을 강행했으며, 최초 5억원만 투자했던 특수목적법인에 60억원을 재투자함으로써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전방위 압수수색 이후 비자금 의혹 불거져
정치권으로 수사 확대 가능성 ‘여의도 술렁’

또 스마트몰 사업은 ‘MB라인’으로 불리는 음성직 전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의 뇌물수수 사건과도 연결돼 있는데 음 전 사장은 지난해 스마트몰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한 업체에게 특혜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진행 중이다.

OIC랭귀지비주얼 사업은 이 회장과 친인척 관계인 유종하 전 외무부 장관이 KT의 사업 파트너로 선정되면서 ‘먹튀’ 의혹이 불거진 경우다.

KT는 지난 2009년 이 회장과 8촌 관계인 유 전 장관이 운영하던 법인과 공동출자 방식으로 OIC랭귀지비주얼(이하 OIC)을 설립했다. 교육 회사로 출발한 OIC는 2011년 지분 구조가 바뀌는데 당시 유 전 장관은 시세가보다 2배 높은 가격에 지분을 매각하면서 수억원의 이득을 봤다.


그러나 같은 해 11월 KT는 57억원을 OIC 증자에 투자했고, 다음해엔 아예 계열사로 편입했다. 그런데 문제는 계열사 편입 당시 OIC가 3억96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유 전 장관이 연루된 수상한 사업은 또 있다. 이 회장은 유 전 장관이 회장을 역임하고, 최근까지 지분을 보유한 ㈜사이버MBA를 인수하면서 기존 주식가보다 9배 비싼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 2012년 계열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77억원 규모의 손해를 끼친 의혹을 받고 있다.

잇따른 배임 의혹
관건은 돈의 흐름

해당 의혹들이 불거진 시점은 지난 2월이다. 당시 KT 측은 관련 의혹들에 대해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KT 측의 해명을 요약하면 “경영상의 판단이었으므로 배임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지난달 10일 참여연대는 “이 회장이 KT 사옥 39곳을 헐값에 매각했다”며 ‘부동산 헐값 매각’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에 두 번째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이 회장 재임 기간인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모두 39곳의 사옥을 매각하면서 이중 28곳의 사옥을 감정가보다 25% 낮은 헐값에 팔아넘겼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10년부터 현금 확보를 명목으로 서울 노량진, 경기도 성남 등에 있는 사옥을 매각했다. 이렇게 확보한 현금은 9800여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는 이 과정에서 회사와 투자자들이 입은 손실이 최대 869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KT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KT 사옥을 시세보다 싸게 판 뒤 ▲해당 건물에 비싼 임차료를 내고 재입주하는 수법으로 ▲특정인(들)에게 이득을 안겨줬다.

KT 사옥을 매입한 자본은 바로 사모펀드. KT의 부동산자산운용 담당 자회사인 KT AMC 등이 모집한 펀드들은 사옥을 사들인 뒤 KT에게 재임대하는 방법으로 매달 비싼 임대료를 챙기고 있다.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펀드 투자자가 누구인지를 밝힌다면 이 회장의 배후가 드러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압수수색 과정에서 검찰은 KT가 집행한 자금 내역 등을 면밀히 분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좌 추적에 공을 들였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익명의 사정기관 관계자는 “사모펀드로 흘러갔던 자금의 종착지를 확인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결국엔 TK 쪽으로 돈이 모인 것 같은데 검찰 입장에선 수사를 배임 선에서 끝낼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확대할지를 지휘부 차원에서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에 의하면 ‘이석채 수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조사부가 담당하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 특수부로 일부 수사가 이관될 가능성이 있다. 수사 방향의 컨트롤타워가 대검찰청에 있는 까닭이다.

오래 전부터 정치권과의 염문설이 끊이지 않았던 이 회장에 대한 수사가 확대된다면 그 불똥은 고스란히 여의도로 옮겨 붙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 회장에 대한 여야의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이 회장은 그야말로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여있다.


연이은 압수수색
퇴진론 고개들까

하지만 이 회장은 자신을 둘러싼 십자포화에도 정면돌파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검찰의 압수수색이 사실상 ‘퇴진’을 종용하는 것임에도 최근 열린 이사회에서 내년도 신사업을 논의하고, 예정된 아프리카 출국을 강행하는 등 광폭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KT 한 관계자는 “검찰 입장에선 꽃놀이패를 쥔 것”이라며 “이 회장이 자진해서 나가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고, 이대로 버티면 또 다른 쪽으로 칼끝을 돌려 괴롭히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회장은 ‘친박 인사’를 대거 영입하면서 경영권 방어에 나선 전력이 있다. 그러나 공 들여 영입한 친박계들도 이번에는 어찌할 수 없을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낙하산 인사’의 대표격으로 전해진 홍사덕·김종인·김병호 전 의원 등은 KT 경영고문 및 자문위원의 직함을 달고 있음에도 이번 수사에 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증명하듯 검찰은 지난달 31일 밤과 1일 오전 사이에 KT 분당사옥, 서초사옥 등 모두 8곳에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임직원의 차명 계좌에서 거액의 비자금이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온 뒤 또다시 벌어진 압수수색이었다.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는 김일영 코퍼레이트센터장(사장), 김홍진 G&E부문장(사장), 권순철 전무(비서실장), 옥성환 상무(비서실), 심성훈 상무(전 비서실장) 등의 자택도 포함됐다.

이를 두고 한 검찰 출입 기자는 “이 회장의 비자금이나 횡령 혐의 등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검찰이 고발 내용 외에 추가 혐의점을 잡고 수사를 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또 최근 한 IT업계 관계자는 “‘KT판 4대강’으로 불리는 BIT 사업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BIT는 KT와 KTF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각기 다른 전산망을 하나로 통일하는 시스템 개발 사업으로 최초 예정됐던 투자규모는 3800억원이었다. 그러나 ‘어센츄어’란 업체에 용역을 맡겼던 BIT 사업은 당초 예상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 9000억원을 투입하고도 아직까지 미완으로 남아있다.


수상한 사업 재점화
배임 혐의 드러날까

특히 BIT 사업에 참여했던 몇몇 IT 엔지니어들은 “처음부터 가이드도 없었고, 사실상 실패한 프로젝트”란 믿기 힘든 증언까지 내놓고 있다. 아울러 BIT 개발사업은 사업추진 과정에서 특정 업체로의 일감 몰아주기, 전문성이 떨어지는 외국인 인력 고용, 인건비 계상 부풀리기 등 수많은 의혹이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향후 수사 과정에서 BIT 사업을 둘러싼 시비가 가려질지 주목된다.

지난해부터 업계를 중심으로 퍼진 “아들 회사를 편법으로 인수했다”는 의혹도 초미의 관심사다.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관련 의혹의 핵심은 아들이 있던 모 소프트웨어 업체를 KT가 인수하면서 회사에 손실을 입혔다는 내용이다.

지난 3월 기자가 취재한 내용에 따르면 이 회장의 아들로 지목된 A씨는 한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의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그런데 이 업체는 이 회장 재임기간 중 KT와 50억원 규모의 합작법인을 설립하는데 해당 합작법인의 주축 연구원이 바로 A씨다. 합작법인의 인력 대부분은 A씨가 있던 개발업체에서 충원됐다.

이후 이 합작법인은 KT의 한 계열사로 흡수 합병됐다. 즉 유 전 장관이 연루된 OIC의 인수합병 과정과 비슷한 절차를 밟은 것이다.

기자는 제보자가 이 회장의 아들로 지목한 A씨가 일했던 몇몇 업체 관계자와 접촉했지만 “권한 위임이 안 되는 특수한 조직구조라서 그런 민감한 정보들은 일절 공개되지 않았었다”는 답변만 받았다. 당시 KT 측은 “동명이인이며 A씨는 아들이 아니다”란 해명을 내놨었다.

비자금설 모락
소환조사 촉각

이 같은 의혹의 중심에는 이 회장이 있다. 이제 관심은 이 회장이 언제 소환될 것이냐에 쏠린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KT 임원들을 먼저 소환한다는 방침이다. 전례에 따라 이 회장은 맨 마지막에 소환될 확률이 높다. 이 회장 입장에선 말 그대로 ‘압박수사’가 예고된 상황. 그러나 “혐의점이 쉽게 드러나진 않을 것”이라고 한 관계자는 입을 열었다.

그는 “이 회장은 굉장히 조심스러운 사람이라 직접 돈을 받는다든지 증거를 남기는 사람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난 대선을 앞두고도 야권 출신 한 정치인에게 줄을 대려다가 실패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돈을 주지 않아서 그랬다는 얘기도 있다”고 덧붙였다. 

KT는 최근 사내방송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이석채 회장의 비자금 관련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공지했다.

복수 언론보도에 따르면 KT는 지난달 29일 저녁 사내방송 인트라넷 페이지에 “일부 언론에서 (검찰의) 압수수색 결과 거액의 비자금 계좌가 발견됐다고 보도했지만 검찰이 공식적으로 이를 부인했다”는 메시지를 띄웠다. KT의 해명이 과연 사실로 드러날지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강현석 기자<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KT ‘낙하산 인사’해부
“전현 정부 연합군 장악”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소위 ‘낙하산 인사’로 분류되는 KT 전현직 인사 36명의 명단을 지난달 14일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KT 낙하산 인사로는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선대본부장을 지냈던 홍사덕 민화협 상임의장(KT경영고문)과 공보단장을 지낸 김병호 전 의원(KT경영고문), 국민행복기금이사장을 겸임하고 있는 박병원 사외이사 등 박근혜정부 인사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김은혜 전무와 이춘호 EBS이사장(KT사외이사) 등 이명박 정부 인사들도 대거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석>

 

[KT 낙하산 인사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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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