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서 드러난 공기업 성추문 백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10.22 09: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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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직원 강제로 만지고 쪽쪽 ‘변태 간부들’

[일요시사=경제1팀] 국정감사에 매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메뉴’가 있다. 바로 공공기관 간부들의 성추문이다. 성희롱부터 성추행, 성매매, 불륜 등 사건 메뉴도 각양각색. 이번에도 공직자들의 추잡한 사건이 국감장을 장식하고 있다.




공기업 간부부터 군인, 경찰에 이르기까지. 공직사회 전반에 망신살이 뻗치고 있다. 그동안 조용히 묻혀있던 성추문 사건이 다시 회자되고 있기 때문.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사건들은 ‘성범죄’란 타이틀을 달고 2013년 국정감사 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다.

20여차례 성희롱
신체접촉 추태

국내 대표적인 수출진흥 공기업인 코트라(KOTRA)의 한 고위 간부가 수차례에 걸쳐 여직원과 여성인턴 직원을 성희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새누리당 이헌재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들의 인사 관련 자료를 점검한 결과 , 지난해 8월 워싱턴 무역관장으로 부임한 A씨가 불과 10개월간 여직원들을 20여차례 성희롱 하다 지난 7월 강등 조치 된 것이 밝혀졌다.

A씨는 여직원들에게 “옷 벗고 노래하라는 것도 아닌데 왜 빼냐”, “너같이 젊은 애들이 나랑 안 놀아 주니까 룸싸롱에서 젊은 애들한테 돈 주고 노는 것 아니냐”와 같은 발언을 서슴없이 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성희롱적인 발언뿐만 아니라 여직원의 허리가 예쁘다며 자신의 허리와 맞대거나, 의도적으로 팔, 손, 골반 등을 부딪치며 걷고, 여직원의 어깨 뒤에서 가슴 쪽으로 손을 내려 서류를 넘기는 등 신체적 접촉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는 코트라 뿐만이 아니다. 이 의원이 제출받은 ‘산업통상자원부 및 산하 공공기관 성범죄 현황’에 따르면 2008년부터 현재까지 산업부 6건, 한국전력 7건 등 총 32건의 직원 성범죄 및 성매매가 발생했다.

강원랜드도 갖가지 성추문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여성들을 성추행하거나 성폭행한 간부들이 연이어 적발된 것이다.

고위인사 성추행·희롱 국감 도마
성폭행·불륜 사건도 툭하면 터져

지난 2월 고객지원팀 간부는 취업을 미끼로 계절직 여직원에게 회식을 하자며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을 하려다 미수에 그쳤고, 또 다른 간부는 계절직 여직원에게 직원 채용을 대가로 키스와 성 접대를 요구하는 문자를 상습적으로 보내다 적발됐다.

부하 여직원의 거부에도 회식 중 수차례에 몸을 밀착하고 귀가를 함께 하자며 택시에서 주요부위를 더듬는 등 성희롱을 일삼던 간부가 적발되기도 했다.

취업미끼로 접근
민원인과 불륜도


한전 직원들의 성범죄와 기강해이 실태 역시 심각했다.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이 제출받은 한국전력공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여름. 한전 대전본부 직원 B씨는 건물 1층 여자화장실에 침입해 일반 여성을 성폭행하고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한 혐의로 구속됐다.

지난해 5월에는 인천본부에서 간부로 일하던 C씨는 회식 후에 20대 초반의 인턴사원을 집에 데려다 준다고 하고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하려다 구속 기소됐다. 이 직원은 퇴직을 4개월 앞두고 있었다.

올해 7월, 민원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온 충북본부 직원 D씨는 여성이 헤어지자고 통보하자 불륜 내용이 담긴 소포를 여성의 가족에게 발송했다. 그는 지속적으로 여성을 협박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들도 갖가지 성폭력 문제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난해 8월에는 3급 직원이 부하 여직원을 스토킹하다 정직 처분을 받았고, 12월에는 3급 직원이 부하 여직원의 엉덩이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일삼다 적발됐다.

또 공단 직원이 민원인의 배우자와 불륜 관계를 맺었는가 하면, 지난 4월에는 3급 직원이 직속 부하직원을 강제성추행 하다 정직처분을 받았다.  

2011년 ‘상하이스캔들’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외교부에서의 성추행·성추문사건도 여전했다. 외교부가 국회 외교통일위 민주당 유인태 의원에게 제출한 ‘외무공무원에 대한 감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외교부는 지난해 4월 자체 감사를 통해 아시아 지역 공관에 근무하는 중견 간부급 직원 E(강등 처분)씨가 공관 사무실에서 부하 여직원의 신체를 접촉, 성추행한 사건을 적발했다.

‘저질막말’코트라부터  
‘추문랜드’강원랜드까지

E씨는 다른 공관에 근무했을 때도 비슷한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으며 공관장이 성추행 사건을 무마하려는 듯한 분위기를 조성하자 여직원이 반발해 사표를 내려고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동남아 지역의 한 공관에 근무하는 직원 F씨는 민원인으로 공관을 찾아온 여성과 소파에서 이야기하다 이 여성을 포옹하는 등의 성추행을 했다가 지난해 5월 감사에서 적발됐다.

지난해 말에는 기혼인 외교부 중견 간부와 미혼인 여직원간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투서가 들어와 자체 감사가 이뤄지기도 했다. 이 직원은 강등 처분됐다가 소청 심사를 거치면서 정직 3개월로 징계수위가 조정됐다.

이밖에 재외공관에 근무하는 간부 직원이 현지 여직원과 춤을 추다 신체 일부를 손으로 만지는 등의 이유로 징계를 받았고, 주재관으로 근무하던 한 직원도 공관 여직원을 포옹하는 등의 행위를 해 원래 부처로 복귀 조치되는 사건도 있었다.

현직 경찰·군인까지
성추행 망신살


현직 간부급 경찰과 군인도 성추행 사건에 휘말려 곤혹을 치르고 있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총경급 간부가 인권보호담당관 재임 당시 성추행을 했다는 피해자의 증언을 확보했다며 해당 간부에 대한 감찰을 요구하고 나섰다.

진 의원에 따르면 총경 G씨는 경찰청 인권보호담당관이던 지난해 8월29일 제1회 경찰인권영화제가 끝난 뒤 당시 인권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대학생·직원들과 식사와 술을 겸한 ‘뒤풀이’를 가졌다.

G씨를 포함한 일행은 식사를 마친 뒤 2차로 나이트클럽에 갔고, 만취 상태였던 G씨는 ‘블루스 타임’이 되자 한 여직원을 억지로 끌어안고 춤을 췄다. 또 G씨는 춤을 추면서 강제로 입맞춤을 시도했고, 여직원이 거절 의사를 밝히고 얼굴을 손으로 가리자 상의 안에 손을 넣어 가슴을 만졌다고 진 의원은 전했다. 

G씨는 사건 2∼3개월 후 다른 보직으로 발령을 받았다. 진 의원은 “피해 여성이 사건 이후 경찰청 인권센터에서 일하는 지인에게 이런 사실을 말했지만 경찰의 공식적인 대응은 없었다”고 지적하며 “사건 당사자에 대한 감찰이 필요하고, 감찰 결과 피해자의 증언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당사자에 대한 엄격한 징계 및 고소고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G씨는 해명서를 통해 “나이트클럽에서 술을 마시고 춤을 춘 것은 사실이나 억지, 강요한 사실은 없으며 이후 이의 제기나 항의를 받은 사실도 없다”며 “억지로 성추행을 했다는 당사자와 대질조사를 원한다”고 해명했다.

한전·건보공단…‘상하이스캔들’외교부도 여전
공직자 도덕해이 심각…솜방망이 처벌에 비판론


지난 8일에는 지하철역에서 술에 취한 채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현역 대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지하철역에서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국방부 소속 공군대령 H씨를 체포해 국방부 헌병대에 인계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H씨는 지난 8일 오후 11시40분께 서울 중구 신당역에서 술에 취해 귀가하던 중 지하철을 기다리던 30대 여성의 다리를 만진 혐의를 받고 있다.

H씨는 여성이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자 승강장 계단으로 도망쳤고, 뒤를 쫓던 여성과 현장을 지켜본 목격자에게 붙들려 약 5분 뒤 출동한 경찰에 넘겨졌다. H씨는 경찰 조사에서 “다리를 만진 것은 아니며 잠시 스친 것일 뿐”이라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렴치한에
관대한 기관?

이렇게 공직사회 전반에 성추문이 만연해 있지만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 한 예로 강원랜드에서는 지난 4년간 상습적으로 계절직 여직원을 성희롱한 직원 4명이 적발됐지만 징계는 정직 6개월에 72시간의 사회봉사명령에 그쳤다.

한전 역시 미성년자와의 성매매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직원에 대해 가장 낮은 수준의 ‘견책’, 성폭행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직원에는 ‘정직 6개월’의 징계처분을 내리는데 그쳤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09년과 2011년 반복적으로 사우나 등에서 동성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소속 공무원에 대해 피해자인 14세 미성년자의 처벌불원의사표시로 불기소처분 됐다며 ‘주의’, ‘경고’ 조치만 하는 등 6건 모두에 대해 법적 징계 처분을 하지 않았다.

교육부라고 다르지 않았다. 성범죄를 저지르거나 뇌물을 받은 교사들이 버젓이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실제 2011년 미성년자를 성추행한 전남의 공립중 교사는 정직 1개월 후 교단에 복귀했다. 지하철에서 몰래 여성을 촬영해 성추행한 서울의 초등학교 교사는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성매매가 적발된 대구의 초등학교 교사도 감봉 1개월의 경징계를 받았다. 아동 음란물을 제작·배포한 경남의 중학교 교사는 견책이라는 가장 낮은 징계를 받았다.

이는 공공기관 내부에서도 솜방망이 처벌이 성범죄의 악습을 끊지 못하는 원인이라는 자성이 나올 정도로 제 식구 감싸기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국감에서 이 같은 문제를 꼬집은 새누리당 이헌재 의원은 “산업부 및 소속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위험 수준에 이르렀지만, 온정적인 처벌 관행으로 직장내 성희롱 등 기강 문란 행위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엄정한 처벌 규정 마련 및 적용, 내부 공익신고자 보호 등을 통해 기강을 바로 세워, 한수원 비리 이후 계속 확산되고 있는 산업부 및 산하 기관들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불식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박완주 의원도 공공기관의 철저한 직무 감찰을 주문하고 나섰다. 박 의원은 “감사 내용을 보면 이들이 과연 공공기관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철저한 직무감찰을 통해 비리 직원을 솎아내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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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