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더하는’ 미스코리아 스캔들 백태

  • 최현경 mw2871@naver.com
  • 등록 2013.10.29 09:3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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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대회 왕관’돈이면 다 쓴다?

[일요시사=사회팀] 예나 지금이나 ‘미’에 대한 관심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국내 최고의 미의 축제로 불리며 대중들의 관심을 모았던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점차 권위를 잃고 있다. 올해 참가자들의 ‘성형’과 ‘뒷돈’으로 잇단 파문을 일으키며 ‘돈으로 만든 미인대회’로 전락한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대중들의 눈밖에 난 이유가 단지 올해만은 아니다.




1957년 시작한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올해로 57회를 맞았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18∼23세의 미혼 여성을 대상으로 지성과 미를 갖춘 대한민국 최고의 미인을 뽑는 행사다.

한국의 대표 미인이 선발되는 대회인만큼 80년대에는 생중계가 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외모 지상주의와 여성을 상업화한다는 끝없는 비판에 케이블로 옮기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잊을만 하면 터지는 사건·사고로 50년 전통을 가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의 위신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20일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출전한 한 참가자와 심사위원 간에 ‘뒷돈’이 오간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주최 측은 “일부 심사위원을 매수했음에도 불구하고 후보자가 탈락한 것은 심사가 공정하게 이루어졌음을 입증하는 것”이라는 궤변만 늘어놓아 비난을 받았다.


사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의 ‘뒷돈’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끊이지 않는 파문에 전통·권위 무너져 
낙태사건·누드모델 경력으로 자격 박탈

SBS 드라마 <두려움 없는 사랑>, KBS <한바탕 웃음으로> <토요대행진> 등에 출연하며 인기를 누리던 90년 제34회 미스코리아 진 서정민은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주최측에 돈을 건넨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불구속 기소됐다. 사건은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주최사의 사업본부장과 미용실 원장 등 대회 관계자들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며 논란이 커졌다. 당시 미스코리아 진 서정민의 어머니는 미용실 원장인 하모씨를 통해 대회관계자 김모씨에게 2000만원을 건넸다. 이후 대회 관계자 김씨는 다른 참가자들에게도 입상조건으로 수천만원을 받아 불구속 입건되며 논란이 됐다.

93년에는 경주의 미용실 원장 박모씨가 당시 여고생인 이모양의 나이가 참가자격에 미달되자 이양의 부모와 짜고 미용실의 종업원인 손모씨의 주민등록증에 이양의 사진을 붙여 나이를 위조했다. 대회에 참가한 이양은 미스코리아 한국일보로 선발됐다. 같은해 미스코리아 선으로 당선된 허양은 고등학교를 중퇴해 학력미달로 대회에 참가할 수 없었으나 오빠의 도움으로 고교 졸업증명서를 위조해 대회에 참가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주최사인 한국일보사는 “담당자와 미용실 등 이른바 후견인들과의 밀착관계에서 나타난 비리로 심사위원의 선정이나 후보 선발과정에서의 부정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며 대회 운영과정과 문제점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격요건에 의한 대회의 문제점은 앞선 69년에도 있었다.

알고보니 기혼
학력도 속여


13회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서울대표로 참가한 김지연은 진에 당선됐다. 김지연의 당선 소식이 전해지자 주최 측에 “미혼이 아니다”는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회의 일부 자격인 ‘미스(미혼)’가 아니라는 제보에 따라 심사위원회에서 호적초본조사를 한 결과, 그의 결혼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또 김지연이 숙명여자대학교 가정과에 재학 중인 학생으로 발표되자, 해당 학교 측에서 “(김지연이) 입학한 사실이 없고 재학생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심사위원회 측은 대회 선발규정에 따라 그의 당선을 취소하고 미스코리아 선이었던 임현정을 진으로 재선정했다. 당시 미국 마이애미비치에서 개최되는 제47회 미스유니버스대회에 참가 예정이었던 김지연은 여권수속 중 자격이 박탈됐다.

2008년 제52회 미스코리아 미 한국일보에 당선한 김희경은 대회에 출전하기 전 성인화보 촬영 사실이 밝혀져 미스코리아 자격을 박탈당했다. 김희경은 2006년 슬로우 잼의 1집 ‘Feel Good’이라는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목욕신, 관음증, 레즈비언 성관계 묘사 등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장면을 찍었다. 특히 같은 해 속옷 차림의 성인 모바일 화보를 찍은 사진이 공개됐다. 앞선 2005년에는 서마린이라는 누드모델로 활동했다.

잊을만 하면 터지는 뒷돈 의혹
참가자-심사위원 커넥션 논란

주최사는 “대회 직후 미스코리아 미로 선발된 김희경에게 중대한 결격 사유가 있는 것으로 대회 직후 밝혀졌다”며 “본건과 관련해 심사위원들의 긴급 회의에서 만장 일치로 선발 무효화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이 같은 결정을 존중해 김희경에게 자격을 부여하지 않기로 했다. 후보 선발과 관련해 예기치 못한 혼선이 빚어진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의 넓은 이해를 구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희경은 한국일보로부터 자격박탈을 통보받은 당일 자신의 미니홈피에 “그동안 너무 큰 상처와 고통을 받았다.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 때문에 죽고 싶을 만큼 힘들다”며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난 절대 누드 모델이 아니다. 화보에 대해서 주최 측은 이미 알고 있었고 괜찮다고 해서 참가한 것”이라며 “(미스코리아 수상은)자신과 싸우며 얻은 나의 결실이다. 왕관을 가져간다니. 내 명예, 자존심, 상처 무엇으로 보상 못한다. 자격박탈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누드, 낙태 등
타이틀 박탈

2007년 미스코리아 미였던 김주연은 ‘낙태스캔들’로 미스코리아 타이틀을 잃었다. 김주연은 대회 다음 해인 2008년 2월 축구협회 홈페이지에 ‘축구선수의 만행’이라는 제목으로 축구선수 황재원에 대한 폭로글을 올렸다. 황씨와 연인관계였던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임신사실을 밝히며 낙태를 강요받았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낙태스캔들 문제가 커지자  미스코리아 주최사인 한국일보사는 김주연이 미스코리아 직을 물러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히며 홈페이지에 김주연에 대한 소개를 삭제했다. 이에 김주연은 (한국일보사와) 합의한 적이 없다며 일방적으로 사생활 문제로 자격을 박탈하겠다는 공문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그의 어머니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김주연이) 많은 공을 들여 미스코리아가 됐다. 사생활 문제 때문에 미스코리아 자격을 박탈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 너무 억울하다”며 “황재원과의 소송문제를 일단 마무리하고 만약 주최 측이 계속 자격발탁을 밀어붙인다면 소송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스코리아 자격을 박탈당한 그는 이후 미니홈피를 통해 농구선수 이지운과의 열애를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점수시스템 오작동
재심사로 신뢰잃어

98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는 투명성을 위해 처음으로 도입된 컴퓨터 점수집계시스템이 도입됐다. 최종 8명이 진출하는 2차 선발과정에서 9명의 심사위원 중 1명의 점수가 누락돼 3, 4위였던 참가자들이 탈락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이를 생중계한 MBC와 주최 측인 한국일보사에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MBC와 한국일보사는 사과문을 발표하며 대회 5일 후 방송 중계없이 현장에서의 재심사를 통해 미스코리아를 선발했다. 대회의 신뢰도가 하락하며 당시 미스코리아 진의 최지현 또한 대중들로부터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듬해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열린 미스유니버스 선발대회에도 참가한 최지현은 이후 MBC <특종 오늘의 토픽>, SBS <도전 100곡> <밀레니엄 특급> 등의 MC로 자리를 잡아가며 2010년 영화 <꿈은 이루어진다>에 첫 주연을 맡았다.

결혼 사실 숨기고 진 당선
정치인 성상납 요구 폭로도

최지현과 함께 같은해 미스코리아 미로 선정된 이정민은 KBS <서세원 쇼>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SBS <기쁜 우리 토요일> 등에 출연하며 뛰어난 말솜씨로 주목을 받았다.


한 정치인으로부터 성상납 요구를 받은 후 연예계에 회의를 느껴 방송출연을 중단했다고 고백한 그는 며칠 후 기자회견을 통해 사실이 아니라고 입장을 번복해 논란이 됐다. SBS <야인시대>로 복귀할 당시 그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방송사 간부 A씨로부터 DJ 제의를 받으며 “‘정치인 ㅇㅇㅇ가 너를 만나고 싶어한다. 몸으로 먹고 사는 애가 한둘이냐’는 말을 들었다”고 고백했다.

‘성상납 요구’ 발언이 논란이 되자 그는 며칠 후 기자회견을 통해 소속사의 허위 보도자료라고 해명했다. 이에 해당 소속사는 “그(이정민)와 사전에 합의한 것이다”며 반박을 했고 전속 계약 위반 및 명예훼손 등으로 법적 대응하며 대중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특혜 논란에
유력후보 무관

2013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배우 곽가현의 참가는 공정성 논란을 가져왔다. 이가현이라는 예명으로 배우활동을 한 그는 MBC 드라마 <마의> KBS 드라마 <결혼해주세요> <화평공주 체중감량사> 등에 출연한 경력이 있었다. 곽가현이 2013년 미스코리아 서울 진으로 선발되자 연기경력이 특혜로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주최 측은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참가자격에 있어서 나이, 학력, 출전 지역 연고, 결혼여부 등에 문제가 없을 경우 참가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며 “따라서 곽가현 씨의 경우 위 자격에 문제가 되는 경우가 아니기 때문에 ‘2013 미스서울 선발대회’에 참가규정상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다”고 해명했다.

본선 전부터 논란을 빚은 그였지만 미스코리아 진의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으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 진인 그가 모든 상에서 고배를 마시며 무관으로 대회를 마치자 일부 네티즌들은 온라인 게시판에 미스코리아의 심사 기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최현경 기자 <mw287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러시아 이색 미인대회
영하 20도에 수영복 입고…

러시아 시베리아 도시 노보시비르스크에서 ‘미스 눈 유니버스 미인대회’가 개최됐다. 올해 처음으로 개최된 이 대회는 섭씨 영하 20도의 강추위에서 수영복 차림의 참가자들이 포즈를 취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노보시비르스크주 주정부가 주최한 ‘제1차 국제 눈 포럼’ 행사 중 하나인 이 대회는 겨울이 긴 나라들의 쾌적한 생활환경 조성 문제를 다루기 위해 개최됐다. 대회 개최자인 타티야나 페티소바는 러시아 매체와 인터뷰에서 “우리 도시에는 바다도, 대양도 없다. 당연히 비키니를 입은 미녀들을 찍을 기회도 없었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사진을 찍는다면 선풍적인 인기를 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대회를) 강행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30개 지역 예선을 통과한 20명의 참가자들만이 ‘미스 눈’을 뽑는 결선대회에 출전했다. 한 참가자는 “이가 부딪히는 소리가 나는 것이 추위 때문인지 긴장해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마음에 들었고 재미있었어요. 더 오래 서 있을 수도 있었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본선 대회에서 ‘미스 눈’으로 선정되면 모델 회사와 전속 계약을 맺고, 태국에서 열리는 ‘세계 미스 관광 미인대회’에 러시아 대표로서 참가자격이 주어진다. 시베리아 도시 톰스크 국립대학 법대 1학년에 재학 중인 블라디슬라바 베르네르가 우승을 차지했다. 

출전만 해도 미스코리아?

본선 입상 7명만 ‘진짜’

대회에 출전만 해도 ‘미스코리아’호칭을 쓸 수 있을까. 이를 명확하게 짚은 절도 사건이 눈길을 끈다.

2011년 온라인 채팅으로 만난 남성이 샤워를 하는 동안 돈을 훔쳐 달아난 박모씨와 이를 도운 석모씨가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됐다. 박씨는 2009년, 2010년 두 차례 미스코리아 지역 예선에서 입선돼 ‘미스코리아 지역예선 후보자’의 경력이 있었다. 이에 일부 매체들은 ‘성매매로 남성을 유인한 미스코리아 구속’, ‘미스코리아 출신 20대 절도행각’ 등의 제목으로 박씨의 미스코리아 출전 경력에 초점을 맞춰 사건을 보도했다.

박씨의 미스코리아 경력에 초점이 맞춰지자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주최측은 “미스코리아 본선 진·선·미 입상자 7명에게만 ‘미스코리아’호칭을 쓸 수 있다. 지역 예선자는 미스코리아 출신이 아니다”며 “박씨의 프로필과 사건경위를 검토해 미스코리아 대회에 유·무형의 타격을 줬다고 판단되면 지역 예선 수상경력도 박탈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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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입에 삼키기엔 너무 컸던 걸까?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카카오가 사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이브와의 전쟁서 이겼지만 ‘상처뿐인 승리’가 된 모양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공룡 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불과 몇 년 만에 국민 기업서 밉상 기업으로 전락했다. ‘카카오톡’이 전 국민의 메신저가 될 때까지만 해도 카카오의 미래는 밝았다. 카카오톡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배경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초기에도 부정적인 여론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골목상권 침해, 쪼개기 상장 등의 문제가 터지면서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국민 기업 밉상 기업 카카오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2~3월 하이브와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전 과정서 일어난 일이 사법 리스크로 되돌아오는 모양새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어울리는 결말이다. 승자의 저주는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그 과정서 과도한 비용을 사용해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한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지난 1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 인수 과정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올릴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카카오가 지난해 2월 2400억원을 동원해 553차례에 걸쳐 SM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는 데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주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지난해 2월16~17일, 27일 원아시아파트너스가 1100억원을 먼저 투입하고 같은 달 28일 카카오가 뒤이어 13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검찰은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지모씨를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변호인단은 김 위원장이 SM 지분 매수 과정서 어떤 불법적 행위도 지시, 용인한 바 없으며 지분 매수는 정상적 장내 매수였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카카오 내부는 당혹스러운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영장을 청구한 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첫 구속영장을 발부했던 영장전담판사가 배정된 점 등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하이브와 크게 벌인 ‘쩐의 전쟁’ 경영권 차지했지만 사법리스크↑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20시간의 밤샘 조사에서 “SM 주식을 장내 매수하겠다는 안건을 보고받고 승인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매수 방식과 과정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않아 몰랐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조사 이후 8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해서 우호 지분을 확보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카카오 임직원 간 메시지를 비롯해 김 위원장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관계자의 통화 녹취,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와 하이브의 SM 인수전은 혈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열했다. SM은 K팝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연예기획사로 H.O.T,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EXO, NCT, 에스파, 라이즈 등의 유명 보이·걸그룹을 배출한 ‘아이돌 명가’로 알려져 있다. 대형 연예기획사를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인수전은 K팝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SM 인수전의 시작은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매각설서 시작됐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설립자로 SM 소속 가수를 좋아하는 팬덤 사이에서는 ‘수만 아버지’로 불리는 등 일종의 개척자로 여겨지고 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지분을 매각한다는 소문이 돌았을 당시 카카오, 네이버 등이 매수자로 언급되곤 했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파트너스)이 SM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면서 인수전의 막이 올랐다. 특히 얼라인파트너스는 이 전 프로듀서 소유의 라이크기획이 SM과의 내부거래로 주주가치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SM이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내부 갈등이 촉발됐다. 급히 먹다 탈 났나? 이 과정서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 등 현 SM 경영진이 얼라인파트너스, 카카오와 손을 잡았다. 이 전 프로듀서 측과 완벽한 대립각을 세운 현 SM 경영진은 ‘SM 3.0’을 발표하고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제로 전환을 발표했다. 이 전 대표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SM 경영진이 지난해 2월7일 카카오가 신주와 전환사채(CB) 인수를 통해 지분 9.05%를 확보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찾은 동앗줄은 하이브였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공시 다음 날 법원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기했다. 그리고 2월9일 자신이 보유한 SM 지분 18% 중 14.8%를 하이브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이브는 SM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해 지분을 추가로 25%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SM 인수전이 카카오와 하이브의 대결로 압축됐다. SM 인수전은 한치 앞도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했다. 법원이 이 전 프로듀서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서 하이브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가 공개매수가 실패한 사실이 드러나자 카카오가 반격하는 식이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3월7일부터 SM의 지분 35%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하기 시작했다. 약 833만주에 달하는 주식으로 총 1조2500억원이 투입되는 어마어마한 물량이다. SM 인수전은 하이브가 카카오가 시작한 ‘쩐의 전쟁’서 한발 물러나면서 변곡점을 맞게 됐다. 쇄신 노력 ‘물거품’ 이후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는 플랫폼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SM 인수전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3월12일 하이브는 SM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하이브는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경쟁 구도로 인해 시장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카카오는 “SM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자 원동력인 임직원, 아티스트, 팬덤을 존중하고자 자율적‧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고 현 경영진이 제시한 SM 3.0을 비롯한 미래 비전과 전략 방향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또 다른 공룡 기업의 탄생이었다. 하지만 카카오가 SM을 인수하기 위해 벌인 ‘쩐의 전쟁’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하이브는 당시 SM 인수전서 발을 뺀 뒤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며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SM 주가가 공개매수가인 12만원을 넘어 한때 13만원까지 급등한 점을 문제 삼았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비정상적으로 주식을 매입해 시세를 조종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은 지난해 10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와 카카오법인을 검찰에 넘겼다. 지난 11월에는 김범수 당시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홍은택 대표, 김성수·이진수 카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 대표이사 등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는 등 카카오 수사에 열을 올렸다. 시세조종 의혹 창업자에 칼끝 댔다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 잃을 수도 카카오는 말 그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금감원이 카카오 경영진과 함께 카카오법인까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카카오뱅크를 잃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 법인이 벌금 이상의 형을 받으면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7%를 보유한 카카오가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는데 이때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간 금융관련법,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SM 인수전 과정서 제기된 시세조종 의혹으로 카카오는 창업자 구속 가능성과 알짜배기 기업을 놓칠 가능성을 함께 안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의 쇄신 노력에도 찬물이 끼얹어졌다. 카카오는 지난 3월 새 대표이사에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전 대표를 선임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 계열사 대표도 바꿨다. 계열사 준법‧윤리경영을 지원하는 독립기구인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도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김 의장을 비롯한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쇄신작업은 물론 기업 전체 동력에 타격을 입게 됐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그룹 덩치를 줄이기 위해 알짜배기만 남겨두고 일부 자회사를 매각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쪼개기 상장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어렵게 인수한 SM 역시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등은 핵심 자산으로 분류된다. 몸집 줄여 해결될까?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카카오는 SM 시세조종 의혹 외에도 문어발식 기업 인수, 계열사 확장 과정서의 잡음으로 수사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는 과정서 김성수 당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준호 당시 투자전략부문장이 바람픽쳐스에 시세차익을 몰아줄 목적으로 비싸게 매입·증자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카카오의 운명이 연이은 사법 리스크에 잠식되는 모양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