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토사구팽 당한 건설업자 사연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0.22 09: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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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억 사업장 퍽치기 당했다"

[일요시사=사회팀] 한 건설업자가 국내 굴지의 대기업 삼성중공업(이하 삼성)을 상대로 외로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불공정거래로 공정위에 고발한 데 이어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제기했다. 그는 "삼성중공업이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사업권을 강탈했다"고 주장했다.




주택건설업체인 JBS의 대표 정병수씨는 지난 9일 서울 강남 한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났다. 앞서 정씨는 지난해 5월30일 옥중에서 삼성중공업과 부동산 신탁회사인 A신탁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및 신탁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슈퍼갑의 횡포?

2011년 8월 A신탁의 형사고발로 구속된 정씨는 같은 해 12월 1심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데 이어 2심에서도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그리고 올해 4월30일 가석방돼 삼성 등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있다.

정씨는 "삼성의 간계로 1년9개월의 감옥신세를 졌다"며 "이제라도 내 억울함을 밝히고 싶다"고 말했다. 도대체 정씨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취재 과정에서 기자는 정씨가 지난 6년간 수집한 자료, 정씨가 작성한 고소장, 삼성의 반박서면 등을 토대로 사건을 요약했다. 하지만 양측의 소송이 진행 중인 관계로 재판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발견될 수 있음을 사전에 밝힌다.


지금까지 나온 정황을 토대로 본 사건의 쟁점은 크게 3가지. 첫째는 삼성의 계획적인 사업권 강탈 여부, 둘째는 삼성의 불공정 계약 강요 여부, 셋째는 또 다른 소송 당사자인 A신탁과의 공모 여부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선 지난 2006년으로 거슬러갈 필요가 있다.

국내 최초의 타운하우스인 헤르만하우스. 정씨는 경기 파주시 교하읍 내 헤르만하우스를 시행·공급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선시공·후분양 방식으로 공급된 헤르만하우스는 정씨에게 100억원 이상의 이득을 안겼다.

2007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파주 헤르만하우스를 방문하면서 정씨의 주가는 더욱 치솟았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헤르만하우스를 극찬했다. 이 무렵 헤르만하우스를 위시한 타운하우스 사업은 업계의 블루칩으로 자리매김하며 호황을 맞았다.

2007년 5월 성공을 맛본 정씨는 헤르만하우스2차를 준비하고 있었다. 앞서 정씨는 같은 해 1월 사업현장설명회를 개최하고 헤르만하우스2차의 책임준공을 맡을 시공사를 모집했다. 이때 당시 헤르만하우스2차가 들어설 부지는 JBS가 소유하고 있었으며, 사업을 위한 400억원의 대출금도 사전 확보된 상태였다.

처음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 중 최저가를 제시한 곳은 한라건설이었다. 그러나 삼성은 "분양수입금으로 공사비를 지급하고, 분양수입금이 남지 않을 경우 대물로 변제한다"는 조건으로 시공 의사를 타진했다. 삼성이 내민 파격적인 조건에 정씨의 마음은 흔들렸고, 같은 해 5월31일 JBS는 삼성과 정식으로 업무약정을 체결했다.

그런데 문제는 계약 직후인 6월부터 발생했다. 삼성이 자사 브랜드인 '라폴리움'을 앞세워  타운하우스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삼성은 '라폴리움' 사업을 총 4개 구역(동백·양지·오포·청평)에서 진행했고, 2008년 무렵 사전 분양을 시작했다.

하지만 2009년 3월7일까지 헤르만하우스는 착공도 하지 못한 어정쩡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사전 청약자가 40명이나 있어 수요가 확인됐음에도 삼성이 착공을 고의로 미뤘다는 게 정씨의 주장이다. 아울러 삼성은 정씨가 갖고 있던 청약자 명단을 넘겨받은 뒤 이를 라폴리움 홍보에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삼성은 "2007년 5월에는 사업약정만 체결됐던 것"이라며 "약정 체결 후 도면이 나오지 않았고, 정씨가 잦은 설계 변경을 요구해 착공이 미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씨가 반박한 자료를 보면 설계 변경은 삼성 측이 먼저 요구했다. 또 삼성은 원래 약속된 공사비를 522억원에서 567억원으로 다시 713억원으로 부풀렸다. 아울러 삼성은 대주단인 신한은행으로부터 90억원의 추가 대출을 받을 것과 정씨(JBS)가 소유한 15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매각해 공사비로 투입할 것 등을 강요했다. 이는 모두 계약서상에 없던 것들이었다.

공사가 차일피일 미뤄지자 대주단 신한은행은 삼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검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이 '불분명한 이유'로 연기되는 배경에 삼성 측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것. 그러나 이 과정에서 삼성은 토지신탁회사인 A신탁을 끌어들이며 헤르만하우스 사업의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슈퍼갑' 대기업 상대로 외로운 사투 벌여
공정위 고발 이어 법원에 소송 제기

2009년 3월11일 정씨는 삼성과 2차 업무약정을 맺었다. 이미 착공이 늦어지며 손실을 봤던 정씨는 다른 건설사와의 계약이 불가한 상황에서 삼성의 요구를 수용했다. 이때 삼성은 정씨에게 A신탁과 '관리형 토지 신탁' 계약을 맺도록 했다. 헤르만하우스2차가 들어설 부지의 명의 관리를 A신탁에 넘기는 대가로 대주단으로부터 330억원을 대출받는 것이 계약 내용의 골자다. 그러나 이 계약은 몇 년 뒤 정씨를 범법자로 만들었다.

A신탁 명의로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공사, 하지만 분양권을 놓고 정씨와 삼성은 또 다시 갈등을 빚었다. 분양가를 놓고 정씨와 삼성이 이견을 보인 것이다. 정씨는 2011년 5월9일 홍콩 호화투자유한공사와 전 세대를 분양원가(100%)에 매매하기로 계약했다. 하지만 삼성은 2011년 6월18일 자체 고용한 텔레마케터 등을 통해 할인분양(68%)을 시작했다. 여기서 정씨는 삼성이 자신의 분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정씨에 따르면 JBS는 헤르만하우스1차 분양을 성공적으로 마친 경험이 있으며, 헤르만하우스2차 역시 계약서상 '분양 책임'이 JBS에 있음을 명시했으므로 JBS가 분양권을 행사하는 게 맞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변수가 있었다. 토지를 담보로 330억원을 대출받았던 정씨의 대출금 상환이 늦어지자 A신탁이 정씨의 채무를 은행에 대위변제한 것. 즉 채무자의 빚을 대신 갚아주면서 채무자가 갖고 있던 모든 권리를 (강제로) 양도받은 것이다. 그러나 정씨는 "삼성과 A신탁이 처음부터 짜고 나를 팽한 것"이라며 "대위변제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정씨는 "헤르만하우스2차 분양 과정에서 온갖 불법이 자행됐다"고 말했다.

가령 정씨가 내민 공사도급내역서를 보면 삼성과 A신탁은 2009년 3월4일 정씨를 대신해 공동으로 내역서에 날인했다. 즉 정씨와 A신탁이 위탁 및 수탁 계약을 맺기도 전에 A신탁이 먼저 정씨의 권리를 행사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A신탁은 정씨가 부가세 환급금을 세무서에 잘못 지불한 사안을 놓고, 정씨가 세무서에 남은 환급금을 지불하려 하자 이를 거부한 뒤 정씨를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또 정씨가 고소당하자 삼성 측은 정씨에게 접근해 사업권 포기를 종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배후 있나? 없나?

삼성 측 관계자는 "결국은 시공이 문제였는데 우리가 착공을 미뤄서 얻는 게 무엇이었겠냐"며 "정씨의 주장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그러나 방문을 통한 자료 확인요구에 대해선 거부 의사를 밝힌 뒤 "상식적으로 생각해 달라"고 말을 아꼈다.


기자가 만난 한 건설 전문가는 사견임을 전제로 "정씨가 분양권을 양도하기로 했는지가 중요할 것"이라며 "분양권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법정 공방을 가르는 변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소송은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서 진행 중이다. 정씨가 주장하는 피해금액은 분양가와 대출금 이자 등 939억2500만원이다. 하지만 정씨가 정산하지 않은 공사비 332억원(삼성 측 주장 567억원)과 A신탁이 대위변제한 330억원 등을 제하면 실제 손해배상액은 청구금액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강현석 기자<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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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