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발목’ 부양의무제의 비밀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10.28 13: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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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있으면 부모는 먹고 산다?

[일요시사=사회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한국사회 공공부조의 대표적인 정책이다. 기초생활 유지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립을 지원하는 것이 이 정책의 존재 이유다. 그러나 한국은 OECD 국가 중 사회복지비 지출구조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더불어 수급자는 매년 소폭 감소하고 있다. 빈곤층을 양산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기초생활수급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비수급 빈곤층 양산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7일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민주당 남윤인순 의원에 따르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2010년 155만명(인구 대비 수급자 비율 3.07%)에서 2011년 146만9000명(2.90%), 지난해 139만4000명(2.74%)으로 감소했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인 올 상반기는 138만5000명(2.71%)을 기록했다.

수급자 감소 추세

기초생활보장 신규수급자수와 탈락자 수의 경우 2011년 각각 13만7006명, 23만5679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는 각각 13만6912명, 21만3679명이고, 올 상반기는 6만7559명, 7만6640명으로 탈락자 수가 더 많았다.

남윤인순 의원은 “부정수급자 색출에 골몰한 것이 탈락자가 많고 수급자가 감소한 원인 중의 하나”라며 “특히 2010년 사회복지통합관리망(행복e음) 도입에 따라 수급자의 소득 및 부양의무자 관계 파악이 용이해지면서 수급요건 탈락자 수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주장했다.

또 “기초생활수급자의 지속적인 감소는 국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을 양산할 우려가 높다”며 “보건복지부는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전면 개편해 개별급여 체계로 전환할 예정인데, 무엇보다 비수급 빈곤층을 해소할 수 있도록 엄격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 또는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정부는 인수위원회를 통해 ‘생활영역별 맞춤형 급여체계’를 도입하고 ‘일을 통한 빈곤탈출지원’ 정책을 추진했다고 밝혔으나 방향만 언급했을 뿐, 기초법의 가장 큰 문제점인 ‘부양의무제’ 폐지에 있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남윤인순 의원실 관계자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다”며 “부양의무제는 공적 부조가 늘어나지 않게 하기 위한 수단이다”고 말했다. 이어 “부양의무제가 있어도 부양의무를 다 하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며 “당장 굶어죽게 생겼는데 지원하지 않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말했다. 또 “각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가족에 의한 돌봄 기능이 약화됐기 때문에 국가적 사회적 돌봄 형태로 변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박근혜정부 임기 안에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빈곤사회연대 최예륜 국장은 “부양의무자 기준은 빈곤층의 독소조항이다”며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과 개별급여제 도입에 앞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개별급여로 기초생활수급자를 늘리겠다는 정부의 입장에는 동의하지만 이에 해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통합급여’를 쪼개 ‘개별급여’로 전환함으로써 대상자가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선정기준과 보상수준을 낮추고 기초법 수급권자의 수를 줄여 이를 주거·교육 등 각종 개별복지 확대로 충당하겠다는 방향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소득 없어도 기초생활 혜택 못 받아 
엄격한 기준 폐지·완화 목소리 높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8년 이상의 수급자 비율이 전체 34.5%를 차지하며 이 중 장애인 세대는 42.8%로 매우 높다. 즉 이들에게는 수급비가 생명줄이다. 장애인의 투표율이 비장애인보다 1.5% 정도 더 높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수급자들은 절박하다.




현재 기초생활수급제도는 지나치게 엄격한 규정으로 부양의무자와 수급권자 간의 갈등과 가족해체 등 사회적 문제를 낳고 있다. 물론 과거보다 완화된 측면도 분명 있다. 하지만 ‘부양의무제’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남아있어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근본적으로 한국의 복지정책은 욕구 중심이 아니라 대상자 중심으로 돼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2조에 따르면 부양의무자는 수급권자를 부양할 책임이 있는 자로서 수급권자의 1촌의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로 이들의 소득이 높으면 복지혜택을 받을 수 없다. 법령상 남자는 20세 이상 54세까지, 여자는 44세까지가 해당된다.


문제는 소득은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는데도 부양의무자가 있거나 재산 기준이 맞지 않아 기초생활보장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양에 사는 A씨(청각장애 2급)는 부양의무자인 아들의 소득초과로 부양능력이 있음으로 판정돼 수급이 중지됐다. 보증금 500만원에 월 25만원인 월세를 살고 있지만 아들의 소득으로 인해 수급이 박탈된 것. 문제는 아들도 현재 전세를 살고 있고, 자녀를 양육하는 시기로 주택자금이나 자녀교육비를 위한 저축이 필요한 시기다. 하지만 부양의무자 기준은 이런 부양의무자 가구의 사정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빈곤의 악순환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는 일정한 가족관계가 있다 하더라도 협의나 심판이 있기까지는 부양의무의 내용 미 유무가 법률상 확정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는 국가가 국민에 대해 생존권을 보장함에 따라 근친자의 부양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게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양의무는 국가가 애초부터 국민에 대해 지게 되는 헌법상의 의무를 부양이 필요한자의 근친자에게 대신 전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부양이 필요한자는 애초부터 생활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지는 것이다. 민법상의 부양을 부양의무자에게 청구할 것인지의 여부는 부양이 필요한자의 자유에 맡겨진다.

빈곤의 늪

부양의무제 폐지의 목소리는 앞으로 더 거세질 기세다.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 마련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연대 농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언제쯤 이들의 외침이 정책으로 반영될 수 있을까.
앞으로 부양의무 기준을 더욱 완화하여 신청자의 연령과 부부가족 중심으로 더욱 축소해 가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계속적으로 사적 부양의 허구성을 논리적으로 반박하고 사회적 부양확립을 위해 제도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사회복지사의 애환
살인적 근무…승진선 찬밥

2008년부터 올해 4월까지 자살을 선택한 복지공무원은 9명이었다. 과로로 사망한 복지공무원도 있었다. 복지공무원 1명이 담당하는 기초수급자는 평균 102.5명, 기초노령연금 수급자는 298.2명이었으며 차상위계층은 80.2명이었다. 반면 이들은 승진에서는 찬밥신세였다. 지난해 기준 4급 이상 복지공무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5급이 97명, 6급 1652명, 7급 4259명, 8급 3547명, 9급 3011명이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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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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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