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변형 농산물 유통 실태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10.28 13: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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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변이 먹거리 맛있다고 ‘냠냠’

[일요시사=사회팀] ‘GMO’는 자연적으로 발생하지 않는 유전적 형질(DNA)을 인위적으로 변형시켜 생산한 생물체다. 시작은 기존 농산물의 생산 증대였지만,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완전히 검증되지 않아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국내 GMO(Genetically Modified Orgarnism, 유전자변형) 농산물 관리시스템이 엉터리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정의당 김제남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국감자료에 따르면 사료용 GMO 농산물은 농식품부가 관리하고 식품용 GMO 농산물은 식약처 소관업무로 이원화돼 농산물과 식품 관리시스템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금액 없고
회사정보 없고

김 의원은 수입검사과정에서 단순히 수입물량에 대해서만 전산관리가 돼 수입금액은 알 수 없고, 회사에 대한 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공개되지 않아 소비자의 알권리도 침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농식품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살펴본 결과 “부처칸막이 등으로 GMO 농산물 및 식품관리시스템이 비효욜적이고 무책임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사료용 GMO 농산물은 농식품부, 식품용 GMO 농산물은 식약처가 각각 관리하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2013년 7월 말까지 수입한 사료용 목화씨는 총 35만6098톤, 배합사료는 485톤, 사료용 콩(2011년)은 129톤에 달했다. 그러나 수입액 규모·업자는 공개되지 않았다.

특히 지난 2008년 이후 사료용 GMO 수입업자가 국내 운반, 가공 과정에서 도로변이나 가공공장 주변에 비의도적으로 환경방출된 옥수수, 면실유 등 낙곡이나 자생식물체가 발견돼 형사고발된 사례도 30개소에 달해 사후관리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정비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 의원은 또 GMO 농산물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CJ제일제당, 대상, 삼양제넥스, 사조그룹 등 4대 기업이 생산·판매하는 전 제품에서 GMO 표시 제품이 전무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행 GMO 표시제도는 원재료 5순위 이내 제품, DNA 또는 외래 단백질이 남아있는 제품에만 GMO 표시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게 문제”라며 “기업은 이를 악용해 원재료 5순위 이내에 GMO가 포함되지 않게 사용하고 식용유나 간장 등 형태의 식품에 GMO를 사용해 표시제도를 무력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소비자의 불안감과 먹을거리 위험환경을 해소하기 위해서 GMO 원재료를 기준으로 하는 GMO 완전표시제를 도입하고 GMO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약처, GMO
수입현황 비공개

많은 양의 GMO 가공식품이 수입·판매되고 있지만 이를 표시한 제품은 극히 일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정의센터가 시중 대형마트의 제품을 조사한 결과, GMO 표시는 미국업체가 만든 ‘치즈볼’과 ‘체스맨’ 등 9개 제품에서만 확인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 수입된 완제품 등 가공된 형태의 GMO 가공식품은 총 25개 품목, 약 1만3000톤에 이른다.

경실련 관계자는 “지난 조사에서 GMO 농산물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3대 대기업(CJ제일제당, 대상, 사조그룹)이 생산·판매하는 1077개 전 제품 등에서 GMO 표시를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것과 비슷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소비자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GMO 원재료를 기준으로 하는 완전표시제를 도입해 GMO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반면 세계 GMO 농산물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에서 GMO 의무 표시제가 잇따라 도입돼 주목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고려대 임송수 교수의 ‘GMO 농산물 무역동향과 쟁점’에 따르면 6월 메인주와 코네티컷주가 GMO 농산물과 식품에 대한 의무적 표시제 도입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또 하와이와 버몬트주도 주의회에 법안이 상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지난해 11월 GMO 의무 표시제에 대한 찬반투표 결과 47대 53으로 부결됐는데, 이는 다국적 바이오 기업인 몬산토·듀폰·펩시코·다우·신젠타 등이 4500만달러를 들여 추진한 반대 캠페인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미국 연방정부 차원에서도 GMO 의무 표시제에 대한 입장이 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올해 미 농무부(USDA)는 육류와 액상 달걀제품에 대해 GMO가 포함돼 있지 않다는 표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는 미 농무부가 ‘GMO가 아님(non-GMO)’이란 표시를 승인한 최초의 사례이다.

민간부문도 움직임이 활발하다. 일부 슈퍼마켓 체인이 2018년까지 GMO 표시제 시행을 선언했으며 미국의 주요 식품점들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는 GMO 연어를 취급하지 않기로 선언했다.

한편 그동안 미국은 아르헨티나·칠레·멕시코 등과 함께 ‘GMO 식품이 전통식품과 크게 다르거나 안전성에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표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료용은 농식품부 식품용은 식약처
소관업무 이원화 등 국내 관리 엉망

이는 GMO 식품의 단백질·탄수화물·지방·아미노산·섬유질·비타민 등의 요소가 일반 식품의 범위에 포함돼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에 반해 유럽연합(EU)을 비롯해 노르웨이·브라질 등 여러 국가와 이들 국가의 소비자단체들은 ‘소비자의 알권리 충족과 정확한 정보 제공’ 차원에서 GMO 표시제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내 농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내 GMO 표시제에 대한 정책 변화는 세계 60개국 이상에서 채택하는 정책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향후 미국의 GMO 표시제 정책이 어떻게 변화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완전표시제로
선택권 보장해야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GMO 식품은 우리 생활 속에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다.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은 대부분 안전하다며 사람이 섭취해도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양심적인 과학자와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GMO 식품은 안전성이 완전히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먹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 현재 GMO식품에 대한 표시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소비자들은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먹고 있다.

GMO는 우리나라에서는 유전자조작, 유전자변형, 유전자재조합, LMO(Living Modified Organism, 유전자 변형작물)로 사용되고 있다.


GMO는 한 종으로부터 유전자를 얻은 후에 이를 다른 종에 삽입하는 기술이다. 대표적으로 물고기 유전자를 토마토에 삽입하는 것이 있다. 특정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떼어내 다른 생명체에 집어넣는 것으로 원하는 형질이 발현될 가능성이 높고 시간이 적게 걸린다. 개발자들은 전통적인 교배 육종 보다는 유전자조작 기술을 이용해 불가능 했던 돌연변이를 인위적으로 양산할 수 있게 됐다.

자연적으로는 일어 날 수 없는 종들 사이에서 유전자가 바뀌어 새로운 종이 탄생한다. 부작용 발생의 가능성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현재의 과학수준에서는 안전하다는 주장 하에 세계적으로 GMO 승인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GMO 승인 건수가 세계 5위다. 국내에서는 7개 농산물(콩, 옥수수, 면화, 감자, 유채(카놀라), 알팔파, 사탕무)이 안전성 심사를 거쳐 승인돼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1년부터 소비자가 제품 구매 시 이를 알고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GMO에 대한 정보를 표시하도록 의무화했다.

단 3% 미만 섞인 경우와 최종제품에서 유전자조작 성분이 검출되지 않는 가공식품, 주요성분 상위 5가지 내에 GMO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경우는 표시가 면제되고 있다.

소비자시민모임(이하 소시모)은 2008년 유전자조작 옥수수가 식용으로 수입되면서 여러 단체와 ‘유전자조작 옥수수 수입 반대 국민연대’를 결성, 유전자조작 옥수수 수입 반대 시위를 했다. 가공식품업체들에게 GMO Free선언을 요청하고 풀무원, 동원, 매일유업, 코카콜라, 동아오츠카 등 여러 기업으로부터 GMO Free와 NON-GMO사용을 약속받았다.


소시모의 이러한 적극적인 노력 하에 2008년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유전자재조합식품의 표시기준’ 개정안 입안 예고를 하고 일부품목에 한정되었던 GMO 표시 대상을 모든 식품, 식품첨가물, 건강기능식품, 주류로 확대하고자 했다.

그러나 결국 식품업계의 반발이 심해 무산됐다. 때문에 현재까지도 시중에 판매되는 많은 식품(빵, 과자, 음료, 빙과, 스넥, 소스, 콩기름, 카놀라유, 옥수수차, 두유, 씨리얼)들이 GMO가 들어갔지만 GMO 표시를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소비자는 이를 모르는 채 GMO 식품을 먹고 있다. 이렇게 GMO가 우리의 식탁을 점령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알권리를 침해받고 있다.

2013년 다시 GMO 표시제의 개정이 논의되고 있지만 NON-GMO 원료가 없고 수입식품과의 역차별이 있다는 등 이유로 오락가락하고 있다.

생각보다 심각한
GMO의 위험성

미국 <네이처>에는 GMO 화분에 기인한 나비와 벌들의 집단 실종기사가 보도되고, 2004년 스위스에서는 GMO 옥수수를 급여한 젖소가 사망하는 실험 결과, 2005년 영국의 <인디펜던스>가 폭로한 미국 몬산토 GMO 식품을 먹인 쥐의 내장과 간의 혈액 질환 현상, 동년 11월 호주에서 쥐에 실험한 결과 유사한 폐질환 현상, 2006년 러시아 과학원의 과학자들이 갓 태어난 쥐새끼들에 실험 결과 평균 3주 만에 사망한 사실, 2007년 오스트리아와 프랑스의 과학자들이 공동으로 몬산토 GMO 옥수수를 인체에 실험했을 때 간, 신장 등에 독성이 검출됐다는 발표, 2008년 미국과 이태리의 과학자들이 GMO가 면역계통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의견을 재차 제출한 사건, 2009년 프랑스에서의 GMO가 간장과 신장에 끼치는 위해 보고, 2010년 러시아가 쥐들에게 식용 GMO 콩을 계속 급여했을 때 3대째는 절종한다는 불임연구 결과, 동년 2월 중국의 수많은 과학자들의 공동으로 GMO 위해성 선언, 2011년 러시아 과학자들이 재차로 GMO 식품이 여성의 자궁내막과 외연의 상관적인 질병발생율 상승 현상 발표, 2012년 프랑스 파리대학의 2년간 GMO 식품의 쥐 실험 결과 간의 부종, 내장 위축, 신체 부풀기, 암컷의 조기 사망, 암과 자폐증 유발, 제2대의 불임현상 등 다양한 증상을 종합 보고, 끝으로 2013년 7월 중국에서는 2004년 중국 질병본부와 몬산토사가 주재하여 90일간 시행한 실험 쥐들에 대한 급여 시험결과가 위조되고 왜곡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대내외에 심각한 충격을 일으켰다. 이렇듯 ‘도처에 유청산’이라고 GMO 식품의 위해성이 속속 보고되고 있다.

과학적 검증 부실…안전성 논란 여전
대상·삼양제넥스·사조 등 GMO 수입
일부 제품만 표시…완전표시제 시급

우리나라는 국민의 정부 시절부터 GMO 재배 상용화를 허용하지 않아 원칙적으로 국내산 농작물 전부가 비유전자조작농산물이지만, 최근 전국 10여곳에서 GMO 작물이 자생적으로 자라고 있음이 발견되어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국내 식량자급율이 22.6%인 우리나라가 허술한 검역 검사제도로 인하여 표시제가 엄연히 존재함에도 실제로는 무차별적으로 GMO 농산작물과 가공식품들이 도입되고 유통 소비되고 있어 그 정도가 심각한 수준을 넘어섰다. 오레곤주의 GMO 밀이 국내에 수입되었음을 미 농무성으로부터 통보받고도 검출해내지 못하는 식약처와 농림수산식품부를 보면 알만한 현상이다.

그리고 박근혜정부가 4대 사회악으로 규정한 “불량식품 근절” 대상에는 GMO 제품이 포함돼 있지 않다. 가공식품에 대한 표시제는 유명무실하다. 실제 우리나라 5000만 국민 소비자는 GMO 식품의 구매 소비에 관한한 실험용 쥐의 신세나 마찬가지여서 마구잡이로 GMO 식품을 섭취하고 있다. 10년 또는 20년 후 그리고 당대의 우리와 후대의 자손들이 불임현상 증대 등 앞서의 연구 실례와 같은 질병들에 시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유기농업계 일각에서는 유수한 생협단체라도 앞장서 우리나라 친환경유기농 식품에 대하여 “비유전자조작 식품 (Non-GMO)”이라고 자율적으로 표시를 하자고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줄기의 희망이라 할까 일부 깨어 있는 지도자를 가진 지방자치 단체에서 먼저 자율적으로 국산 농산식품을 ‘비GMO’라고 떳떳이 표시하는 운동 전개와 조례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안전한 먹을거리 문제를 두고 정부 및 정치권의 각성만 바라보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


이광호 기자<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GMO’해외 반응은?
다른 나라들은 난리인데…

미국의 대표적인 농업기업 몬산토사가 유럽에서 유전자변형작물(GMO) 재배계획을 접었다. 몬산토사는 최근 유럽에서 진행중인 GMO 생산 승인과 관련된 모든 신청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대신 기존 종자산업과 사료용 GMO의 유럽수출 등 현재의 사업에 집중키로 했다. 이 결정은 GMO에 대한 유럽인의 불신과 함께 유럽 회원국의 사용 금지 및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는 유전자조작 반대 연대시위 등의 영향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몬산토사의 대변인은 B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은 기회를 잃었다”며 아쉬움을 표시했지만, 환경단체인 ‘지구의 친구들’은 “GMO 식품을 원치 않는 소비자의 승리”라며 이번 결정을 환영했다.

유럽선 유전자변형 농산물 혐오

하지만 이 결정은 GMO 규제가 미국과 EU의 통상 쟁점 중 하나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미국과 EU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기로 하고 지난 7월 중순 협상을 개시했다. GMO는 미국과 EU의 이해가 충돌하는 분야다. GMO 분야에 앞선 미국은 EU가 GMO에 대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EU는 양보하지 못한다며 맞서고 있다. 몬산토사의 유럽 매출 17억 달러 중 GMO가 기여하는 비율은 2% 미만이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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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