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서 드러난 공기업 성추문 백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10.22 09: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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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직원 강제로 만지고 쪽쪽 ‘변태 간부들’

[일요시사=경제1팀] 국정감사에 매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메뉴’가 있다. 바로 공공기관 간부들의 성추문이다. 성희롱부터 성추행, 성매매, 불륜 등 사건 메뉴도 각양각색. 이번에도 공직자들의 추잡한 사건이 국감장을 장식하고 있다.




공기업 간부부터 군인, 경찰에 이르기까지. 공직사회 전반에 망신살이 뻗치고 있다. 그동안 조용히 묻혀있던 성추문 사건이 다시 회자되고 있기 때문.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사건들은 ‘성범죄’란 타이틀을 달고 2013년 국정감사 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다.

20여차례 성희롱
신체접촉 추태

국내 대표적인 수출진흥 공기업인 코트라(KOTRA)의 한 고위 간부가 수차례에 걸쳐 여직원과 여성인턴 직원을 성희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새누리당 이헌재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들의 인사 관련 자료를 점검한 결과 , 지난해 8월 워싱턴 무역관장으로 부임한 A씨가 불과 10개월간 여직원들을 20여차례 성희롱 하다 지난 7월 강등 조치 된 것이 밝혀졌다.

A씨는 여직원들에게 “옷 벗고 노래하라는 것도 아닌데 왜 빼냐”, “너같이 젊은 애들이 나랑 안 놀아 주니까 룸싸롱에서 젊은 애들한테 돈 주고 노는 것 아니냐”와 같은 발언을 서슴없이 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성희롱적인 발언뿐만 아니라 여직원의 허리가 예쁘다며 자신의 허리와 맞대거나, 의도적으로 팔, 손, 골반 등을 부딪치며 걷고, 여직원의 어깨 뒤에서 가슴 쪽으로 손을 내려 서류를 넘기는 등 신체적 접촉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는 코트라 뿐만이 아니다. 이 의원이 제출받은 ‘산업통상자원부 및 산하 공공기관 성범죄 현황’에 따르면 2008년부터 현재까지 산업부 6건, 한국전력 7건 등 총 32건의 직원 성범죄 및 성매매가 발생했다.

강원랜드도 갖가지 성추문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여성들을 성추행하거나 성폭행한 간부들이 연이어 적발된 것이다.

고위인사 성추행·희롱 국감 도마
성폭행·불륜 사건도 툭하면 터져

지난 2월 고객지원팀 간부는 취업을 미끼로 계절직 여직원에게 회식을 하자며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을 하려다 미수에 그쳤고, 또 다른 간부는 계절직 여직원에게 직원 채용을 대가로 키스와 성 접대를 요구하는 문자를 상습적으로 보내다 적발됐다.

부하 여직원의 거부에도 회식 중 수차례에 몸을 밀착하고 귀가를 함께 하자며 택시에서 주요부위를 더듬는 등 성희롱을 일삼던 간부가 적발되기도 했다.

취업미끼로 접근
민원인과 불륜도


한전 직원들의 성범죄와 기강해이 실태 역시 심각했다.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이 제출받은 한국전력공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여름. 한전 대전본부 직원 B씨는 건물 1층 여자화장실에 침입해 일반 여성을 성폭행하고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한 혐의로 구속됐다.

지난해 5월에는 인천본부에서 간부로 일하던 C씨는 회식 후에 20대 초반의 인턴사원을 집에 데려다 준다고 하고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하려다 구속 기소됐다. 이 직원은 퇴직을 4개월 앞두고 있었다.

올해 7월, 민원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온 충북본부 직원 D씨는 여성이 헤어지자고 통보하자 불륜 내용이 담긴 소포를 여성의 가족에게 발송했다. 그는 지속적으로 여성을 협박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들도 갖가지 성폭력 문제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난해 8월에는 3급 직원이 부하 여직원을 스토킹하다 정직 처분을 받았고, 12월에는 3급 직원이 부하 여직원의 엉덩이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일삼다 적발됐다.

또 공단 직원이 민원인의 배우자와 불륜 관계를 맺었는가 하면, 지난 4월에는 3급 직원이 직속 부하직원을 강제성추행 하다 정직처분을 받았다.  

2011년 ‘상하이스캔들’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외교부에서의 성추행·성추문사건도 여전했다. 외교부가 국회 외교통일위 민주당 유인태 의원에게 제출한 ‘외무공무원에 대한 감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외교부는 지난해 4월 자체 감사를 통해 아시아 지역 공관에 근무하는 중견 간부급 직원 E(강등 처분)씨가 공관 사무실에서 부하 여직원의 신체를 접촉, 성추행한 사건을 적발했다.

‘저질막말’코트라부터  
‘추문랜드’강원랜드까지

E씨는 다른 공관에 근무했을 때도 비슷한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으며 공관장이 성추행 사건을 무마하려는 듯한 분위기를 조성하자 여직원이 반발해 사표를 내려고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동남아 지역의 한 공관에 근무하는 직원 F씨는 민원인으로 공관을 찾아온 여성과 소파에서 이야기하다 이 여성을 포옹하는 등의 성추행을 했다가 지난해 5월 감사에서 적발됐다.

지난해 말에는 기혼인 외교부 중견 간부와 미혼인 여직원간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투서가 들어와 자체 감사가 이뤄지기도 했다. 이 직원은 강등 처분됐다가 소청 심사를 거치면서 정직 3개월로 징계수위가 조정됐다.

이밖에 재외공관에 근무하는 간부 직원이 현지 여직원과 춤을 추다 신체 일부를 손으로 만지는 등의 이유로 징계를 받았고, 주재관으로 근무하던 한 직원도 공관 여직원을 포옹하는 등의 행위를 해 원래 부처로 복귀 조치되는 사건도 있었다.

현직 경찰·군인까지
성추행 망신살


현직 간부급 경찰과 군인도 성추행 사건에 휘말려 곤혹을 치르고 있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총경급 간부가 인권보호담당관 재임 당시 성추행을 했다는 피해자의 증언을 확보했다며 해당 간부에 대한 감찰을 요구하고 나섰다.

진 의원에 따르면 총경 G씨는 경찰청 인권보호담당관이던 지난해 8월29일 제1회 경찰인권영화제가 끝난 뒤 당시 인권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대학생·직원들과 식사와 술을 겸한 ‘뒤풀이’를 가졌다.

G씨를 포함한 일행은 식사를 마친 뒤 2차로 나이트클럽에 갔고, 만취 상태였던 G씨는 ‘블루스 타임’이 되자 한 여직원을 억지로 끌어안고 춤을 췄다. 또 G씨는 춤을 추면서 강제로 입맞춤을 시도했고, 여직원이 거절 의사를 밝히고 얼굴을 손으로 가리자 상의 안에 손을 넣어 가슴을 만졌다고 진 의원은 전했다. 

G씨는 사건 2∼3개월 후 다른 보직으로 발령을 받았다. 진 의원은 “피해 여성이 사건 이후 경찰청 인권센터에서 일하는 지인에게 이런 사실을 말했지만 경찰의 공식적인 대응은 없었다”고 지적하며 “사건 당사자에 대한 감찰이 필요하고, 감찰 결과 피해자의 증언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당사자에 대한 엄격한 징계 및 고소고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G씨는 해명서를 통해 “나이트클럽에서 술을 마시고 춤을 춘 것은 사실이나 억지, 강요한 사실은 없으며 이후 이의 제기나 항의를 받은 사실도 없다”며 “억지로 성추행을 했다는 당사자와 대질조사를 원한다”고 해명했다.

한전·건보공단…‘상하이스캔들’외교부도 여전
공직자 도덕해이 심각…솜방망이 처벌에 비판론


지난 8일에는 지하철역에서 술에 취한 채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현역 대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지하철역에서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국방부 소속 공군대령 H씨를 체포해 국방부 헌병대에 인계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H씨는 지난 8일 오후 11시40분께 서울 중구 신당역에서 술에 취해 귀가하던 중 지하철을 기다리던 30대 여성의 다리를 만진 혐의를 받고 있다.

H씨는 여성이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자 승강장 계단으로 도망쳤고, 뒤를 쫓던 여성과 현장을 지켜본 목격자에게 붙들려 약 5분 뒤 출동한 경찰에 넘겨졌다. H씨는 경찰 조사에서 “다리를 만진 것은 아니며 잠시 스친 것일 뿐”이라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렴치한에
관대한 기관?

이렇게 공직사회 전반에 성추문이 만연해 있지만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 한 예로 강원랜드에서는 지난 4년간 상습적으로 계절직 여직원을 성희롱한 직원 4명이 적발됐지만 징계는 정직 6개월에 72시간의 사회봉사명령에 그쳤다.

한전 역시 미성년자와의 성매매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직원에 대해 가장 낮은 수준의 ‘견책’, 성폭행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직원에는 ‘정직 6개월’의 징계처분을 내리는데 그쳤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09년과 2011년 반복적으로 사우나 등에서 동성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소속 공무원에 대해 피해자인 14세 미성년자의 처벌불원의사표시로 불기소처분 됐다며 ‘주의’, ‘경고’ 조치만 하는 등 6건 모두에 대해 법적 징계 처분을 하지 않았다.

교육부라고 다르지 않았다. 성범죄를 저지르거나 뇌물을 받은 교사들이 버젓이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실제 2011년 미성년자를 성추행한 전남의 공립중 교사는 정직 1개월 후 교단에 복귀했다. 지하철에서 몰래 여성을 촬영해 성추행한 서울의 초등학교 교사는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성매매가 적발된 대구의 초등학교 교사도 감봉 1개월의 경징계를 받았다. 아동 음란물을 제작·배포한 경남의 중학교 교사는 견책이라는 가장 낮은 징계를 받았다.

이는 공공기관 내부에서도 솜방망이 처벌이 성범죄의 악습을 끊지 못하는 원인이라는 자성이 나올 정도로 제 식구 감싸기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국감에서 이 같은 문제를 꼬집은 새누리당 이헌재 의원은 “산업부 및 소속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위험 수준에 이르렀지만, 온정적인 처벌 관행으로 직장내 성희롱 등 기강 문란 행위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엄정한 처벌 규정 마련 및 적용, 내부 공익신고자 보호 등을 통해 기강을 바로 세워, 한수원 비리 이후 계속 확산되고 있는 산업부 및 산하 기관들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불식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박완주 의원도 공공기관의 철저한 직무 감찰을 주문하고 나섰다. 박 의원은 “감사 내용을 보면 이들이 과연 공공기관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철저한 직무감찰을 통해 비리 직원을 솎아내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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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